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합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최선을 다한 후에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말이 있지요. 그러나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결과가 삶을 말해 주는 것 같아도 하는 일마다 최선을 다했다면, 최선의 삶을 산 것입니다. 그렇게 살고 있는 자신을 온전히 칭찬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정화 스님,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270쪽
지금 현재 내 모습이 지난 내 삶의 ‘결과’다. 그러니까, 우리는 매 순간 어떤 결과를 받으며 사는 셈이다. 지금 삶-결과에 만족하는지 잘 모르겠다.
좀 더 멋진 외모나 스타일을 갖고 싶다. 그러자면 어제 밤에 감자칩을 먹지 말았어야 했다. 좀 더 경제적으로 여유로웠으면 좋겠다. 그러자면 지난주에 결국 쓰레기가 될 무언가를 사지 말았어야 했다. 좀 더 공정한 사회에 살고 싶다. 그러자면 지난 선거에서 더 훌륭한 후보를 뽑았어야 했다. 내 자식을 좀 더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다. 그러자면 작년에 학군이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갔어야 했다. 이런 식이다. 삶의 모든 결과에는 ‘100%’가 없다. 결정을 내릴 때에는 그 때의 ‘최선’이었을텐데 지나고 보면 어딘가 내가 잘못한 것만 같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도무지 이 생애는 이미 글러먹은 것 같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망상이 시작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절망적이게도……. 더 절망적인 것은 그 와중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나의 시야는 언제나 좁고, 내 몸은 항상적으로 ‘습관’에 굴복하기 때문이다. 엉망진창이다.
결국 단 한가지 의지에 따라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결정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는 것 뿐이다. 그렇게 했는데도 ‘결과’가 이상하다면, 그걸 어쩌겠는가. 내 탓이 아닌 것을. 그러나 대개의 경우 우리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내 지난 생을 돌아보아도, 내가 정말로, 스스로도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한’ 경우는 한 손, 세 손가락만으로도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그 결과가 지금 이 모양인 셈이겠지. 그러니까 어떤 ‘결정’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걸 어떻게 했는가 하는 ‘과정’이 가장 문제가 되는 셈이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렇게 후회도 회한도 많은 게 아닐까?
여기서 또 한가지, 염두에 둘 것이 있다.
아무리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결과는 내가 기대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나올 수가 있습니다. 결과가 자신의 삶이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과정이 자신의 삶입니다.
같은 책, 같은 쪽
아, 그러니까 ‘최선을 다함’이 결과를 보장하지도 않는다는 이야기다. 굳이 그런 말을 듣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 몸이 그걸 체득하고 있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그 많은 일들을 몸소 겪으며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 밖에 없다. 최선을 다한다. 그 결과가 어찌 되든. 여기서 또 한가지 몸이 체득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렇게 하면 결과가 어떻든, 몸이든 마음이든 깨끗한 기분이 된다. 어쩌면 그게 최고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 정화 지음/북드라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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