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화양연화”, 『시경 강의 1』 북토크 후기
지난 4월 26일 화요일, 그러니까 4월의 마지막 주 화요일은 ‘공부로 불타는 화요일’의 세번째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줌으로 온라인 북토크가 열렸지요. 이번 책은 북튜브의 『시경 강의 1: 주남·소남』이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너프’(enough) 자체였습니다.
일단은 공부로 불타는 화요일의 공식 인사법이자 하이라이트(!) 쉑북부터 보실까요?(>.<)
저희에게는 야구장 파도타기 못지않은 장관인 쉑북!
“시경을 완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도 저에게는 큰 축복이었고, 시경 강의를 1년 반 동안 하면서, ‘이너프, 이렇게 완독하니 충분하다’ 이런 생각을 사실 여러 번 했어요.”
선생님께서 이렇게 강의를 시작하셨는데요, 저에게는 이번 북토크가 그랬습니다.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끼리 모여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쉑북’도 하고요!).
아시다시피(응?) ‘공부로 불타는 화요일’ 시간에는 선생님의 강의가 시작되기 전, 함께 인상 깊었던 구절을 나누어 보는 시간이 있습니다. 사실 사회자로서는 ‘아무도 안 나서시면 어쩌지’ 하는 걱정으로 가장 두근두근한 때이기도 한데요. 어머나 웬걸? 이번 『시경 강의 1』 북토크에서는 이 시간이 어쩌다 보니 자발적 ‘시경 낭송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제가 어떤 분을 지명해야 할까 하고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미 북토크 시작 전에 벌써 모이신 분들끼리 ‘저는 「표유매」(摽有梅)를 할 것이다’, ‘선생님은 「도요」(桃夭)를 하셔라’, ‘제가 「여분」(汝墳)을 양보할까요?’ 하시며들, 시를 ‘찜’하고 주문(?)하시는 모습에 어찌나 안도가 되던지요. 이때 벌써 저에게는 ‘이너프’의 감이 왔달까요? ㅎㅎ
『시경』 원문은 우응순 선생님께서 읽으시고, 참여하신 독자님이 풀어진 시를 읽으셨는데요. 22년 전의 첫사랑을 떠올리시며 「초충」(草蟲)을 골라 주신 분도 계셨구요(“그대를 볼 수 있다면, 그대를 만나게 된다면,/내 마음 가라앉을 텐데” 하실 때 목소리가 많이 떨리셨던 것 같기도 하네요^^), 없던 감수성과 그리움이 생겨나는 경험을 하셨다며 「표유매」와 「여분」을 읽어 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딱 떨어지는 라임의 매력에 「부이」(芣苢)를, 천둥번개에 연인을 떠올리는 여인의 사랑에 놀라셔서 「은기뢰」(殷其雷)를 꼽아 주시기도 했습니다.
인기 시는 단연 「도요」! 무려 두 분의 선택을 받은 시였는데요. 내친 김에 여기서도 다시 한 번 읽어 보실까요?
桃之夭夭 灼灼其華 어린 복숭아나무, 그 꽃이 활짝 폈네.
之子于歸 宜其室家 시집가는 저 아가씨, 시집 식구들을 화목하게 하리라.
桃之夭夭 有蕡其實 어린 복숭아나무, 그 열매가 무성하네.
之子于歸 宜其家室 시집가는 저 아가씨, 시집 식구들을 화목하게 하리라.
桃之夭夭 其葉蓁蓁 어린 복숭아나무, 그 잎이 무성하도다.
之子于歸 宜其家人 시집가는 저 아가씨, 시집 식구들을 화목하게 하리라.
마침 4월이 복사꽃이 ‘작작기화’하는(선생님이 이렇게 자꾸 써먹으라고 하셨습니다^^) 때라서일까요? 아니면 “흥어시”(興於詩)의 매직일까요? 저는 사실 많은 분들이 “『시경』 중 ‘최애시’로 외우신다는 이 시에 ‘뭐, 그냥…’ 그랬었는데요, 북토크에서 두 번을 듣고 나니 이 시가 갑자기 제 속으로 훅 들어오는 느낌이었습니다. 북드북브(북드라망+북튜브)의 앞날을 축복하는 시로 느껴지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시만큼이나 감동적인 것은 역시 마지막에 남겨주시는 후기죠!^^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숙: 여기 또 하나의 화양연화가 있습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원: 우응순 선생님의 멋진 목소리로 시경의 시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복: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해주신 강의 울림에 모두 함께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눈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손*진: 일을 해서 우응순 선생님 강의를 듣지 못해 많이 아쉽네요..ㅠㅠ 우선 처음 시를 읽으실 때의 선생님 목소리에서 흥어시가 이런 거구나 라는 게 느껴지고 마음이 열렸던 것 같습니다. 잠시 들은 강의 내용 중에 저절로 이해되는 것이라는 말씀이 마음에 남네요. 제가 감수성을 키우고 싶은 건 그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나 할지는 모르겠지만 산책하며 시경을 조금 외워볼까 하는 마음이 급 들게 한 시간이었구요.
조*희: 선생님 말씀대로 시를 저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도록 조금씩 조금씩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더 풍요로운 삶이 될 것 같습니다.
정*수: 다른 분들이 인상 깊었던 시를 읽어 주셨는데 막상 제가 준비했던 구절은 32페이지에 있는 이지사부 원지사군에 관한 설명이었습니다. 아버지께 5일간 와서 식사와 생활을 도와 드리고 있는데 시로 부모님을 섬긴다는 구절을 읽고 아 하고 무릎을 쳤거든요. 오늘 우 선생님이 북토크 중에 해주신 말씀도 공자님의 흥어시에 관한 부분이 있어서 ‘어, 나 우 선생님과 통했나’ 하며 재미나게 북토크 참여했습니다. 늘 학인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즐겁다 하셨지만 선생님의 그 감정을 느낄 수는 없었는데 오늘 말씀해 주시던 중에 그 기쁨이 확 제 마음속에 들어오는 바람에 혼자 막 감동받아서 카메라 끄고 눈물 닦고 코 풀고 그럴 수밖에 없었답니다. 이런 북토크 자리 참석하게 되어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창: 페이지를 넘겼는데 그저 감흥, 또 감흥이었습니다. 그리고 우응순 선생님의 목소리와 다른 선생님들의 목소리로 들으면서 이어지는 감흥에 미소가 지어지는 걸 막을 수가 없었어요. 저 옛날 고대에서부터 날아온 몇 개의 시가 지금도 사람 마음을 흔드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참 감사했습니다. <시경 강의>와 온라인 북토크가 계속 흥했으면 좋겠습니다!
혜*: 우샘의 청아한 목소리와 리듬에 실린 시를 함게 읽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몸으로 공부하라는 충고 마음에 새기고 갑니다. 시 한 편 한 편이 너무나 감동입니다. 다음 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후기를 보니 많은 깐부, 아니 호구(好逑, 좋은 짝)가 생긴 것 같아 뿌듯합니다. 복사꽃의 축복이 있으니 다음 달 공부로 불타는 화요일도 ‘흥’하겠지요.^^ 5월 31일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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