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사용설명서, 경거(經渠)
체 게바라, 숨 쉬기 위한 싸움
뭐지? 이 조합은?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와 병에 걸린 의사. 누가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 왔는지 비교라도 해보자는 건가? 환자는 나병에 걸려서 고통스러워하고 의사는 태어나면서부터 천식을 달고 사는 중이다. 누가 더 고통스러울 것인가. 음... 그냥 둘 다 아프다~! ^^ 맞다. 삶은 ‘누구에게나’ 고통이다. 태어나서 고통과 함께하지 않은 자가 어디 있었던가. 그래서 웃기다. 그걸 저리도 우울하게 말하는 거. 세상에서 처음 배운 말이 엄마보다 주사였다는 사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병에 걸려 버리는 존재들이. 아니 그게 우리들이어서 재밌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태어남과 병은 하나다. 과격하게는 태어나는 거 자체가 ‘병과 함께 춤을’ 추기 위해서란다. 그렇다. 병과 우리, 일란성 쌍둥이처럼 ‘운명적’이다. 그래서 두렵지 않다. 산다는 건 어차피(!) 병과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일이라서. 매 순간 우리는 고통을 넘어가기 위해 자신을 혁명하는 존재들이어서. 그것이 나여서. 좋다.
갑자기 좀 진지했다. 안다. 이런 거 오래 못 간다. 이제 좀, 떠들어 보자. 영화의 주인공은 체 게바라다. 그는 지난 세기, 청년의 상징이자 혁명의 불꽃이었다. 거기다 미남 의사였다. (젠장!) 젊은이들에게 그의 삶은 자유를 향한 열정이었고 뜨거움이었다. 제국주의와 맞서 싸우며 혁명의 혁명을 거듭해가는 인간. 하지만 이 완벽할 것 같은 인간에게도 삶은 병을 선물했다. 체 게바라는 평생 천식으로 고통 받으며 살았다. 그는 천식으로 고통 받았던 매 순간이 숨 쉬며 살아가기 위한 싸움이라고 고백했다. 맞다. 그의 삶은 천식과 함께 춤췄다. 나는 감히 그가 그의 몸으로부터, 그의 병으로부터 이 세계에서 숨쉬며 살아가기 위한 싸움의 기술을 배웠다고 믿는다. 그에게 천식은 엿같이 달콤하다.
그럼 그가 앓았다는 천식은 어떤 병인가. 일단 한자놀이를 좀 해보자. 천(喘)은 입 구(口)와 끝 단(耑)이 합쳐진 글자다. 입과 코의 끝으로 거칠게 숨을 쉰다는 뜻이다. 식(息)은 코를 그린 자(自)와 심장을 그린 심(心)이 만나서 생겨난 글자다. 심장이 쉬지 않고 뛰듯이 코로 쉼 없이 호흡한다는 뜻이다. 천식은 글자 그대로 호흡이 입과 코의 끝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다. 혹시 주변에서 천식을 앓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발작이 시작되면 이들은 온몸을 비틀며 숨을 쉰다. 어깨를 들썩이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고통스럽게 몸이 비틀린다. 마치 호흡이란 원래 이렇게 온몸으로 하는 것이라는 걸 보여 주기라도 하듯 말이다. 맞다. 호흡, 온몸으로 하는 거다. 우리는 말하지 않던가. 피부가, 숨을 쉬어요.^^ 이 온몸으로 하는 호흡이 코끝과 입으로만 간신히 이루어지고 있으니 몸이 저렇게 과격한 신호를 보내는 게다. 그래서 갑자기 궁금하다. 호흡이 뭐길래 몸이 저러는 것인지. 호흡, 너 뭐냐?
호흡(呼吸), 음란(陰亂)하면 곤란하다
호(呼)는 날숨이고 흡(吸)은 들숨이다. 자, 깊게 한번 호흡해보자. 흡~~, 호~~. 맞다. 깊게 호흡을 하다 보면 이런 소리가 몸에서 절로 나온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흡~, 숨을 내뱉을 때는 호~. 그런데 호와 흡 가운데 뭐가 먼저일까. 답은 흡이다. 우리 몸에 있는 횡격막을 무언가가 밑으로 잡아 당긴다. 그러면 공기가 폐로 들어오면서 흡~ 소리를 낸다. 반대로 무언가가 횡격막을 슬며시 놓으면 호~ 하고 공기가 빠져나간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그 ‘무언가’다. 이걸 알아야 호흡이 뭔지 좀 알게 될 거다.
우리는 세가지 기운으로 산다. 하늘(天)과 땅(地)과 사람(人). 어떻게 이 기운들을 얻느냐고? 하늘의 기운은 호흡으로, 땅의 기운은 음식물로, 사람의 기운은 살 부대끼며 지지고 볶는 과정으로부터 얻는다. 여기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몸의 기운이 쫙~ 빠지고, 삐쩍 마르고, 심지어 우울해진다. 다들 (마르는 거 빼고는^^) 경험해 보셨을 거다. 세가지 기운 중 중요한 건 단연 호흡이다. 1분만 숨을 참아보시라. 그렇다. 호흡이 삶의 기본이다. 이 기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좌우된다. 그래서 좀 잘 살아보자고 하는 세상의 “모든 수련의 초식은 ‘깊은 호흡하기’와 ‘호흡 관찰하기’”였단다. 호흡이 그냥 이산화탄소를 내뱉고 산소를 들이마시는 기계적인 작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 호흡을 통해서 하늘과 통(通)한다.
그럼 호흡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가. 우리 몸에서 호흡은 폐(肺)가 주관하고 신(腎)이 돕는다. 폐가 호흡한다는 건 알겠는데, 신장이 호흡에 관여한다? 이거 좀 낯설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음양, 기혈, 오장과 오행의 관계를 좀 살펴야 한다. 음양오행과 몸 탐구의 초식이니 졸지 말고 따라오시길! 먼저 음과 양. 음은 유형이고 무거워서 아래로 내려가는 기운이다. 반대로 양은 무형이고 가벼워서 위로 올라가는 기운이다. 그럼 기와 혈은? 쉽게 공기와 물로 생각해보자. 공기는? 가벼워서 위로 올라간다. 물은? 무거워서 아래로 내려간다. 맞다. 기(氣)는 양이고 혈(血)은 음이다. 양기(陽氣)와 음혈(陰血), OK?
다음은 오장과 오행이다. 오장은 우리 몸의 간심비폐신(肝心脾肺腎)이다. 각각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오행과 연결되어 있다. 이들의 관계를 흔히 간목(肝木), 심화(心火), 비토(脾土), 폐금(肺金), 신수(腎水)라고 부른다. 간심(肝心)이 연결된 목화(木火)는 양의 기운이다. 흥미롭게도 이 양의 기운을 잡기 위해서 우리 몸은 간과 심에 음혈을 줬다. 간이 핏덩어리인 이유, 심이 혈로 가득 차 있는 이유다. 반대로 폐신(肺腎)이 연결된 금수(金水)는 음의 기운이다. 이 음의 기운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우리 몸은 폐와 신에 양기를 줬다. 폐는 호흡으로 기를 받아들이고 신은 그 기를 저장한다. 정리해보자. 호흡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음의 기운인 폐와 신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이 무거운 기운이 우리 몸의 횡격막을 밑으로 잡아 당겨서 흡하게 하고 천천히 놓아서 호하게 하는 거다.
보시다시피 호흡은 음의 기운이 주관한다.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이 강한 양기를 금수의 기운이 몸속 깊은 곳으로 끌고 가는 것, 그것이 호흡이다. 이 호흡을 통해서 폐는 우리 몸의 기를 관리하고 신은 몸의 보배인 정(精)을 만든다. (精에 대해서는 태연혈을 참조하시라!) 그런데 이 호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단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 생각해보시라. 양기가 밑으로 내려가서 음혈을 끌고 올라오지 못하면 어찌 될 것인가. 양기는 위에 떠 있고 음혈은 아래에 고여 있다. 이러면 안 봐도 비디오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쁘고 잠을 자도자도 몸이 천근만근인 상태다. 거기다 피부까지 거칠거칠, 푸석푸석해진다. 우리 몸의 피부는 폐가 관리하고 피부의 촉촉함은 신의 물기운에서 얻기 때문이다. 자, 이해되시는가. 호흡이 곧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거, 호흡은 온몸으로 한다는 거. 이거 그냥 빈말이 아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호흡을 방해하는 게 있다. 바로 열(熱)이다. 쉽게 생각하자. 한증막에 들어가서 숨 쉬기 어려운 이유, 열기 때문이다. 양기인 열이 깊은 호흡을 방해하는 거다. 그래서 한증막에 들어앉아 있으면 호흡이 거칠어진다. 특히 폐나 신장의 기운이 약하고 몸에 열이 치성하면 호흡은 코끝이나 입에서 머문다. 어? 이거? 맞다. 천식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천식의 원인을 화(火)와 열(熱)로 지목한다. ‘기(氣)가 화(火)로 인해서 울체(鬱滯)’되거나 ‘화기(火氣)가 심해짐에 따라 기(氣)’가 망동한다거나 ‘열증(熱症)을 느끼는 병을 앓게 되면 기가 성(盛)해지고 숨결이 거칠어진다’거나. 화열로 인해서 음의 기운이 어지럽혀질 때 천식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음란(陰亂)하면 호흡이 곤란해진다.^^ 그럼 이 거친 숨소리와 열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경거(經渠)혁명!
경거(經渠)는 우리 몸의 열을 잡는 데 특효혈이다. 일단 경거의 위치부터 잡아보자. 『동의보감』에 따르면 경거는 “촌구맥(寸口脈) 가운데 있다.” (촌구맥에 대해서는 태연혈의 Tip을 참조하시라.) 경거는 그 위치의 모양을 보고 이름을 붙인 혈자리다. 경(經)은 세로를 뜻하는 글자이고 거(渠)는 도랑을 뜻하는 글자다. 세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도랑이라는 뜻이다. 거(渠)를 파자해 보면 그 위치가 명확해진다. 거(渠)는 물 수(氵)와 클 거(巨), 나무 목(木)이 합쳐진 글자다. 나무를 양쪽에 대서 만든 수로로, 나룻배가 지나갈 정도의 물길이 거(渠)다. 자, 주먹을 쥐고 약간 팔 안쪽으로 당겨 보시라. 그러면 손목 부위에 굵은 힘줄이 두 개 튀어 나온다. 이 가운데 엄지손가락 쪽의 힘줄과 뼈 사이에 자리 잡은 것이 경거다. 뼈와 힘줄이 수로를 만들 때 대어 놓은 나무처럼 잘 뻗어 있는 걸 보실 수 있을 거다.
경거(經渠)는 수태음폐경의 경혈이자 금(金)의 기운이 모인 자리다. (경혈은 오수혈에 속한 다섯개의 명칭 중 하나인데, 조만간 오수혈 특집이 올라갈 예정이다.) 폐가 금이고 그 금의 기운이 흐르는 경맥에 금의 자리다 보니 금기가 다른 혈자리보다 월등하게 세다. 그래서 경거를 잘못 쓰면 간(肝)이 맛이 간다. 금의 기운이 간의 목(木)기운을 사정없이 쳐버리기 때문이다. 금은 가을의 기운이다. 가을은 어떤 계절인가. 여름의 열기와 무성함을 단칼에 베어버리는 참혹한(?) 계절이 아닌가. 이 싸늘한 기운이 경거에 담겨 있다. 경거는 이 가을의 기운으로 우리 몸의 열을 내린다. 두서없이 이리저리 흩어지는 화(火)의 기운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카리스마가 경거의 생명인 거다. 열로 인해서 생기는 천식도 경거로 치료함은 물론이다.
사실 열은 우리 몸과 외부의 기운이 만나서 협상 중이라는 신호다. 같이 살 거냐, 말 거냐. 이러다 보면 언성이 높아지고 열은 위로 뜨기 마련이다. 같이 못 살겠다고 생각되면 몸은 온 기운을 다 동원해서 외부의 기운을 몰아내기 위한 전투를 벌인다.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나고 몸에 힘이 없어지는 이유도 이거다. 몸이 온 힘을 다해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중이라는 거. 그런데 이 열이 얼마 지나면 염증으로 변한다. 그래서 화(火)가 쌓여 있는 모양인 염(炎)을 썼다. 재밌는 건 염증이 우리 몸을 휘저으면서 경거망동하는 열을 한 지점에 붙잡아 놓은 형국이라는 점이다. 활동성이 강한 열을 잡아 놓고 우리 몸의 기운이 집단린치를 가하고 있는 장면이 염증이라는 거다.
염증은 곧 병이 낫는다는 신호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거다. 그런데 요즘엔 이 염증을 어떻게든 빨리 가라앉히려고 안달이다. 염증이 조금만 생겨도 스테로이드제를 가지고 가라앉혀 버린다. 물론 그렇게 하면 몸이 금방 편해진다. 하지만 다음에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몸이 싸우지 않는다. 으레 약이 와서 치료해 주겠거니 생각하고 노는 거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영악하다.^^ 그래서 오히려 몸이 건강한 사람일수록 병을 격렬하게 앓는다. 감기에 걸리면 아무 일도 못하게 쓰러진다. 몸이 병에 제대로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거는 약을 쓰지 않고 우리 몸의 차가운 기를 통해서 염증을 가라앉힌다. 특히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인 인후나 편도선의 염증을 가라앉히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렇다고 염증만 생기면 경거를 사정없이 눌러대진 말자. 좀 겪자. 병도 겪을 만큼 겪어야 몸도 건강해진다.
체 게바라는 혁명의 나라를 떠나며 이렇게 말했다. “쿠바를 떠날 때 누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씨를 뿌리고도 열매를 따먹을 줄 모르는 바보 같은 혁명가’라고. 내가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 열매는 내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난 아직 씨를 뿌려야 할 곳이 많다. 그래서 난 더욱 행복한 혁명가’라고.” 혁명과 열정과 천식. 우리는 이 뜨거움을 지금 어디에 쓰고 있는가. 씨를 뿌리는가. 매 순간 이 세계에서 숨 쉬기 위해서 싸우는가. 자신을 혁명하고 있는가. 열 받지 말고 열을 쓰라. 그것도 소중히! 열이 과도해질 때는 경거를 쓸어내리며.
류시성(감이당 연구원)
체 게바라, 숨 쉬기 위한 싸움
“어디 안 좋으세요?”
“폐가 좀 안 좋아요.”
“안됐네요. 그래서 의사가 되신 거군요. 몸이 아파서.”
“그런 셈이죠. 태어나서 처음 배운 말도 주사였대요. 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시간낭비 마세요.”
“네?”
“삶은 고통이니까요.”
“네. 아주 엿 같죠. 매 순간 숨 쉬기 위해서 싸워야 하니까요. 매 순간 숨 쉬기 위해서.”
ㅡ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의 한 장면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체 게바라의 젊은 시절, 의대생이었던 그는 남미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떠난다.
뭐지? 이 조합은?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와 병에 걸린 의사. 누가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 왔는지 비교라도 해보자는 건가? 환자는 나병에 걸려서 고통스러워하고 의사는 태어나면서부터 천식을 달고 사는 중이다. 누가 더 고통스러울 것인가. 음... 그냥 둘 다 아프다~! ^^ 맞다. 삶은 ‘누구에게나’ 고통이다. 태어나서 고통과 함께하지 않은 자가 어디 있었던가. 그래서 웃기다. 그걸 저리도 우울하게 말하는 거. 세상에서 처음 배운 말이 엄마보다 주사였다는 사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병에 걸려 버리는 존재들이. 아니 그게 우리들이어서 재밌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태어남과 병은 하나다. 과격하게는 태어나는 거 자체가 ‘병과 함께 춤을’ 추기 위해서란다. 그렇다. 병과 우리, 일란성 쌍둥이처럼 ‘운명적’이다. 그래서 두렵지 않다. 산다는 건 어차피(!) 병과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일이라서. 매 순간 우리는 고통을 넘어가기 위해 자신을 혁명하는 존재들이어서. 그것이 나여서. 좋다.
갑자기 좀 진지했다. 안다. 이런 거 오래 못 간다. 이제 좀, 떠들어 보자. 영화의 주인공은 체 게바라다. 그는 지난 세기, 청년의 상징이자 혁명의 불꽃이었다. 거기다 미남 의사였다. (젠장!) 젊은이들에게 그의 삶은 자유를 향한 열정이었고 뜨거움이었다. 제국주의와 맞서 싸우며 혁명의 혁명을 거듭해가는 인간. 하지만 이 완벽할 것 같은 인간에게도 삶은 병을 선물했다. 체 게바라는 평생 천식으로 고통 받으며 살았다. 그는 천식으로 고통 받았던 매 순간이 숨 쉬며 살아가기 위한 싸움이라고 고백했다. 맞다. 그의 삶은 천식과 함께 춤췄다. 나는 감히 그가 그의 몸으로부터, 그의 병으로부터 이 세계에서 숨쉬며 살아가기 위한 싸움의 기술을 배웠다고 믿는다. 그에게 천식은 엿같이 달콤하다.
그럼 그가 앓았다는 천식은 어떤 병인가. 일단 한자놀이를 좀 해보자. 천(喘)은 입 구(口)와 끝 단(耑)이 합쳐진 글자다. 입과 코의 끝으로 거칠게 숨을 쉰다는 뜻이다. 식(息)은 코를 그린 자(自)와 심장을 그린 심(心)이 만나서 생겨난 글자다. 심장이 쉬지 않고 뛰듯이 코로 쉼 없이 호흡한다는 뜻이다. 천식은 글자 그대로 호흡이 입과 코의 끝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다. 혹시 주변에서 천식을 앓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발작이 시작되면 이들은 온몸을 비틀며 숨을 쉰다. 어깨를 들썩이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고통스럽게 몸이 비틀린다. 마치 호흡이란 원래 이렇게 온몸으로 하는 것이라는 걸 보여 주기라도 하듯 말이다. 맞다. 호흡, 온몸으로 하는 거다. 우리는 말하지 않던가. 피부가, 숨을 쉬어요.^^ 이 온몸으로 하는 호흡이 코끝과 입으로만 간신히 이루어지고 있으니 몸이 저렇게 과격한 신호를 보내는 게다. 그래서 갑자기 궁금하다. 호흡이 뭐길래 몸이 저러는 것인지. 호흡, 너 뭐냐?
호흡(呼吸), 음란(陰亂)하면 곤란하다
호(呼)는 날숨이고 흡(吸)은 들숨이다. 자, 깊게 한번 호흡해보자. 흡~~, 호~~. 맞다. 깊게 호흡을 하다 보면 이런 소리가 몸에서 절로 나온다. 숨을 들이마실 때는 흡~, 숨을 내뱉을 때는 호~. 그런데 호와 흡 가운데 뭐가 먼저일까. 답은 흡이다. 우리 몸에 있는 횡격막을 무언가가 밑으로 잡아 당긴다. 그러면 공기가 폐로 들어오면서 흡~ 소리를 낸다. 반대로 무언가가 횡격막을 슬며시 놓으면 호~ 하고 공기가 빠져나간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그 ‘무언가’다. 이걸 알아야 호흡이 뭔지 좀 알게 될 거다.
우리는 세가지 기운으로 산다. 하늘(天)과 땅(地)과 사람(人). 어떻게 이 기운들을 얻느냐고? 하늘의 기운은 호흡으로, 땅의 기운은 음식물로, 사람의 기운은 살 부대끼며 지지고 볶는 과정으로부터 얻는다. 여기에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몸의 기운이 쫙~ 빠지고, 삐쩍 마르고, 심지어 우울해진다. 다들 (마르는 거 빼고는^^) 경험해 보셨을 거다. 세가지 기운 중 중요한 건 단연 호흡이다. 1분만 숨을 참아보시라. 그렇다. 호흡이 삶의 기본이다. 이 기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좌우된다. 그래서 좀 잘 살아보자고 하는 세상의 “모든 수련의 초식은 ‘깊은 호흡하기’와 ‘호흡 관찰하기’”였단다. 호흡이 그냥 이산화탄소를 내뱉고 산소를 들이마시는 기계적인 작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 호흡을 통해서 하늘과 통(通)한다.
그럼 호흡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가. 우리 몸에서 호흡은 폐(肺)가 주관하고 신(腎)이 돕는다. 폐가 호흡한다는 건 알겠는데, 신장이 호흡에 관여한다? 이거 좀 낯설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음양, 기혈, 오장과 오행의 관계를 좀 살펴야 한다. 음양오행과 몸 탐구의 초식이니 졸지 말고 따라오시길! 먼저 음과 양. 음은 유형이고 무거워서 아래로 내려가는 기운이다. 반대로 양은 무형이고 가벼워서 위로 올라가는 기운이다. 그럼 기와 혈은? 쉽게 공기와 물로 생각해보자. 공기는? 가벼워서 위로 올라간다. 물은? 무거워서 아래로 내려간다. 맞다. 기(氣)는 양이고 혈(血)은 음이다. 양기(陽氣)와 음혈(陰血), OK?
다음은 오장과 오행이다. 오장은 우리 몸의 간심비폐신(肝心脾肺腎)이다. 각각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오행과 연결되어 있다. 이들의 관계를 흔히 간목(肝木), 심화(心火), 비토(脾土), 폐금(肺金), 신수(腎水)라고 부른다. 간심(肝心)이 연결된 목화(木火)는 양의 기운이다. 흥미롭게도 이 양의 기운을 잡기 위해서 우리 몸은 간과 심에 음혈을 줬다. 간이 핏덩어리인 이유, 심이 혈로 가득 차 있는 이유다. 반대로 폐신(肺腎)이 연결된 금수(金水)는 음의 기운이다. 이 음의 기운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우리 몸은 폐와 신에 양기를 줬다. 폐는 호흡으로 기를 받아들이고 신은 그 기를 저장한다. 정리해보자. 호흡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음의 기운인 폐와 신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이 무거운 기운이 우리 몸의 횡격막을 밑으로 잡아 당겨서 흡하게 하고 천천히 놓아서 호하게 하는 거다.
보시다시피 호흡은 음의 기운이 주관한다.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이 강한 양기를 금수의 기운이 몸속 깊은 곳으로 끌고 가는 것, 그것이 호흡이다. 이 호흡을 통해서 폐는 우리 몸의 기를 관리하고 신은 몸의 보배인 정(精)을 만든다. (精에 대해서는 태연혈을 참조하시라!) 그런데 이 호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일단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 생각해보시라. 양기가 밑으로 내려가서 음혈을 끌고 올라오지 못하면 어찌 될 것인가. 양기는 위에 떠 있고 음혈은 아래에 고여 있다. 이러면 안 봐도 비디오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쁘고 잠을 자도자도 몸이 천근만근인 상태다. 거기다 피부까지 거칠거칠, 푸석푸석해진다. 우리 몸의 피부는 폐가 관리하고 피부의 촉촉함은 신의 물기운에서 얻기 때문이다. 자, 이해되시는가. 호흡이 곧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거, 호흡은 온몸으로 한다는 거. 이거 그냥 빈말이 아니다.
호흡기 안 좋은 자들은 찜질방에 가지 말 것! 열은 호흡을 방해하는 주범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호흡을 방해하는 게 있다. 바로 열(熱)이다. 쉽게 생각하자. 한증막에 들어가서 숨 쉬기 어려운 이유, 열기 때문이다. 양기인 열이 깊은 호흡을 방해하는 거다. 그래서 한증막에 들어앉아 있으면 호흡이 거칠어진다. 특히 폐나 신장의 기운이 약하고 몸에 열이 치성하면 호흡은 코끝이나 입에서 머문다. 어? 이거? 맞다. 천식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천식의 원인을 화(火)와 열(熱)로 지목한다. ‘기(氣)가 화(火)로 인해서 울체(鬱滯)’되거나 ‘화기(火氣)가 심해짐에 따라 기(氣)’가 망동한다거나 ‘열증(熱症)을 느끼는 병을 앓게 되면 기가 성(盛)해지고 숨결이 거칠어진다’거나. 화열로 인해서 음의 기운이 어지럽혀질 때 천식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음란(陰亂)하면 호흡이 곤란해진다.^^ 그럼 이 거친 숨소리와 열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경거(經渠)혁명!
경거(經渠)는 우리 몸의 열을 잡는 데 특효혈이다. 일단 경거의 위치부터 잡아보자. 『동의보감』에 따르면 경거는 “촌구맥(寸口脈) 가운데 있다.” (촌구맥에 대해서는 태연혈의 Tip을 참조하시라.) 경거는 그 위치의 모양을 보고 이름을 붙인 혈자리다. 경(經)은 세로를 뜻하는 글자이고 거(渠)는 도랑을 뜻하는 글자다. 세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도랑이라는 뜻이다. 거(渠)를 파자해 보면 그 위치가 명확해진다. 거(渠)는 물 수(氵)와 클 거(巨), 나무 목(木)이 합쳐진 글자다. 나무를 양쪽에 대서 만든 수로로, 나룻배가 지나갈 정도의 물길이 거(渠)다. 자, 주먹을 쥐고 약간 팔 안쪽으로 당겨 보시라. 그러면 손목 부위에 굵은 힘줄이 두 개 튀어 나온다. 이 가운데 엄지손가락 쪽의 힘줄과 뼈 사이에 자리 잡은 것이 경거다. 뼈와 힘줄이 수로를 만들 때 대어 놓은 나무처럼 잘 뻗어 있는 걸 보실 수 있을 거다.
경거(經渠)는 수태음폐경의 경혈이자 금(金)의 기운이 모인 자리다. (경혈은 오수혈에 속한 다섯개의 명칭 중 하나인데, 조만간 오수혈 특집이 올라갈 예정이다.) 폐가 금이고 그 금의 기운이 흐르는 경맥에 금의 자리다 보니 금기가 다른 혈자리보다 월등하게 세다. 그래서 경거를 잘못 쓰면 간(肝)이 맛이 간다. 금의 기운이 간의 목(木)기운을 사정없이 쳐버리기 때문이다. 금은 가을의 기운이다. 가을은 어떤 계절인가. 여름의 열기와 무성함을 단칼에 베어버리는 참혹한(?) 계절이 아닌가. 이 싸늘한 기운이 경거에 담겨 있다. 경거는 이 가을의 기운으로 우리 몸의 열을 내린다. 두서없이 이리저리 흩어지는 화(火)의 기운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카리스마가 경거의 생명인 거다. 열로 인해서 생기는 천식도 경거로 치료함은 물론이다.
사실 열은 우리 몸과 외부의 기운이 만나서 협상 중이라는 신호다. 같이 살 거냐, 말 거냐. 이러다 보면 언성이 높아지고 열은 위로 뜨기 마련이다. 같이 못 살겠다고 생각되면 몸은 온 기운을 다 동원해서 외부의 기운을 몰아내기 위한 전투를 벌인다.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나고 몸에 힘이 없어지는 이유도 이거다. 몸이 온 힘을 다해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중이라는 거. 그런데 이 열이 얼마 지나면 염증으로 변한다. 그래서 화(火)가 쌓여 있는 모양인 염(炎)을 썼다. 재밌는 건 염증이 우리 몸을 휘저으면서 경거망동하는 열을 한 지점에 붙잡아 놓은 형국이라는 점이다. 활동성이 강한 열을 잡아 놓고 우리 몸의 기운이 집단린치를 가하고 있는 장면이 염증이라는 거다.
과립구와 세균의 싸움은 화농성 염증을 일으켜 치유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상처가 화농하거나 수술 후 상처가 화농하는 것은 모두 과립구가 싸우는 현장이라는 뜻이다. 또 눈에 보이는 부분뿐 아니라 장 점막이 염증을 일으키거나 궤양이 형성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세균이 항상 존재하는 장기에서 과립구가 싸우고 있기 때문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ㅡ아보 토오루, 『면역혁명』, 부광, 228쪽
염증은 곧 병이 낫는다는 신호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거다. 그런데 요즘엔 이 염증을 어떻게든 빨리 가라앉히려고 안달이다. 염증이 조금만 생겨도 스테로이드제를 가지고 가라앉혀 버린다. 물론 그렇게 하면 몸이 금방 편해진다. 하지만 다음에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몸이 싸우지 않는다. 으레 약이 와서 치료해 주겠거니 생각하고 노는 거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영악하다.^^ 그래서 오히려 몸이 건강한 사람일수록 병을 격렬하게 앓는다. 감기에 걸리면 아무 일도 못하게 쓰러진다. 몸이 병에 제대로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거는 약을 쓰지 않고 우리 몸의 차가운 기를 통해서 염증을 가라앉힌다. 특히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인 인후나 편도선의 염증을 가라앉히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렇다고 염증만 생기면 경거를 사정없이 눌러대진 말자. 좀 겪자. 병도 겪을 만큼 겪어야 몸도 건강해진다.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이성으로 언제나 세상 모든 불의에 맞서 그대가 분노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하나다!" (체 게바라)
천식을 앓고서도 약해지지 않고 꿋꿋하게 싸웠던 체 게바라, 그는 자기 안의 치솟는 '열'을 '제대로' 쓸 줄 알았던 자가 아니었을까^^ ㅡ<모터 사이클 다이어리> 스틸컷
천식을 앓고서도 약해지지 않고 꿋꿋하게 싸웠던 체 게바라, 그는 자기 안의 치솟는 '열'을 '제대로' 쓸 줄 알았던 자가 아니었을까^^ ㅡ<모터 사이클 다이어리> 스틸컷
체 게바라는 혁명의 나라를 떠나며 이렇게 말했다. “쿠바를 떠날 때 누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씨를 뿌리고도 열매를 따먹을 줄 모르는 바보 같은 혁명가’라고. 내가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 열매는 내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난 아직 씨를 뿌려야 할 곳이 많다. 그래서 난 더욱 행복한 혁명가’라고.” 혁명과 열정과 천식. 우리는 이 뜨거움을 지금 어디에 쓰고 있는가. 씨를 뿌리는가. 매 순간 이 세계에서 숨 쉬기 위해서 싸우는가. 자신을 혁명하고 있는가. 열 받지 말고 열을 쓰라. 그것도 소중히! 열이 과도해질 때는 경거를 쓸어내리며.
Tip. 맥을 탐(探)하다!
맥 짚는 법은 태연혈의 팁에서 확인하셨을 거다. 이제 본격적으로 맥을 좀 탐해 보자. 맥을 짚어서 병증을 확인하는 방법은 기본만 무려 28가지에 이른다. 평맥, 부맥, 침맥, 지맥, 삭맥 등등등. 이거 다 알려면 손가락에 지문이 없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손목을 잡아야 한다. 또, 외워야 한다.^^ 아직 우리는 그럴 수준이 아니니 간단하게 맥을 살피는 법부터 익혀보자.
몸을 진단하는 데 중요한 건 한열(寒熱), 허실(虛實), 표리(表裏)다. 한열은 맥박수로 구분한다. 보통 맥은 1분에 60~70회 정도 뛴다. 이거보다 많이 뛰면 몸에 열이 있는 경우고, 적게 뛰면 한이 있는 거다. 허실은 맥의 세기를 가지고 판단한다. 맥이 힘 있게 팍팍 뛰면 실증, 힘이 하나도 없이 뛰면 허증이다. 실증은 급성병일 경우에 나타나고 허증은 만성병일 경우에 나타난다. 실증이 있는 사람들은 침을 놓으면 아프다고 난리를 치지만, 허증이 있는 사람은 시원하다고 좋아한다. 표리는 겉에서 뛰느냐, 안에서 뛰느냐를 보고 판단한다. 그냥 살짝 갖다 대기만 해도 우르르쾅쾅 요란하게 뛰는 경우엔 표증이다. 반대로 힘을 줘서 꽉 눌러도 맥이 잘 잡히지 않는 경우엔 리증이다. 표증은 병이 얕은 곳에 있다는 것이고 리증은 깊은 곳에 있다는 얘기다.
이 한열, 허실, 표리를 촌관척에 적용시키면 된다. 각각의 오장육부에 열이 있는지 실한지 겉에서 뛰고 있는지 등을 판별할 수 있으면 대충 병증의 각이 나온다. 음... 간에 열이 있군. 어제 맥주를 마셔서 그렇군.^^ 뭐 이렇게? 그렇다고 남친이나 여친의 손모가지를 매번 검사하진 말자. 그러다 다시는 손목 못 잡는 날이 온다. 자, 다들 한 번씩 손목을 잡고 시험해 보시라. 아마도 아리송할 거다. 그럼 옆사람의 손목을 잡아보라. 나와는 맥이 다르게 뛰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거다. 맞다. 이렇게 손목을 계속해서 잡다보면 치한(?), 아니 맥에 대해서 감을 좀 잡게 된다. 그전까지는 일단 손목부터 잡아보라. 아무나, 오해사지 않을 정도로만! 세상의 널린 것이 손목이고 공부거리가 아닌가. 자, 도전!
맥 짚는 법은 태연혈의 팁에서 확인하셨을 거다. 이제 본격적으로 맥을 좀 탐해 보자. 맥을 짚어서 병증을 확인하는 방법은 기본만 무려 28가지에 이른다. 평맥, 부맥, 침맥, 지맥, 삭맥 등등등. 이거 다 알려면 손가락에 지문이 없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손목을 잡아야 한다. 또, 외워야 한다.^^ 아직 우리는 그럴 수준이 아니니 간단하게 맥을 살피는 법부터 익혀보자.
몸을 진단하는 데 중요한 건 한열(寒熱), 허실(虛實), 표리(表裏)다. 한열은 맥박수로 구분한다. 보통 맥은 1분에 60~70회 정도 뛴다. 이거보다 많이 뛰면 몸에 열이 있는 경우고, 적게 뛰면 한이 있는 거다. 허실은 맥의 세기를 가지고 판단한다. 맥이 힘 있게 팍팍 뛰면 실증, 힘이 하나도 없이 뛰면 허증이다. 실증은 급성병일 경우에 나타나고 허증은 만성병일 경우에 나타난다. 실증이 있는 사람들은 침을 놓으면 아프다고 난리를 치지만, 허증이 있는 사람은 시원하다고 좋아한다. 표리는 겉에서 뛰느냐, 안에서 뛰느냐를 보고 판단한다. 그냥 살짝 갖다 대기만 해도 우르르쾅쾅 요란하게 뛰는 경우엔 표증이다. 반대로 힘을 줘서 꽉 눌러도 맥이 잘 잡히지 않는 경우엔 리증이다. 표증은 병이 얕은 곳에 있다는 것이고 리증은 깊은 곳에 있다는 얘기다.
이 한열, 허실, 표리를 촌관척에 적용시키면 된다. 각각의 오장육부에 열이 있는지 실한지 겉에서 뛰고 있는지 등을 판별할 수 있으면 대충 병증의 각이 나온다. 음... 간에 열이 있군. 어제 맥주를 마셔서 그렇군.^^ 뭐 이렇게? 그렇다고 남친이나 여친의 손모가지를 매번 검사하진 말자. 그러다 다시는 손목 못 잡는 날이 온다. 자, 다들 한 번씩 손목을 잡고 시험해 보시라. 아마도 아리송할 거다. 그럼 옆사람의 손목을 잡아보라. 나와는 맥이 다르게 뛰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거다. 맞다. 이렇게 손목을 계속해서 잡다보면 치한(?), 아니 맥에 대해서 감을 좀 잡게 된다. 그전까지는 일단 손목부터 잡아보라. 아무나, 오해사지 않을 정도로만! 세상의 널린 것이 손목이고 공부거리가 아닌가. 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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