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딥 퍼플, 『Machine Head』- 'Highway star'를 연습하렴

딥 퍼플, 『Machine Head』

- "'Highway star'를 연습하렴. 시작과 끝에 Riff가 있단다"

 


레드 제플린이 그렇게 대단한, 위대한 밴드라면, 그에 견줄만한 다른 밴드는 없을까? 있다. 딥 퍼플이다. 그런데… 코너의 특성상 가장 좋아하고, '기억'이 많이 얽혀있는 앨범을 고르곤 하는데, 딥 퍼플의 경우엔 『in Rock』앨범도 좋아하고, 'April'이 수록된 셀프타이틀 3집은 재미난 기억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Machine Head』 음반을 고른 이유가 있다.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고, 처음 '기타'를 배우던 시절에 연습한 곡이 이 앨범에 가장 많기 때문이다.

싱겁기는 하지만, 이게 나 자신에게는 꽤 중요한 분기점이랄까, 그런 것이었다. '연주자'로서의 분기점은 절대 아닌 게 그때나 지금이나 내 연주력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것은 차라리 '리스너'로서의 분기점이다. 무엇인가 하면, Riff(리프)의 개념이나, 록음악의 악곡 구성이랄지 이런 것들을 이해하게 되었달까. 그러니까 리스너로서 나는 딥 퍼플의 곡들을 연습하기 전과 후가 조금 많이 달라졌다. 음악을 그저 듣기만 할 때는 '아, 좋네', '오, 끝내주는데' 정도의 느낌이었다면, 기타 연습도 하고, 악보도 외우려고 노력하고 그러니까, '오, 훌륭하잖아',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을까' 정도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느낌'에 이유가 생기기 시작한 셈이다. 이게 리스너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밴드를 구분하는 나름의 기준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인데, '그냥 밴드', '좋은 밴드', '훌륭한 밴드', '위대한 밴드'.

그렇게 해서 내 마음 속, '위대한 밴드'의 기준은 '내가 듣기에 좋은 데다가 훌륭하기까지 한 밴드'가 되었다. 딥 퍼플이나 레드제플린쯤 되면 당연히 거기에 들어간다.(물론 그 와중에 레드제플린이 조금 더 위대하다) 반면에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내 마음 속에는 U2나 퀸 같은 슈퍼밴드도 '훌륭한 밴드' 정도에 머물러 있다. 쉽게 말해서 훌륭하다는 것은 분명히 알겠으나, 도무지 좋아지지가 않는달까. 보노의 (어쩐지 끈적한) 목소리나, (달인 수준으로) 딜레이 이펙터가 잔뜩 걸린 에지의 기타에 도무지 정이 붙지 않았다. 퀸도 그렇다. 콧수염 기르고 레오타드를 입고서 무대를 뛰어다니는 프레디 머큐리를 좋아하기에는……, 내가 조금 담백한 편인가?

 


여하간, 그러한 이유로 (레드제플린 보다는 조금 덜 위대한) 딥 퍼플의 음반 『Machine Head』를 꼽았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어느 정도 기초를 마스터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곡 연습을 하는데, 그때 비로소 치는 곡들이 'Highway star', 'Smoke on the water'다. (잠깐 다른 이야기 좀 하자면) 대학에서 예비역들이 MT만 갔다하면, 주구장창 쳐대는 레드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은 기타를 배우고 나서도 한참 연습을 해야 겨우 칠 수 있을 정도로 쉽지 않은 곡이다. 그뿐인가. 겨우 칠 수 있게 되더라도, '멋지게' 치는 것은 아예 차원이 다른 문제다.(요즘도 그런 놈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있다면 '그만해!'라고 말하고 싶다. 안 멋있다. 설마 21세기에도 그러고 있지는 않겠지…….

 

'처음에도, 끝에도 Riff가 있을 뿐'이라고 제목을 달아놓은 것처럼, 이 앨범은 로큰롤 역사에 길이 남을(이미 길이 남고 있는) 주옥 같은 리프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리프'가 무언가 하면, 아래 동영상을 보자. 

 



너무너무 유명한 '짠~짠~짜~ 짠짜짜잔~' 하는, 그러니까 리치 블랙모어(기타리스트)가 계속 반복적으로 연주하는 악절을 두고 '리프'라고 한다. 이 리프가 얼마나 유명한지,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기타 키드들이 따라서 쳤는지, 당시 미국이나 영국의 악기점에는 'Don't play Smoke on the water' 같은 문구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하기야 점원 입장에서는 기타를 사러오는 사람들 모두가 ''짠~짠~짜~ 짠짜짜잔~'만 치고 있으니 괴로울 만도 했겠다.

록 음악에 있어서 기타 리프의 중요성은 백번을 말해도 지나침이 없다. (위의 동영상을 플레이 해 보셨다면 감이 팍 오겠지만) 록 넘버에서 그 곡의 '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보컬리스트의 보컬도, 화려한 기타 솔로도 아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반복적으로 연주되는 '리프'가 결정적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드럼이 짜맞춰 가는 리듬, 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보컬의 기량이나 기타 솔로잉은 그 다음 문제다. 리치 블랙모어가 '대단'을 넘어 '위대'한 기타리스트인 이유는 그 리프를 기가 막히게 잘 만들어 냈다는 데 있다. 아, 물론 딥 퍼플 초창기에는 존 로드(건반)의 역할이 훨씬 크기는 했지만…….(그래도 '역시 록은 기타지'라고 (올드록 팬인) 나는 (올드하게) 생각한다.) 

 


조금 너무한 처사이기는 하나, 그래도 이해는 간다. 그만큼 유명한 리프다. 더불어,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리프 10선' 뭐 이런 걸 뽑으면 늘, 언제나 'Smoke on the water'가 1등을 맡아놓고 한다. 나도 오래간만에 기타를 잡으면 이 리프부터 친다. 이건 '이거부터 쳐야지' 해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니고, 그냥 기타를 잡으면 그렇게 된다.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이건 마치 기타라는 악기의 유전형질을 변화시킨 정도의 영향을 주었다고까지 해도 과언이 아니다. 

'Smoke on the water'뿐이 아니다. 'Highway star'도 그렇다. 이를테면 일천구백구십년대에 고등학교 앞 기타 학원에서 학생이 '선생님, 셋잇단음표 부분을 어떻게 연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한다면, 선생님은 '그래? 그럼 하이웨이 스타를 연습하렴'이라고 할 것이다. 또는 '너는 리듬감이 조금 약하구나', '그럼 뭘 연습해야 하죠?', '하이웨이 스타를 연습하렴'이 되겠지. 그뿐인가. '선생님 쉽지만 멋진 솔로를 연주하고 싶어요.', '아 그러니? 그럼 하이웨이 스타를 연습하렴', 이렇게 초보에게는 언제나 'Highway star'가 있었다. 아, 그리고, '하이웨이 스타가 누구 노랜데요?', '뭐? 너 롹 좋아한다메? 딥 퍼플을 몰라? 엉? 그게 말이 돼? 너 혹시 레드 제플린은 알아? 모른다고? 야!' 뭐 이런 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었던 시대다.

그렇다면, 이 앨범이 순전히 기타 키드들을 위한 연습곡 모음집 같은 거냐 하면, 그렇지가 않다. 세상에 이 앨범을 들은 사람 중에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 많을까, 그냥 듣기만 하는 사람이 많을까? 당연히 후자다. 내내 'Highway star'와 'Smoke on the water' 이야기만 했지만, 정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Space Tuckin''이다. 운전면허를 처음 따고, 겨우 운전하며 음악을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겼을 때를 기억한다. (내 인생의 테마가 의도치 않게 '주객전도'인지라) 나는 '운전'보다 심혈을 기울여 '드라이브'용 재생목록을 만들었었다. 지지탑, 스티비 레이본의 빠른 곡들, 80년대 메틀곡들, 그리고 바로 딥 퍼플의 'Space Tuckin''과 'Burn'.(써놓고 보니 속도광의 재생목록 같은데, 그건 결코 아니다.) 아, 그것들을 들으면서 뻥 뚫린 고속도로를 (규정속도를 철저하게 지키며) 달리고 있자면 어찌나 신나던지…….

 


딥 퍼플이 레드제플린보다 조금 덜 위대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레드제플린의 드러머 존 본햄이 죽었을 때, 레드제플린은 '해산'을 결정했다. 존 본햄이 없이는 더 못한다고. 반면에 딥 퍼플은 1기, 2기, 3기……를 나눠가며 멤버들을 기억해야 할 정도로 멤버 교체가 잦았다. 멤버 교체가 잦았다는 이유 그 자체로 덜 위대하다는 것이 아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새 멤버를 들여서 밴드를 지속시키는 대신, 해산을 택한 레드제플린에 비해 '멋짐'의 요소가 조금 부족하달까? 어쩐지, (당연한 것이지만) 잊어버리고 싶은 '쇼 비지니스'를 자꾸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것'은 위대한 것. 만약 레드제플린과 비교한 것이 아니었다면, 그 정도는 흠도 아니다. 요즘 나오는 (죄송하지만) 어쩐지 시시한 밴드들에 비하면, 멋짐으로 똘똘 뭉쳐 있다. 특히나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라이브 비디오들을 찾아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사운드의 질이나 연주력이 요즘말로 '쩐다'. 

한참 쓰다 보니, 기타가 치고 싶어진다. 물론 실제로 치면, 실망하겠지만, 뭐 그래도 '짠~짠~짜~ 짠짜짜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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