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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장·주·걸·쓰

그녀들이 왔다! 장.주.걸.쓰 개봉박두!!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6. 12.

원더걸스 오노! 장주걸쓰가 왔다!

장주의으면서 기, 우리는 장주걸쓰다!!

장주는 장금주니어의 준말이다. 장금이 누구냐고? 장금은 저 유명한 드라마 <대장금>의 장금이다. 수라간에 들어갔다가 쫓겨나고 다시 내의원 의녀가 되어 귀양을 가고, 결국 대장금이라는 어의로서는 최고 지위에 올랐음에도 ‘저잣거리로 나가 배우고 살리기’를 멈추지 않았던 거~얼~. 장금이 끊임없이 길 위에서 사람을 살리고 배우고 터득해 나갔듯이 장금의 후예임을 자처하는 장주는 그 기예를 터득하려고 한다. 뭘로? 글쓰기로. 지금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생성하고 변이하는 유목적 삶에 기꺼이 몸을 맡기면서 배우고 익히다 그 뜻이 참되어 터져 나오는 글쓰기. 장금의 사람 살리기 또한 이런 것이었으리라. 하여 우리는 기꺼이 장주걸쓰가 되기로 했다. 장주걸쓰-되기는 마침이 아니다. 삶의 모든 과정 속에, 흐름 속에, 여정 속에, 관계 속에, 길을 걸으면서 나아간다.


장금이의 후예! 장주걸쓰가 왔다!


장주걸쓰의 첫 번째 길나서기는 ‘『동의보감』이 바라본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다.

이 시대를 사는 여성으로서 『동의보감』은 여성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여성의 몸은 남성과 어떻게 다르고, 그 몸의 원리는 우리 삶에 어떻게 작동하는가? 울 엄마는 애 일곱을 혼자서 낳고 거뜬히 키워냈는데 요즘은 애 낳고 기르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

천지만물의 이치를 관통하고 있는 『동의보감』에서 그 지혜를, 삶의 기술을 탐구해보기로 했다. 하여 장주걸쓰는 『동의보감』의 「부인편」을 읽고 차례를 정하고, 한 꼭지씩 나눠서 글을 쓰기로 했다. 앞으로 연재될 글은 꽤나 흥미진진한 탐사과정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생명을 낳고 키우는 과정이 그려질 것이므로. 헌데 참 아이러니한 것은 지금 장주걸쓰 멤버 중에 애를 낳아본 사람은 없다. 경험이 없다고 해서 탐사가 맹탕이겠지 생각하신다면 참 안이하게 사시는 분이다. 경험이 없으니 선입견도 없고, 제 아이한테 생각이 투사되지도 않는다. 약간의 거리가 있는 것은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면 되었지 해될 것은 없다. 지금 엄마들이 애들에게 집착해서 들들 볶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는가. 대신 장주걸쓰는 더 촘촘하고 바지런한 탐사가 이뤄지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임신이란 무엇인가


임신은 질병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생명활동이다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
월경이 늦어져 임신테스트기로 확인하고, 혹시나 해서 산부인과를 찾은 그녀에게 의사의 이 한마디는 임신을 확정짓는 명징한 말이다. 의사의 결정적인 말 한마디! 이제야 비로소 그녀는 산모가 된 것이다. 앞으로 그녀는 산부인과에 가서 정기적으로 진찰을 받고, 태아의 상태를 확인하고, 자신의 몸을 체크 받을 것이다. 아이를 낳을 때까지 말이다. 산모가 이러한데 임신을 준비하는 예비산모들은 어떠할까?


예비산모들이 임신을 위해서 하는 첫 번째 일은 유명한 산부인과를 검색하고, 유명한 의사를 찾는 일이다. 검색과 귀동냥으로 고심 끝에 결정한 산부인과. 유명한 의사는 예약이 꽉 차 있다. 하지만 예비산모는 기필코 그 의사에게 진찰 받는다. 예비산모들이 이러한데 병원이라고 가만히 앉아서 손님(예비산모)을 기다릴까? 병원에서는 ‘산전관리’라는 전문적인 코스를 준비해놓고 그들을 기다린다. ‘산전관리’ 코스는 대체로 이러하다. 임신을 준비하러 왔다고 하면 일단 피부터 뽑는다. 혈액 검사를 하고, 소변 검사를 하고, 초음파를 통해 자궁경부암, 풍진, 감염, 빈혈 여부 등을 검사한다. 그런 다음, 각종 예방 접종을 한다. B형 간염 예방접종, 풍진 예방 접종 등. 물론 예비아빠들을 위한 검사도 한다. 혈액 검사를 기본으로 간기능 검사, 상복부 초음파, 갑상선 초음파 등등. 이 과정을 통과하고 나면 드디어 의사를 만날 수 있다. 그럼 의사가 해주는 것은? 배란일을 체크해서 임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날짜를 알려준다.


이렇듯 산모와 예비산모의 몸은 전적으로 산부인과에 밀착되어 있다. 산부인과에 가서 각종 검사를 하고 체크를 받아야 임신이 잘되고 안전하다는 믿음. 그렇게 임신이 되었으니 산모도 태아도 산부인과의 정기적 서비스를 받아야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믿음. 대체 이 믿음은 어디서부터 연유한 것일까? 우리 무의식에 뿌리내린 첫 번째 연유. 병원은 안전하다는 인식이다. 병원이라면 안심이니 거기에서 일하는 의사 또한 내 몸을 맡겨도 안전하리라는 인식. 왜? 의사는 전문적으로 몸을 공부했으니 내 몸에 대해서도 잘 알 것이라는 인식. 하여 우리는 의사가 대변하는 의료과학에 절대적으로 복종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니 임신에서 출산까지의 모든 과정에 의사가 개입하고 여기에 여성 자신이 주도하는 과정은 거의 없다. 마치 의사의 정기적인 체크 없이는 아이를 낳을 수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과연 아이를 가지고 낳는 일이 산부인과에 전적으로 의지해야만 하는 병적인 것인가?  그렇지 않다. 임신은 질병이 아니다.
『동의보감』에서 임신은 남녀의 기와 기가 뭉쳐 형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하늘과 땅의 정기(精氣)는 만물의 형체를 이룬다. 아버지의 정기는 혼(魂)이 되고, 어머니의 정기는 백(魄)이 된다. … 머리카락, 이, 뼈, 손톱은 땅에서 빌고, 콧물, 정(精), 혈, 진액은 물에서 빌고, 체온과 마르는 것, 열이 나는 것은 불에서 빌고, 정신과 활동은 바람에서 빌린 것인데, 이 사대가 짐짓 서로 화합하면 사람이 생긴다. 땅의 기운이 왕성하면 뼈가 쇠처럼 굳고, 물의 기운이 왕성하면 정이 구슬같이 맑으며, 불의 기운이 왕성하면 기가 구름같이 무성하고, 바람의 기운이 왕성하면 지혜가 신(神)처럼 오묘하다.


 ─『동의보감』, 「내경편」, 신형, 휴머니스트, 105, 107쪽



아버지의 정기와 어머니의 정기, 곧 양기와 음기가 만나 형을 이룬다. 이 음양의 기는 천지간에 땅, 물, 불, 바람의 기가 서로 화합하여 사람을 이룬다. 하여 임신이란 몸의 안과 밖의 기가 마주치는 우주적 사건이며 자연스러운 생명활동이다. 따라서 임신하기 전 부모가 갖추어야 할 가장 큰 덕목은 화평한 기를 만드는 것이다. 분노나 감정이 상하면 기가 상역하므로 때에 맞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성교하는 것도 안 된다. 그렇게 하면 형을 굳게 하는 정이 충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람이 많이 불 때나 비가 심하게 오는 날도 피했는데 이런 날은 기운이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자연의 리듬에 따라 기를 조율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기의 청정함이 건강한 자식을 얻을 수 있는 생명윤리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펼쳐질 임신에 대한 세부항목들은 생명을 제일의적 전제로 내세운 『동의보감』이 보여주는 생명윤리학이다. 이제 그 원대한 탐사의 길로 들어가 보자.


이영희(장주걸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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