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드라망 이야기 ▽/북드라망의 책들

진짜로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 저자 인터뷰!

by 북드라망 2017. 1. 25.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저자 정화스님 인터뷰

- "공부란 몸과 마음이 즐겁고 편하려고 하는 것"




1.  보통 스님들께서 멘토링해 주시는 책들과는 가장 다른 점이 뇌과학을 비롯해 과학적 사실을 들어서 말씀해 주시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불교와 과학은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불교 수행자이시면서 과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신 이유가 있으신지요?


부처님께서 제시하신 수행방법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관찰하다 보면 익숙한 지각대상과 다른 지각대상들이 생겨나기도 하고, 있던 지각대상이 없어지기도 합니다. 드러난 것만으로 보면 몸과 마음의 색깔이 정해져 있는 것 같지만 조건이 바뀌면 그것 또한 바뀌니, 몸과 마음은 수많은 색깔을 만들어 내는 것이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험을 통한 몸과 마음에 대한 이해는 양자물리학과 진화론, 그리고 뇌과학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과 상통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불교 수행이 일체의 선입견을 배제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듯 과학자들도 드러난 객관적 사실만을 보고 이야기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수행경험과 실천, 그리고 해석에서 과학이 발견한 사실들을 참조하는 것은 불교수행자로서는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몸과 마음에 대한 이해 면에서 과학적 사실이 현실의 고단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삶에서 발생하는 고단한 문제들, 특히 마음의 문제에 대한 해석기제를 이해하게 됨으로써 번뇌를 발생시키는 사유의 전제를 내려놓기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예컨대 사람들이 모두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훈련이 되어 있다면 우리가 사는 데 번뇌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 않지요. 우리는 칭찬을 들으면 좋아하고, 비판 혹은 비난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이것은 칭찬과 비난을 상과 벌로 해석하고 그에 따라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과 나쁘게 하는 호르몬을 방출하여 감정상태를 만들어 내는 뇌의 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뇌의 해석에 따라 칭찬을 들으면 좋아하고, 비난을 들으면 싫어한다는 것이지요. 나이가 어릴 때는 자기 스스로가 그런 것을 잘 볼 수 있는 지적인 힘도 약하고 경험도 일천하기 때문에 마음의 해석에 전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어른이 됐을 때는 그와 같은 마음을 돌이켜 보면서 새로운 해석통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외부의 바람에 의해서 흔들리지 않을 수도 있지요.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이미 만들어진 뇌의 해석통로라고 하더라도 의식활동에 의해서 새롭게 조정될 수 있는 유연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어떤 사건을 만났을 때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할지를 살피는 데 과학적 사실은 적잖은 도움이 됩니다. 


3. 공부공동체인 감이당과 남산강학원 학인들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이어서 그런지, 공부와 글쓰기 그리고 책읽기 관련 고민들이 많이 나오는 점이 특이합니다. 스님께서는 생각하시는 공부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공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깊고 넓은 사유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보는 시선을 따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인연 있는 이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눈 기반을 이룬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더불어 제가 생각하는 공부란 몸과 마음이 즐겁고 편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처음 인문학 공부를 접하는 분들은 인문학 책을 읽고 그에 대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익숙지가 않아 괴로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저는 그냥 편하게 생각하라고 말씀드립니다. 한참 하다 보면 무언가가 쌓이고 그렇게 쌓이다 보면 어느 날 신체가 새로운 접속통로를 만듭니다. 접속장치에 변화가 왔을 때 기존의 관점들과 다른 관점이 생기게 되고, 이런 관점이 이동이 일어나면 공부는 그때부터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익숙지 않을 때보다 덜 열심히 해도 더 열심히 한 것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지식의 양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너무 외부의 시선이나 자기 욕심에 맞춰 공부하기보다 모르는 게 있고 힘들면 잠시 쉬면서 꾸준히 하시라고 말씀을 드립니다.


 

 4. 세태 자체가 화병 나게 하는 부분도 많지만, 또 최근 보면 스스로를 ‘분노조절장애’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 듯합니다. 불쑥 불쑥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어떻게 조절하면 좋을까요?


하나의 생각이나 감정 등도 중첩된 인연에 의해서 일어납니다. 이 인연에는 공생체로서의 자신의 몸과 마음 그리고 환경과 사회적 관계망이 있겠지요. 중첩된 이들 인연이 균형을 이루어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건강하고 평안해지기 쉬운데 심화되는 경제적 불평등과 경쟁 등으로 인해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분노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할 뿐이니,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균형 잡힌 식사와 적당한 운동을 해야 하며, 평안하고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 상태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는 명상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잠시라도 온전히 자신을 존중하면서 기뻐하는 마음 상태를 연상하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자신과 가까운 사람(연상해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그들 모두에게 방금 경험했던 고요하고 평정한 느낌을 나누는 연상을 하면서,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그려 봅니다. 여기까지가 순조롭게 되면 차츰차츰 대상을 넓혀 가면서 평안한 기운을 나누는 연상을 하면 됩니다.



5. 끝으로 독자분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따사로운 햇빛과 부드러운 바람을 만나 각기 다른 모습의 꽃을 피우면서 자신의 얼굴을 만들었으며 그것으로 자신의 전 존재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웃는 모습 하나도 모든 인연이 어울린 것이면서 인연의 장을 웃음으로 일렁거리게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누구라도 그 모습 그대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이 책과 인연을 맺게 된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보이지 않는 연으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분들 모두가 건강하고 평안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