『논어』라는 삶의 '기준'
子曰 君子는 食無求飽하며 居無求安하며 敏於事而愼於言이요
就有道而正焉이면 可謂好學也已라.
(자왈 군자 식무구포 거무구안 민어사이신어언 취유도이정언 가위호학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먹는 것에 배부름을 구하지 아니하며, 거처하는 것에 편안함을 구하지 아니하며, 일하는 데에는 민첩하고 말하는 데에는 조심하며, 도를 가진 자에게 나아가서 자기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는다면 배우기를 좋아한다고 이를 만하다."
─『논어』論語, 학이(學而)편 14장 (『논어강설』, 성균관대 출판부, 이기동 역)
『논어』를 읽는 것은 '모험'을 떠나는 것과 같다. 위험을 무릅써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믿어 온 가치, 의식하지 않았던 것들, 반사적으로 행해 왔던 행동들까지 의식의 저변을 이루는 무수한 기준들이 도전받기 때문이다. 아마 공자와 같은 시기에 살았던 이들도 그랬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춘추전국시대’를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학이편의 저 짧은 문장을 읽는 중에 <VJ특공대>의 맛집 소개들이 생각났고,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의 가치를 결정한다’던 어느 아파트 광고 카피가 생각났다. 또 끊임없이 ‘날 사랑하는 거냐’고 묻는(또는 의심하는) 대중가요 가사들이 생각났고, 얼마 전 체벌하는 교사를 학생이 신고했던 사건 기사 생각도 났다. 그렇다. 우리는 이미 ‘전쟁’ 속에 산다. 먹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사는 곳을 두고 인생의 가치를 겨루고, 불안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 가장 친한 사람부터 의심한다. 선생이 학생을 ‘제자’로 대하지 않고, 학생도 선생을 ‘스승’으로 대하지 않으니 학교가 교육을 파는 ‘마켓’이 된 지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학생이 소비자가 되었으니, 횡포(체벌)를 부리는 판매자를 고발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는 둘째로 치더라도 제정신인지, 이렇게 살아서 행복한지는 의문이다. 드라마 <정도전>의 인상적인 대사 ‘모두가 군자가 되는 나라’는 아직도 ‘꿈’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학이편 14장의 저 문장은 ‘공부하는 이’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저 문장을 조금 달리 읽어보고 싶다. 먹을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좋은 집에 사는 것으로 과시하지 말고, 언덕배기 원룸에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며, 열심히 일해서 제 한몸 스스로 돌보며, 바쁜 와중에도 배우는 것을 멈추지 말아라. 이대로만 살아도 최소한 불행하지는 않을 것 같다. 현재 자신을 좌지우지하는 가치를 매일 검토해 보지 않으면, 그게 나의 가치인지 남의 가치인지도 모르게 된다. 배움을 멈추지 말라는 것은 아마 그런 의미일 것이다. 『논어』의 말을 21세기에 고스란히 믿고, 그대로 행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논어』 덕분에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 멀리 왔는지, 벗어났는지를 판별할 수 있다. 정말이지, ‘배우고 때맞춰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 > 씨앗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어 씨앗문장 - 예의 보다 '감사'하는 마음 (0) | 2014.10.10 |
---|---|
[씨앗문장] 말의 힘 : 내가 하는 말이 나를 만든다. (2) | 2014.09.24 |
"군자는 그릇처럼 살지 않는다" (2) | 2014.09.19 |
배움, 내 자신이 즐거운 것 (4) | 2014.08.22 |
[씨앗문장] 내가 글을 쓰는 이유 (0) | 2014.08.19 |
읽고 쓰기의 초심자에게, 읽기는 깊게, 쓰기는 넓게! (10) | 2014.08.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