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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CDLP) 스토리

[판 스토리] 음악 추천 – 취향이란 무엇인가?

by 북드라망 2023. 1. 19.

음악 추천 – 취향이란 무엇인가?


‘취향’이란 무엇일까? 사전을 보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경향, 또는 방향'이라고 뜻풀이가 되어 있다. 사전적인 의미는 그렇고, 나는 일단 '취향'이 결국은 일종의 '무능력'이 아닐까 생각하는 편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것은 '능력'의 표지이기도 하다. 여기엔 일종의 변증법 비슷한 게 있다. 그러니까 '취향'이란 어떤 점에서는 '다른 것'을 변별해내는 능력이지만, 어떤 점에서는 '선호'에 종속되는 무능력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취향'은 극복될 필요가 있다. 어떤 것이 주어지든지 즐거울 수 있다면, 다시 말해 주어진 모든 것과 기쁨의 변용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 '취향'은 능력과 무능력의 구분을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취향의 변증법'이 아닐까?

자, 그래서 너의 음악 취향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답하는 일은 약간 조심스럽다. 여러가지 중의 하나를 고르는 일은 다른 의미로는 내가 가진 어떤 무능력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도대체 뭘 추천해야 그런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을까? 요즘들어 부쩍 자주 듣는 Julian Lage의 새 앨범(링크) 중의 한 곡을 골라 추천해서 나의 꽤나 세련된 '취향'을 자랑해 볼까 싶기도 하면서도, '그게 뭔 의미가 있냐'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든다. 그러면 '의미'에 집중해서, '20세기에 정태춘(서울역 이씨 - 링크)이 있었다면, 21세기에는 연영석'이라고 내가 홀로 주장할 때의 '연영석 4집- 긴다(링크)'를 추천할까? 그런데 또 그러자면, '아 쟤는 이런 노래들을 좋아하는구나'하는 규정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그리하여 '노래라면 의미가 중요하지만, 음악에 무슨 의미가 있어. 특이한게 제일!'라는 관점을 취해본다. 바로 이때에 딱 맞는 곡(?)이 있다. Blue man group의 ASMR 시리즈(링크)다. 물론 그들이 만든 진짜 '곡'도 충분히 무의미하면서 좋다(링크). 이쯤되면 '계산'을 너무 많이 한 나머지 머리가 좀 아프다. 아, 머리가 아플 때면 자주 듣는 MONO - Ashes in the snow_live(링크)를 추천해 볼까? 아니면 최희준 - 하숙생(링크)도 기가막힌데, 이은하 - 미소를 띄우며 날 보낸 그 모습처럼(링크)도 좋고... 기왕 이리 엉망이 된거, 내가 음악 없이 나의 '인생'을 표상할 수 없게 된 계기가 되었던 음악(Nirvana - Come as you are _ Unplugged in Newyork (링크)을 추천할까 싶기도 하다. 아무 이유 없이 겨울이면 울적함에 휩싸여서 듣던 Pink floyd - Wish you were here(링크)도 있는데...

그러니까, 요지는 온갖 잡탕죽처럼, 아무 음악이나 막 듣는 나로서는 한곡만 추천하기가 정말 힘들다. 그리하여, 그냥 요즘 가장 많이 듣는 곡 중에 하나를 추천해 볼까?

Adele - Easy on me (링크)


거의 30년 가까이 '열정적인 리스너'로 살아온 중에도 딱히 누군가의 '팬'이었던 적은 거의 없다. 팬은 뭔가 음악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는, 창작자와의 어떤 정서적 유대감 같은 것을 갖는 사람을 말하지 않는가? 그 정도였던 적은 대충 대여섯번 정도였던 것 같은데, 맨 처음으로는 너바나, 그 다음으로는 오아시스, 그 다음으로는 모짜르트, 그 다음으로는 지미 헨드릭스, 그 다음에 연영석, 애써 한명 더 추가하자면 말러 정도다. 그러던 중에 가장 최근, 근 10년 사이 처음으로 '내가 팬이되었구나'라고 느낀 창작자가 한 명 있었으니 바로 아델이다. 자, 이제 어떤 이유로 그렇게 되었는지 하는 이야기를 기대하시겠지만, 그런 이유가 없다는 게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다. '팬'이 되는 이유와 과정은 절대 필설로 설명할 수가 없다! 그걸 설명할 수 있다면 그는 팬이아니다(라는 게 나의 지론이다). 다만 팬이 되었던 순간의 상황만을 말할 수 있을 뿐! 7년 전 겨울 어느날 친구가 운영 하는 멕시칸 펍의 구석에 앉아 타코를 뜯으며 들었던 Hello의 첫 소절을 여전히 잊을 수가 없다. 혹시 뭔가 그 '가사'와 연관된 '추억' 같은 게 있느냐는 의문이 드실 수 있겠지만, 그런 건 전혀 아니다. 만약 그렇더라도 이런 식으로 공공연하게 그 사연을 밝힐리가! 어쨌든, 그날의 그 공기와, 타코의 맛과, 지금은 먹지 않는 가당 코카콜라의 목넘김과 약간 피곤했던 그날의 상태 등 그 모든 것이 나를 아델의 '팬'으로 이끌었달까? 그런 것이다.

그로부터 나는 이른바 '디바'에 해당하는 여러 가수들의 음악을 계속, 계속, 굳이, 애써 들었다. 그러다보니 이제 그 마저도 나의 여러 취향 중에 하나가 되고 말았달까? 자자, 그러니까 내가 추천하고 싶은 딱 한 곡은 사실 Adele - Easy on me가 아니다. 아델을 흔히 현대에 나타난 클래식 소울 싱어라고 표현하는데, 그렇다면 과거에 나타났던 클래식 소울 싱어도 있지 않겠냔 말이다. 그리하여 이 모든 복잡한 과정을 거친 후에 고른 그 곡이 내가 이 겨울에 추천하고 싶은 딱 한 곡이다.

Nina Simons - I wish I knew it would feel to be free (링크)

그러니까 이 글은 음악을 추천하는 글이라기 보다는... '취향'에 관한 글이다. 다들, 한결 가볍고,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유를 만끽하는 겨울 보내시길? 응?

글_정군(문탁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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