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에서 관심으로
조은샘(남산강학원)
즐겁고 힘이 넘칠 때인 청년기. 하지만 나의 청년기는 깊은 무기력함 없이 말할 수 없다. 뭘 하고 있길래? 놀랍게도 난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나는 공부하는 청년 백수로 살고 있다. 인문학 공부공동체 남산강학원에서 ‘청년 공부 자립’이라는 프로젝트에 2년째 참여 중이다. 공부로 자립하기 위해 내가 주로 하는 일은 책 읽기와 글쓰기다. 나는 읽고 쓰기를 좋아한다. 처음에 공부공동체에 접속했을 때 나는 진리를 향한 마음이 불타올라 힘든 일이 있더라도 배움으로 가져가겠다는 태도로 살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진리를 향해 불타던 마음은 1년 만에 재가 되어버렸다.
열정 가득한 마음이 사라지니 내가 정말로 공부를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공부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었는가? 더 이상 공부를 좋아하는 마음이 나지 않아 괴로웠다. 공부를 향한 열정 없이는 공부하는 게 어쩐지 헛헛하고 허무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공부가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기력에 빠졌다. 그러나 『청년 붓다』는 말한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 무기력한 허무 속으로 빠지는 게 맞냐고. 그것이 청년의 힘이냐고. 청년의 힘은 열정과 허무가 아니라 지혜와 자비에서 나온다고.
책에서 저자는 괴로움을 자비심으로 풀어낸다. 붓다는 생(生)이 ‘고(苦)’임을 알고는 자비(慈悲)심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는 생사가 고통으로 가득하다는 걸 깨닫고 연민과 공감의 마음을 일으켰다. 나는 고통스러울 때 혼자 괴로워하는 방향은 알았어도, 공감으로 나아가는 방향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괴로움을 통해 다른 존재에게 공감한다는 건 어떻게 일어난 일인가?
붓다는 12살 때 친경제에서 멍에에 코가 꿰어져 피고름이 나는 소, 소를 땀 흘리며 채찍질하는 수척한 농부, 농부의 탄 등가죽에 달린 벌레, 벌레를 보고 날아와 먹이를 다투어 먹으려고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때 붓다는 소-농부-벌레-새에게서 이들이 하나의 공통된 고통의 사슬에 걸려 있다는 걸 깨닫는다. 먹고 살기 위해 서로를 해치는 고통의 사슬을 관찰을 통해 깨닫는다. 그때 붓다는 ‘나’라는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험을 한다. 존재들의 고통이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통찰했을 때 붓다는 ‘나’랄게 없는 인연 속에서 기쁨을 경험한다. 괴로움이 공감의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건 그저 ‘나만의 고통’이라는 생각 속에서 빠져나오는 것에 불과했다.
“욕망과 번뇌의 원천인 자아가 사라지자 그 빈 공간에 순수한 기쁨이 들어찼다. 관찰에서 연민으로, 연민에서 공감으로, 공감에서 기쁨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한번에 체험한 것이다.”
나는 저자가 말하는 핵심이 자아의 경계를 허무는 공감 능력은 관찰에서부터 온다고 말하는 거 같았다. 어디서부터 무얼 관찰해야 하냐고? 내가 어떤 관계 속에 있는지에서부터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관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라는 건 소-농부-벌레-새의 고리처럼 내 주변의 인연 고리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공부라는 것 자체를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어떤 도달해야 할 진리는 없다. 있다면 만들어갈 인연만이 있다. 내가 있는 관계 위에서 만들어가야 한다. 나의 인연 고리를 관찰하고 질문하는 만큼이 내가 만든 관계이다.
그래서 나는 열정이 없어 헛헛해할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공부하고 있었는지를 먼저 질문해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고, 어디에 있는지를 인연 고리 속에 있는 사고를 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나의 질문은 자연스레 주변에 관심을 두게 된다. 맹목적인 열정에서 질문하는 관심으로! 『청년 붓다』는 나에게 질문이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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