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게도 아이에게도 지켜보는 돌봄
6월 초에 아버지께서 백내장 수술을 받으셨다. 노년백내장 수술은 비교적 간단하고 노인 혼자 가셔서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양 눈을 한꺼번에 하지 않고 한쪽 눈씩 이틀에 걸쳐 하시므로), 혹여나 익숙지 않아 넘어지시는 일이 생길까 하여 병원에 동행했다. 수술 전 간단한 체크 검사 등을 할 때 아버지를 따라 일어섰더니 앉아 있으라고 하신다. 사실 아버지가 늘 다니시던 병원이고, 검사 위치 등도 아버지가 당연히 잘 아시는데, 뭔가 부축해 드려야 할 것 같은 느낌으로 내가 움직였던 것이다. 아직 수술 전이라 안 보이시는 것도 아닌데.....
수술 자체는 20여 분 정도. 수술 후 한 달 정도 조심하는 것이 관건이다. 열흘 정도는 머리 감기도 숙여서 하지 말고, 미용실 등에서 머리 감듯 뒤로 젖혀서 하길 권고하고, 잘 때에 반드시 보호대를 하라고 권고한다. 어머니가 5년 반 전 돌아가신 후 아버지 혼자 사신다. 스무 살 무렵부터 사회생활을 해오면 이것저것 경험 많은 아버지이시지만, 집안일과 관련해서는 서툰 편이시고, 그걸 아니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다행히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를 짧은 기간 청소하기, 세탁기돌리기, 밥하기, 간단한 반찬하기 등을 훈련(?)시켜 두셔서 한시름 덜었지만.)
그런데 사실 이런 걱정은 대부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예컨대 머리를 오랫동안 못 감으시면 찝찝하실 텐데, 주변 미용실을 알아봐 드려야 하나, 등등 고민하다 깜박했는데, 당신께서 알아서 며칠 뒤 동네 미용실에 가서 잘 감고 오셨다. 그뿐 아니라 병원도 원래 혼자 잘 다니시고(동생과 엄마 등의 투병 때 돌본 경험으로 대형병원의 복잡한 시스템에도 사실 나보다 능숙하게 처리하시는 정도...;;;), 주변에 서로 안부를 매일 묻는 친구분이며, 챙겨주는 친구분 등 친구도 많으시다.
문득 아이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할 필요가 없는 걱정을 하거나, 혼자서 잘할 수 있는 것을 도와주려 하고 있지 않나. 노인이 된 아버지께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든 딸아이든 도움을 필요하면 얼마든지 청할 수 있는 상태(말을 할 수 없거나 도움이 필요한지 어떤지를 알지 못하는 상태가 아니라는 점)인데, 지레 내 염려로 내 판단으로 재단하며 '돌봄'이 필요하게 만드는 건 아닌가. '잘 지켜보는 돌봄'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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