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낭송 강원도, 낭송 인천경기북부 옛이야기 풀어 읽은이 인터뷰

낭송 강원도의 옛이야기』 풀어 읽은이 인터뷰


1. 옛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라 ‘낭송’과 더욱 가까운 것 같습니다. 낭송Q시리즈 민담·설화편은 각 지역별로 옛이야기들이 모아져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선생님께서 어떤 인연으로 강원도의 옛날이야기들을 풀어 읽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드나드는 인문학 공동체인 <문탁네트워크>에서는 많은 친구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그중에 ‘낭송유랑단’이라는 모임이 있는데, 말 그대로 낭송을 매개로 해서 사람들과 만나고 있어요. 3년쯤 전부터 시작됐는데 문탁에서는 해마다 연말에 있는 ‘인문학 축제’에서 낭송공연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재미가 있어서 참여했는데, 지금은 낭독+암송이라는 단순한 형태의 낭송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사람들과 즐길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그 연장선상에서 옛이야기를 풀어 쓰게 된 것은 저에게 매우 의미있는 일이예요. 옛이야기는 ‘낭송의 일상화’가 만들어 낸, 시간을 초월한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옛이야기는 글자가 아닌 구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옛이야기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살던 시대의 지리적/물리적/문화적 요소, 즉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죠. 거기에 이야기꾼의 개성과 입담이 곁들여지지요. 같은 내용이라도 이야기꾼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야기의 내용을 확실하게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고, 완전히 이야기를 내것으로 만들어야 사람들은 이야기에 깊게 빠지고 감정이입해서 듣게 됩니다. 아직 제가 하는 낭송은 열심히 연습해서 텍스트를 잘 암송하고 계획한 대로 잘 보여 주는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 동네에서 유명한 이야기꾼이 한두 명씩은 꼭 있게 마련인데, 그렇게 언제 어느 때나 이야기 실력을 보여 줄 수 있는 낭송꾼이 되고 싶어요.ㅎㅎ


강원도 옛이야기를 맡게 된 데는 아주 단순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강원도 출신이기 때문이지요.^^ 저는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서 아홉 살까지 그곳에서 살았어요. 10년도 채우지 못해놓고 고향이 강원도네, 어쩌네 하는 것을 가소로워하실지도 모르지만, 어릴 때 강원도에서 살던 기억은 각인된 듯 선명합니다. 제가 살던 철원지역은 휴전선이 가까이 있어서 더러 대남방송이 들리기도 하고 대남전단(삐라)이 흔한 곳이었어요. 집에서 조금만 멀리 가도 험한 산이 있고, 가슴팍까지 차는 개울물은 어찌나 맑은지 가만히 손을 물속에 넣었다가 물고기를 움켜쥘 수 있을 정도였어요. 떠나온 지 이미 오래지만, 여전히 강원도는 저에게 어머니 품속 같은 포근한 느낌을 주지요. 풀어 쓰는 동안 어린 시절의 추억에 흠뻑 빠질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2. 낭송Q시리즈 민담·설화편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각 지역의 사투리가 이야기 속에 그대로 살아 있다는 점일 텐데요. 사투리로 옛이야기들을 낭송할 때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또 사투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것을 보여 주고 싶으셨나요?


사투리는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밋밋한 이야기도 거기에 사투리가 곁들여지면 훨씬 맛깔난 것으로 변해버리지요. 그것은 비유하자면 입체카드 같은 것이지요. 카드를 펴면, 그때까지 평면이었던 그림이 절개선을 따라 3차원 형상으로 변합니다. 3차원 형상은 평면에는 없던 부피감, 깊이감, 원근감을 주지요. 그림자도 생기고 한눈에 볼 수 없는 공간도 생깁니다. 그러면 우리는 훨씬 더 집중해서 그 입체를 주시하고 또 안보이는 공간에 대해 상상하기도 합니다. 이야기에서 사투리가 바로 그런 입체감을 주는게 아닐까요? 


또 지역별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는 사투리는 바로 그런 특성 때문에 하나의 사투리를 쓰는 지역 사람들 간에 은근한 동질감을 제공합니다. 타지에서 온 사람은 절대 알아들을 수 없는 사투리를 씀으로써 ‘우리는 어디어디 사람’이라는 친근감을 맛볼 수 있지요.


사투리는 그야말로 낭송에 딱 어울리는 말입니다. 낭송의 가치를 잘 살려준다고 할까요? 낭송은 나란히 누워있던 글자들을 불러일으켜 세웁니다. 이때 글자들은 저마다 사투리로 단장하고 매혹적으로 사람들의 귀를 드나들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됩니다. 사투리로 옛이야기를 낭송하는 것은,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웃음이면 웃음, 해학이면 해학, 교훈이면 교훈을 증폭해서 전달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3. 『낭송 강원도의 옛이야기』를 풀어 읽으시면서 느끼신 여타의 지역과 다른 강원도 옛이야기만의 특징을 한 가지만 꼽아 주세요. 강원도는 산이 험하고 골짜기가 깊은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강원도의 옛이야기는 이런 특성을 잘 드러낸 것들이 많지요. 


골짜기가 깊고 험한 산속에 있는 절은 뭔가 신령한 기운이 더 강한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그래서 강원도에는 영험하다고 유명한 절들에 얽힌 이야기가 많아요. 그리고 산이 깊으니 야생의 산짐승들이 많죠. 그중에서도 다른 지역에 비해 특히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는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비디오가 나오기 전까지는 어린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 중에 호환(호랑이에 의한 재앙)만 한 것이 없었잖아요?(^^) 옛이야기에 나오는 호랑이는 때로 무섭기도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는 매우 익숙한 존재였어요. 


또 하나, 단종에 얽힌 옛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아시다시피 너무 억울하게 죽어간 어린 임금은 종종 영화나 드라마의 좋은 소재 거리가 되고 있지요. 하지만 영월에 있는 단종의 무덤인 장릉과 장릉을 둘러싼 허리 굽은 소나무, 어린 임금을 싣고 가며 짤랑대던 나귀 방울 소리에 마을 사람들이 울음을 터뜨려버렸다는 옛이야기만큼 우리의 눈시울을 자극하는 것은 없을 것 같아요. 역사적인 사실과 당대의 사람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버무려져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진 단종에 얽힌 옛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당장 영월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든답니다.



4. 선생님께서 풀어 읽으신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옛이야기를 소개해 주시고, 이유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많은 옛이야기들이 권선징악 같은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효도에 관한 것이라든지 여자의 희생을 다룬 내용을 읽다 보면, 오늘날 왜 옛이야기가 자취를 감췄는지 알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너무 뻔하고 너무 고루하다고 생각하기가 쉽거든요. 자신의 목숨을 끊음으로써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의 이름을 유지하는 것을 강요하는 듯한 이야기들 때문에 사실 내 속에서도 ‘욱’ 하고 올라오는 것을 억지로 참아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효도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바리데기’이야기도 처음엔 시큰둥하게 읽었지요. 바리데기는 불나국이라는 나라의 공주였어요. 왕은 왕자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일곱 번째까지 딸이 나오자, 화가 나서 내다 버리라고 했죠. 그렇게 버림받은 것이 바리데기예요. 이야기는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요. 버림받은 바리데기는 한 노인부부의 손에 키워졌어요. 병들어 누운 왕을 낫게 할 수 있는 것은 서천서역 땅, 즉 저승의 약수인데 아무도 저승에 가려고 하는 사람이 없죠. 자신을 버린 아버지이지만 바리데기는 아버지를 위해 고생스럽고 먼 길을 떠나 9년 만에 약수를 구해옵니다. 딸의 효심으로 죽었던 왕이 살아나고 딸은 다시 공주의 지위를 되찾아요. 강원도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바리데기 이야기는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그런데 제가 주목한 것은 강원도에는 무가, 즉 굿판에서 불리는 노래로서 ‘바리데기’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구비문학자료에 무려 70페이지에 달하는 바리데기에 대한 무가는 한 편의 대하소설이나 다를 바 없었어요. 제가 쓴 강원도 낭송 옛이야기에 네 번이나 소제목을 붙여가며 쓴 바리데기 이야기지만, 무가의 내용은 반의 반도 넣지 못했을 정도예요. 그만큼 바리데기의 삶은 버라이어티, 그 자체였죠. 그런데 바리데기 이야기가 어떻게 무가로 전승되었을까요?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보면 알 수 있어요. 딸의 효성으로 다시 살아난 왕은 바리데기에게 절대적인 부와 명성을 주려고 하지만 바리데기는 모든 것을 버리고 망자의 저승길을 인도하는 오구신이 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산 자에게는 인간의 생명에 대한 강한 인내심을, 죽은 자에게는 이승에서의 모든 미련을 버리도록 이끄는 오구신의 존재는 경의를 넘어서 숭고함마저 느끼게 합니다. 저승을 찾아가며 만나는 온갖 어려움과 그 어려움을 하나씩 헤쳐나가면서, 그 길에 갇혀 있던 많은 상처받은 영혼들을 치유하는 과정들을 읽으면서 어느새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효도에 얽힌 그렇고 그런 이야기’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가 행할 수 있는 궁극의 숭고함의 예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5. 마지막으로, 이 책을 독자들이 어떻게 활용했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낭송책은 소리내어 읽어야 그 의미가 잘 들어옵니다. 낭송 텍스트는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읽는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려면 혼자 읽을 때나 여럿이 함께 읽을 때나 상관없이 무조건 소리를 내어 읽는다는 마음가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리내어 읽다 보면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연스럽게 그 감정선을 따라가며 스스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욕심을 낸다면 저는 이 책과 낭송시리즈가, 끊어졌던 구전(口傳)의 전통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옛이야기 한 자락쯤 쉽게 꺼낼 수 있다면 얼마나 분위기가 즐거워질까요? 상상만 해도 절로 입가가 벌어집니다. 낭송의 기술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부드럽고 밝게 엮어주는 ‘공동체적 삶의 기술’이 될 것입니다.




『낭송 강원도의 옛이야기』 풀어 읽은이 인터뷰

1. 옛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라 ‘낭송’과 더욱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번 낭송Q시리즈 민담·설화편은 각 지역별로 옛이야기들이 모아져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선생님께서 어떤 인연으로 인천·경기북부의 옛날이야기들을 풀어 읽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2014년 문탁네트워크(이하 문탁)에 와서 공부를 했고 문탁 주방에서도 친구들과 재미있게 그리고 재봉이나 가죽작업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멋도 모르고 친구가 하자고 해서 낭송 대회도 참여하기도 했구요. 신이 나서 엄청난 에너지로 공부와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후 신장결석을 진단받고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을 만났습니다. 결석은 쉽게 제거될 줄 알았지만 세 번의 체외충격파와 두 번의 응급실행까지 있었고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몸 밖에서 주는 충격이라 아무런 문제가 없을 줄 알았는데, 내 몸 여기저기에 영향을 끼쳤던 모양입니다. 돌은 나왔지만 갱년기와 더불어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버렸습니다. 빨리 좋아져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지나왔을 뿐 돌아가는 건 없더군요. 그나마 공부는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책가방만 들고 왔다갔다 했지만 다른 활동들을 하지 못해 무엇이든 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낭송작업을 하겠다고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고향이 대구라서 경상도를 작업하고 싶었는데 경상도는 벌써 작업이 끝나 있었고 경기도에서 3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인연으로 인천·경기북부지방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낭송작업은 육체적 활동이 아니라 가만히 앉아서 하기에 큰 힘 들이지 않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옛이야기의 힘이 생각보다 저에게는 어려웠습니다. 기운이 다 빠진 몸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일단 어르신들의 구술한 이야기를 읽어내는 것이 정말 힘들었고 그 중에 어떤 이야기를 고를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낭송하기 좋게 만들기 위해 소리 내어 읽어 고치기를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2. 『낭송 인천·경기북부의 옛이야기』를 풀어 읽으시면서 느끼신 여타의 지역과 다른 이 지역 옛이야기만의 특징을 한 가지만 꼽아 주세요. 


처음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별다른 특징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작업을 하다 보니 경기지역은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처럼 수도권이어서 그런지 유난히 공부, 벼슬, 문자에 대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첫 단락의 ‘백성을 사랑하는 우리네 임금님’에서는 잠행을 나간 왕이 좋은 사람을 보면 꼭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오다가 별과시험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소’라며 있지도 않은 시험 소식을 넌지시 전하고는 부리나케 궁으로 돌아와 시험 준비를 하는 장면이 더러 있습니다. 그리고 ‘암탉이 울어야 집안이 흥한다’라는 단락에서는 아내가 무지렁이 남편에게 꼭 글공부를 시키기도 합니다. 아마 ‘개천에서 용이 나는’ 방법 중 가장 접근하기 쉬운 일은 글공부였나 봅니다. 그래서 그 단락에는 아예 ‘글공부를 시킨 아내들’이라는 여러 개의 글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점괘를 문자로 던지는 점쟁이도 많고, 글이 모자란 아들을 양반에게 장가보내는 아버지, 글짓기로 딸의 미래를 테스트하는 양반도 나옵니다. 특히 마지막 단락의 ‘재미있는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게’에서는 문자로 웃기기까지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특징으로는 강화도에서 담은 이야기들이 아주 많다는 겁니다. 강화도는 중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전쟁이야기에도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지만 ‘도깨비와 사귀어 친구나 되어 볼까’에서는 이야기 전체가 강화도와 인천에서 가져왔더군요. 제가 꼭 의도한 바가 아니었는데도 말입니다. 이 단락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지금껏 살면서 들어보지 못한 재미있는 도깨비이야기가 아주 많다는 겁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3. 선생님께서 풀어 읽으신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옛이야기를 소개해 주시고, 이유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요즘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말을 듣기는 어렵습니다만 제가 학교를 한참 다닐 때는 너무 흔한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암탉이 울어야 집안이 흥하는구나’라는 역설적 제목을 붙인 단락이 있습니다. 그중에 ‘인조반정과 서좌수의 딸’, ‘백정남편 양반 만들기’가 특히 마음에 남았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아주 평범하게 공부하고 연애하고 연애한 그 사람과 결혼했습니다. 이 말은 실수를 두려워하고 어떤 틀을 깨거나 벗어나는 것들이 두려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살다 보니 ‘꼭 그랬어야 했나. 뭘 그리 두려워한 것일까’라는 생각과 더불어 실수에 대한 강박감에 너무 경험이 부족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다못해 저는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도 직업을 가지는 여자들은 더러 있었는데도 말이죠. 저는 누구나 하는 일을 하고자만 했습니다. 그래서 나 자신이 한 번도 시대를 한 발자국 내지 반 발자국이라도 앞서거나 뛰어넘는 시도는 고사하고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인조반정과 서좌수의 딸’에서는 혁명도 마다하지 않는 여인, ‘백정남편 양반 만들기’에서는 자신의 역경을 뛰어넘는 대담함을 보이는 여인이 있습니다. 글자에서 느끼는 혁명이나 역경을 넘는다는 것 말고 한번 그 실제를 상상을 해보면…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자신을 바꾸거나 사회를 바꾸는 일이 이런 큰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란 걸 알지만 어쨌든 저는 이 여인들이 너무 대단해 보였습니다.



4. 끝으로, 이 책을 독자들이 어떻게 활용했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임경업 장군의 조기잡이 이야기가 나오는 연평도를 꼭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강화도를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관광안내서도 아닌데 말이죠. 아는 만큼 보인다고 우연히라도 이런 글을 읽고 가는 것은 좀 느낌이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강화도 관광명소 소개란에 이런 옛이야기 한 편을 짧게, 아니면 한 단락을 넣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단순하고 평면적인 강화도 소개가 아닌 훨씬 입체적으로 풍부한 느낌의 강화도가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작업을 처음 할 때 요즘도 옛이야기를 읽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구술로 채집한 책을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옛이야기를 잊고 있었지만 누군가는 잊지 않기 위해 이토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구술한 이야기를 채록한 책은 읽어내기가 결코 쉽지 않아, 나름 이 작업이 다른 사람들이 읽거나 낭송하는데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펼쳐 읽을 수 있고 낭송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고르고 다듬고 긴 이야기는 짧게 잘랐습니다. 뒹굴뒹굴하며 책을 펼쳐보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나 인상에 남는 이야기를 쉽고 간단하게 친구들에게 읽어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게!’라는 단락에서는 짧으면서도 유쾌한 이야기만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개콘’이나 ‘코빅’을 보는 것처럼 말이죠. 


이야기를 읽고 고르면서 새삼 옛이야기의 힘과 의미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생각해 보니, 어릴 적에 듣고 읽은 옛이야기들은 단순한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지나온 세월만큼의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엄청난 지혜를 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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