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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씨앗문장

조선시대에도 숙취는 칡으로? 200년 전의 일상을 만나다!

by 북드라망 2013. 5. 14.

 이옥 함께 읽기 


인어와 청포도, 산나물과 칡과 완전한 식물에 관하여




「백운필」은 이옥이 경험한 이야기들, 전해들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특히 새와 물고기, 벌레, 짐승, 곡식, 과일 등등이 각 항목별로 나뉘어 있어서 이옥 버전의 백과사전을 보는 것 같아 재미있습니다. 오늘은 우리도 알고 있지만,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해 특히 웃음이 터지는 부분들을 뽑아보았습니다. 함께 보실까요? +_+



인어

세상 사람들은 물고기 중에 사람같이 생긴 것을 교인(鮫人)이라 한다. … 내가 서호에 살고 있을 때 남옹이라는 이가 있었는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일찍이 배를 타고 거야(김제)의 큰 물로 내려가던 중에 물 위에 서 있는 어떤 물체를 보았다. 배를 등지고 십여 보쯤 떨어진 곳에 서 있는데, 머리카락은 매우 윤기가 있으나 땋지 않았고, 피부는 몹시 깨끗하였으나 옷을 걸치지 않았으며, 허리 밑으로는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손을 모으고 어깨를 늘어트린 채 서 있는데, 열두세 살쯤 되는 예쁜 계집아이였다. 나는 평소에 괴이한 것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떠다니는 시체가 거센 풍랑으로 세워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뱃사람들은 크게 놀라 두려워하고 말하지 말라고 경계하며 쌀을 뿌리고 주문을 외우면서 절을 하였다. 배가 점점 다가가자 곧바로 움츠려들며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배가 그곳을 십여 보쯤 지나가자 또 손을 모으고 머리를 풀고 서있는데, 서쪽을 향하여 있던 것이 동쪽을 향하여 또 사람과 등을 지고 서 있었다.”


남옹이 이에 이르러 그것이 살아 있는 물체라고 믿고, 그것이 교인이 아닌가 의심하였다고 나에게 자못 자세하게 말하였다.




이옥이 기록한 인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백운필」의 물고기 편에 있습니다. ^^ 인어에 대한 이미지는 많은 이야기를 통해 전해집니다만, 신기한 것은 모두 '예쁜 여성'의 모습이네요. 특히 지금의 김제와 같은 구체적인 지명이 있어서 신빙성을 더해줍니다. 인어를 본 목격담 외에도 인어의 "눈물이 구슬이 되고, 베를 짠다"는 이야기도 함께 실렸는데요, 지금도 만화나 영화에서 '인어의 눈물'이 진기한 아이템(!)으로 활용되고 있으니 왠지 이옥과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한 이 기분~ 여러분도 알랑가 몰라~♬  



앵두즙과 청포도즙

내 성질이 씨를 삼키지 못해 비록 앵두의 작은 씨라 하더라도, 씨를 삼켜 내리지 못한다. 그러므로 일찍이 앵두를 얻으면 그것을 잘게 부수어 베로 싼 뒤, 비틀어 즙을 내어 마셨다. 그 색은 담홍색으로 매우 예뻤다. 또 청포도를 얻으면 그 방법에 따라 즙을 냈는데, 그 빛깔 역시 옅은 초록색으로 예뻤다. 앵두에 비교하면 더 맑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이 문장을 뽑은 이유는 짧아서...아니아니, 즙의 색깔이 예쁘다는 이옥의 표현때문입니다. 하하! 저는 씨가 있는 청포도를 먹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옆자리에 앉은 편집자 k에게 "예전에도 청포도가 있었네요~"라고 놀라워하니, 저의 반응에 더 놀라는 편집자 k. 씨가 있는 탱글탱글 둥글둥글한 포도의 품종을 '캠벨'이라고 부르는데요, 올 여름에는 저도 꼭 이옥이 이야기한 씨 있는 청포도를 먹어보고 싶네요.



산나물

나는 천성이 산나물을 좋아해서 보게 되면 반드시 포식을 하고 만다. 일찍이 한식날에 누원의 객점을 지나다가 밥을 사먹은 적이 있었다. 객점의 노파가 바야흐로 큰 동이에 산나물을 씻는데, 빛깔이 매우 좋고 향기가 났다. 나는 이미 밥 한 그릇을 먹었는데, 잇달아 건청어로 한 그릇과 바꾸고 또 북어채로 한 그릇과 바꾸어서 연달아 세 그릇을 먹게 되었다. 객점의 노파는 내가 재계(齋戒) 중인지를 물었는데, 나는 “재계하고 있는 게 아니라, 나물을 좋아해서라오” 하였다. 객점의 노파는 “손님들이 모두 댁 같다면 수락산 나물을 다 뜯는다 해도 부족할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다시 크게 한 그릇을 대접해주었다. 산나물은 실로 맛이 좋지만, 많이 먹으면 사람을 피폐하게 한다.




시골 태생인지라 쑥과 달래, 냉이는 구별할수 있지만 세상에 먹을 수 있는 나물이 이렇게 많은지는 몰랐습니다. 특히 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가 가장 풀들이 싱싱해보이더라구요. 지난 주에는 1편을 준비하다 '상추' 항목을 옮기면서 어찌나 입에 침이 고이던지. 결국 집에 가는 길에 상추를 2천 원어치 사서 저녁을 먹었답니다. ㅋㅋ;; 밥을 이미 한 그릇 먹고도 연달아 세 그릇을 더 먹은 이옥, 그는 결국 몇 그릇을 먹었을까요?



술독을 없애주는 칡

의서에 칡을 일컬어, “꽃은 술독을 없애주고, 잎은 금창을 낫게 한다”라고 하였다. 내 친구 한 사람이 술을 좋아하는데, 아이종을 시켜 칡꽃을 따 오도록 하였다. 아버지가 그것을 캐는 이유를 묻자, 친구가 대답하였다. 


“약으로 씁니다.”
무슨 약으로 쓰느냐고 묻자, 친구는 한참 있다가 말하였다.
“술로 생긴 병을 치유합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말하였다.
“더욱 묘한 약이 있으니, 네가 술을 마시지 않으면 병도 나지 않을 것이다.”
 

칡뿌리의 가루 또한 술을 깨게 하는데, 친지 한 사람이 일찍이 산골짜기의 칡가루를 얻어서, 술을 마신 다음에는 매양 이것으로 죽을 만들어 먹었다. 칡가루가 떨어지자 부인이 율무 가루를 사다가 죽을 쑤어주었는데, 한참 지나서야 비로소 이를 알고는 말하였다.
 

“요즘 술이 빨리 깨지 않아서 이상하게 여겼더니, 본래 율무 가루였구려.”
내가 이 말을 듣고는 웃으며 말하였다.


“옛사람이 쌀뜨물을 술로 알고 마시고는 술주정을 하였더니, 그 딸이 들추어 말하기를, ‘쌀뜨물을 먹고도 술에 취하십니까?’라고 하자, 그 사람이 이에 겸연쩍어 자리를 뜨면서 말하길, ‘술기운이 크게 나오지 않음이 내 이상하더라’ 하였다 한다.”
 

이 일은 꼭 정반대의 경우가 되니, 이미 술을 마셨으면 마신 것이지, 어째서 꼭 칡꽃이나 칡가루로 빨리 깨어나려고 하는 것일까?




『동의보감』에도 칡이 술독을 없애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나옵니다. 요즘도 숙취 해소에 칡이 함유된 음료를 많이들 드시잖아요. 이 부분을 읽다 정말 빵 터져서 웃음이 막 나왔어요. 술에 관련된 일화는 역시 예전이나 지금이나 재미있네요. 맨 마지막에 나오는 이옥의 '지적'도 참으로 촌철살인 같습니다. ㅎㅎ



완전한 식물

천하 사물이 완전히 구비한 것은 없으니, 식물 또한 그러하다. 줄기로는 대나무처럼 긴 것이 없고, 잎은 파초처럼 큰 것이 없고, 꽃은 연꽃처럼 성한 것이 없으며, 열매는 수박처럼 큰 것이 없다. 지금 만약 열 길 되는 대나무에 파초만 한 잎이 매달려 있고, 연꽃만 한 큰 꽃이 피고, 수박만 한 큰 열매가 맺힌다면 이는 천하에 진귀한 나무일 것이다. 그렇지만 각기 그 한 가지만을 얻었고, 겸비한 것은 있지 않은바 천하의 사물에 완전히 갖추어진 것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선비 중에 재주가 높은 자는 간혹 경박하고, 여자 중에 용모가 아름다운 자는 절개가 곧은 자가 드물며, 말 중에 빨리 달리는 놈은 잘 놀라니, 이는 이치가 그러한 것이다. 나는 일찍이 모란을 읊으면서, “시인은 꽃에 열매가 없다고 한하지 말게나, 열매가 없어도 인간 세상에서 꽃이 된다네”라고 한 적이 있다.



이옥이 설명하는 것처럼 대나무에 큰 파초잎이 하나 달려 있고, 연꽃 크기의 꽃이 딱 하나 달려있고, 수박이 한 개 달려있다면…… 정말 진귀한 나무(?)가 되겠지요? 그리고 그런 나무는 세상에 없겠지요? 어쩐지 마지막 문장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이 항목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하네요. 


그의 기록 덕분에 200년 전에도 인어와 같은 진기한 목격담이 구전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네요. 또 술을 마시면 칡을 먹고, 봄에는 산나물을, 여름에는 청포도를 먹었던 이옥을, 그때의 사람들을 한 편의 그림을 보듯 떠올릴 수 있게 되어 좋습니다. 다양한 어류와 조류, 각종 벌레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궁금하신 분들은 「백운필」편을 직접 읽어보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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