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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과학

GMO곡물, '자연의 암'인가?

by 북드라망 2012. 4. 4.
'어떤' 기적이 만드는 세계

박영대(남산강학원 Q&?)


GM대두만 있는 세계

웰빙바람을 타고 부쩍 콩으로 만든 식품이 많아졌다. 두유 종류만 수십 가지인데, 차나 쿠키까지도 생겨났다. 하지만 식품에 쓰이는 콩의 종류는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 다양하던 콩 품종들은 사라지고, 국내산이든 수입산이든 모두 ‘GM대두’라는 종만 남게 된 것이다.

유전자 변형 식물인 GM대두의 별명은 ‘기적의 종자’다. 워낙 생산량이 좋아서 기존 품종의 몇 배 이상을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등 전통적인 대두생산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GM대두를 기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정말 기적을 만들어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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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의 실체, 수확과 비료 사이

지금 재배되고 있는 대두는 모두 상업용이다. 그래서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미국에서는 광활한 땅을 모두 대두밭으로 만들어 키우고 있다. 상업용이니 만큼, 수확량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농부들은 높은 수확량을 보장해 줄 수 있는 품종을 선호하게 되고, 유전자 변형 대두는 그 기대에 부합하는 품종이다.

사실 유전자 변형 식물은 애초부터 생산량 증대를 위해 연구되었다. 유전자 변형을 통해 만들어진 곡물들은 ‘기적의 종자’, ‘밀의 황제’, ‘신의 기술로 만든 식품’ 등의 찬사를 받으며, 녹색혁명을 이끌었다. 밀의 경우에는 최대 8배에 달하는 수확량을 내니, 기적이란 말이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기적의 과정을 잘 살펴보면 좀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생산량의 폭발적인 증대 밑에는 엄청난 양의 화학비료가 있는 것이다. 8배나 많은 수확을 내기 위해서는 8배나 많은 영양분을 먹어치워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 양을 보통의 땅이 감당할리 없다. 간단한 산수만 해봐도 얼마나 많은 화학비료를 뿌려대는지 알 수 있다. 결국 GMO식물은 화학비료를 먹고사는 기계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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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비료를 많이 쓰면 땅은 금세 척박해진다. 척박한 땅에는 다른 식물들이 자라기 어렵다. 그럼 또 다시 GMO 식물을 심게 되고 전년보다 더 많은 화학비료를 뿌리게 된다. 그래야 전년도 수확량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반복 속에서 지력은 회복되지 못해 거의 황무지가 된다. 높은 생산량을 위해 노력할수록, 더욱 힘들어지는 농사인 것이다. 그럼 농부들은 이렇게 떨어진 수확량을 어떻게 끌어올릴까.

단일품종의 글로벌화

뭐, 사실 간단한 대답이다. 다른 땅에 심으면 된다. (너무 간단한가) 지력이 고갈되면 다른 땅까지 넓히고, 거기 지력이 줄어들면 또 넓히고, 비료를 붓고. 그렇게 계속해서 GMO 재배 영역을 넓혀나간다. 여기에는 다른 고민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마치 공장규모를 늘려나가고 해외에 공장을 짓듯이, 계속적인 확장만 있을 뿐이다. 수확량 증대를 향한 일념 속에서.

이렇게 해서 생산량이 가장 우수한 품종만 살아남는다. 가장 효율이 높은 품종에 대한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GMO를 재배하는 면적은 넓혀지고, 품종은 가장 우수한 걸로 단순해지고. 그 결과 어떻게 될까. 전 세계가 단일한 종으로 완전히 채워질 것이다. 너무 지나친 결과라고?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세계에는 그 외의 다른 종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밀이나 대두, 옥수수처럼 중요한 작물들은 전 세계의 30~40%만 단일한 작물로 재배해도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병으로 인해 수확량의 40%만 떨어져도 그 여파는 전 세계적이다. 아마 세계는 곡물값의 미묘한 변화만으로도 몇 십 만명의 생사가 왔다갔다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이런 사회가 기적적이긴커녕 끔찍하다. 더 무서운 것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일랜드의 대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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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 <감자 수확>
_ 다양성을 가지지 못한 자연은
존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자기밖에 모르는 암세포가 우리 몸에게 그러한 것처럼.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바로 19세기 후반의 아일랜드다.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아일랜드는 식민무역으로 인해 경제사정이 어려워졌다. 사람들은 먹을 것을 얻기 위해 감자 재배를 늘리게 되었다. 그래서 질병에 강하고 생산성이 높다고 알려진 미국 품종을 들였다. 단일품종만으로 감자를 재배했고, 아일랜드 사람들은 주식 50% 정도를 감자에 의존했다. 하지만 잎마름병이 퍼지자 살아남을 수 있는 감자가 거의 없었다. 이로 인해 240만 명의 인구가 죽거나 행방불명되는 참사를 겪었다. 생산성이 높은 우수한 품종이 결국 대기근을 가져온 것이다. GMO종자를 통해 만들고 있는 세계와 몸서리치게 닮았다. 우리는 이런 교훈을 앞에 두고도 식물종을 획일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남아메리카나 인도 등지에서도 대두나 면화들이 동일한 품종으로 방대하게 재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르헨티나의 한 농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국토의 절반에 단일품종이 재배된다면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에 급속도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한 국가의 농업생산 전체를 망칠 수도 있죠. 현재 대두에 곰팡이병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 어떤 식물위생제품으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에서 발생한 곰팡이병은 파라과이를 거쳐 아르헨티나까지 번졌습니다. 다양한 식물종을 보유하지 못한다면 결국 질병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죠.
 
ㅡ마리-모니크 로뱅 지음,『몬산토』, 이선혜 옮김, 이레, 2009

GMO식물은 끊임없는 자기 증식을 통해 다른 종들을 잡아먹고 있다. 그 결과는 종의 단일화고, 과거 아일랜드 대기근을 불러왔던 원인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오히려 합리적·효율적이다는 말로 그것을 부추기고 있다. 이게 GMO재배의 결과다. 기적이라고 한다면, 우수한 유전자 기술로 위기를 만드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GMO식물이 우리 몸에 암을 유발한다 혹은 아니다'라는 공방이 치열하다. 아직 어느 쪽도 확실한 대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어쩌면 GMO식물을 찬성하는 사람 말처럼 우리 몸에 별 다른 이상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자연이 자기증식하는 GMO라는 암세포로 병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확실한 건 우리 인간도 자연이라는 것이다.


글쓴이 : 박영대 (남산강학원 Q&?)

연구실에서 철학과 과학을 오가며 공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럭키가이의 인생을 살아왔는데, 요즘 들어 운빨이 떨어지는 듯하다. 공부로 운을 회복하려고 노력 중이다.
몬산토 - 10점
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 이선혜 옮김/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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