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내 가슴에~
신근영(남산강학원 Q&?)
별들에게 물어봐
9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별들에게 물어봐’라는 개그 프로를 기억하시는지. 바보 연기를 하는 두 명의 개그맨이 출현해서 서로에게 이런 저런 질문 공세를 퍼 붇는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곤란한 질문을 받을 때면, 어리숙한 표정으로 ‘별~들에게 물어봐~’를 외친다. 인기를 끌던 이 프로그램 때문에 사람들은 어이없는 질문을 받으면 별들에게 물어보라며 킥킥거리곤 했었다.
오늘 할 이야기인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우리는 ‘별들에게 물어봐~’라고 외쳐야 할 듯싶다. 생명에 대한 정의는 정말 많~~다. 사실 생명이란 것을 완벽하게 표현해 줄 어떤 정의도 없다. 그런만큼 ‘생명이란 무얼까’는 참으로 곤란한 질문이고, 그러니 그 때 그 시절의 개그를 추억하며 별들에게 물어보라고 답하는 것도 하등 이상할 게 없을 듯(^^;;).
하지만 오늘, 생명에 대해 별들에게 물어본다는 것은 단순히 답하기가 곤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생명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정말로 별들에서 출발해야만 한다. 별들이 태어나고, 또 죽지 않았다면 생명체는 생겨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 생명과 별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별들의 탄생
생명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과학자들 사이에서 생명에 대해 일반적으로 동의하는 것이 있다. 그건 생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탄소, 질소, 수소, 산소, 황, 인이라는 6개의 원소가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원소들은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하늘에서 떨어진 것일까, 땅에서 솟은 것일까? 딩동댕~ 정답입니다~(^^). 이 원소들은 말 그대로 하늘에서 떨어졌고, 땅에서 솟았다. 이게 뭔 얘기인지 알려면 별들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별들의 역사는 아주 아주 아주 먼 시간보다 좀 더 먼 시간, 그러니까 대략 137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 엄청난 밀도로 모여 있던 매우 매우 뜨거운 한 점이 그 밀도를 이기지 못하고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우리가 종종 듣던 ‘빅뱅’, 우주의 탄생이다.
그 팽창은 우리가 눈 깜짝하려고 움찔하는 그 순간보다 짧은 순간에 이루어졌다. 숫자를 동원해 얘기하자면 팽창은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1초(이걸 초라고 부른다)만에 끝났지만, 그 결과로 손바닥에 들어갈 정도였던 우주가 10000000000000000000000000, 그러니까 배로 커져버렸다(@.@).
이 때는 생명체를 이루는 원소들은 둘째치고, 원자라고 부르는 것들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좀 간단하게 얘기해서 원자가 만들어지려면 핵과 전자가 한집 살림에 들어가야 하는데, 뜨거운 온도 때문에 흥분한 핵과 전자가 제각각 멋대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얘네들이 함께 살림을 하기 위해서는 우주가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얼마나 기다려야 했냐면, 한 40만년 정도(^^;;). 그나마 그렇게 긴 시간을 기둘려 만들어진 원소는,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가 대부분이었고 그 다음으로 가벼운 헬륨 약간이 다였다.
수소와 헬륨 원자들이 만들어지고도 10만년 정도가 지나고 나서 우주에는 이 원자들이 모여 씨앗과 같은 작은 뭉치가 생겼다. 한 번 이런 뭉침이 발생하자 주위의 물질들을 모으면서 그 씨앗은 커다란 뭉치로 자라났다. 드디어 우주에는 ‘별’이라 부를 수 있는 게 태어난 것이다.
별들의 청춘과 죽음
한편, 질량이 태양의 8배 이상인 별들의 죽음은 좀 더 극적이다. 질량이 작은 별들보다 더 많은 연소 과정을 겪게 되는 이 별들의 땅 속은, 산소보다 더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지는 공장이다. 이 공장에서, 생명체의 필수 원소 중 마지막 두 개인 인과 황을 포함해 철과 니켈까지 생산된다. 이 생산이 끝나면 무거운 별 역시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가벼운 별들과 달리 이 별들의 죽음은 좀 요란하다. 밀도가 높은 이 별들은 조용히 분해되는 대신에, 말 그대로 뻥~~~~ 터진다. 그리고 이 폭발과 함께 땅 밑 공장에서 만들어졌던 원소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제 생명체를 이루는 원소들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땅에서 솟았다는 말이 이해가 되시는지.^^ 6대 필수 원소들을 비롯해 생명체를 이루는데 필요한 원소들은 그렇게 하늘의 별들에서 떨어졌고, 그 별들의 땅 속에서 솟아났다.
별을 품은 생명
인간이 우주적 존재라는 것은 은유가 아니다. 상상 속에서나 인간과 우주가 연결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137억 년 전 우주가 생겨난 후 끊임없이 태어나고 죽은 그 수많은 별들이 없었다면, 인간은 고사하고 생명이란 존재치 않았다.
나란 존재를 생각하는 데 가족이란 울타리는 너무 좁다. 족보에 나오는 조상들을 끌어 들인다 해도 부족하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를 고려하는 것 역시 부족하다. 생명 이전의 것들, 흔히 생명 없는 물질이라 불리는 별들의 시간 속으로까지 생명의 역사는 뻗어있다.
멋지지 않은가. 이 작은 몸뚱이에 우주의 시공간이 담겨있다는 것이. 느껴지시지 않는지. 찬란했던 별의 탄생과 청춘, 그리고 죽음이. 더욱이 우리는 더 이상 별을 따달라는 연인의 엉뚱한 요구에 당황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연인의 손을 잡고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될 테니 말이다(*^^*).
난, 과학 공부의 참맛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머릿속에 더 많은 지식을 쌓게 돼서가 아니라 우주의 시공간을, 생명의 인연장을 ‘느끼는’ 데 있다고 말이다. 그 인연장이 이 짧은 글로는 아직 확~ 느껴지시지 않으신다면, 우주에 관한 책 한 권을 펼쳐 드시라. 물론 처음에는 읽기가 수월치 않을 수 있다. 우주를 가슴에 품기가 그렇게 쉽기만 하겠는가. 하지만 그 수고로움이야말로 까만 밤하늘에 담긴 우주와 그곳의 별을 담은 생명의 경이로움을 만끽하는 길일 터. 자, 이제 아무 서점이고 들어가 우주에 관한 책 한 권을 클릭하시라. 그리고 별을 가슴에 품으시라~.
신근영(남산강학원 Q&?)
별들에게 물어봐
9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별들에게 물어봐’라는 개그 프로를 기억하시는지. 바보 연기를 하는 두 명의 개그맨이 출현해서 서로에게 이런 저런 질문 공세를 퍼 붇는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곤란한 질문을 받을 때면, 어리숙한 표정으로 ‘별~들에게 물어봐~’를 외친다. 인기를 끌던 이 프로그램 때문에 사람들은 어이없는 질문을 받으면 별들에게 물어보라며 킥킥거리곤 했었다.
오늘 할 이야기인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우리는 ‘별들에게 물어봐~’라고 외쳐야 할 듯싶다. 생명에 대한 정의는 정말 많~~다. 사실 생명이란 것을 완벽하게 표현해 줄 어떤 정의도 없다. 그런만큼 ‘생명이란 무얼까’는 참으로 곤란한 질문이고, 그러니 그 때 그 시절의 개그를 추억하며 별들에게 물어보라고 답하는 것도 하등 이상할 게 없을 듯(^^;;).
하지만 오늘, 생명에 대해 별들에게 물어본다는 것은 단순히 답하기가 곤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생명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정말로 별들에서 출발해야만 한다. 별들이 태어나고, 또 죽지 않았다면 생명체는 생겨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 생명과 별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별들의 탄생
생명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지만, 과학자들 사이에서 생명에 대해 일반적으로 동의하는 것이 있다. 그건 생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탄소, 질소, 수소, 산소, 황, 인이라는 6개의 원소가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원소들은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하늘에서 떨어진 것일까, 땅에서 솟은 것일까? 딩동댕~ 정답입니다~(^^). 이 원소들은 말 그대로 하늘에서 떨어졌고, 땅에서 솟았다. 이게 뭔 얘기인지 알려면 별들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별들의 역사는 아주 아주 아주 먼 시간보다 좀 더 먼 시간, 그러니까 대략 137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 엄청난 밀도로 모여 있던 매우 매우 뜨거운 한 점이 그 밀도를 이기지 못하고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우리가 종종 듣던 ‘빅뱅’, 우주의 탄생이다.
그 팽창은 우리가 눈 깜짝하려고 움찔하는 그 순간보다 짧은 순간에 이루어졌다. 숫자를 동원해 얘기하자면 팽창은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1초(이걸 초라고 부른다)만에 끝났지만, 그 결과로 손바닥에 들어갈 정도였던 우주가 10000000000000000000000000, 그러니까 배로 커져버렸다(@.@).
이 때는 생명체를 이루는 원소들은 둘째치고, 원자라고 부르는 것들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좀 간단하게 얘기해서 원자가 만들어지려면 핵과 전자가 한집 살림에 들어가야 하는데, 뜨거운 온도 때문에 흥분한 핵과 전자가 제각각 멋대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얘네들이 함께 살림을 하기 위해서는 우주가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얼마나 기다려야 했냐면, 한 40만년 정도(^^;;). 그나마 그렇게 긴 시간을 기둘려 만들어진 원소는,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가 대부분이었고 그 다음으로 가벼운 헬륨 약간이 다였다.
수소와 헬륨 원자들이 만들어지고도 10만년 정도가 지나고 나서 우주에는 이 원자들이 모여 씨앗과 같은 작은 뭉치가 생겼다. 한 번 이런 뭉침이 발생하자 주위의 물질들을 모으면서 그 씨앗은 커다란 뭉치로 자라났다. 드디어 우주에는 ‘별’이라 부를 수 있는 게 태어난 것이다.
별들의 청춘과 죽음
가스덩어리인 별에서 현재 우리 생명을 구성하고 있는 산소, 수소, 헬륨들이 태어났다는 놀라운 사실!
별은 스스로 빛을 내는 천제다. 별은 어떻게 스스로 빛을 낼까? 이 비밀은 별의 내부에 있다. 어린 우주의 대부분이 수소였고, 그것이 덩어리져서 별이 되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별의 땅 아래로 들어가 보자. 처음 만들어진 별의 땅 속에서는 수소들이 마구마구 충돌하고 합쳐져서 헬륨으로 모습을 바꾼다. 이걸 ‘수소 연소’라 부른다. 쉽게 말해, 별의 땅 밑에서는 수소들이 타고 있고, 이로 인해 별은 빛을 낸다.
수소가 다 타버리고 헬륨 재만 남게 되면, 이제 헬륨 연소가 시작된다. 헬륨은 열심히 자신을 태워 탄소와 질소, 산소를 만들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별의 땅 속에서 일어나는 연소는 별이 가진 질량에 따라 달라진다. 별의 질량이 태양의 8배 이하이면, 연소는 산소가 만들어지는데서 끝난다. 이렇게 활발한 연소가 일어나는 청춘의 시기가 끝나면, 별은 그 생명을 다 한 거다. 일종의 별의 죽음. 이 죽음으로 별의 껍질이 벗겨지면서 땅 속에서 만들어졌던 산소를 비롯한 가벼운 원소들이 우주로 쏟아져 나온다.
초신성폭발 상상도
이제 생명체를 이루는 원소들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땅에서 솟았다는 말이 이해가 되시는지.^^ 6대 필수 원소들을 비롯해 생명체를 이루는데 필요한 원소들은 그렇게 하늘의 별들에서 떨어졌고, 그 별들의 땅 속에서 솟아났다.
먼 과거에 100억년을 걸쳐 핵 연소 과정을 통해 별에서 생성된 원소들은 지구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근간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바로 별이 수십억 번 혹은 수백억 번, 나아가 수천억 번 태어나고 죽는 과정을 반복했기 때문이다.ㅡ하인츠 오버훔머, 『우주의 모든 것』
별을 품은 생명
반짝이는 밤풍경보다도, 137억년 전의 별과 나의 몸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더 아름답다.
인간이 우주적 존재라는 것은 은유가 아니다. 상상 속에서나 인간과 우주가 연결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137억 년 전 우주가 생겨난 후 끊임없이 태어나고 죽은 그 수많은 별들이 없었다면, 인간은 고사하고 생명이란 존재치 않았다.
나란 존재를 생각하는 데 가족이란 울타리는 너무 좁다. 족보에 나오는 조상들을 끌어 들인다 해도 부족하다.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를 고려하는 것 역시 부족하다. 생명 이전의 것들, 흔히 생명 없는 물질이라 불리는 별들의 시간 속으로까지 생명의 역사는 뻗어있다.
별에서는 우주에서 생명을 가능하게 해주는 원소들이 만들어졌고 또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 몸의 각종 장기와 조직 속에 있는 탄소, 뼈 안에 있는 칼슘, 피에 들어 있는 철분, 몸의 수분 속에 들어 있는 산소 등과 같이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원소들은 모두 별에서 만들어졌다. 우리는 모두 결국 아주 오래된 과거별의 유산이자 자손인 셈이다. 만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가 “당신은 나의 별이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실제로 모두 별들의 먼지로 구성되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ㅡ하인츠 오버훔머, 『우주의 모든 것』
멋지지 않은가. 이 작은 몸뚱이에 우주의 시공간이 담겨있다는 것이. 느껴지시지 않는지. 찬란했던 별의 탄생과 청춘, 그리고 죽음이. 더욱이 우리는 더 이상 별을 따달라는 연인의 엉뚱한 요구에 당황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연인의 손을 잡고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될 테니 말이다(*^^*).
난, 과학 공부의 참맛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머릿속에 더 많은 지식을 쌓게 돼서가 아니라 우주의 시공간을, 생명의 인연장을 ‘느끼는’ 데 있다고 말이다. 그 인연장이 이 짧은 글로는 아직 확~ 느껴지시지 않으신다면, 우주에 관한 책 한 권을 펼쳐 드시라. 물론 처음에는 읽기가 수월치 않을 수 있다. 우주를 가슴에 품기가 그렇게 쉽기만 하겠는가. 하지만 그 수고로움이야말로 까만 밤하늘에 담긴 우주와 그곳의 별을 담은 생명의 경이로움을 만끽하는 길일 터. 자, 이제 아무 서점이고 들어가 우주에 관한 책 한 권을 클릭하시라. 그리고 별을 가슴에 품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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