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봄의 목기를 닮은 혈자리 - 각손혈

올 봄엔 목기(木氣) 한 번 제대로 써 봐!


며칠 전 이사를 했다. 손으로 꼽아보니 스무 살이 된 이후로 지난 아홉 해 동안 벌써 여덟 번째 이사다. 나의 사주팔자에 가득한 역마의 기운이 이렇게 드러나는가 싶다. 그런데 이사를 자주 다니다 보니 좋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물론 매번 짐을 쌌다 풀었다 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것도 자주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이사 하루 전날까지도 맘 놓고 유유자적할 수 있는 내공이 생겼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신체가 되었다고나 할까. 적어도 물리적으로는 말이다.



그러나 이사의 진정한 묘미는 실은 다른 데 있다. 이삿날에는 내게 줄줄이 딸린 물건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평소에는 몇 안 되어 보이는 것들이 모아 놓으니 한 트럭이다. 서랍이며 옷장 구석구석에 박혀 눈에 띄지 않던 것들도 이날만큼은 훤히 그 존재를 드러낸다. 그리고는 하나하나 내게 물음을 던져온다. 내가 꼭 당신 곁에 있어야 하는 건가요? 당신이 살아가는 데 있어 내가 정말 필요한 건가요? 상자마다 가득한 책이며, 옷이며, 잡동사니들은 내 존재의 무게가 되어 나를 짓누르는 듯하다. 그렇다. 이 뚱뚱한 짐들을 다 이고 지고 살아야 하는 거라면 나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면 어쩌겠는가, 지금 당장 버리는 수밖에.


그렇게 이번에도 참 많이도 버렸다. 지난 한 해동안 한 번도 펴보지 않은 책들, 여기저기서 굴러들어온 물건들, 입지도 않으면서 아까워 쟁여두었던 옷가지들은 가차 없이 쓰레기통, 아니면 중고 시장으로 옮겨졌다. 그렇게 꼭 필요한 것들만 추리고 나니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은유가 아니라 '실제로' 가벼워졌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주 이사를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하는. 새 장소가 주는 설렘이나 그곳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인연에 대한 기대는 차치하더라도, 이사를 통해 얻은 가벼움 그 자체가 주는 기쁨이 있었다. 그렇게 해묵은 것들을 탈탈 털어버리고 나니, 신기하게도 뭐든 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유를 느꼈다.


봄, 새로운 시작? 막힌 곳부터 뚫고 가실게요~


마침 3월 6일, 오늘은 겨울잠 자던 동물들이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다. 일 년 열두 달 중에서 봄의 기운이 가장 충만하다는 묘월(卯月)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살결을 파고들던 냉기는 어느 새 따스한 봄바람으로 바뀌어 있고, 한낮의 볕은 아침에 입고나온 패딩점퍼를 왠지 무색하게 한다. 긴긴 겨울밤,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봄이 결국 오고야 말았다. 


의역학적으로 봄은 오행(五行) 중 목기(木氣)에 해당한다. 목기는 새 생명이 태어나 나무처럼 쑥쑥 뻗어 나가며 성장하는 기운이다. 초목이 봄에 새싹을 틔우는 것이나 콩나물이 자라는 것을 생각하면 쉽다. 겨우내 씨앗 속에 응축되어 있던 힘이 한 쪽으로 솟아나와 위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기운. 봄은 일 년 중 그런 목(木)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계절이다. 그렇기에 봄은 한 해의 시작이자 새로운 삶의 시작이기도 하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봄철 석 달을 가리켜 “천지간에 생기가 발동하여 만물이 소생하고 번영하는 시기”라 표현한 것도 바로 그런 의미에서다.   


콩나무의 목기가 얼마나 강했으면..;;;


하지만 하나의 생명이 싹을 틔우려면 그것은 반드시 겨우내 얼고 굳어있던 땅을 뚫고 나와야 한다. 탄생의 통과의례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목(木) 기운을 생각할 때에 우리는 흔히 그것이 위로 뻗어나간다는 사실에만 집중한 나머지 이 지점을 쉽게 간과하곤 한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듯, 아기가 어머니의 자궁을 빠져나오듯, 모든 시작에는 혹독한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을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참 놀랍다. 그 여리고 가느다란 한 줄기 새싹이 어떻게 단단한 땅을 뚫을 수 있는 걸까? 작고 연약한 새끼는 어떻게 두꺼운 알을 깨고 나오는 걸까? 비결은 ‘집중’에 있다고 한다. 자신 앞에 가로놓인 장벽을 넘기 위해 모든 힘을 한 군데로 집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얼핏 보기에는 하늘하늘 힘이 없어 보이는 새싹 하나도 결코 나약한 존재가 아니다. 문제는 그 힘을 어떻게 쓰느냐에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처럼 힘을 한 군데로 집중하여 무언가를 뚫고 나가는 힘, 그 또한 목(木)이 가진 중요한 특성이다. 그래서 『황제내경(黃帝內徑)』에서는 봄의 기운이 ‘막힌 것을 소통(疏通)시킨다’라고 적고 있다. 즉 봄의 시작하는 기운은 새싹이 흙을 뚫고 나오듯, 그 자체로 뭉치고 쌓인 것을 부수고 몰아내는 기운이기도 하다는 것. 우리가 봄이 오면 흔히 ‘봄맞이’ 대청소를 하여 묵은 때를 벗기는 것도 이런 춘목(春木)의 기운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그리고 잠시 여담 하나. 나는 변기를 잘 뚫는다. 어디 가서 내 입으로 말하긴 좀 뭣 하지만 이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처음에는 남들도 다 나만큼은 하는 줄 알았다. '뚫어뻥'을 잘 조준하고 힘차게 밀어 넣기만 하면 되는 건데 그게 뭐 어려울 게 있나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많이들 어려워하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친구들은 자기네 자취방 변기가 막힐 때면 나를 호출했다. 새로운 적성 발견! 그런데 나중에 내 사주팔자에 목(木) 기운이 넘쳐난다는 사실을 알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더랬다. 


좋은 재주지만 상상하고 싶지 않아!!


(木)의 '막힘없이 뚫는' 기운을 강조하려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졌다. 그런데 사실 봄이라고 하면 한 해의 시작, 시작이라고 하면 일단 일 년 계획과 목표점을 정하는 것부터 생각해온 나로서는 이제껏 살펴본 봄의 풍경들이 사뭇 당황스럽다. 가만 보면 새싹도 병아리도 뱃속의 아기도 탄생의 순간 어디를 향해 갈 것인가를 정하지 않는다. 다만 눈앞에 놓인 장벽을 돌파하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데에만 자신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집중할 뿐이다. 우리가 어떤 공간을 청소할 때에도 앞으로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누구를 만나게 될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오래된 먼지와 때를 찾아내 쓸고 닦는 데 열중할 뿐. 그것이 자연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의 모습, 목기(木氣)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이 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나는 무엇을 물어야 할 것인가? 평소처럼 저기 멀리 있는 어딘가를 향해 나아갈 것을 궁구할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내 삶의 어느 부분이 막혀있는지, 어떤 해묵은 것을 몰아낼지를 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이 질문, 왠지 익숙하다. 그렇다. 이사하는 날 수북이 쌓인 잡동사니들을 바라보며 나는 같은 질문을 던졌었다. 그리고 그때 버린 것이 무엇이든 버린 만큼 가벼워졌고, 또 자유로워졌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그래서 일까. 올봄에는 대지에 충만한 이 목기(木氣)를 무조건 앞을 향해 달려가기 보다는, 막힌 데를 소통시키고 묵은 것을 비우는 데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봄을 기회로 삼은 사람들


여기, 봄철의 넘치는 목기(木氣)를 기회삼아 '소통'에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먼저 이동원(李東垣). 이동원은 중국 금·원 시대에 활약했던 네 명의 이름난 의사, 이른바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 중 한 명으로 우리 몸에서 비위(脾胃)의 중요성을 제창한 보토파(補土派)의 수장이기도 하다. 그는 종종 봄의 목기(木氣)를 이용하여 비위에 습담(濕痰)이 쌓인 환자들을 고쳤다고 전해진다.


그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화창한 봄날, 그 중에서도 하루 중 목(木) 기운이 가장 센 묘시(卯時; 오전 5~7시)나 진시(辰時; 오전 7~9시)가 되기를 기다린다. 그런 다음 환자에게 약을 먹이거나 환자의 목구멍을 비녀나 닭의 깃으로 찔러 토하게 한다. 그렇게 하면 환자는 오랜 시간에 거쳐 비위에 쌓인 담음(痰飮)이나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食積) 등을 토해내는데, 아무리 병증이 심한 환자라도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하고 나면 속이 편안해 졌다고 한다. 목(木) 기운의 위로 뻗쳐오르는 성질, 그리고 그것이 토기(土氣) 즉 비위(脾胃)의 기운을 극(剋)한다는 점을 치료에 이용한 것이다.


봄에는 토하게 한다”는 것은 봄에 만물이 싹터 나왔을 때 김매고 잡초를 제거해주는 것을 본뜬 것인데, 토하게 하면 울체되었던 양기를 쉽게 통하게 한다. 


─ 『동의보감』, <吐>, 법인문화사, 1000쪽.


환자를 일부러 토하게 한다니. 전혀 우아하지도, 고상하지도 않은 치료법이지만 그래도 생각해보면 앞서 보았던 봄맞이 대청소와 원리상으론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봄의 목기(木氣)를 이용하여 울체(鬱滯)된 기운을 뚫어 소통시킨다는 점에서는 말이다.


한편 이런 경우도 있다. 이번엔 금원사대가의 막내 주단계(朱丹溪)의 일화다. 옛날 어떤 여자가 시집을 갔는데 어느 날 남편이 장사하러 나가더니 2년이 지나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여인은 남편을 기다리면서 밥도 못 먹고 괴로워하면서 바보처럼 누워서 잠만 자려고 했다. 이때 주단계가 이 여자를 보더니 감정을 건드려서 장장 6시간 동안 크게 화내고 울게 하였는데, 그러고 나니 여자가 밥도 먹고 병이 나았다고 한다. 여자가 생각이 지나쳐 생각을 주관하는 비(脾)의 기(氣)가 맺혀서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되었다고 판단한 주단계가 목기(木氣)에 해당하는 분노를 일으켜 토기(土氣) 혹은 비기(脾氣)를 자극한 것이다. 이 역시 목(木)이 맺힌 것을 뚫어 통하게 하는 원리를 이용한 치료법이다.   


아무튼 이래저래 뭉치고 막힌 것을 풀어내는 데엔 ‘목기탱천(木氣撑天)’한 봄만큼 좋은 계절이 없다는 사실! 그래서 중국 철학의 고전 『회남자(淮南子)』에서는 군주로 하여금 이런 계절의 기운에 순응하는 덕으로써 백성을 다스릴 것을 권한다. 그 중에서도 중춘(中春) 즉 묘월(卯月; 3월)에 해당하는 항목을 들여다보자.   


이 달에는 돋아 나오는 새싹을 편안하게 해주고, 짐승의 어린 새끼들을 보호하고, 의탁할 데 없는 고아들을 위로한다. ...... 옥사(獄事; 감옥)를 다스리는 관리에게 명하여 갇혀 있는 죄수로서 죄가 가벼운 자를 용서하고, 죄인의 수갑과 족쇄를 벗기고, 사형이나 태형(苔刑) 등 큰 형벌을 없게 하며 옥사(獄事)를 중지시켰다.


─ 『여씨춘추 12기』(상), 정영호 옮김, 자유문고, 2006. 55쪽. (김동철∙송혜경, 『절기서당』, 북드라망, 2013. 45쪽에서 재인용.)


요컨대 봄이 만물을 살리고 발육하는 힘을 본받아 막 태어난 것들을 잘 자랄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한편, 갇히고 묶인 것들은 활짝 열어 통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 여기서 느껴지는 군주의 태도는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그것처럼 더없이 부드럽고 자애롭다. 이 계절, 나의 몸과 마음 씀씀이를 운용함에 있어서도 꼭 새겨두고 싶은 구절이다.   



머리에 뿔날 땐, 각손(角孫)혈!


그러나 제대로 순환되지 않은 목기(木氣)는 몸의 질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목(木)의 기운은 우리 몸의 장부 중에서 간(肝)을 주관하는데, 간은 정기신(精氣神) 특히 음식물과 감정을 소화하고 배설하는 역할을 한다. 목(木)의 뻗어나가는 추진력이 음식과 감정을 잘게 부수어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작용이 과도하면 간이 스스로 그것을 제어하지 못해 간 기능에 문제가 생기거나, 간과 연결된 눈이 충혈되고 근육이 떨리는 등의 증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더군다나 봄에는 목(木)이 토(土)를 극(剋)하는 원리에 따라 우리 몸에서 토(土)에 해당하는 장부인 비(脾)와 위(胃)의 기운이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따라서 봄이 오면 음식물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여 몸에 기혈(氣血)이 부족해지는 바람에 전신이 피로해지고 정신이 몽롱해지기도 하는데, 이것이 흔히 말하는 춘곤증(春困證)이다. 한편 『황제내경』에서는 봄에 자주 발생하는 질환으로 ‘코피(鼻衄)’을 꼽는다. 위로 솟구치는 목(木)의 작용으로 인해 머리 쪽으로 쏠린 열기가 코 속의 약한 혈관을 통해 터져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봄만 되면 가슴으로 분노가 자주 치밀어 오르고 잦은 두통과 눈병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역시 모두 목(木)의 위로 뻗어오르려는 기운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준비해 봤다. 올 봄에 넘쳐나는 목기(木氣)를 부드럽게 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혈자리! 다름 아닌 '각손혈(角孫穴)'이다. 각손혈은 그 자체로 목기(木氣)가 충만한 혈자리다. 우선 혈자리의 위치부터 살펴보자. 각손혈은 귀를 반으로 접었을 때 접히는 선 맨 윗부분이 머리에 닿는 부위, 즉 귀가 머리에 붙은 경계에서 머리카락이 시작되는 부분에 있다. 안경을 쓴 사람은 대체로 안경다리가 꺾어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람에 따라 입을 벌리면 이 부분이 약간 오목하게 들어갔다가 다물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각손혈이 있는 자리가 동물로 치면 뿔이 나는 자리다. 그렇다. 뿔이 나는 곳이라 하여 '뿔 각(角)' 자를 써 혈 이름을 각손혈(角孫穴)이라 하였다고 한다. 내 귀 옆에도 뿔이 나는 자리가 있다니.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의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는 혈자리다. 그런데 더욱 재밌는 건 이 뿔이라는 게 동물의 몸에 있어선 뻗어 오르는 목기(木氣)의 상징이라는 사실이다. 식물에 솟아나는 줄기와 가지가 있다면 동물에게는 뿔이 있는 셈.


하지만 여기서 뿔이 목(木)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는 건 단순히 그 형상만을 두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오래 전부터 동양에서는 인간이 우주 만물과 감응하는 수단으로서 소리를 중시하였는데, 그렇게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소리를 분류한 방법 중 하나가 '궁상각치우(宮商角微羽)'의 오음(五音) 시스템이었다. 그 중에서도 각음(角音)은 뿔피리를 불어 내는 소리로, 새벽을 깨우는 닭의 울음소리처럼 힘 있게 멀리까지 뻗어나간다 하여 목(木)에 배속되었다.


실제로 뿔피리의 각음(角音)은 그것이 지닌 추진력 때문에 옛날 군대를 진두지휘하는데 쓰였다고 한다. 형상이 곧 그것이 내는 소리로까지 이어진다니, 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뿐만 아니라 하늘 길을 수놓는 28개의 별들(28宿) 중 봄에 동쪽 하늘에서 가장 먼저 관측되는 별자리의 이름에도 '각(角)' 자가 붙여지는 등, 이래저래 뿔(角)은 동양의 사유 체계에서 목기(木氣)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렇다면 다시 각손혈로 돌아가 보자. '각(角)'이 뿔이라면 '손(孫)' 자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손(孫)은 보통 '손자'를 뜻하는 글자로 쓰이는데, 그만큼 어리고 여리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즉 각손혈이 있는 귀 위쪽 부분에는 대장경, 담경, 삼초경에 속하는 작고 미세한 경락들이 지나가는데, 그 모습이 마치 새싹이나 봄철의 얼음이 처음 녹는 것처럼 미약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결국 각손혈(角孫穴)은 뿔이 나는 미약하고 여린 곳에 자리잡은 혈자리인 것이다. 위에서 각손혈이 그 자체로 '목기(木氣) 충만'이라 했던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각손혈은 봄철에 과다한 목(木)의 기운으로 발생하는 두통이나 눈병, 이명(耳鳴)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인 혈자리다. 특히 봄에 생기는 두통은 몸에 담(痰)이 있거나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의 사기(邪氣)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수소양삼초경(手少陽三焦經)을 따라 머리까지 올라가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 두통이다. 이럴 때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 뒤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각손혈을 꾹꾹 눌러주면 좋다. 각손혈에 모여있는 목기(木氣)가 순환하면서 뭉친 것을 풀어주고 사기를 흩어버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봄에는 넘치는 목기(木氣)를 주체하지 못하여 화를 내기 쉽다. 그처럼 감정이 상하고 분노가 치밀어 머리에 뿔이 날 것 같을 때, 봄의 혈자리 각손혈을 떠올려 보자. 몸의 상부로 치솟는 목기(木氣)를 잘 달래어 온몸으로 고루 순환시켜 줄 것이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봄처럼 자애로운 마음으로 세상과 만날 때라야 주어지는 보너스 같은 것이겠지만.


장예진(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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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옥희 2014.03.11 23:41 답글 | 수정/삭제 | ADDR

    뿔따귀 날 때 화가 머리 위로 솟구친다 하는데,
    그럴 때 뿔이 있는 혈을 문질러 뿔(불?)을 달래는 거네요~?
    눈 충혈되고 화날 때 뿔자리 혈 꾺꾺 눌러주면 된다는 거~! 감사감사.

    • 북드라망 2014.03.12 13:47 신고 수정/삭제

      뿔을 뿔로 다스린다는 표현~ 기억하기 쉽네요. ^^
      꾸욱꾸욱~ 지압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