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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씨나 지중해

[메디씨나지중해] 병원 배정 이벤트

by 북드라망 2022. 8. 2.

병원 배정 이벤트

 


3월의 이벤트

비교적 여유롭게 보냈던 지난 학기와 달리, 이번 학기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수업을 무리하게 듣고 있다. 날씨는 점점 따뜻해지고 있는데 슬프게도 책상 앞을 떠날 수가 없다. 바르셀로나로 나가는 일은 손에 꼽는다. 2월 말에 이탈리아 및 독일 친구들과 근처 도시에서 열린 카니발 축제를 구경 나간 것을 마지막으로, 지난 한달 간 나는 학교와 기숙사에 갇혀 살다시피 하고 있다(ㅠㅠ).

그렇지만 바쁜 와중에도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이벤트가 있었다. 병원 배정 이벤트였다. 현재 나는 편의상 2학년이다. (편입생이라 학점 인정이 각 학년 별로 흩어져 있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2학년 수업을 제일 많이 듣는다.) UAB의 의대생들은 2학년까지만 학교 캠퍼스에 머무르고, 3학년부터 졸업할 때까지는 UAB에 소속된 병원에서 수업과 실습을 병행한다. 문제는 UAB와 연계된 병원이 무려 네 곳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2학년 2학기가 되면 학생들은 머리를 싸맨다. 무슨 병원을 골라가야 할까? 병원마다 개성이 달라서 조건들을 하나씩 따져봐야 한다. 한 번의 선택이 앞으로 바르셀로나 생활의 4년을 좌지우지 하게 될 터였다. 바르셀로나 출신 친구들은 무조건 자기 집과 가장 가까운 곳을 고르지만, 스페인 타 지역에서 오거나 나처럼 아예 외국인인 경우는 셈법이 복잡해진다.

사실 결과적으로 보면 어느 곳을 고르든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어느 병원이나 재학생들의 만족도가 좋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교육의 질은 작은 병원이든 큰 병원이든 제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소리다. 그렇지만 UAB 학생들은 이 선택의 순간을 최대한 드라마틱하게(?) 즐기기로 작정한 듯했다. 2월 중순부터 각 병원별로 홍보 이벤트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주최 측은 2학년 후배들을 끌어 모으려는 3학년들이었다. 자기 병원을 최대한 근사하게 묘사했고, 나머지 세 병원들을 코믹하게 비판했다. 심지어 그 모습을 홍보 영상으로 찍어서 배포하기도 했다. 타 병원에 잠입하는 건 예사요, 길바닥에서 랩과 노래에 춤까지 춰가며 이 병원이 아닌 ‘우리 병원’으로 부디 와달라고 후배들에게 애걸한다. 

이 모습이 어찌나 발랄하던지, 간만에 나도 배꼽 잡고 웃었다. 어렸을 때 봤던 영화 <해리포터>가 생각났다. <해리포터>의 배경인 마법 학교에도 개성이 다른 네 개의 기숙사가 있다. 새내기 1학년들은 입학하면 마법의 모자를 쓰고 기숙사 배정 테스트를 받는데, 그때마다 기숙사 테이블에서 함성이 터져나온다. 기숙사끼리 기 싸움을 하는 것이다. “후플푸프! 그리핀도르! 슬리데르! 레번클로!” UAB 식으로 바꿔보면 이렇게 되리라. “발데브론! 산파우! 타울리! 칸루티!” 

 


네 개의 병원, 네 개의 스타일
그러면 각 병원을 소개해보겠다. UAB 병원을 이야기할 때마다 늘 첫 번째로 거론되는 병원은 발데브론(Vall d’Hebron)다. 이 병원은 카탈루냐 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병원이고, 스페인에서도 가장 중요한 4대 병원 중 하나로 꼽힌다. 임상은 물론이고 연구 실적도 세계적으로 뛰어나다. 모든 분과가 이 병원에 모여 있기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원정 수업을 나갈 일도 없다. 게다가 수업에 들어오는 전문의와 전공의들의 인력풀도 넓다. 스페인 전역뿐만 아니라 남미와 중미 출신 의사들도 전공의 과정을 밟기 위해서 이 병원을 일부러 찾아오기 때문이다. 

발데브론 병원

 

여기까지만 들으면 두말할 것도 없이 발데브론을 가야할 것 같다. 이곳 학생들도 자신들이 ‘그’ 발데브론에 다닌다는 자긍심이 상당히 높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이 남아있다. 병원의 규모가 큰 게 과연 학생에게도 도움이 될까? 우리는 병원에서 사람구실도 못하는 새내기들이다. 임상 수련을 할 기회가 풍부하고 연구 주제가 다양하다는 사실이 멋있어 보일 수는 있어도, 그게 우리들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지는 않다는 거다. 의대생이 성장하기에는 좀 더 작은 병원, 교수가 학생들이 밀접적인 관계를 맺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발데브론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위치다. 바르셀로나는 바로 옆에 산을 끼고 있는 해안도시다. 그래서 바닷가가 있는 동남쪽은 평지지만, 북서쪽으로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경사가 가팔라진다. 그리고 그 북서쪽의 끝에 발데브론이 있다. 2D인 구글맵을 보면 병원 바로 옆에 지하철역이 있어서 몹시 편리할 것 같지만, 지하철에서 내리면 보이는 것은 끝없는 언덕길이다. 의대는 이 언덕길의 꼭대기에 있다. 아침이면 수업에 늦은 발데브론 학생들이 이 가파른 언덕 위로 “크로스컨트리” 경주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강제로 운동을 시킨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두 번째 병원은 산파우(Sant Pau)다. 산파우는 발데브론과 또 다른 맥락에서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병원이다. 지극히 아름다운 병원 건물로 말이다. 이 병원은 1901년에 시공을 시작하여 1930년에 완공되었다. 그리고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바르셀로나는 모더니즘 예술의 꽃이었다. (건축가 가우디와 화가 후안 미로가 모두 이때, 이곳 출신이다.) 산파우는 이런 예술의 기조 속에서 완성된 병원이다. 모더니스트 건축가였던 루이스 도메네크 이 몬타네(Lluis Domènech i Montaner)는 이 병원이 환자들을 위한 ‘정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설계했다고 한다. 그리고 약 70년 후, 1998년 산파우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모더니즘 건축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기에 이른다.

 

산파우 병원


유네스코에 등재된 장소들은 대부분 관광객이 올 때만 인기척이 나는 과거의 유적지다. 그러나 산파우는 지금도 병원으로서 현역(?)을 뛰는 곳이다. 2009년에 바로 옆에 새 병원 건물이 오픈하면서 대부분의 임상 업무가 그쪽으로 빠졌지만, 구 건물은 학교와 연구소 및 재활센터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신식과 구식의 극명한 대비 또한 색다른 조화를 이룬다. 새로 지어진 병원 건물이 햇살이 환하게 들어오게끔 설계되어서 ‘차가운 느낌’을 주지 않는데다가, 옛 건물과의 사이공간에 풀밭이 펼쳐진 산책로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공간 따라 사람 간다고, 산파우는 인간미 넘치는 병원으로 소문이 났다.

산파우는 의사, 환자, 관광객이 뒤섞이는 희한한 장소가 되었다. 병원 안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유료로 운영되는 박물관이 있고, 신전(?)처럼 으리으리하게 생긴 도서관은 시험 공부하러 온 의대생들과 사진 찍으러 온 외국인들이 함께 문턱을 드나든다. 나도 산파우를 방문했을 때 입이 저절로 떡 벌어졌다. 세상 어디에 이런 의대, 이런 병원이 존재하겠는가? 바르셀로나의 한가운데에서 20세기와 21세기의 시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산파우는 바르셀로나에서 의학을 공부하는 특권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장소임에 틀림없다. 

남은 두 병원은 파르크 타울리(Parc Taulí)와 칸루티(Can Rutí)다. 이 두 병원은 각각 바르셀로나의 북쪽과 남쪽 외각에 자리 잡았다. 발데브론과 산파우처럼 전국적인 명성을 얻지는 못했지만, 대신 지역 사회와 밀접하게 소통하는 병원들이다. 이 두 곳을 택하는 학생들도 대부분 이 지역에서 산다. 그리고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는 몹시 높다. 학생 숫자가 적기 때문에 우애가 끈끈해지고, 교수님들과도 절친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매일 보는 환자들도 같은 지역 주민이기 때문에 더 쉽게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처럼 규모는 작아도 속이 꽉 찬 병원이 타울리와 칸루티인 것이다.

 


어디로 갈까?
자, 그럼 나는 어디를 가야할까? 처음부터 내 선택지는 두 곳이었다. 발데브론과 산파우. 이유는 오로지 지리 때문이었다. 바르셀로나 시내에 살지 않으면 의대 생활 내내 바르셀로나 쪽은 쳐다보지도 못할 것 같았다. 공부양이 많아서 집과 학교 밖에 왔다 갔다 할 수 없다면, 그 왕복길이라도 ‘바르셀로나’ 안에서 밟고 싶었다.

이 둘 중에 한 곳을 고르기 위해 나는 1학기 때부터 틈틈이 사람들에게 정보를 수집했다. 그리고 지난 반 년 간 내 마음은 점점 산파우 쪽으로 기울었다. 발데브론이 가지고 있는 대단한 유명세에 은근한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산파우만이 가진 독특한 역사와 자태에 마음이 끌렸다. 거기에 산파우의 친구들 사이가 유달리 끈끈하다는 소문까지 듣자 나는 90%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우정이 중요하지, 유명세가 중요한가? 험난한 의대 생활은 친구가 없으면 헤쳐 나갈 수 없다. 이건 은유가 아니라 100% 사실이다.

그런데 병원 선택을 딱 일주일 남겨두고 변수가 생겼다. 생리학 실험 수업에서 우연히 비르뚜와 라파엘이라는 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이 둘은 이미 3학년에 진학한 상태였다. 이들은 내가 산파우에 갈 생각이라고 말하자 눈을 둥그렇게 뜨고는 나를 뜯어말리기 시작했다. 이 둘은 스페인인이었지만 카탈루냐 바깥 출신이었다. 비르뚜와 라파엘은 비-까딸루냐 친구들은 대부분 발데브론에 간다고 말했다. 그리고 발데브론은 네 개의 병원 중에 카탈란어가 아니라 스페인어를 가장 많이 쓰는 병원이라고도 했다.

아니, 뭐라고? 이건 나도 몰랐던 핵심정보였다. 갑자기 내 마음이 산파우에서 발데브론 쪽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카탈란어를 공부하기 싫어서는 아니었다. 내 카탈란어 이해 수준은 2학기 들어서 나아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언어의 기능에는 정보의 전달 뿐만 아니라 관계의 형성도 있다. 카탈루냐의 맥락상 스페인어가 활발하게 쓰인다는 (그리고 이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용인된다는) 것은 그 공간의 관계가 외부인에게 관대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나는 명실상부한 외부인이다. 최근에 우리 학교에서 우연히 사귀게 된 한국인 의대생은 카탈루냐에서 고등학교를 나와서 스페인어보다 카탈란어가 더 편하다고 했다. 그러나 쿠바에서 여정을 시작한 나의 정체성은 ‘검은머리 남미인’에 가까웠다.

거의 반 년 간 산파우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발데브론에 갈 생각을 하자 마음이 조금 심란해졌다. 그래서 며칠 후 나는 하루를 통째로 빼서 친구들과 함께 산파우와 발데브론 견학에 나섰다. 한 친구가 각 병원의 선배들과 연락을 취해서 ‘개인 투어’를 조직한 것이다.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똘똘하고 마음도 선해서 내가 아끼는 친구다.) 그리고 그 투어에서 나는 라파엘과 비르투의 설명을 체감할 수 있었다. 산파우의 인간관계에서는 카탈루냐의 지방색이 강하게 드러났다. 편하게 학교생활을 하려면 발데브론을 가는 게 맞았다. 결국 나는 아쉬움을 삼키며 병원 선택 마지막 날에 학교 홈페이지에서 ‘발데브론’을 클릭했다. 

 


발데브론 ‘올드 밴드’의 결성
그리고 병원 선택이 끝나기 무섭게, 그 시기부터 갑자기 내 주변에 친구들이 생겼다. 의외였다. 일부러 애를 쓴 것도 아닌데 마치 우리들은 원래부터 알았던 것처럼 편안하게 무리를 이뤘다. 우리들은 전부 의대생이고, 기숙사 같은 동에 살고 있다. (우리 기숙사 건물은 24호 밖에 없다. 이렇게 작은 건물에 의대생이 이토록 많다는 것도, 지금까지 서로 모르고 지냈다는 것도 놀랍다.) 또한 의대에 오기 전에 다른 공부와 직업을 가졌다는 공통점도 있다. 학교 바깥에서 나름대로의 인생을 가꿔온 ‘올드한’ 학생들인 것이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사실이 남아 있다. 이 친구들은 모두 발데브론에 가고 싶어 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앞에서 언급한 비르투다. 비르투는 무르시아 출신으로, 환경공학을 전공했고 보건학으로 대학원 석사를 마쳤다. 사람들을 직접 고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어느 날 불쑥 들었고, 그래서 다시 수능을 보고 의대에 입학했단다. 비르투는 성격이 괄괄하고 거침없다. 말도 속사포처럼 해서 스페인어가 능통하지 않은 제프리를 멍 때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속은 매우 따뜻한 친구다. 친구가 된 다음날부터 우리에게 공부 자료를 꾸준히 보내주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자신을 부르라고 말하며 큰언니 역할을 자처한다.

또 다른 친구는 역시 무르시아 출신인 디에고다. 디에고는 심리학을 공부했지만 졸업 후에는 카운슬러의 길을 가는 대신 X-레이 테크니션으로 훈련을 받아 병원에서 몇 년 간 일을 했다. 그러다가 의학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의대에 진학했다고 한다. 

나는 디에고를 지난 학기에 우연히 알게 되어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그 후로는 딱히 연락할 일이 없었는데, 어느 날 디에고가 자신이 화폐 수집에 취미가 있다며 한국 화폐를 나누어줄 수 있겠느냐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날 나는 한국 화폐뿐만 아니라 제프리 지갑에서 잠자고 있던 말레이시아 화폐와 싱가포르 화폐까지 꺼내 챙겨주었다. 디에고는 답례로 술을 샀고, 이날을 계기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현재 디에고는 우리들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자기 말로는 소심한 성격이라고 하지만 사람을 몹시 좋아한다. 우정을 나누려는 상대방의 노력을 알아보고 그에 감사해할 줄 아는 게 디에고의 굉장한 장점이다.

줄리아는 디에고의 룸메이트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할 말 다 하는 솔직함이 매력인 친구다. 바르셀로나 출신으로 간호대를 졸업했고, 그 후 다시 의대에 입학했다. 줄리아에게는 발데브론 병원에서 공부하고 싶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 줄리아는 어린 시절 발데브론에서 지병으로 수술을 받았다. 성인이 된 줄리아는 간호사가 된 후 발데브론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그 옛날에 자신을 수술해준 의사가 줄리아를 알아보고는 “네가 흰 가운을 입는 모습을 내가 다 보는구나”라고 말을 걸었다고 한다. 언젠가 자신이 겪은 병원 체험을 글로 엮고 싶다는 멋진 꿈을 꾸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라이다. 이 친구는 이집트에서 태어나 두바이에서 십대를 보낸 후 십 년 전에 홀로 바르셀로나에 왔다. 직업은 기차 운전사다. 바르셀로나와 파리를 오가는 기차를 주로 운전한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의대에 온 걸까?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그 속내를 전부 듣지는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 볼 일이 잦을 것 같다. 한시라도 장난을 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이 발랄한 친구는 우리를 사귀게 되지 마자 곧바로 주중 저녁식사를 추진해서 모두를 당황케 했다. (이 친구도 의대생인데… 의대 스케줄을 모르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지난 한 학기 동안 나는 친구를 적극적으로 사귀지 않고 한산하게 보냈다. 의대생들이 서로 데면데면 하면서 인사도 안 하고 지내는 분위기이기에, 아예 의대 바깥에서 친구를 만들며 지낸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의대생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팬데믹을 이 년간 거치면서 온라인 수업이 늘어났고, 그 여파로 대학 내의 다이내믹이 죽어버렸다는 것이다. 디에고를 비롯한 친구들은 서로를 찾게 되어 기쁘다고 몇 번이고 말했다. 같은 기숙사에 사니 금상첨화다. 우리는 종종 맥주를 마시러 나가거나 파자마 차림으로 한 집에 모여 저녁을 나눠먹는다. 시험의 고달픔과 교수님 뒷담화, 앞으로의 여행 계획까지 별별 이야기를 다 한다.

역시 앞길은 한치 앞도 모른다. 우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산파우를 가고자 했건만 막판에 발데브론으로 방향을 틀고, 오히려 그 길목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때때로 나는 사람들이 계획을 엎어버리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우연히 만나게 되어 더 반가운 인연이니, 이 발데브론 ‘올드 밴드’가 9월부터 시작될 병원 생활을 함께 무사히 헤쳐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친구들과의 만남이 나에게는 진정한 이벤트였다.

발데브론 '올드 밴드'들 + 다른 친구들과의 저녁 식사

 

글_김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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