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혈 이야기②
ㅡ<황제내경> 편
『황제내경』그리고 수다의 제왕
황제(黃帝)가 묻는다. “옛날 사람들은 100살이 넘어도 팔팔했는데 요즘 것들은 50살만 넘어도 비실비실한 이유가 뭡니까?” 기백(岐伯)이 답한다. “요즘 것들은 물 마시듯 술 마시고, 절도 없이 멋대로 살고, 술에 취해 섹스하고, 양생하는 기쁨을 거역해 그렇습니다.” 『황제내경』의 첫 대목이다. 그렇다. 문제는 언제나, 어딜 가나 ‘요즘 것들’이다. 이 요즘 것들이 세상을 망친다는 게 우주(?) 모든 꼰대들의 걱정이다.^^ 황제와 기백도 마찬가지다. 요즘 것들이 완전 방탕하게 살다보니 수명이 팍팍 줄어들었다는 게다.(뭐, 지들도 젊었을 때는 그렇게 안 살았나?^^) 그래서 묻는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데? 답은 하나. 양생(養生)하면 된다. 어? 양생,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양생은 말 그대로 ‘생(生)을 기른다(養)’는 의미다. 각자에게 주어진 기(氣=에너지)를 잘 관리하면서 사는 것, 이게 양생의 핵심이다. 그래도 좀 아리송하다. 기(氣)는 뭐고 그걸 잘 관리한다는 건 또 뭐냐고요~!
일단 『황제내경』에 대한 기본 지식부터 습득해보자. 그래야 저 꼰대들이 왜 그토록 양생을 부르짖는지 알게 될 테니까. 『황제내경』은 진한시대(B.C 221~A.D 220)에 만들어진 의서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는 고전들이 그렇듯이 한 명이 아닐 게다. 진한시대를 거치면서 등장한 수많은 편작-들에 의해 수정되고 보완된 텍스트일 거다. 이 책은 상고시대, 춘추전국시대, 진한시대를 거치면서 축적된 동양의학의 원리를 총망라한다. 지금도 한의대에 들어가면 반드시 공부하는 필수 커리큘럼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중요하기도 하고 써머리가 잘 되어 있다는 뜻이다.
책은 크게 두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소문(素問)>, 다른 하나는 <영추(靈樞)>다. <영추>가 경혈과 침뜸의 실전편이라면 <소문>은 원리에 충실한 이론편이다. 이름부터가 근본(素)이 되는 물음(問) 되시겠다. 책의 주인공은 앞서 등장한 황제와 기백이다. 황제는 중국인들의 시조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의 본명은 헌원(軒轅)으로 이름에 모두 수레 거(車)가 들어 있다. 맞다. 이 양반 드라이버다.^^ 수레를 만들고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도구를 만든 장본인이다. 기백은 그의 신하다. 『황제내경』에서는 그를 천사(天師)라고 부른다. 하늘이 내려준 선생이라는 거다. (아! 상상을 멈출 수 없다. 불량 폭주족 제자와 천사 같은 여선생의 찐~한 러브스토리^^) 이 커플은 『황제내경』에서 쉴 새 없이 떠든다. 수다의 제왕들이라는 거다. 그럼 이 수다의 주제가 뭐냐고? 그게 몸과 우주, 몸과 질병의 관계다. 이른바 Healing Camp!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아니 진한시대에 책이라더니 주인공은 저기 아득히 먼 상고시대의 황제와 기백이다? ‘이거 뭐 이래?’ 싶을 게다. 그래서 걔 중엔 진짜 황제와 기백이, 그것도 손수 『황제내경』을 지었다고 믿는 사람마저 등장했다.(몇 백 년 전에^^) 아! 생각을 좀 해보자. 왜 이들을 내세워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걸까? 이 텍스트의 저자들은 무슨 의도로 이 수다스러운 책을 만들어낸 걸까? 오늘 우리가 풀어야할 두 가지 숙제다. 우선 이 두 의문을 풀려면 역사적 맥락부터 살펴야 한다. 따분해 하지 말라! 요거 『황제내경』을 이해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다.^^
전국시대! '우주적 관계론'의 등장
분명 『황제내경』의 저자들은 의사다. 그것도 진한시대의 의사들이다. 이 진한시대는 중국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중국사유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중국은 최초로 통일제국으로 세계사에 등장한다. 이전에 하(夏), 은(殷), 주(周)가 있지 않았냐고? 맞다. 있긴 했다. 하지만 하(夏)와 은(殷)은 중국 전체를 지배했다기보다는 한 지역의 소규모 국가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주(周)는 중국 전역을 통일하는가 싶더니 곧 봉건제를 택한다. 땅덩이가 너무 넓어서 한 사람의 군주가 관리하기 힘들었던 게다. 이렇게 여러 조각으로 나눠져 있던 중국은 지들끼리 수백년간 치고받고 싸운다. 그러면서도 통일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전국시대 말기(B.C 3세기)에나 등장한다. 그걸 실현시킨 장본인이 그 유명한 진시황(秦始皇)이다. (그래서 자기 이름도 중국을 통일한 첫(始) 황제(皇)라고 붙였다. 황제(黃帝)와 혼동하면 곤란하다!)
진시황의 통일은 중국인들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통일된 중국이 현실이 되어버렸으니까. 천년만년 갈 것 같던 봉건제가 무너져 버렸으니까. 바로 이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준 게 진시황(秦始皇)이었던 거다. 알다시피 진시황의 치세는 길지 않다. 중국의 첫 제국을 관리하는 군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진시황은 과로로 객사한다. 황제의 죽음 치고는 참 연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궁금하시면 『사기』 <진시황본기>를 탐독해 보시라.) 진시황은 집권 10여년을 대부분 길 위에서 보낸다. 계속해서 중국 전역을 돌아다녔다는 얘기다. 이거 대단한 일이다. 이 당시의 도로교통정보에 의하면 이렇게 돌아다니기 어렵다. 길도 제대로 닦여 있지 않고 지금처럼 교통시설이 완비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진시황의 공적 가운데 하나가 수레바퀴의 규격을 통일했다는 거다. 당시엔 지역마다 수레바퀴 사이의 간격이 다 달랐다. 쉽게 이야기하면 기차가 달리는 레일의 간격이 제멋대로였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지역을 이동할 때마다 환승에 환승을 거듭해야 한다. (교통카드도 없는데 말이다.^^) 진시황은 이 환승시스템을 없애버리고 바퀴의 규격을 통일해서 빠른 속도로 중국 전역을 이동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이 시스템의 통일은 곧 사람, 사상, 문화의 흐름에 속도감을 부여했다. 한마디로 모든 교류가 4G의 속도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그런데 이게 『황제내경』하고 무슨 관계냐고?
사상만 그런 게 아니다. 『황제내경』은 양생이라는 키워드로 당시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소수의학들을 하나로 엮는다.
요건 『황제내경』 <이법방의론(異法方宜論)>에 등장하는 한 대목이다. 남방, 서방, 중앙은 어디 갔냐고? 황제-기백 커플의 수다가 너무 길어서 편집했다. 싹둑!^^ 정리하면 이렇다. 동방에서는 돌로 만든 기구에 의한 외과 요법인 폄석(砭石), 남방에서는 침 요법인 구침(九鍼), 서방에서는 약물 요법인 독약(毒藥), 북방에서는 뜸 요법인 구설(灸焫), 중앙에서는 운동 요법인 도인(導引)이 전해졌다. 핵심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서 다른 치료법이 등장했다는 거다. 그리고 이건 내가 살아가는 시공간으로부터 병이 생기고, 그 시공간을 정확히 파악해야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게 양생 아니었나? 나와 우주(시공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 그렇다. 이 치료법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개념적 사유를 제공했던 게 바로 양생(養生)이다. 우리들의 첫 질문, 황제(黃帝)께서 등장해주는 이유도 이거다. 그는 중국인들의 시작이자 근원이다. 그럼 동양의학의 시작이자 근원이 된 것은? 양생(養生)이다. 이걸 중심으로 철학으로부터 의학까지를 아우를 수 있었으니까. 이것이 동양의학의 첫 의학서를 ‘황제내경(黃帝內經)’이라 이름 붙인 이유, 황제(黃帝)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이유, 첫 머리부터 양생만이 살 길이라고 외쳐대는 이유다.
그런데! 여기 아주 중요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양생의 도(道)를 우리 몸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냐는 거다. 멋지고 훌륭한 개념이긴 한데 그게 물질적인 토대-몸 위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느냐는 거다. 여기서 등장한 게 바로 기(氣)와 순환(循環), 경맥(經脈)과 혈자리다. 『황제내경』은 이 키워드를 가지고 양생의 도(道)를 찾는다. 그럼 이제 기(氣)와 순환, 경맥과 혈자리가 『황제내경』의 양생과 어떤 관계인가를 파악할 차례다.
경혈(經穴), 동방 최고의 힐링캠프(Healing Camp)
기(氣)는 어렵다. 왜 어렵나. 유형이기도 하고 무형이기도 해서 어렵다. ‘유형으로 된 것도 기, 무형으로 된 것도 기, 다 기(氣)다.’ 뭐 이렇게 설명해 버리니 누가 감을 잡겠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세상의 모든 것이 이 기(氣)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도 기(氣)로 만들어진 것은 물론이다. 그럼 설마 우리 몸도? 그렇다. 유형인 몸뚱아리, 무형인 정신, 이 둘이 분리수거 되지 않도록 만드는 정신줄, 모두 기(氣)다. 기(氣)는 가벼운 것이 위로 올라가서 무형이 되고 무거운 것이 아래로 내려가서 유형이 된다. 하늘과 땅도 요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황제내경』에서 기(氣)가 처음 등장한 건 물론 아니다. 오래 전부터 기(氣)는 동양사유수의 물질적 지반이었다. 이 기(氣)를 몸-순환과 연결한 것은 『황제내경』이 처음이다.
순환 역시 오래 전부터 있었던 개념이다. 자연이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순환한다는 것은 고대인들에게 우주의 모든 것이 결국 순환한다는 생각을 불러왔다. 곧 우주(시공간)의 작동원리를 순환으로 생각했다는 거다. 그런데 이 순환은 마디를 타고 다닌다. 사계절이라는 마디, 12달이라는 마디, 1년 365일이라는 마디, 이 마디들을 거치면서 매번 새로운 국면으로 되돌아오는 것, 그것이 순환이다. (차이와 반복!) 이것이 우주의 순환이라면 우리 몸에서는 12개의 경맥과 365개의 혈자리가 순환의 마디를 이룬다. 이 마디를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우주의 순환과 소통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기(氣)다. 정리해보자. 양생이라는 철학적 사유, 기(氣)라는 물질적 토대, 순환이라는 시공간의 윤리. 이 셋이 결합해서 탄생한 것은? 맞다. 그게 바로 경맥과 혈자리다. 근거가 있냐고? 있다.
1978년 중국에서는 한나라 문제(文帝)의 무덤이 발굴된다. 『황제내경』은 아마도 문제(文帝)가 죽고 난 다음 한참 후에 만들어졌을 거다. 왜냐하면 문제(文帝)의 무덤에서 나온 의서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된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추론컨대 한나라 말기에나 와야 『황제내경』의 체계는 완성되었을 거다. 문제는 문제(文帝)의 무덤에서 나온 의서들이다. 여기서 비단에 적힌 의서 두 개가 발견되는데 그게 경맥과 혈자리에 관련된 문서다. 일단 이 의서에 등장하는 경맥의 숫자는 11개뿐이다. 이 가운데 오장육부와 연결된 경맥은 4개다. 하지만 신장과 연결된 경맥 빼고는 다 헛다리를 짚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11개의 경맥들은 서로 이어져 있지도 않고 그 중요한 오행(五行)개념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 결정적인 건 순환론 자체가 없다는 거다. 이랬던 경맥은 『황제내경』에 와서 기(氣)와 순환을 완벽하게 구현한 체계로 등장한다. 12경맥은 물론 오행과 오장육부와도 딱딱 들어맞게 배치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여환무단(如環無端)이라는 개념의 등장이다. ‘둥근 고리처럼 끝이 없다’는 이 개념은 우리 몸의 12경맥과 365혈이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 기(氣)는 이 길을 따라서 끝이 없이 순환한다는 것, 그리고 이 기(氣)가 우주의 변화와 늘 관계한다는 사유를 가능케 했다. 결국 이건 경혈(經穴)이 양생-기-순환이라는 『황제내경』의 핵심을 우리 몸에 구현해 놓은 체계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경락은 흔히 서양의 해부학과 비교되곤 한다. 서양의 해부학은 서양의학의 최종단계에서 출현했다. 병의 원인이 병원균이라고 생각하는 서양의학의 패러다임 안에서 눈으로 병원균이 침투한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해부학이다. 그런데 지난 편작편에서 봤듯이 동양의학은 오래 전 이 해부학과 결별한다. 그 대신 경맥과 혈자리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오해하지 말라. 나는 지금 서양과 동양 가운데 어디가 더 나은가라는 걸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나는 서양의학의 패러다임 안에서 해부학이 최종단계였듯, 동양의학의 패러다임 안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종단계이자 종합판이 경락과 혈자리라고 말하고 싶다. 기(氣)와 순환, 제자백가의 사상, 소수의학들을 아우르면서 만들어진 경혈(經穴). 『황제내경』은 이 경혈의 길 위에서 양생의 도(道)를 묻는다. 도(道)를 아십니껴?^^
우리는 처음, 양생이 뭐냐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했다. 양생이란 기(氣)를 잘 관리하면서 사는 문제라고도 했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제 좀 감을 잡으셨을 게다. 이제 여기서 한 발만 더 나가보자. 기(氣)는 순환한다. 우주는 이 기(氣)의 흐름을 통해서 계절을 만들고 공간의 변화를 가져온다. 봄의 초록빛 땅, 여름의 뜨거운 땅, 가을의 풍성한 땅, 겨울의 언 땅. 모두 계절의 흐름을 타고 온다. 이건 앞서 말했듯이 우주의 순환이 마디, 시간과 관련되어 있다는 얘기다. 양생은 이 시간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는다. 봄엔 봄의 리듬을 타고 여름엔 여름의 리듬을 타야 한다. 다른 계절도 마찬가지다. 그럼 왜 계절의 흐름을 타는 것, 시간의 리듬을 타는 것을 이토록 강조하는 것인가. 그건 계절에 맞지 않게 살아간다는 것이 그만큼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라. 한 겨울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면 내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가. 에너지를 체온을 유지하는데 많이 쓰니 사람들에게 갈 에너지를 그만큼 딸릴 게 뻔하지 않은가. 당연히 사람들과의 깊은 관계를 맺는 건 불가능해진다. 그럼 또 얼마나 외롭고 우울한가. 이 악순환의 한 가운데 계절의 리듬을 비껴선 자신의 몸이 있다고 생각해 본 있는가. 봄엔 봄의 마음과 몸으로 사는 것. 이건 단순히 귀 따갑게 들어온 꼰대들의 기우가 아니다. 내 안의 생명에너지를 낭비 없이 제대로 쓰기 위한 생명 차원의 전략이자 지혜다. 『황제내경』을 통해 의사들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건 우주로부터 얻은 이 앎을 공유하는 일이다. 그래서 그들은 썼고 우리는 읽는다. 『황제내경』은 의사들이 부르는 경혈가(經穴歌), Healing Camp다!
(1편 편작-들, 2편 『황제내경』에 이어 3편 해시계가 여러 분을 찾아갑니다. 커밍 쑨~~^^)
ㅡ<황제내경> 편
류시성(감이당 연구원)
『황제내경』그리고 수다의 제왕
황제(黃帝)가 묻는다. “옛날 사람들은 100살이 넘어도 팔팔했는데 요즘 것들은 50살만 넘어도 비실비실한 이유가 뭡니까?” 기백(岐伯)이 답한다. “요즘 것들은 물 마시듯 술 마시고, 절도 없이 멋대로 살고, 술에 취해 섹스하고, 양생하는 기쁨을 거역해 그렇습니다.” 『황제내경』의 첫 대목이다. 그렇다. 문제는 언제나, 어딜 가나 ‘요즘 것들’이다. 이 요즘 것들이 세상을 망친다는 게 우주(?) 모든 꼰대들의 걱정이다.^^ 황제와 기백도 마찬가지다. 요즘 것들이 완전 방탕하게 살다보니 수명이 팍팍 줄어들었다는 게다.(뭐, 지들도 젊었을 때는 그렇게 안 살았나?^^) 그래서 묻는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데? 답은 하나. 양생(養生)하면 된다. 어? 양생,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양생은 말 그대로 ‘생(生)을 기른다(養)’는 의미다. 각자에게 주어진 기(氣=에너지)를 잘 관리하면서 사는 것, 이게 양생의 핵심이다. 그래도 좀 아리송하다. 기(氣)는 뭐고 그걸 잘 관리한다는 건 또 뭐냐고요~!
일단 『황제내경』에 대한 기본 지식부터 습득해보자. 그래야 저 꼰대들이 왜 그토록 양생을 부르짖는지 알게 될 테니까. 『황제내경』은 진한시대(B.C 221~A.D 220)에 만들어진 의서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는 고전들이 그렇듯이 한 명이 아닐 게다. 진한시대를 거치면서 등장한 수많은 편작-들에 의해 수정되고 보완된 텍스트일 거다. 이 책은 상고시대, 춘추전국시대, 진한시대를 거치면서 축적된 동양의학의 원리를 총망라한다. 지금도 한의대에 들어가면 반드시 공부하는 필수 커리큘럼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중요하기도 하고 써머리가 잘 되어 있다는 뜻이다.
책은 크게 두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소문(素問)>, 다른 하나는 <영추(靈樞)>다. <영추>가 경혈과 침뜸의 실전편이라면 <소문>은 원리에 충실한 이론편이다. 이름부터가 근본(素)이 되는 물음(問) 되시겠다. 책의 주인공은 앞서 등장한 황제와 기백이다. 황제는 중국인들의 시조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의 본명은 헌원(軒轅)으로 이름에 모두 수레 거(車)가 들어 있다. 맞다. 이 양반 드라이버다.^^ 수레를 만들고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도구를 만든 장본인이다. 기백은 그의 신하다. 『황제내경』에서는 그를 천사(天師)라고 부른다. 하늘이 내려준 선생이라는 거다. (아! 상상을 멈출 수 없다. 불량 폭주족 제자와 천사 같은 여선생의 찐~한 러브스토리^^) 이 커플은 『황제내경』에서 쉴 새 없이 떠든다. 수다의 제왕들이라는 거다. 그럼 이 수다의 주제가 뭐냐고? 그게 몸과 우주, 몸과 질병의 관계다. 이른바 Healing Camp!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아니 진한시대에 책이라더니 주인공은 저기 아득히 먼 상고시대의 황제와 기백이다? ‘이거 뭐 이래?’ 싶을 게다. 그래서 걔 중엔 진짜 황제와 기백이, 그것도 손수 『황제내경』을 지었다고 믿는 사람마저 등장했다.(몇 백 년 전에^^) 아! 생각을 좀 해보자. 왜 이들을 내세워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걸까? 이 텍스트의 저자들은 무슨 의도로 이 수다스러운 책을 만들어낸 걸까? 오늘 우리가 풀어야할 두 가지 숙제다. 우선 이 두 의문을 풀려면 역사적 맥락부터 살펴야 한다. 따분해 하지 말라! 요거 『황제내경』을 이해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다.^^
전국시대! '우주적 관계론'의 등장
분명 『황제내경』의 저자들은 의사다. 그것도 진한시대의 의사들이다. 이 진한시대는 중국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중국사유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시기다. 이 시기에 중국은 최초로 통일제국으로 세계사에 등장한다. 이전에 하(夏), 은(殷), 주(周)가 있지 않았냐고? 맞다. 있긴 했다. 하지만 하(夏)와 은(殷)은 중국 전체를 지배했다기보다는 한 지역의 소규모 국가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주(周)는 중국 전역을 통일하는가 싶더니 곧 봉건제를 택한다. 땅덩이가 너무 넓어서 한 사람의 군주가 관리하기 힘들었던 게다. 이렇게 여러 조각으로 나눠져 있던 중국은 지들끼리 수백년간 치고받고 싸운다. 그러면서도 통일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전국시대 말기(B.C 3세기)에나 등장한다. 그걸 실현시킨 장본인이 그 유명한 진시황(秦始皇)이다. (그래서 자기 이름도 중국을 통일한 첫(始) 황제(皇)라고 붙였다. 황제(黃帝)와 혼동하면 곤란하다!)
진시황이 닦아 놓은 고속도로 덕택에, 편작-들의 카카오톡은 3G에서 4G로 업그레이드!! 이 덕에 『황제내경』이라는 역사를 바꿀만한 책이 탄생하게 되었다^^
진시황의 통일은 중국인들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통일된 중국이 현실이 되어버렸으니까. 천년만년 갈 것 같던 봉건제가 무너져 버렸으니까. 바로 이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준 게 진시황(秦始皇)이었던 거다. 알다시피 진시황의 치세는 길지 않다. 중국의 첫 제국을 관리하는 군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진시황은 과로로 객사한다. 황제의 죽음 치고는 참 연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궁금하시면 『사기』 <진시황본기>를 탐독해 보시라.) 진시황은 집권 10여년을 대부분 길 위에서 보낸다. 계속해서 중국 전역을 돌아다녔다는 얘기다. 이거 대단한 일이다. 이 당시의 도로교통정보에 의하면 이렇게 돌아다니기 어렵다. 길도 제대로 닦여 있지 않고 지금처럼 교통시설이 완비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진시황의 공적 가운데 하나가 수레바퀴의 규격을 통일했다는 거다. 당시엔 지역마다 수레바퀴 사이의 간격이 다 달랐다. 쉽게 이야기하면 기차가 달리는 레일의 간격이 제멋대로였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지역을 이동할 때마다 환승에 환승을 거듭해야 한다. (교통카드도 없는데 말이다.^^) 진시황은 이 환승시스템을 없애버리고 바퀴의 규격을 통일해서 빠른 속도로 중국 전역을 이동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이 시스템의 통일은 곧 사람, 사상, 문화의 흐름에 속도감을 부여했다. 한마디로 모든 교류가 4G의 속도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그런데 이게 『황제내경』하고 무슨 관계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황제내경』은 잡서(雜書)다. 짬뽕이라는 얘기다. 그럼 요기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제자백가의 사상으로부터 고대에서 진한시대까지 전해져 내려오던 소수의학들이다. 엥? 의학전문서라더니 무슨 제자백가의 사상? 사실이 그렇다. 그리고 여기가 『황제내경』의 핵심이기도 하다. 『황제내경』은 제자백가의 사상을 몸을 중심으로 변주한 텍스트다. 그럼 제자백가의 사상을 몸을 중심으로 꿰려면? 맞다. 이 사상들의 공통지반을 틀어줘야 한다. 이 사상들의 공통지반은? 관계다! 실제로 『황제내경』엔 ‘관계’론을 전공하신 분들이 대거 등장해 주신다. 유가의 성인(聖人), 도가의 진인(眞人)이나 지인(至人)이 그들이다. 더구나 이들은 양생의 달인으로 캐스팅됐다. 그들이 누구길래? 나와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느라 늙음이 찾아오는지도 모른다고 했던 양반(聖人), 내 안의 자연을 깨워서 외부의 자연과 하나가 되겠다고 배짱을 부리던 양반들(眞人, 至人) 되시겠다. 그렇다. 이들을 양생의 달인으로 등장시킨 건 『황제내경』의 핵심인 양생이 관계론이라는 얘기다. 양생을 그냥 좋은 음식 먹고 잘 사는 그런 문제로 치부해 버리면 곤란하다는 말씀! 『황제내경』은 양생을 나와 우주의 관계를 탐구하는 문제로 파악한다. 먹고 마시고 싸고, 웃고 울고 화내고, 생로병사(生老病死)를 겪는 것. 이 모든 게 내가 처한 우주(시공간)와 관계된 일이라는 거다. 이 우주의 리듬과 어긋나지 않게 살아가는 것, 그게 양생의 도(道)다. 그리고 이 ‘관계론’의 중심에 몸이 있다. 『황제내경』은 결국 이러한 사유를 바탕으로 유가의 도덕주의, 도가의 자연주의, 법가의 구조주의, 음양가의 음양오행론을 흡수한 의(醫)철학서인 거다. 그리고 이러한 통합이 가능했던 물리적인 배경이 바로 진시황의 중국 통일이다. (진시황 이 양반, 폭군 아니다!)
사상만 그런 게 아니다. 『황제내경』은 양생이라는 키워드로 당시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소수의학들을 하나로 엮는다.
황제께서 물어 말씀하시길, “의사가 병을 치료함에 동일한 병이지만 치료하는 것이 각기 다른 데도, 모두 낫게 되는 것은 어째서인지요?”
기백께서 대답하여 말씀하시길, “지세가 그렇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동방의 구역은 천지의 기가 처음 생겨나는 곳으로, 물고기와 소금의 지역으로, 바닷가 물을 곁에 끼고 있어서, 그 사람들이 물고기를 먹으며 소금을 좋아하는 지라, 모두가 그 거처를 편안히 여기고, 그곳에서 나는 음식을 달게 여기는데, 물고기라는 것은 (많이 먹으면) 사람으로 하여금 열이 몸 안에 쌓이게 하고, 소금은 (많이 먹으면) 혈을 이겨 손상시킵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들은 모두 (피모, 안색이) 흑색이고, 주리가 치밀하지 못하며, 그 병은 모두 옹창이 되니, 그들을 치료함에는 마땅히 폄석(돌침)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폄석은 역시 동방으로부터 유래된 것입니다.
북방이라는 곳은 천지의 기가 폐장하는 지역으로, 그 지세는 고대한 산릉(山陵)이 자리 잡고 있고, 바람이 차고 얼음이 꽁꽁 얼어붙습니다. 그곳의 사람은 들에 거처하기를 좋아하고 (유목생활을 통해 나오는 차가운) 목축우유를 마심에, 한기를 (몸 안)에 장하여 창만(脹滿)이 발생하니, 그 치료함에는 쑥으로 뜸뜨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므로 뜸뜨는 것은 북방으로부터 나온 것입니다.”─『황제내경』中
요건 『황제내경』 <이법방의론(異法方宜論)>에 등장하는 한 대목이다. 남방, 서방, 중앙은 어디 갔냐고? 황제-기백 커플의 수다가 너무 길어서 편집했다. 싹둑!^^ 정리하면 이렇다. 동방에서는 돌로 만든 기구에 의한 외과 요법인 폄석(砭石), 남방에서는 침 요법인 구침(九鍼), 서방에서는 약물 요법인 독약(毒藥), 북방에서는 뜸 요법인 구설(灸焫), 중앙에서는 운동 요법인 도인(導引)이 전해졌다. 핵심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서 다른 치료법이 등장했다는 거다. 그리고 이건 내가 살아가는 시공간으로부터 병이 생기고, 그 시공간을 정확히 파악해야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게 양생 아니었나? 나와 우주(시공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 그렇다. 이 치료법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개념적 사유를 제공했던 게 바로 양생(養生)이다. 우리들의 첫 질문, 황제(黃帝)께서 등장해주는 이유도 이거다. 그는 중국인들의 시작이자 근원이다. 그럼 동양의학의 시작이자 근원이 된 것은? 양생(養生)이다. 이걸 중심으로 철학으로부터 의학까지를 아우를 수 있었으니까. 이것이 동양의학의 첫 의학서를 ‘황제내경(黃帝內經)’이라 이름 붙인 이유, 황제(黃帝)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이유, 첫 머리부터 양생만이 살 길이라고 외쳐대는 이유다.
그런데! 여기 아주 중요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양생의 도(道)를 우리 몸에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냐는 거다. 멋지고 훌륭한 개념이긴 한데 그게 물질적인 토대-몸 위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느냐는 거다. 여기서 등장한 게 바로 기(氣)와 순환(循環), 경맥(經脈)과 혈자리다. 『황제내경』은 이 키워드를 가지고 양생의 도(道)를 찾는다. 그럼 이제 기(氣)와 순환, 경맥과 혈자리가 『황제내경』의 양생과 어떤 관계인가를 파악할 차례다.
경혈(經穴), 동방 최고의 힐링캠프(Healing Camp)
기(氣)는 어렵다. 왜 어렵나. 유형이기도 하고 무형이기도 해서 어렵다. ‘유형으로 된 것도 기, 무형으로 된 것도 기, 다 기(氣)다.’ 뭐 이렇게 설명해 버리니 누가 감을 잡겠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세상의 모든 것이 이 기(氣)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도 기(氣)로 만들어진 것은 물론이다. 그럼 설마 우리 몸도? 그렇다. 유형인 몸뚱아리, 무형인 정신, 이 둘이 분리수거 되지 않도록 만드는 정신줄, 모두 기(氣)다. 기(氣)는 가벼운 것이 위로 올라가서 무형이 되고 무거운 것이 아래로 내려가서 유형이 된다. 하늘과 땅도 요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황제내경』에서 기(氣)가 처음 등장한 건 물론 아니다. 오래 전부터 기(氣)는 동양사유수의 물질적 지반이었다. 이 기(氣)를 몸-순환과 연결한 것은 『황제내경』이 처음이다.
순환 역시 오래 전부터 있었던 개념이다. 자연이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순환한다는 것은 고대인들에게 우주의 모든 것이 결국 순환한다는 생각을 불러왔다. 곧 우주(시공간)의 작동원리를 순환으로 생각했다는 거다. 그런데 이 순환은 마디를 타고 다닌다. 사계절이라는 마디, 12달이라는 마디, 1년 365일이라는 마디, 이 마디들을 거치면서 매번 새로운 국면으로 되돌아오는 것, 그것이 순환이다. (차이와 반복!) 이것이 우주의 순환이라면 우리 몸에서는 12개의 경맥과 365개의 혈자리가 순환의 마디를 이룬다. 이 마디를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우주의 순환과 소통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기(氣)다. 정리해보자. 양생이라는 철학적 사유, 기(氣)라는 물질적 토대, 순환이라는 시공간의 윤리. 이 셋이 결합해서 탄생한 것은? 맞다. 그게 바로 경맥과 혈자리다. 근거가 있냐고? 있다.
1978년 중국에서는 한나라 문제(文帝)의 무덤이 발굴된다. 『황제내경』은 아마도 문제(文帝)가 죽고 난 다음 한참 후에 만들어졌을 거다. 왜냐하면 문제(文帝)의 무덤에서 나온 의서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된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추론컨대 한나라 말기에나 와야 『황제내경』의 체계는 완성되었을 거다. 문제는 문제(文帝)의 무덤에서 나온 의서들이다. 여기서 비단에 적힌 의서 두 개가 발견되는데 그게 경맥과 혈자리에 관련된 문서다. 일단 이 의서에 등장하는 경맥의 숫자는 11개뿐이다. 이 가운데 오장육부와 연결된 경맥은 4개다. 하지만 신장과 연결된 경맥 빼고는 다 헛다리를 짚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11개의 경맥들은 서로 이어져 있지도 않고 그 중요한 오행(五行)개념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 결정적인 건 순환론 자체가 없다는 거다. 이랬던 경맥은 『황제내경』에 와서 기(氣)와 순환을 완벽하게 구현한 체계로 등장한다. 12경맥은 물론 오행과 오장육부와도 딱딱 들어맞게 배치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여환무단(如環無端)이라는 개념의 등장이다. ‘둥근 고리처럼 끝이 없다’는 이 개념은 우리 몸의 12경맥과 365혈이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 기(氣)는 이 길을 따라서 끝이 없이 순환한다는 것, 그리고 이 기(氣)가 우주의 변화와 늘 관계한다는 사유를 가능케 했다. 결국 이건 경혈(經穴)이 양생-기-순환이라는 『황제내경』의 핵심을 우리 몸에 구현해 놓은 체계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경락은 흔히 서양의 해부학과 비교되곤 한다. 서양의 해부학은 서양의학의 최종단계에서 출현했다. 병의 원인이 병원균이라고 생각하는 서양의학의 패러다임 안에서 눈으로 병원균이 침투한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해부학이다. 그런데 지난 편작편에서 봤듯이 동양의학은 오래 전 이 해부학과 결별한다. 그 대신 경맥과 혈자리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오해하지 말라. 나는 지금 서양과 동양 가운데 어디가 더 나은가라는 걸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나는 서양의학의 패러다임 안에서 해부학이 최종단계였듯, 동양의학의 패러다임 안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종단계이자 종합판이 경락과 혈자리라고 말하고 싶다. 기(氣)와 순환, 제자백가의 사상, 소수의학들을 아우르면서 만들어진 경혈(經穴). 『황제내경』은 이 경혈의 길 위에서 양생의 도(道)를 묻는다. 도(道)를 아십니껴?^^
겸재 정선 - <독백탄>
양생은 불로장생이 아니다. 산과 물이 그 자리에서 끊임없이 변하듯, 우리의 몸 또한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 이게 바로 '기 막히지' 않게 사는 법이 아닐까^^
양생은 불로장생이 아니다. 산과 물이 그 자리에서 끊임없이 변하듯, 우리의 몸 또한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 이게 바로 '기 막히지' 않게 사는 법이 아닐까^^
우리는 처음, 양생이 뭐냐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했다. 양생이란 기(氣)를 잘 관리하면서 사는 문제라고도 했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제 좀 감을 잡으셨을 게다. 이제 여기서 한 발만 더 나가보자. 기(氣)는 순환한다. 우주는 이 기(氣)의 흐름을 통해서 계절을 만들고 공간의 변화를 가져온다. 봄의 초록빛 땅, 여름의 뜨거운 땅, 가을의 풍성한 땅, 겨울의 언 땅. 모두 계절의 흐름을 타고 온다. 이건 앞서 말했듯이 우주의 순환이 마디, 시간과 관련되어 있다는 얘기다. 양생은 이 시간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는다. 봄엔 봄의 리듬을 타고 여름엔 여름의 리듬을 타야 한다. 다른 계절도 마찬가지다. 그럼 왜 계절의 흐름을 타는 것, 시간의 리듬을 타는 것을 이토록 강조하는 것인가. 그건 계절에 맞지 않게 살아간다는 것이 그만큼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라. 한 겨울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면 내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가. 에너지를 체온을 유지하는데 많이 쓰니 사람들에게 갈 에너지를 그만큼 딸릴 게 뻔하지 않은가. 당연히 사람들과의 깊은 관계를 맺는 건 불가능해진다. 그럼 또 얼마나 외롭고 우울한가. 이 악순환의 한 가운데 계절의 리듬을 비껴선 자신의 몸이 있다고 생각해 본 있는가. 봄엔 봄의 마음과 몸으로 사는 것. 이건 단순히 귀 따갑게 들어온 꼰대들의 기우가 아니다. 내 안의 생명에너지를 낭비 없이 제대로 쓰기 위한 생명 차원의 전략이자 지혜다. 『황제내경』을 통해 의사들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건 우주로부터 얻은 이 앎을 공유하는 일이다. 그래서 그들은 썼고 우리는 읽는다. 『황제내경』은 의사들이 부르는 경혈가(經穴歌), Healing Camp다!
(1편 편작-들, 2편 『황제내경』에 이어 3편 해시계가 여러 분을 찾아갑니다.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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