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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혈자리서당

어제, 한 번의 낚시질로 물고기 세 마리 얻기!

by 북드라망 2012. 5. 4.
풍요의 언덕, 어제(魚際)

최정옥(감이당 대중지성)

어부지리, 어제

어부지리(渔夫之利)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때는 바야흐로 연나라 소왕 28년, 제나라를 치기 위해 연나라와 연합한 조나라가 연을 배신하고 연나라를 칠 계획을 품게 되는데, 소왕은 이 싸움을 원치 않았다. 그리하여 언변 좋은 재상 소대를 조나라에 보낸다. 소대가 조나라 혜왕(惠王)에게 들려주는 얘기다. 잠시 들어 보자 .
 
"제가 오늘 역수를 건너오다 이런 광경을 보았습니다. 큰 조개 하나가 개펄에 올라와 햇볕을 쬐고 있는데 지나가던 황새 한 마리가 벌어진 조개의 속살을 긴 부리로 쪼았습니다. 이에 놀란 조개는 껍질을 닫아 황새의 부리를 꼭 조여 버렸습니다. 부리를 물린 황새가 말했습니다.
'오늘도 비가 오지 않고 내일도 비가 오지 않으면 넌 말라 죽을 거다.'
조개도 지지 않고 대꾸하였습니다.
'내가 오늘도 너의 부리를 놓지 않고 내일도 너의 부리를 놓지 않는다면 너도 굶어 죽지 별 수 있겠느냐?'
이렇게 둘이 옥신각신 다투고 있는데 마침 옆을 지나가던 어부가 둘을 몽땅 챙겨 집으로 가더이     다. 지금 왕께서 연나라를 치려 하시는데 두 나라가 서로 다투느라 군사들이 지쳐 버리면 강성한 진나라가 어부 노릇을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하니 이 점을 깊이 살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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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문 - <어부지리>


이 말을 들은 혜왕은 무릎을 치며 연을 공격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게 된다. 어부의 횡재(漁夫之利)란 말은 이렇게 생겨났다. '양쪽이 싸우거나 다투는 와중에 엉뚱한 사람이 힘들이지 않고 이득을 얻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혈자리에도 한 곳을 잘 다스리면 다른 장부까지 힘들이지 않고 이득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어제(魚際)혈이 그러하다. 이곳은 한 가지 경혈에 특성이 다른 3가지의 기운이 있는 보약 같은 혈자리이다. 폐경의 형혈인 어제혈에는 의 세 기운이 한 데 머물고 있다. 어부지리 이야기의 등장인물(?)인 조개, 황새, 어부와 연결하여 살펴보자. 조개는 갑각류로 껍질이 딱딱하다. 딱딱한 것은 오행의 사물 분류 상 에 배속이 된다. 또 황새는 깃털 달린 날짐승이니 조류이다. 날짐승은 어깨를 움직이고 몸 중에서도 위에 있다. 위는 양이고 가장 높이 올라가 있으므로 에 배속한다. 몸에 아무것도 나지 않은 사람(어부)은 지렁이, 굼벵이, 개구리 등과 함께 에 배속이 된다. 조개-금, 황새-화, 어부-토. 어제혈이 품고 있는 세 가지 기운이 다 들어 있다. 자, 예고편은 이쯤하고 이제 어부가 되어 어제혈을 낚아보자.

물고기 자리

어제…오늘, 내일! 요런 게 먼저 생각 나시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초딩. 버전 좀 높이려면 이름부터 알고 가야겠다.어제(魚際) 물고기 모양의 경계지. 어제의 魚는 물고기의 모양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이다. 際는 음과 뜻이 합쳐진 형성문자로 '언덕'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좌부변(阝=阜)과 제사를 뜻하는 음(音)글자 祭(제)가 합하여 이루어졌다. 祭(제)는 다시 손을 뜻하는 又와 왼쪽 글자(고기=肉[육])의 합자로, 제단을 나타내는 示(시)를 붙여 제단에서 신에게 손으로 고기를 바치는 모양을 나타내었다. 그래서 際는 제사를 지내는 언덕으로 언덕의 끝자리, 언덕의 경계지이다. 하늘과 언덕이 만나는 경계지, 그 꼭대기에서 두 손을 높이 들고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제사장의 모습이 그려지는가? 하늘과 땅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 신을 향한 인간의 간절한 접속 공간인 셈이다. 인간이 언덕에 올라 제를 지내는 이유, 그것은 결국 대지의 풍요를 기원하기 위함이다. 천지신명의 보살핌으로 대지가 풍요로워지고 결국 내 몸과 삶을 풍요롭게 해주길 기원하는 기복 행위인 것이다. 경계지이기에 가능한 접속과 합쳐짐. 그래서 어제는 그 기원만큼 두둑한 곳에 자리한다. 이쯤 되면 그 위치가 궁금해진다. 우리 손에서 물고기의 모양을 닮은 곳이 어디일까? 일단 손을 펴 보자. 엄지 손 뿌리 쪽과 손목 사이 볼록한 부위의 손등과 손바닥이 만나는 중간 지점, 그곳이다. 지난주 귀신도 울고 갈 혈자리, 바깥쪽 엄지 손톱 옆 소상혈 기억하시는가? 어제는 소상의 다음 혈자리로, 소상에서 손목 방향으로 올라오다 엄지손가락 뿌리 부분의 두툼한 곳 중간에 위치한다. 흑백의 경계지이고 음(손바닥)과 양(손등)이 만나는 경계의 가운데 지점으로, 근육이 융기해 물고기의 배처럼 통통하다. 세 기운이 모여들어도 될 만큼 후덕한 언덕 아닌가? 그래서 살집이 있고 탄력이 좋을수록 건강하다.

한 지붕 세 가족

어제혈에는 세 가지 기운이 모여 있다. 어제혈은 수태음폐경의 두 번째 혈로 오수혈(12경맥마다 손끝, 발끝에서 팔꿈치, 무릎 쪽으로 중요혈 다섯 개씩을 물줄기에 비유해 지정해 놓은 것. 자세한 것은 오수혈 팁을 참조)의 형혈이다. 갑자기 어려운 말 막막 나와 준다. 어려운 건 나도 싫다. 혈자리 서당은 12경맥의 오수혈을 연재할 것이니 총 60회다. 오늘은 한 스텝만 가자. 세 가지 기운이라 하는데 세 가지가 뭐란 말인가? 기본적으로 우리 몸의 12경락은 오행과 육기가 함께 배합된다. 즉 혈의 위치, 오행(오장), 육기가 합하여 혈자리의 성격을 결정한다는 말이다. 쉽게 수태음폐경의 이름 하나로 풀어보자. 수는 손, 태음은 육기, 폐는 오행(오장), 경은 경맥의 의미이다. 이름 안에 이미 다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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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에 (세 가족은 아니지만^^;;) 세 세대의 동거! 3명이 모이면 시끌벅적 일도 많아진다. 어제혈에도 金, 土, 火가 함께 동거 중이다.                                                         ㅡ영화 「과속스캔들」 스틸컷.

폐는 오행(오장)으로 금의 기운이다. 역에서 보면 한점 태극에서 음양이 나온다. 음양은 상대적이고 변화무쌍한 개념이라면, 오행(五行)은 형(形)의 성쇠(盛衰)이고 우주 변화의 기본 원리이다. (*『황제내경』의 「운기」편 참조) 즉 오행은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굴러가는 굴렁쇠 같은 것이다. 시작도 끝도 없이 자기 질서에 따라 순행하는 원리이다. 목화토금수, 간신비폐신, 동서남북중앙, 춘하장마추동 등등. 가을의 건조한 금 기운을 가진 폐는 심장을 잘 달래 양기를 가라앉히고 열을 식히는 숙강 기능과 호흡으로 몸에 들어온 기(천기)를 온몸에 퍼뜨리는 선발 기능이 있다. 그래서 폐는 기를 주관하는 장기이다. 어려운가? 앞으로 이런 용어 계속 나온다. 오늘은 그냥 읽기만 하시라 *^^* 방향이 있고 계절이 있고 우리 몸에 오장이 있다는 것 정도는 이해가 된다. 이것은 원리, 순리에 해당한다.
 
태음습토(太陰濕土). 육기로 보면 토의 기운이다. 그럼 육기는 뭔가? 세상사 살다 보면 늘 계획대로 순리대로 되지만은 않는다는 것쯤 누구나 알고 있다. 오행이 하늘의 원리라면 육기는 땅 딛고 살아가는 변화무쌍한 우리네 삶의 비유이다. 계절로 보면 해 떴는데 비 오는 날도 있고, 따뜻한 겨울도 있고, 올해처럼 바람이 세찬 봄도 있는 것. 태음습토라 하면 습한 기운이 많은 땅이란 말이 되겠다. 땅이 습기를 머금어 곡식을 심고 잘 길러 수확하니 창고가 그득하겠다. 토는 창름(倉凜)으로 곡식을 쌓아두는 창고를 말한다. 창고는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다. 장부로는 비위가 해당하니 신체에 꼭 필요한 음식물을 소화, 흡수하고 운반하는 기능이 있다. 일단 잘 먹어야 때깔도 곱고 기운도 쓸 수 있다. 그래서 비위는 병이 나면 가장 먼저 치료하는 곳이다. 오행은 그릇이요, 육기는 담긴 내용물이라고 하니 금이라는 건조한 그릇에 축축한 흙이 담겨진 형상으로 마르고 습한 정도가 조화로우면 건강한 상태일 것이다. (*김홍경의 『사암침법으로 푼 경락의 신비』참조)
 
어제는 혈의 위치로 보면 수태음폐경의 형혈이다. 소상이 정혈이라고 했던 것 언뜻 생각 나시는가? 정혈에서 시작한 샘물이 형혈에 오면 약수를 받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쫄쫄 흐르게 된다. 형혈은 정혈 다음 기가 조금 커진 것으로 화(火)의 기운이 흐르는 혈이다. 정혈을 통해 우리 몸에 침투한 외사(바이러스)도 형혈에 와서 그 세력을 모으고 힘을 키우게 된다. 이럴 때 몸에서는 신열을 내는데 형혈은 화를 다스리는 기능이 있다. 맑은 콧물이 흐르고 옹~ 하는 콧소리가 나면서 으슬으슬 추울 때 몸에 냉기가 들어온 것이다. 이때 몸을 덥게 하는 형혈(火)인 어제혈을 엄지손가락 쪽으로 세게 지압해 주면 좋다. 반대로 침투한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해 몸에서 열을 내거나 끈끈한 콧물이 흐른다면 지압 방향을 바꾸어 손목 쪽으로 지압하면 된다. 열은 곧 이니 형혈은 화의 기운을 다스린다. 헉헉... 이렇게 가 한 데 어울려 한 집을 이루고 있다.
 
건강의 바로미터

어제혈은 상태와 색상으로 건강 상태를 가늠해 보기 좋은 곳이다. 이곳은 몸으로 보면 위이면서 폐이면서 심장의 상태를 나타내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색의 변화로 위장의 상태를 알 수 있다.『동의보감』에 따르면 비위가 차면 어제혈에 푸른 빛이 나고, 열이 있으면 붉은 빛이 난다고 했다. 검은색일 땐 위기능 저하가 만성화된 상태이다. 어제에 자색이 보이면 하리(下痢)-이질-이다. 하리는 폐,심장과 짝을 이루는 대장, 소장에 세균이 침투해 일으키는 질병이다. 더운 여름이라도 어제에 푸른빛이 돈다면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찬물과 아이스크림은 NO. 회식자리 차가운 맥주는 정중히 사양함이 미덕일 것이다. 반대로 위열이 있다면 밀가루 음식엔 눈길도 주지 않는 인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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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 현재 몸 상태 : 토 기운이 떨어져 위기능이 저하" 어제는 건강상태를 살피는 창구다*^^*

어제의 살집과 탄력성으로도 건강 상태를 살필 수 있다. 일단 어제에 살이 없고 빈약하다면 토의 창름 기능이 떨어질 것이니 저장된 기운도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매사 의욕이 없고 정력도 약한 편이다. 두텁지만 탄력이 없다면 기능적으로 원활한 상태는 아닌 것. 또  잡무늬나 문란한 잡선이 많은 것은 간염, 만성위염, 당뇨병, 암 등의 질환에서 볼 수 있다. 상생, 상극 관계에서 보면 (간→비위)의 관계가 정상인데 토가 실하여 습으로 인해 과체중이 되면,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 오히려 간에 염증이 생기게 된다. 당뇨의 경우 췌장에서 인슐린을 원활히 분비하지 못할 때 발병하는 것으로 비장의 기능이상으로 생기게 된다. 건강 상태가 궁금하다면 편작의 마음으로 어제 부위를 잘 망진하자.

어제는 몇몇 증상의 특효혈로도 유명하다. 근육 경련-흔이 쥐가 난다고 표현하는-이 났을 때 응급조치로 어제혈을 지압해 주면 좋다. 쥐가 나는 이유는 근육을 관장하는 목의 기운이 실하기 때문으로 보는데, 금의 기운인 어제를 통해 하여 쥐가 풀리게 되는 것이다.

어제는 딸국질이 날 때도 요긴하게 쓰인다. 딸꾹질은 나는 것은 여러 원인이 있지만 흔히 폐의 아랫부분에 있는 횡경막의 조절이상으로 생긴다. 횡경막은 숨을 쉴 때에 사용하는 근육으로 횡경막 신경에 의해 수축이 조절된다. 이 신경이 자극되어 수축작용이 원활하지 못해 공기의 유입과 차단에 이상이 생기면 딸꾹질이 나는 것이다. 공기가 제대로 고르게 들고 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때 폐를 다스리는 어제를 지압하는 것이다.

어제혈은 과음 후 숙취에도 좋은 혈로 유명하다. 폭음과 폭식으로 불균형해진 위장을 잘 달래줄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술 마실 일이 많지 않은가? 이제 술자리에서 술만 마시지 말고 숙취해소에 좋은 어제혈도 지압해주시라. 헌데 술자리에선 술을 마셔야 예의지, 언제 양손을 맞잡고 지압하고 마사지를 하겠는가? 마사지하기가 번거롭다면 시원한 성질을 가진 파스를 구입해 손톱만 한 크기로 잘라 붙여 혈에 자극을 주는 것도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귀가 번쩍 트일 일이다. 내일 아침을 위해 '모닝케어'를 준비했다면 이제 어제혈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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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혈에서 한 어부놀이로 바구니를 좀 채우셨는가? 세 가지 기운이 고루 나뉘어 흐르는 어제혈은 침으로 다스려도 부작용 또한 가장 적은 곳이라 하니 힘들이지 않고 이익을 얻는 어부가 되길 마다할 이유가 없다. 건강을 얻는 것이 바로 삶의 풍요를 얻는 것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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