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실 세미나에서의 청년들과 간디의 만남]
몸도 마음도 ‘스와라지’하는 삶
한도경(남산강학원)
자기 통제란 무엇인가?
나는 최근 아픈 몸으로 인한 번뇌가 있었다. 넘치는 공부 의욕과는 달리, 체력이 받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몸이 아픔으로 인해 마음의 고통까지 함께 찾아왔다. 곰샘은 “공부에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러나 나는 그 말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나는 진심으로 하고 싶은 세미나만 참여했다. 그동안 새로운 세미나가 열릴 때마다 친구들에게 같이 하자는 유혹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나는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고, 원하는 세미나만을 신청해서 공부했다. 그런데 왜 내가 주도권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거지?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스와라지’는 (…) 일반적으로 ‘자치’나 ‘독립’으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간디에게는 ‘스와(자기)’ ‘라지(통제)’, 다시 말하면 ‘자기 통제(self-control)’인 것입니다.”(67p) “간디에게는 자기 통제와 욕망의 억제가 바로 ‘진정한 자유’를 획득하는 길이었던 것입니다.”(133p) – <간디의 물음>, 나카지마 다케시 지음, 김영사 –
나는 지금까지 내 삶을 나름 잘 통제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간디와 나의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간디는 자기 통제를 통해 진정한 자유를 획득했다. 반면, 나는 몸도 마음도 외부 조건에 예속되었다. 그렇다면 간디의 자기 통제와 나의 자기 통제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맹목적인 자기 통제
우선, 내 삶의 자기 통제는 어떠한 방식이었는지를 되돌아보았다. 내 20대의 삶은 취업을 위한 자기 통제였다. 공기업 취업을 목표로 스펙을 쌓는 삶이었다. 학점 4.0 이상을 받기 위해 복수 전공을 했고, 경영학부 회계 전공에서 2등으로 졸업을 했다. 취업에 필수인 토익 점수도 910점까지 올렸다. KT&G에서 하는 파란 바다 만들기 캠페인도 참여하고, 국세청과 한국철도공사에서 인턴 경력도 쌓았다. 그 외에도 공기업에 취업이 안될 때를 대비해, 차선책으로 전산회계 자격증, 증권투자 상담사 자격증, 항공권 발권 자격증 등을 취득했다. 그 역시도 안될 때를 대비해 공무원 시험도 동시에 준비했다. 그리고 20대 후반에 드디어 공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내 30대의 삶은 사회생활을 위한 자기 통제였다.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삶이었다. 회사는 이익집단이다. 일보다는 정치를 잘하는 사람이 더 유리하다. 그러나 나는 사내 정치를 혐오했다.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일로써 나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 주변에는 나를 견제하는 남자 동기와 시기 질투하고 텃세 부리는 여자 선배들이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나를 깎아내릴 만한 조금의 빈틈도 제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일을 강박적으로 완벽하게 해내려고 노력했다. 결국은 그들 밑에서 일하지 않고, 동등한 팀장의 위치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 끝에 찾아오는 것은 허무와 우울뿐이었다.
이처럼 내 삶의 자기 통제는 맹목적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삶.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가는 긴장된 삶의 연속이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위한 자기 통제, 경쟁에서 이기고 나를 지키기 위한 자기 통제였다. 그렇게 나는 진정한 삶의 비전도 방향도 없이, 말 그대로 ‘열심히’ 만 했다. 심장이 다 타서 내 몸에 상처가 나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나의 자기 통제는 자유를 획득하는 길이 아닌, 오히려 길 잃은 욕망에 예속된 삶이었다. 반면에 간디는 ‘자치’와 ‘독립’이라는 자기 삶의 비전과 방향이 확실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곤경에서도 좌절하는 법이 없었다. 자신이 서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갔을 뿐이다. 이것이 간디의 자기 통제와 나의 자기 통제의 차이다.
주도적인 자기 통제
올해 나는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공부를 찾고 싶다. 그 공부를 잘하게 되었을 때, 그 공부로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삶에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내 삶의 비전을 세웠다.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일하는 삶이 아닌, 자율적으로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 그 비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찾고자 이곳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맹목적인 삶으로부터는 해방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도 그 비전을 실현할 구체적인 방향은 설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여전히 불안했던 것 같다. 불안한 마음은 나를 일하듯이 공부하도록 만들었다. 온몸에 잔뜩 힘을 준 상태로 몸을 태우면서.
“대체로, 몸을 제멋대로 함으로 인해 약해진 몸에 거주하는 마음 역시 나약합니다. 마음의 힘이 없는 곳에는 영혼의 힘도 있을 수 없습니다.” – <힌두 스와라지>,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 지음, 지식을 만드는 지식, 117p –
간디의 말처럼 약해진 몸에 거주하는 내 마음의 힘은 나약해졌다. 판단력도 흐려졌다. 영혼의 힘도 없었기에, 체력에 비해 과도한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엉뚱한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것에 속아 세미나를 줄이는 방식으로 수동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제야 나는 곰쌤이 왜 “공부에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는지 알 것 같다. 수동적인 태도는 자칫 잘못하면 내가 지금 공부하지 못하는 이유를 내 체력 탓, 환경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최상의 조건과 환경이 주어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건강하면 돈이 없을 수 있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을 수 있고, 시간이 있으면 가정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장애물은 언제든 도처에서 튀어나올 것이다.
장애 속에서도 하고 싶은 걸 해내는 것이 진짜 공부다. 나의 장애물이 체력과 불면증이라면, 그것들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방향으로 내 일상을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체력뿐만이 아니라, 어떠한 장애물이 찾아와도 내가 정한 방향과 비전을 향해 리듬을 맞춰 나가는 것. 이게 바로 내 삶에 주도권을 갖는 것이다.
달팽이처럼 나아가기
다행히도 최근 나는 내 예상보다 빨리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았다. 바로 아유르베다, 인도 의학이다. 아직은 그에 대해 아는 것도 거의 없고, 준비해야 할 것들도 많다. 그러나 이제는 완벽하게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 따윈 없다. 신기하게도 더 이상 조급하지도, 불안하지도 않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고 충만하다. 맹목적이지 않기에, “선한 것은 달팽이처럼 나아가는 것”이라는 간디의 말처럼,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내가 원하는 방향을 향해 뚜벅뚜벅 한 걸음씩 내디딜 뿐이다.
간디가 말하는 ‘자기 통제’는 진정한 자유를 획득하는 길이다. 자신의 몸이 자기 의지에 충실한 종이 되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나 역시 자유로운 공부를 하려면 내 일상을, 몸과 마음을 ‘스와라지’ 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나의 몸을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그에 맞게 일상 속에 공부하는 신체를 위한 운동 시간과 공부 시간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 그 배치 안에 능동적으로, 릴랙스한 상태로 내 몸을 맡기는 것. 그것이 진짜 공부의, 그리고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길이다.
요즘 매일 최소 만보 걷기를 실천하고 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몸에 많은 변화를 느낀다. 예전만큼 열이 올라 얼굴이 빨개지는 일이 거의 없다. 항상 들떠있던 목소리도 예전보다 많이 차분해졌다. 주변에서도 “살 빠진 것 같다,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을 듣는다. 물론 아직도 체력은 회복 단계에 있다. 여전히 불면증도 겪고 있다. 허나, 해야 할 공부와 숙제가 쌓여 있어도, 잠을 많이 못 자도, 몸이 힘들어도 더 이상 마음은 힘들지가 않다. 나도 이런 내가 신기하다.
나는 이제 막 새로운 길에 들어선 어린아이와 같다.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 잘 되는 건 잘 되는대로, 안 되는 건 안 되는대로 흘려보낼 수 있어야 한다. 대신, 일상을 알차게 살아가되 멈추지만 않는다면, 어느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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