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의 기동성과 개념의 유동성, 『손자병법』(6)
_ 『손자병법』의 구성과 내용③ 구변(九變)~구지(九地)
8) 구변편(九變篇): 군쟁에 대해 얘기했으므로 지형의 이로움을 다투는 일과 직결되는 행군이 나와야 글의 흐름이 자연스러울 텐데 「구변편」을 중간에 넣었다. 지형에 대해 먼저 얘기한 다음 행군을 말해야 순서가 합당하다고 편집자(혹은 저자?)는 생각한 것 같다. 행군편에는 장예가 제목에 주를 달고 이렇게 말했다. “아홉 가지 지형의 변화를 안 연후에야 이로운 곳을 택해 행군할 수 있다. 그러므로 「행군편」을 「구변편」 뒤에 두었다.”[知九地之變, 然後可以擇利而行軍, 故次九變.]라는 말은 편집자의 생각을 잘 읽었다고 하겠다.
「지형편」, 「구지편」, 「구변편」은 모두 지리라는 개념으로 묶을 수 있다. 군사지리학으로 따로 나눌 수 있는 곳이다. 구변은 「구지九地편」과 뗄 수 없다. 구지·구변 모두 큰 틀에서 지형에 관계될 뿐 아니라 구변은 구지와 제목에서부터 개념, 어구나 문장까지 연속되기 때문에 「구지편」 뒤에 두고 읽기도 한다. 그게 읽기에도 수월하고 지형편과 전체 맥락에서 사고할 수 있으므로 편의상 「구변편」은 「구지편」 뒤에서 다시 읽기로 한다.
9) 행군편(行軍篇): 군쟁의 주요테마가 지리를 두고 이로움을 다투는 것이므로 지리와 한몸이다. 군쟁의 직접적인 군사운용은 행군(行軍)이 된다. 대한민국에서 보병으로 군대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좋아하지 않는 것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제식훈련 또 하나는 야간행군이다.(혹은 구보, 구보의 상위버전인 ‘완전군장에 뛰기’일 수도 있겠다.) 행군은 적지에서 움직이는 기동성을 말한다. 그러나 무조건 기동성을 발휘한다고 만사형통은 아니다. 병법의 전제는 상대방을 보고 움직인다는 상대성이 늘 따라다니기 때문에 기동성 역시 유동적으로 발휘해야 한다. 행군편에서 다루는 테마는 두 가지다. 첫 문장은 말한다. “군대 야영과 적을 살피는 것이다.”[凡處軍, 相敵] 이하 행군편은 ‘처군’과 ‘상적’ 두 주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게 내용이다. 내용은 처군을 네 가지로, 상군을 서른 한 가지라고 주석가들은 본다. 군대야영에 해당하는 네 장소는, ①산, ②물가, ③늪지, ④평지다. 산의 경우, “산을 지나갈 때에는 계곡을 따라가며[絶山依谷], 양지 쪽을 보고 높은 곳에 주둔한다.”[視生處高] 등의 내용이다. 낮은 곳에서 높은 쪽을 바라보고 공격하지 말라는 것이 병법의 불문율이다. 거꾸로 말하면 높은 곳(자신에게 유리한 고지)을 차지하고 공격하라는 말이다. 왜 높은 곳이 유리한가? 위에서 아래로 공격하는 것이 편하고 쉽고 힘이 덜 들기 때문이다. 손자식으로 바꿔 말하면 형세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아래쪽에 있는 군대는 이걸 모를까? 그렇기 때문에 아래쪽 군대는 위에 있는 군대가 밑으로 내려오도록 이익으로 유도해야 한다. 즉 기발함[奇]을 발휘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바꿔야 전투를 자기주도로 이끌 수 있다. 어디를 가나 어느 상황이든 전쟁의 역동성은 통제할 수 없는 상대의 우연성에 내 의도와 계획이 어긋나는 데서 벌어진다. 병법에서는 주객主客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내가 적지에서 싸우기 때문에 적이 주인[主]이고 내가 손님[客]이건만 지형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주객의 위치가 바뀐다. 상대성과 유동성이 힘을 발휘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다. 산을 지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쉬운 계곡길이 원칙이지만 적의 형세를 보고 가파르고 험한 길을 질러가 적의 허(虛)를 찌를 때도 있기 때문이다.
“물이 흐르는 곳에서는 적을 맞이해 싸우지 말라”[無迎水流]는 물가에서도 마찬가지다. 물 흐르는 곳은 지대가 낮아 적이 수공水攻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대가 낮은 곳은 음陰에 해당한다. 음의 위치에서는 싸우는 게 아니다. 음은 좋지 않게 생각한 것은 군사에도 적용된다. 이는 형세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늪지로 번역한 말의 원문은 “척택”(斥澤)인데 택이 습지고 척은 메마르고 거친 소금땅을 말한다. 척택은 무조건 지나가고 피해야 한다. 이런 악조건에서 싸우는 건 절대 불리하기 때문이다. 척(斥)이라는 말을 쓴 까닭은 황하가 옛날부터 수로(水路)를 자주 바꿔 예전에 물이 흐르던 곳이 완전히 사막화된 장소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척이라는 말은 황화 고유의 지형을 말한 것이다. 평지에 주둔할 때도 피해야 할 것이 있다. “기동하기 편한 곳에 주둔하되 오른쪽과 뒤쪽은 높은 곳이어야 한다.”[處易而右背高] 누군들 편한 곳에 주둔하고 싶지 않을까. 역시 적의 주둔을 보고 상대적으로 정해야 할 일이다. 여기서 병법서를 분류할 때 언급했던 병음양이 개입한다. 음양의 원리를 병법에 적용한다고 원칙적으로 말했지만 이 또한 상대를 보고 탄력 있게 운용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절대적인 사항이지만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손자는 예컨대 병음양에서 말하는, 왼쪽과 좌측[左前]이 양(陽)이고 오른쪽과 뒤쪽[右背]이 음(陰)이라는 것을 가져와 말한 것이다. 오른쪽이 높은 곳을 등지고 싸우면 왼쪽 낮은 곳의 적을 상대하기 쉬워서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기가 그 반대로 움직이기 쉽다는 인간의 생리적 행태를 염두에 둔 말(중국인들의 생각이다. 시계가 도는 방향이기도 한데 이를 순행[順行]이라 했다. 반대방향은 역행[逆行])이기도 하지만 중국 지형전체가 중원을 중심으로, 오른쪽과 위쪽(북쪽)이 높고 왼쪽과 남쪽(동쪽)이 낮다는 당시 사람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손자는 처군(處軍)의 개념을 설명한 뒤 결론을 내린다. “이 네 가지가 군대야영에 이롭다고 한 것은 황제가 네 황제를 이긴 방법이어서다. 무릇 군대는 높은 곳을 좋아하고 낮은 곳을 싫어하며, 양陽을 귀하게 여기고 음陰을 천하게 여기며 삶을 잘 돌보고 견실한 곳(견고하고 높은 곳)에 머문다.”[凡此四軍之利, 黃帝之所以勝四帝也. 凡軍好高而惡下, 貴陽而賤陰, 養生而處實] 손자는 군사의 개조로 꼽히는 일본식으로 말하면 군사의 신神인 황제를 자신의 논거로 가져왔는데 황제가 칭제(稱帝)한 사방의 제후를 제압하고 승리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실상은 전설에 근거한 것인데) 근거를 가져와 오랜 전통이 있었다고 선전하는 것은 중국 특유의 글쓰기 방식인데 손자를 봐도 뿌리가 깊다. 병법서는 황제를 시조로 하기 때문에 이후 병법서는 황제에 가탁하는 것이 전통이다. 이후 구절은 앞의 내용을 종합해 설명한 말이다. 손자는 천정天井(사면이 높고 계곡이 난 곳), 천뢰(天牢, 삼면이 험해 들어가기 쉽고 나오기 어려운 곳) 등 천연지형 몇 가지를 거론해 반드시 빨리 지나가고 가까이 가지 말라고 경고한 뒤 “우리 편은 이런 곳을 멀리해도 적은 가까이하도록 하며 우리는 그런 곳을 마주 보고 있어도 적은 그런 곳을 등지고 있도록 해야 한다”[吾遠之, 敵近之;吾迎之, 敵背之.]고 했다. 적도 이런 상항을 일고 있을 테니 여기서도 기발함을 발휘해 적을 허아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겠다.
그 다음 부분은 상적(相敵)이다. 상(相)은 관찰[察]이라는 뜻으로 적의 움직임을 잘 살펴보는 방법을 제시한다. 군사의 기동에는 반드시 어떤 조짐이 보이고 마련이고 흔적을 남길 수 밖에 없으며 주변지형과 동물의 움직임, 식물과 나무에 자국을 남기기 때문이다. 관찰은 반드시 눈으로 직접 보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루어 짐작하는 법까지 포함한다. 관찰이 쌓여 자료가 되고 이를 통해 추론하는 것이다. 경험과 추론을 다 포함한다. 적을 아는 대원칙은 이러하다. “적이 가까이 있는데도 조용한 것은 험한 지형을 믿기 때문이다. 멀리 있는데도 싸움을 거는 것은 상대를 앞으로 오도록 하려는 것이다.”[敵近而靜者, 恃其險也;遠而挑戰者, 欲人之進也.] 손자는 지형과 관련해 이야기의 서두를 꺼내지만 메시지는 간명하다. 드러난 형상 뒤에 의도가 있음을 간파해야 한다. 똑같은 방법으로 손자는 서른 가지가 넘는 사례를 통해 상대의 동향을 읽는 방법을 보여준다. 예컨대, “많은 풀을 묶어 장애물을 만든 것은 적이 우리로 하여금 복병이 있나 의심하도록 하려는 것이다.(우리 편의 기동이 늦춰지도록 의심하게 하는 수법이다) 새가 위로 날아오르는 것은 적이 아래 매복한 것이다”[衆草多障者, 疑也. 鳥起者, 伏也.]는 예시는 새나 나무 등 자연물의 움직임이나 상태을 보고 적의 상황를 아는 것이다. 자연물을 잘 보고 판단을 내리는 일은 단순 경험이라기보다 지금 시대보다 자연물과 친밀도가 높아 예민한 감각으로 육감이 적중했던 옛사람의 지혜라고 보아야 할 게다. “먼지가 높이 피어오르되 뾰족한 모습인 것은 전차가 오는 것이며 먼지가 낮게 깔려 넓게 퍼지는 것은 보병이 오는 것이다”[塵高而銳者, 車來也;卑而廣者, 徒來也.]는 정보는 인공물이 만드는 흔적을 관찰해서 적을 파악하는 것이며, “가벼운 수레가 먼저 나와 측면에 자리를 잡는 것은 전투 진형을 짜는 것이다. 아무런 약속이 없었는데도 화친을 청하는 것은 음모를 꾸미는 것이다”[輕車先出, 居其側者, 陳也. 無約而請和者, 謀也.]라고 한 말은 적의 행위를 보고 그들의 속내를 읽는 방법이다. 적의 행위를 보는 경우 인간의 인정기미를 날카롭게 인지하는 방식을 포함한다. “이익을 보고도 군사들이 전진하지 않는 것은 피로해서다. 밤에 소리 치는 것은 두려워서다.”[見利而不進者, 勞也...夜呼者, 恐也.] 조조는 밤에 소리치는 행동을 두고, “군사들이 밤에 소리치면 장수가 전투에서 용감하지 않은 것이다”[軍士夜呼, 將不勇也.]라고 설명했는데 진호(陳皥)는 조조의 말을 받아, “열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용맹하면 아홉 사람이 겁을 먹고 나약해도 한 사람의 용맹스러움을 믿고 역시 스스로 편안할 수 있다. 지금 군사들이 밤에 소리친다는 것은 장수가 용맹하지 않은 것이다. 조조의 설명이 옳다”[十人中一人有勇, 雖九人怯懦, 恃一人之勇亦可自安;今軍士夜呼, 蓋是將無勇. 曹說是也.]라고 했다. 사소한 적의 움직임이나 미묘한 심리적 반응까지 캐치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상대와 대치할 때 관찰자료의 축적도 상당해야 할 것이며 척후병의 역할도 중요하고 경계의 임무도 막중할 수밖에 없다. 적지에 주둔하는 상태에서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른 맥락에서 나왔지만 “반드시 엄밀하게 살펴야 한다”[必謹察之]는 말은 적을 살필 때 철칙을 쓴 것이지 으레하는 표현이 아니다.
이렇게 종합하고 보면 손자가 이런 결론을 내리는 것에 수긍하게 된다. “군사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니 무력만 믿고 전진해서는 안 된다. 병력의 힘을 모으고 적을 헤아려 적을 이길 뿐이다.”[兵非益多也, 唯無武進, 足以倂力, 料敵, 取人而已.] 마지막 문장을 두고 이견이 있다. 취인取人을 병참부대에서 병력을 조달하든가 포로로 잡은 적을 병력으로 쓴다든가 하는 주석이 보인다. 이는 “병력(倂力), 료적(料敵), 취인(取人)”을 병렬로 보고 문장의 리듬을 균질하게 본 것이다. 내용에서 보더라도 한정된 인원을 가지고 적지에서 불리한 조건일 때 처신하는 방법으로 읽으면 합리적인 해석이다.
손자는 지휘관과 병사들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행군도 조직의 단결이라는 점을 환기시킨다. “인자함과 은혜로 명령을 내리고 위엄과 벌로 군사를 균질하게 다스려야 한다. 이를 일러 반드시 이긴다고 한다.”[令之以文, 齊之以武, 是謂必取.] 장예는 이 문장에 흥미로운 주석을 붙였다. “부드러움과 은혜로 군사를 기쁘게 해주고 매서움과 위엄으로 엄숙하게 지휘해야 한다. 두려움과 사랑을 겸한 것이다. 때문에 싸우면 반드시 이겼고 공격하면 반드시 점령했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위엄이 사랑을 이기면 일을 성취할 수 있다. 사랑이 위엄을 이기면 아무런 공적이 없다”라고 해서 위엄을 앞세웠습니다. 손무가 사랑을 앞세운 것은 어째서입니까?’ 대답했다. ‘『서경』에서 말한 것은 어진 사람의 군대다. 왕도를 쓰는 사람은 백성들에게 은덕이 평소에 두터워 인심이 이미 그에게 쏠려 있다. 백성들을 부릴 때 위엄이 적을까 근심할 뿐이다. 손무가 진술한 것은 전국시대의 군사다. 패도(覇道, 무력을 중시하는 태도)를 쓰는 사람은 백성들에게 법령이 평소에 가혹해서 인심이 그에게서 쉽게 떠난다. 백성들을 부릴 때 은혜가 적을까 근심할 뿐이다.’”[文恩以悅之, 武威以肅之;畏愛相兼, 故戰必勝, 攻必取. 或問曰:‘書云:“威克厥愛, 允濟;愛克厥威, 允罔功.” 言先威也. 孫武先愛何也?’ 曰:‘書之所稱, 仁人之兵也. 王者之於民, 恩德素厚, 人心已附, 及其用之, 惟患乎寡威也. 武之所陳, 戰國之兵也. 霸者之於民, 法令素酷, 人心易離, 及其用之, 惟患乎少恩也.’] 장예의 주가 눈에 띄는 이유는 역사성 때문이다. 『서경』이라는 고전과 『손자병법』 사이에 충돌이 생겼을 때 어떻게 둘을 조화시킬 것인가. 장예는 역사적 관점을 들여와 읽은 것인데 시대성의 변화를 얘기하면서 둘 사이의 부조화를 해소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변화라는 테마가 담겨 있다. 유동성은 큰 맥락에서도 사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예의 주는 읽을 만하다.
10) 지형편(地形篇): 제목 아래 조조는 이런 설명을 붙였다. “싸우고자 하면 지형을 살펴 승리할 계책을 만들어야 한다.”[欲戰, 審地形以立勝也.] 간결한 설명이다. 지형과 승리를 위한 군사운용을 하나로 꿰었다. 정곡을 찌른 말이다. 장예는 약간 자세한 설명을 한다. “무릇 군사는 행군할 일이 있게 마련이므로 먼저 50리 이내의 산천지형을 군사를 보내 복병이 있는지 살피도록 하고 장수가 바로 직접 가서 땅의 형태를 보고 이에 따라 전투를 도모하니 지형이 험한지 평탄한지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군대를 이끌고 국경을 넘어가면 지형을 살펴 승리할 계책을 마련한다. 때문에 행군 뒤에 지형을 두었다.”[凡軍有所行, 先五十里內山川形勢, 使軍士伺其伏兵, 將乃自行視地之勢, 因而圖之, 知其險易. 故行師越境, 審地形而立勝, 故次行軍.] 장예의 말은 조조의 설명을 부연한 것이다. 국경을 넘어간다고 명시했으므로 자국 땅에서 전투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지형의 중요성은 커진다.
지형편은 지형과 지형에 따른 군사운용을 다룬다. 행군이 전투를 위해 특정지점으로 이동한다는 기동의 개념이라면 지형은 직접 적과 부닥친다는 점에서 범주가 다르다. 장예는 그 작전개념을 지적한 것이다. 손자는 첫 문장에서 지형을 6가지로 분류하고(육지六地) 이용방법을 설명한다. 손자의 말을 들어 보자. “지형에는 통하는 땅이 있으며....멀리 있는 땅이 있다. 우리도 갈 수 있고 저쪽에서도 올 수 있는 곳을 통하는 땅이라 한다. 통하는 땅의 경우, 먼저 높고 양지바른 곳을 차지하고 양식 지나는 길을 이용해 싸우면 유리하다. 먼 땅일 경우 지세가 똑같기 때문에 싸움을 걸기 어렵다. 싸우면 불리하다.”[地形, 有通者,,,,.有遠者. 我可以往, 彼可以來, 曰通. 通形者, 先居高陽, 利糧道, 以戰則利....遠形者, 勢均, 難以挑戰, 戰而不利.] 손자가 열거한 육지六地는 물리적 지형을 말하는 게 아니라 ‘지형개념’이다. 전투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군사적 관점에서 파악한 개념이기에 중요하다. 관념적이 아니라는 말이다. 인문지리가 있고 자연지리가 있으며 역사지리도 있다. 손자는 철저히 군사관점이다. 그것도 적과의 전투를 예상하기 때문에 상대성이 강하다.
손자의 방법을 추상화해서 말하면 유물적 관점이다. 유물적 관점이란 자신을 사고의 중심으로 보는, 즉 모든 근원으로서 ‘생각하는 주체’[cogito]를 상정하고 그 이후에 ‘외부를 사고한다’는 관념성이 아니라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며 상호작용하는 외부의 관계[물物]에 먼저 관심을 둔다, 자기란 외부와 상호교섭하면서 성립한다는 의미이다. 소략하고 거친 정의이기는 하나 『손자병법』이 중국에서 높이 평가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유물적 관점 때문이다. 지형편에서 손자의 유물적 관점은 명백하다.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두 요소―지형과 적을 명시하기 때문이다. 두 요소는 나(아군)의 움직임과 역할을 강제하고 나는 두 요소와 엉켜 내 활동을 결정한다. 두 요소와 나는 분리되지 않는다.
이어지는 손자의 발언은 필연적이다. “무릇 이 6가지는 땅을 아는 길이며 장군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이므로 살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군대에는 도망이 있으며 해이가 있으며...패배가 있다. 무릇 이 6가지는 하늘이 내린 재앙이 아니라 장수의 잘못이다.”[凡此六者, 地之道也, 將之至任, 不可不察也. 故兵有走者,.,,,有北者. 凡此六者, 非天之災, 將之過也.] 地之道는 지형개념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용병과 관계되기 때문에 장수의 지임(至任)이라 했다. 다음 문단으로 넘어가면서 손자는 “그러므로 군대에는”[故兵]이라고 했는데 이때 쓴 “그러므로”[故]는 한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허사에 가까운 상투적인 말이 아니라 논리적 필연성을 담은 무거운 말이다. 앞 문단에서 말한 지형이 바로 다음에 나오는 병(兵)과 필수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6가지는 여섯 종류의 패배(육패六敗)를 말한다. 이 말로 두 번째 문단으로 넘어와 적지에서의 용병의 실패를 거론했다. 손자는 하늘의 재앙이 아니라 장수의 잘못이라고 했다. 항우가 마지막 전투에서 자신 혼자 전투실력을 발휘하고 사람들을 놀라게 한 뒤 하늘이 내린 재앙이라는 투로 말을 한다. 사마천은 이에 대한 비판했지만 사마천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손자는 이미 병법에서 용병의 실패는 장수의 몫임을 갈파했다. 육패 역시 실패의 구체적 예로 보기보다는 6유형으로 개념화했다고 읽어야 할 것이다. “무릇 서로 차지한 지세가 똑같은데 우리 병사 한 사람으로 적병 열을 공격하는 것을 병사들이 달아난다고 한다....장수가 적을 헤아리지 못하며 적은 병력으로 많은 병력과 전투하고 약한 군대로 강한 군대를 치며 병사 가운데 선봉으로 뽑을 사람이 없는 것을 패배라고 한다. 무릇 이 6가지는 패배하는 길이며 장군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이므로 살피지 않을 수 없다.”[夫勢均, 以一擊十, 曰走....將不能料敵, 以少合衆, 以弱擊强, 兵無選鋒, 曰北. 凡此六者, 敗之道也, 將之至任, 不可不察也.]
세 번째 단락은 첫 번째 지형을 말한 것에 호응해 지형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무릇 지형은 용병의 보조물이다. 적을 헤아려 승리할 기틀을 만들고 지형의 험난함과 위험, 거리를 따지는 일은 상장군이 할 일이다. 이를 알고 전쟁에 쓰는 자는 반드시 이기고 이를 모르면서 전쟁에 쓰는 자는 반드시 패한다.”[夫地形者, 兵之助也. 料敵制勝, 計險阨遠近, 上將之道也. 知此而用戰者必勝, 不知此而用戰者必敗.] 용병의 보조물[助]이라 했는데 다른 판본에는 ‘이易’라는 말로도 쓰였기 때문에 용병하기 쉽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지형을 이용하는 것이 부차적이라는 말이라기보다 “적을 헤아려 승리할 기틀을 만드는 일”[料敵制勝]이 주된 목표이기에 보조라고 표현했다. 용병을 염두에 두고 쓴 말이었던 것.
네 번째 단락은 두 번째 단락의 용병실패와 이어져 병사들과의 관계를 강조한다. “병사들을 어린아기처럼 보기 때문에 병사들은 장군과 함께 깊은 계곡에 들어간다. 병사들을 사랑하는 자식처럼 보기 때문에 병사들은 장군과 함게 죽을 수 있다.”[視卒如嬰兒, 故可與之赴深谿;視卒如愛子, 故可與之俱死.] 병사들은 속된 말로 장기판의 졸이 아니기 때문에 지휘관과 관계가 중요하다. 전투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병사를 어린아이에 비유했는데 어린아이 비유는 중국고서에 흔히 보이는 수사로 특정 학파나 특정인의 독특한 레토릭으로 볼 수 없다. 노자도 어린아이에 비유했으며 맹자도 어린아이의 비유를 썼다. 어린아이는 아껴야 하는 존재이므로 사랑하고 돌봐야 한다. 물론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로 키우면 안 되기에 엄격함이 없어서는 안 된다. 군대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손자는 당연히 그에 대한 주의도 환기시킨다. 병사를 다루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 단락은 앞의 진술을 총괄해 사지(四知)를 말한다. “우리 병사들이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적은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면 승률은 반이다. 적은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 병사들이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면 승률은 반이다. 적은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 병사가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도 지형이 싸울 수 없는 곳임을 모르면 승률은 반이다. 그러므로 용병을 아는 사람은 움직이되 헷갈리지 않으며 일을 실행하되 변화가 무궁하다. 그러므로 말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승리가 위태롭지 않다. 하늘을 알고 땅을 알면 승리가 끝이 없다.’”[知吾卒之可以擊, 而不知敵之不可擊, 勝之半也;知敵之可擊, 而不知吾卒之不可以擊, 勝之半也;知敵之可擊, 知吾卒之可以擊, 而不知地形之不可以戰, 勝之半也. 故知兵者, 動而不迷, 擧而不窮. 故曰:知彼知己, 勝乃不殆;知天知地, 勝乃不窮. 마지막 구절 ‘不窮’이 ‘可全’으로 된 곳도 있다. ‘승리가 온전할 수 있다’가 된다.] 마지막 단락의 전문이다. 사지(四知)란 知彼·知己·知天·知地를 말한다. 천지를 함께 말했으니 병음양(兵陰陽)과 관련된다. 하지만 문맥 전체 흐름으로 보면 땅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형을 장악해야 한다.
11) 구지편九地篇: 「구지편」은 손자병법 가운데 가장 길다. 구지란 아홉 가지 땅의 구역을 말한다. 지리적 개념이라는 점에서 지형과 같으나 지형에서 얘기한 지세보다 큰 개념이라는 점에서 범주가 다르다.
첫 문장을 보자. “용병하는 방법에는 산지, 쟁지, 교지, 구지, 중지, 비지, 위지, 사지가 있다.”[用兵之法:有散地, 有輕地, 有爭地, 有交地, 有衢地, 有重地, 有圮地, 有圍地, 有死地.] 구지를 용병에 귀속시켰으니 구지에서 어떻게 장수가 군사를 운용하고 대처하는지를 얘기한 편으로 이해할 수 있다. 몇 가지 중요한 언급이 나오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위객지도(爲客之道). 구지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①산지(散地): 자기 나라 땅에서 싸우는 것. 대책은 싸우지 말 것.
②경지(輕地): 남의 나라에 침입하되 깊이 들어가지 않은 경우. 대책은 멈추지 말 것.
③쟁지(爭地): 우리가 차지해도 이롭고 적이 차지해도 이로운 곳. 대책은 공격하지 말 것.
④교지(交地): 우리가 갈 수도 있고 적군도 올 수 있는 곳. 대책은 행군의 처음과 끝이 끊어지지 않도록 할 것.
⑤구지(衢地): 제후의 땅이 여러 나라에 걸쳐 있어 먼저 도착하면 천하 백성을 얻을 수 있는 곳. 대책은 외교관계를 잘 맺을 것.
⑥중지(重地): 적국의 땅 깊숙이 들어간 곳. 대책은 숩격해 빼앗을 것.
⑦비지(圮地): 지형이 험해 행군하기 어려운 곳. 빠르게 지나갈 것.
⑧위지(圍地): 들어가는 길은 좁고 나오는 길은 돌아 나와야 해 적이 적은 수로 아군을 공격할 수 있는 곳. 벗어날 계책을 세울 것.
⑨사지(死地): 빠르게 싸우면 살 수 있고 빠르게 싸우지 않으면 죽는 곳. 오로지 목숨 걸고 싸울 것.
9가지는 원칙 없이 분류한 것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위객지도(爲客之道)에 있다. 산지(散地)만 빼곤 모두 적지에서 싸우는 것이다. 손자는 전쟁의 기본 원칙을 남의 땅에서 싸우는 것으로 설정한다. 우리 땅에서는 싸우지 말라 했다. 그러므로 손자의 용병은 적지에서 싸우는 것에 집중한다. 적지에서 싸우는 것이 원칙이므로 약탈은 피할 수 없으며 지형을 익히는 것이 필수다. 내가 주인[主]이 아니고 손님[客]이기 때문에 이를 자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비지圮地가 행군을, 위지(圍地)와 사지(死地)는 전투행위를 말하지만 적지의 상황임을 말할 것도 없다. 적지에 처했으므로 위험성은 커지고 긴장도는 높다. 대응책이 언급된다. “적이 아끼는 것을 빼앗으면 적은 말을 듣는다.”[奪愛則聽] “적지에 깊숙이 들어가면 집중하라.”[深入則專] 적지에 들어왔으니 환경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말한다. “병사들은 위험에 깊이 빠지면 두려워하지 않고 갈 곳이 없으면 견고해지며 적진 깊이 들어가면 환경에 구속되고 어찌할 수 없으면 싸운다.”[兵士甚陷則不懼, 無所往則固, 深入則拘, 不得已則鬪.] 이 말은 병사들이 두려워하고 나약해지며 제멋대로 굴고 도망간다고 거꾸로 말할 수도 있을 텐데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도리어 심리가 강해지는 측면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조건이 붙는다. “요상한 말을 금하고 의심을 제거할 것.”[禁祥去疑] 손자의 주요한 사고 가운데 하나는 환경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지형에서도 그랬고 구지에서도 마찬가지이며 병사의 심리를 거론하는 곳에서 도드라지는 생각은 인간의 행동과 사고에 미치는 환경의 영향이다. 손자의 환경중시는 다른 학파와도 공유하는 사고다. 도가 계열에서는 특히 환경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진다. 자연自然이라는 도가의 핵심 개념에는 환경에 맡기고 그대로 두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법가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그들이 말하는 세(勢)도 일정부분 환경의 영향을 담고 있는 개념이다.
적지에서 장수의 용병술은 어떠해야 할까? “장군의 임무 수행은 고요하면서 보이지 않아야하고 올바르게 하면서 잘 다스려야 한다. (방법은 이러하다) 병사들의 이목을 어리석게 만들어 병사들이 알지 못하게 하고, 임무를 바꾸고 계책을 변화시켜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하며, 주든지를 바꾸고 길을 우회해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구지의 변화, 굽히고 펼치는 변화의 이로움, 인간 심리는 살피지 않을 수 없다.”[將軍之事, 靜以幽, 正以治. 能愚士卒之耳目, 使之無知;易其事, 革其謀, 使人無識;易其居, 迂其途, 使人不得慮....九地之變, 屈伸之利, 人情之理, 不可不察.] 장군이 할 일이란 결국 병사를 속이라는 것. 군사행동에 대한 기밀은 장군만이 알고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군과 사병의 위계가 분명하다는 전제에서 나온 말이기는 하지만 군사비밀을 모두 공유하고 작전을 실행한다 해서 성공률이 높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논어』에도 백성을 일을 실행하도록 만들어야지 이유까지 알게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봉건 계급사회에나 통용되는 법도라고 넘길 수 있는 단순한 언술에 불과할까?
여기까지 이야기한 내용이 뒷부분에서 언어를 바꿔 되풀이된다. 큰 틀에서 요지에 변화는 없어 보이는데 반복되는 언어 때문에 편폭이 길어진 것 같다. 이 때문에 읽기에 약간 혼란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읽기가 까다롭기는 「구지편」도 다르지 않다.
「구변편九變篇」은 『손자병법』에서 가장 짧다. 250자가 채 되지 않는다. 네 단락 혹은 다섯 단락으로 나눌 수 있는데 단락 간의 연결이 느슨해 체계적으로 작성된 다른 편들과 다르다. 요점만 간단히 정리해 본다.
장예는 구변이라는 제목을 이렇게 설명한다. “변(變)은 일정한 법도에 구애받지 않고 일을 당해 알맞게 변하는 것으로 마땅함을 따라 행하는 것을 말한다. 무릇 남과 이익을 다툴 때는 반드시 구지(九地)의 변화를 알아야 한다. 때문에 「군쟁편」 다음에 두었다.”[變者, 不拘常法, 臨事適變, 從宜而行之之謂也. 凡與人爭利, 必知九地之變, 故次軍爭.] 원래 「구변」은 「군쟁」 다음에 놓였기 때문에 이런 설명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구지九地가 무엇인지 구변에는 설명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구지편」에 가서야 구체적인 설명이 보이기 때문이다. 구지라는 지형에 따라 변화해서 용병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한 것 같다. 본문에, “길은 가지 말아야 할 곳이 있고 군대는 치지 말아야 할 상대가 있으며 성은 공격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고 땅에는 다투지 말아야 할 곳이 있고 임금의 명령에는 받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途有所不由, 軍有所不擊, 城有所不攻, 地有所不爭, 君名有所不受.]는 말도 지형과 용병을 하나로 묶어 변화라는 말을 포괄적으로 사용할 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장은 이어진다. “그러므로 장수가 구변의 이로움을 아는 사람은 용병할 줄 아는 것이다.(地라는 글자는 군더더기 글로 해석하지 않아도 무방할 것이다) 장수가 구변의 이로움을 모르면 지형을 알더라도 지리의 이로움을 알 수 없다. 장수가 병사를 거느리면서 구변의 기술을 알지 못하면 다섯 가지 이로움을 알더라도 사람을 쓰는 법을 알 수 없다.”[故將通於九變之地利者, 知用兵矣;將不通於九變之利者, 雖知地形, 不能得地之利矣. 治兵不知九變之術, 雖知五利, 不能得人之用矣.] 다섯 가지 이로움은 앞에서 언급한 유소불(有所不)의 다섯 사항을 말한다. 지리나 지형이라는 고정된 개념만으로는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유동성이 전제되어 있다. 손자의 말은 장수의 중요성으로 넘어왔는데 병사들과의 관계를 토대로 장수의 임무를 얘기하면서 결론을 이끈다.
“장수에게는 다섯 가지 위험이 있다. 반드시 죽겠다고 하면 적이 우리를 죽일 수 있다. 반드시 살겠다고 하면 적이 사로잡을 수 있다. 분노하고 성질이 급하면 모욕당할 수 있다. 청렴하고 깨끗하면 수치스런 일을 당할 수 있다. 백성을 사랑하면 일이 번거러워 질 수 있다. 이 다섯 가지는 장수의 잘못이며 용병의 재앙이다.”[將有五危:必死, 可殺;必生, 可虜也;忿速, 可侮也;廉潔, 可辱也;愛民, 可煩也. 凡此五者, 將之過也, 用兵之災也.] 장수의 판단력에 방점이 놓인 것 같다. 청렴이 불러오는 문제점도 그렇지만 애민愛民의 문제점은 군대를 낭만화하지 않는 냉철함을 보여준다. 백성과 병사를 다 끌어안고 갈 경우 둘 다 읽고 만다. 장수 혼자의 책임에서 그치지 않으니 용병의 재앙임은 말할 것도 없다. 냉혹한 현실인식이다.
이상이 ‘계획’이라는 큰 틀에 이어 전쟁의 구체적 양상을 다각도로 검토한 글이다. 앞의 글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집단이라면 이어지는 마지막 두 장은 특별한 각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은 이기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관점에 서면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글_최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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