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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병구담 - 열가지 병 중 아홉가지는 '담' 때문!

by 북드라망 2016. 10. 13.

십병구담 - 열가지 병 중 아홉가지는 '담' 때문!

담음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담음이 생기는 이유



'십병구담(十病九痰)’이라는 말이 있다. 열 가지 병중에서 아홉 가지가 담으로 인한 병이라는 뜻이다. 누구나 한번쯤 ‘나 담에 걸린 것 같아’라는 말을 해보지 않았는가? 차가운 방바닥에서 잠을 자거나 버스에서 헤드뱅잉을 하다가 혹은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 말이다. 이번에 함께 살펴볼 내용은 그만큼 흔하고 친숙한 ‘담음(痰飮)’이다. 담음은 수액대사의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담은 비교적 걸쭉하고 탁한 것을 말하고, 음은 묽은 것을 말한다.


담음은 대부분 외감육음이나 음식 및 칠정내상 등의 원인에 의해, 폐‧비‧신 및 삼초 등 장부의 기화기능이 실조되어 수액대사에 장애가 발생함으로 인해 수진이 정체되어 형성된다. 

- 『기초한의학』, 배병철, 성보사, 381쪽


먼저 담음의 원인으로 언급된 ‘외감육음(外感六淫)’부터 살펴보자. 외감육음은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의 여섯 가지를 총칭하는 것이다. 이는 모두 밖에서부터 오는 병의 원인으로 봄에는 바람이 불고, 여름에는 덥고 습하며, 가을에는 건조하고, 겨울에는 춥다. 이런 계절의 변화에 잘 대응하지 못할 때 병이 생긴다. 덥다고 창문을 열어 놓고 잤을 때 담에 걸리는 경우가 그것이다.


다음으로 ‘칠정내상(七情內傷)’은 내 몸 안에서 감정의 치우침으로부터 오는 병인데, 칠정은 희(喜), 노(怒), 우(憂), 사(思), 비(悲), 경(驚), 공(恐)의 일곱 가지 감정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기쁘고, 화나고, 슬프고, 생각하고, 슬프고, 놀라고, 두려워하는 감정이 지나치면 모두 화(火)를 발생한다. 화가 발생하면 몸의 진액이 정체되어 담음이 생긴다. 이처럼 우리는 계절과 감정의 변화 같은 것들의 영향을 안팎으로 받으며 계속 변하고 있다.


우리 몸의 70퍼센트는 진액으로 이루어져있다. 따라서 몸의 수액대사가 잘 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을 담당하는 장부로는 폐, 비, 신장, 삼초가 있다.


폐는 선발숙강을 주관하여 수도를 소통‧조절하고 진액을 산포하며, 비는 수액의 운화를 주관하고, 신양은 수액의 중등기화를 주관하며, 삼초는 수곡의 통로로서 각종 기를 주재하고 인체의 기화를 총괄한다. 

- 『기초한의학』, 배병철, 성보사, 382쪽


폐는 물의 길을 조절하고, 비는 물이 움직이는 것을 주관하고, 신은 물이 기체로 변하는 것을 주관하고, 삼초는 물과 낟알의 통로다. 이것만 보아도 우리 몸이 물(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폐‧비‧신‧삼초가 물을 잘 순환시키지 못하면 습이 모여 들어 담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면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과연 우리 몸의 수액대사를 도울까?


물도 쌓일 수 있다?

『금궤요략』에서는 담음을 사음(四飮)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 이는 모두 물을 많이 마시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담음(痰飮)은 마신 물이 장 사이로 흘러 들어간 것이고, 현음(縣飮)은 마신 물이 협하(옆구리 아래)로 흘러간 것이다. 또 일음(溢飮)은 마신 물이 사지로 흘러 들어간 것이고, 지음(支飮)은 마신 물이 흉격 사이에 쌓인 것이다. 이럴 수가! 필요 이상의 물을 많이 마시면 우리 몸 구석구석에 쌓이게 된다.


『제병원후론‧담음병제후』에서는 담음이 생기는 것을 다음과 같이 보았다.


諸痰者, 此由血脈壅塞, 飮水積聚而不消散, 故成痰也. …… 諸飮者, 皆由營衛氣澁, 三焦不調,而因飮水多, 停積而 成痰飮.

각종 담은 모두 혈맥의 기가 막힘으로 인해 마신 물이 쌓이고 소산되지 않아 형성되는 것이다. …… 각종 음은 모두 영위의 기가 원활하게 소통되지 않음으로 인해 삼초의 기화기능이 실조되거나 혹은 물을 과다하게 마심으로 인해 기화되지 않고 정체되어 담음이 형성되는 것이다.

- 『기초한의학』, 배병철, 성보사, 382쪽


혈맥의 기가 막혀 물이 쌓이면 담이 생기고, 영위(원기를 왕성하게 하는 피와 몸을 호위하는 기운)의 기가 잘 통하지 않으면 삼초의 기화기능이 실조된다. 혹은 물을 많이 마심으로 인해 기화가 잘 되지 않고 정체되어 담음이 형성된다. 핵심은 기가 잘 통하게 하고, 물을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는 것!




요즘 언론에서 물을 하루 8잔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보았듯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몸 구석구석에 쌓이고, 폐·비·신장·삼초의 기능에 무리를 주어 담음이 형성될 수 있다. 물은 음식을 통해 섭취할 수도 있고, 우리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조절하여 마셔야 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계절의 변화에 잘 따르고, 감정이 치우치지 않도록 조절하고, 음식과 물을 지나치게 섭취하지 않음으로써 담음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글_송은민(감성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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