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editor’s memo
‘『다른 이십대의 탄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하는 질문을 두고 40대 초입에 들어선 아저씨는 고민에 빠졌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20대’란 결국 자기 경험 속에 있는 ‘20대’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것을 기준으로 생각하다보면 문득 깨달음이 내려오는데, ‘아, 이게 바로 꼰대구나’하는 깨달음이다. 그래서 내 경험 속의 ‘20대’에 대한 관념을 지우고, 그냥 지금 ‘20대’가 된 듯이 책을 읽어보았다. 물론, 나는 진짜 ‘20대’가 아니므로 진짜 20대의 세계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노력을 통해서 모종의 ‘갱신’이 일어났음을 느낀다. 말하자면, 그러한 ‘갱신’의 과정 속에 있다는 점에서 인간은 모두 ‘청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이른 것이다. ‘아저씨가 꼼수로 ‘청년’이 되려고 하다니!?‘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은 딱히 없지만, 어쨌거나 ’아저씨‘도 자기 삶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는 점에서 그들과 똑같다.
아래 문장은 바로 그렇게 ‘과정 속에 있는 사람들’의 말이다.
밑줄긋기
나는 뭐든 열심히 했으니까 스스로를 능동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주어지는 조건,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보고 열심히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중학교와 고등학교·대학교를 비판하는 것은 쉬웠지만, 그곳들을 나와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활동을 꾸리진 못했다. 처음 백일 수행을 하면서도, 초등서당을 하면서도 주어진 일만 깔끔하게 처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백일수행이 끝난 지 한참 된 지금, 여전히 나는 능동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무언가에 한참 집중하다 보면, 또다시 내 말은 먹고 남의 일엔 간섭하지 않고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동은이 아직 곰에서 사람이 되지 않은 것처럼, 나 역시 아직 백일수행이 끝나지 않은 듯하다. (김고은, 「내 길을 찾아 삼만리」, 37쪽)
뭘 하고 놀 것인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언제든 관심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그것은 욕망의 차원에서 통합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각자의 현실적인 능력과도 관계되어 있다. 목공으로 사업을 하자, 아카데미를 만들자, 글을 써서 책을 내자, 하는 등의 아이디어 이전에 함께 질문하고, 공부하며 그것을 이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는 ‘일’, 우린 그런 일을 해보려는 것이다.
우리는 맨날 싸운다. 내가 보기에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바로 이것이다. 과거 이른바 ‘청년 모임’에서 갈등은 곧 위기였다. 그런데 우린 맨날 싸우면서도, 또 나와서 함께 공부하고, 회의하고, 논다. 물론 언제 어떤 욕망이 튀어나와서 찢어질지 모르는 것이 청년들의 삶이다. 하지만 과정이 이미 목적인 이상, 된다, 안 된다가 그리 중요할까. 이만큼 된 것이 아닐까, 됐다. (김지원, 「“왜?”라고 질문하기」, 151쪽)
하지만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어렵고 막연했던 예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것처럼, 이제야 내가 바로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공부,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현장이라고 받아들이게 된 것처럼, 그렇게 조금씩 달라질 것 같다.
그러니 지금의 나에게 예술은 현장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하고, 삶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이다. 예술이 재미있지만 마냥 마음가는 대로 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걸, 예술을 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그 힘든 시간을 보냈음에도 여전히 작업을 하는 것이 즐겁다. 일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된 예술을 통해서 점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 (이동은, 「무지에서 예술로」, 212~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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