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삶은 전쟁이다 - 지수사괘

'전쟁의 달인'이 되는 법



서유기는 삼장법사와 세 명의 제자들이 서역에 가면서 겪는 구법의 여행기이다. 말이 여행기이지 요괴와 싸우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과(正果)를 얻기 위해 81개의 어려움을 통과해야 하니 구도를 향한 여정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손오공은 재주가 뛰어나다. 하여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자는 무자비하게 죽이기 일쑤다. 이런 손오공에게 스승인 삼장법사는 출가자는 선을 행하고 자비를 으뜸으로 삼아야 한다고 귀가 따갑게 강조한다. 



그에 반해 손오공은 악은 무조건 싸워야 한다고 불굴의 투지를 불태운다. 모름지기 악은 송두리째 없애야 하는 법! 이것이 손오공의 논리다. 사실 손오공의 말이 훨씬 현실적으로 들린다. 요괴는 사람을 해치는 괴물이니 감상에 젖었다간 한순간에 목숨이 날아간다. 자비와 투쟁. 자비를 가슴에 품고 잔악무도한 요괴와 싸워야 하는 험난한 전쟁. 어쩌면 이런 전쟁을 우리는 매 순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기심과 이타심과의 전쟁. 출가자뿐 아니라 우리도 내면의 이기심과 싸워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함께 사는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역의‘지수사’괘는 전쟁에 대한 깨알 같은 지혜를 들려주고 있다.



지수사 괘사


師 貞 丈人 吉 无咎 (사 정 장인 길 무구)
사는 바름이니, 어른이라야 길하고 허물이 없으리라.


땅과 물로 구성되어 있는 지수사괘

지수사는 전쟁의 괘이다. 전쟁은 바른 마음과 더불어 어른이 해야 길하다고 말한다. 무슨 뜻일까. 전쟁을 힘으로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애송이가 틀림이 없다. 손오공처럼 자신의 힘만 믿고 적을 마구 죽이는 것처럼 말이다. 전쟁은 힘이 아니라 바르게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예컨대 구도를 향한 목적하에서만 전쟁은 인정된다는 말이다. 이런 판단은 아이가 아닌 경험이 풍부한 어른의 지혜에서 나온다. 바른 판단을 통한 전쟁이 아니면 전쟁에서 이기고도 허물이 생긴다. 손오공은 요괴와의 전쟁에서 이겼지만 자비심이 결여된 채 생명을 무자비하게 죽였기에 삼장법사에게 파문을 당했던 것이다. 이렇듯 목적을 상실한 전쟁은 반드시 허물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괘의 위는 땅괘(☷ : 건삼절)이고 아래는 물괘(☵ : 감중련)로 지수(地水)가 된다. 지수는 사(師)이다. 사는 군사가 하나가 되어 나간다는 의미이다. 효상을 보면 모두가 음효이고 구이만이 양효다. 구이 양효는 리더고 나머지 음효는 군사가 된다. 리더의 역할을 하려면 누구나가 인정하는 전쟁을 해야 군사가 한마음이 되어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손오공과 삼장법사가 사사건건 충돌한 것도 요괴와의 전쟁에서 손오공이 전쟁의 목적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가 힘 있는 자들이 빠지는 함정이다. 무조건 힘으로 찍어 누르는 전쟁은 죽음을 불러온다. 나중엔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전쟁이 되고 말 것이다.

 

彖曰 師 衆也 貞 正也 能以衆正 可以王矣 (단왈 사 중야 정 정야 능이중정 가이왕의)
단전에 이르길 사는 무리요 정(貞)은 정(正)이니 능히 무리를 바르게 하면 가히 써 왕이 되리라.
剛中而應 行險而順 以此毒天下而民 從之 吉 又何咎矣 (강중이응 행험이순 이차독천하이민 종지 길 우하구의) 
강한 것이 중을 해서 응하고, 험한 데를 행하면서 순하게 하니 이로써 천하를 혹독하게 하되 백성이 이에 따르니 길하고 또 무슨 허물이 되리오.


象曰 地中有水 師 君子 以 容民慉衆 (상왈 지중유수 사 군자 이 용민휵중)
상전에 이르기를 땅속에 물이 있음이 사니, 군자가 이로써 백성을 용납하고 무리를 기르느니라.

(師)는 무리를 말한다. 구이는 바른 목적으로 무리를 훈련시키고 있다. 물괘(☵: 감중련)는 험한 곳을 뜻한다. 물괘는 험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양효(陽)인 구이가 군사를 이끌고 전쟁을 나간다. 또한 땅괘(☷: 건삼절)도 모두 음으로 구이 외에 모든 효가 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효는 모두 양효인 구이(九二)를 따른다. 모든 음이 구이를 따르니 구이는 바른 목적으로 무리를 이끌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명분 없는 전쟁에 백성의 마음이 움직일 리 없다.


전쟁은 혹독하다. 그러므로 아무 때나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부득이 한 상황을 백성이 이해한다면 혹독함을 마다하지 않고 따르게 될 것이다. 전쟁을 하려면 백성을 이해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즉 명분이 중요하다. 명분 없는 전쟁에 백성의 마음이 움직일 리 없다. 손오공이 자신의 힘자랑이 아니라 구도의 여정을 위해 요괴와 싸울 때 그 싸움이 의미가 있듯이 말이다. 목적이 확실한 전쟁은 아무리 혹독할지라도 백성들이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따르므로 길하고 허물이 없다.   

   

지수사 효사


初六 師出以律 否 臧凶 (초육 사출이율 부 장흉)
초육은 군사가 나가는 데 법률로써 해야 하니 그렇게 하지 아니하면 비록 착하더라도 흉하니라.

象曰 師出以律 失律 凶也 (상왈 사출이율 실률 흉야)
상전에서 말하기를, 군사는 규율을 지켜 나아가야 하니 규율을 잃으면 흉하니라.

이제 전쟁은 시작되었다. 어떤 순서로 해야 하는가. 전쟁에서 군율을 세우는 일이 가장 먼저다. 군율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전쟁에서 중심 잡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착하기만 하면 복을 받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다. 전쟁에서도 그런 논리가 통할까. 군대 윤리가 작동하지 않으면 아무리 착한 사람일지라도 백전백패를 면할 수 없다. 전쟁은 혼란 그 자체다. 생명을 위협하는 그 아수라장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군율은 군력보다 선행되어야 할 보이지 않는 전투력인 것이다.  



九二 在師 中 吉 无咎 王三錫命 (구이 재사 중 길 무구 왕삼석명)
구이는 군사에 있어서 중을 하기 때문에 길하고 허물이 없으니 왕이 세 번 명을 주도다.


象曰 在師中吉 承天寵也 王三錫命 懷萬邦也
(상왈 재사종길 승천총야 왕삼석명 회만방야)
상전에 이르기를 군사에서 중을 하고 길하다는 것은 천자의 총애를 받듦이요, 왕이 세 번 명을 준다는 것은 일만 나라를 내 품으로 포용함이라.


구이는 군대를 책임지는 리더다.

구이(九二)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전체 괘에서 양으로 리더의 역할을 수행한다. 위치도 내괘에서 가운데에 있다. 육오(六五)의 효는 왕의 자리이다. 왕은 음(陰)으로 스스로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모든 권한을 구이에게 주었다. 상전에 총(寵)이란 표현이 재미있다. 우리가 보통 총애한다고 할 때 그 총이다. 총이란 애(愛)보다 더 농도가 깊은 뜻을 지녔다. 단순히 사랑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왕이 장수를 끝까지 믿고 신뢰할 때만이 왕의 전권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총애에 객관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왕이 보기에 믿고 신뢰할 수 있으면 된다. 그렇다고 총이 장군과 왕의 믿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은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백성을 살리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때 왕은 자신의 전권을 장수에게 이양하는 것으로 모두를 살리는 길을 걷게 된다. 이런 선택은 생각보다 위험스럽다. 전권을 가진 장군이 언제든지 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은 애민하는 마음으로 장수를 총애해야 한다. 이런 전제에서 왕은 장수를 임명하고, 독려하고, 승리를 빌며 전쟁터에 보내는 세 번의 명을 주게 되는 것이다.

 

六三 師或輿尸 凶 (육삼 사혹여시 흉)

육삼은 군사가 혹 여럿이 주장하면 흉하리라.


象曰 師或輿尸 大无功也 (상왈 사혹여시 대무공야)
상에 이르길 군사가 혹 여럿이 주장하면 크게 공이 없으리라.

아무리 전쟁 중이라도 제멋대로 하는 자들이 꼭 있기 마련이다. 바로 육삼(六三)이 그런 자이다. 한마음 한뜻으로 마음을 모으지 않는 자는 한심한 자들이다. 하지만 주역은 단순히 그들의 문제로 몰아붙이지는 않는다. 육삼이 삐딱한 것은 양자리에 음이 있어서라는 것. 이것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육삼이 자기 자리를 모르고 엉뚱한 곳을 차지하고 있음을 뜻하기도 하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자리에 있으므로 만족할 수 없는 조건에 있다는 것이다. 원래 나쁜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조건이 사람을 만든다는 것을 주역은 잘 보여준다. 


사오정왈 : 모두들 힘을 합쳐 애쓴다면 어느 때고 성공할 날이 올 거야!


주지하듯 주역은 점을 치는 책이다. 주자는 이 효가 나오면 수레에서 송장을 잔뜩 실어야 하는 것으로 해석하라고 한다. 전시 상황에서 잡음이 들리는 것은 패전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효가 나오면 무조건 낙담할 것인가. 이때 사오정의 지혜가 필요하다. 사오정은 서역 여행 중에 어떤 험난한 상황이 오더라도 다음과 같이 다짐한다. “모두들 힘을 합쳐 애쓴다면 어느 때고 성공할 날이 올거야.” 이것은 낙관적인 태도라기보다는 구도에 대한 강한 집중력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떤 상황에도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상황은 전환되기 마련이다. 변화의 도. 이것이 주역의 묘이지 않는가.

六四 師左次 无咎 (육사 사좌차 무구)
육사는 군사가 왼쪽으로 물러남이니 허물이 없으리라.


象曰 左次无咎 未失常也 (상왈 좌차무구 미실상야)
상전에 이르기를 좌차하여 허물이 없는 것은 떳떳함을 잊지 아니함이라.

좌천이라는 말이 있다. 낮은 관직이나 지위로 떨어지거나 외직으로 전근된다는 뜻이다. 왼쪽은 힘이 없는 자리이고, 오른쪽은 힘이 있는 곳이다. 육사(六四)는 음의 자리에 있는 음으로 주제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다. 육삼이 자신의 본분을 잊고 날뛰는 것과는 아주 다른 면모다. 육사는 상황이 불리한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후퇴를 통해 일진일퇴의 전략을 구사한다. 일단 상대를 알고, 지리적인 조건의 파악이 급선무라는 것.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이란 무작정 싸우는 것이 아니라 후퇴를 하더라도 조건을 면밀히 살피라는 것. 이런 의미에서의 후퇴는 지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전략이다. 이런 확실한 전략 위에서 후퇴할 때 군대는 사기를 잃지 않고 떳떳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역은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지피지기백전불태’이란 무작정 싸우는 것이 아니라 후퇴를 하더라도 조건을 면밀히 살피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의 후퇴는 지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전략이 된다. 이런 확실한 전략 위에서 후퇴할 때 군대는 사기를 잃지 않고 떳떳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역은 말하고 있다.

六五 田有禽 利執言 无咎 (육오 전유금 이집언 무구)
육오는 밭에 새가 있거든 잡으라고 말하는 것이 이로우니 허물이 없으리라.
長子 솔師 弟子 輿尸 貞 凶 (장자 솔사 제자 여시 정 흉)
장자가 군사를 거느리니 제자가 여럿이 주장하면 바르게 하더라도 흉하리라.

六五 田有禽 利執言 无咎 (육오 전유금 이집언 무구)
육오는 밭에 새가 있거든 잡으라고 말하는 것이 이로우니 허물이 없으리라.
長子 帥師 弟子 輿尸 貞 凶 (장자 솔사 제자 여시 정 흉)
장자가 군사를 거느리니 제자가 여럿이 주장하면 바르게 하더라도 흉하리라.


象曰 長子솔師 以中行也 弟子輿尸 使不當也 (상왈 장자솔사 이중행야 제자여시 사부당야)
상전에 이르길 장자가 군사를 거느린다는 것은 중으로써 행함이요 제자가 여럿이 주장한다는 것은 부림이 당치 않음이라.


농사를 지으면 백성들이 먹어야 하는데 그 밭을 해치는 새가 있다면 마땅히 잡아야 한다. 누가 새를 잡으라고 할 것인가. 이런 명령은 왕만이 할 수 있다. 육오(六五)는 왕의 자리이다. 왕은 백성들을 위해 새를 잡아야 한다. 하지만 아무에게나 새를 잡을 권한을 주면 안 된다. 왕의 뜻을 모르는 졸개를 잘못 선택하면 새를 잡기는커녕 밭만 망치게 된다. 왕의 뜻을 제대로 아는 자를 잘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쟁의 목적과 적절한 장수가 제대로 매칭돼야 정당한 전쟁일지라도 승리할 수 있는 법이다.   

上六 大君 有命 開國承家 小人勿用 (상육 대군 유명 개국승가 소인물용)
상육은 대군이 명을 두니 나라를 열고 집을 이음에 소인을 쓰지 말지니라


象曰 大君有命 以正功也 小人勿用 必亂邦也 (상왈 대군유명 이정공야 소인물용 필란방야)
상전에 이르길 대군이 명을 둔다는 것은 공을 바르게 함이요. 소인을 쓰지 말라는 것은 그 소인이 반드시 나라를 어지럽히기 때문이라.

이제 다섯 효의 스텝을 거쳐 어렵게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승리를 했으니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지만 주역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쟁에서 이긴 후 논공행상을 정확히 하라는 것. 공이 있는 신하에게 제후국을 떼어주거나 연금을 주듯 녹을 주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소인배에게는 아무리 공을 세워도 땅이나 연금을 주지 말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아무리 소인배라도 공을 세웠으니 안면 몰수 할 수 없는 법. 그렇다면 그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 크게 포상을 주고 끝내야지 땅이나 연금을 계속 주는 것은 피하라고 한다. 시간이 지속되면 세력을 키우게 되므로 한방에 몰아주고 끝내라는 예리한 조언이다. 


이제 우리도 전쟁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다시 손오공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는 81개의 고난을 겪으면서 구도를 향한 집중력을 키워갔다. 14년의 여정을 통해 자신이 넘어야 할 잔인함, 인내심, 자비심과 싸웠던 것이다. 마침내 자신과의 전쟁이 끝이 났다. 전쟁이란 단순히 전투력으로 하는 게 아니다. 바른 마음이 전제될 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으며 전쟁이 끝나도 결과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 손오공은 이제 손오공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었다. 투전승불(鬪戰勝佛  : 싸워서 이겨 부처가 되다.)이 되어 전쟁의 지혜를 나누는 고귀한 자가 된 것이다. 이렇듯 전쟁이란 지금과 다른 삶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이기심을 넘기 위해서는 자신과의 전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손오공이 81난의 전투를 통해 자신을 고귀한 존재로 변화시켰듯이 그런 전쟁을 우리도 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부터 지수사의 지혜로 전쟁을 통한 자기 변신의 여정을 떠나보기로 하자.^^



박장금(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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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고부승 2014.02.14 10:21 답글 | 수정/삭제 | ADDR

    와~엄청나네요...자신과의전쟁이랴^^

    • 북드라망 2014.02.17 09:20 신고 수정/삭제

      자신과의 싸움, 살다보면 이런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