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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포토로그

[북포토로그] 괴로움을 스스로 만들어 내지 말기

by 북드라망 2025. 7. 9.

괴로움을 스스로 만들어 내지 말기



아직도 잘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저희 아이 시력이 이렇게나 많이, 그것도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떨어진 것을요!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속눈썹이 찔려 꾸준히 지켜보다 작년에 대학병원에서 수술했습니다. 그때만해도 특별한 이상없이 괜찮았는데요, 언젠가부터 영상을 볼 때 옆으로 보는가 싶더니 결국엔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눈이 불편해보인다고 말입니다.

요 몇주간 여러번 안과를 방문하고 있는데요, 속눈썹은 전혀 눈을 찌르지 않는다는 의견을 듣고 급격하게 진행된 근시가 문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이제껏 아이 눈에 관련된 것은 잘 지켜봐왔는데…(그렇게 생각했는데) 아이가 안경을 써야한다니 또 눈 특성상 근시가 더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고 하는 말에 속상했습니다. 속눈썹 찔림 수술 이후로 안과를 6개월마다 방문해야 하는데, 여러 이유로 가지 못했고 두 달 전 학교에서 한 건강검진에서도 시력이 낮게 나왔지만 믿지 않았습니다. 보통 국가검진기관에서 하는 것처럼 대충하는 것처럼 보였고 분명 불과 1년 전, 유명한 대학병원에서의 결과에서 아무 이상이 없었거든요.

사실 생각해보면 시력이 나빠진 것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닌 듯 합니다. 몸 다른 곳이 크게 아픈 것도 아니고 안경으로 나름 간단히(!) 교정할 수 있죠. 그제서야 다른 안경쓴 아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렇게나 많은 아이들이 안경을 쓰고 다녔다니! 왜 이렇게 갑자기 눈이 나빠진 것이느냐는 제 질문에 의사는 대답했습니다. “그저 아이 눈이 이런 것”이라고요. 여러 자료를 찾아보아도 시력은 유전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주변에서 아무리 이렇게 이야기해주어도 자꾸만 왜 더 빨리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을까하는 후회와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싯다르타가 보기에 생로병사는 그 자체로 모든 괴로움의 원천이었다. 부자건 빈자건 여자건 남자건 건강한 이건 병약한 이건, 누구도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과연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없을까? 절실하고 절박했다.”(<청년 붓다>, 고미숙 저, 북드라망, 18쪽)


이 구절을 읽다가 문득, 제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어야 하고, 눈은 물론 몸의 형상은 병들고 죽음으로 향해갈텐데(이것이 당연한 진리인데) 나는 왜 괴로움을 스스로 만들고 있는 걸까라고 말입니다. 이제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아이의 눈에 대한 것들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몇년 전, 예전에 감이당에서 에세이 발표를 할 때 고미숙 선생님께서 육아하는 사람들이 불경을 읽어야 한다는 말씀이 다시 떠오릅니다. 앞으로도 넘어아야 할 산이 많겠지만 그때마다 좀 더 평온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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