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음식, 원하는 맛
✺ 백선생 맛은 달다
요즘 백선생 요리가 유행이다. 백선생은 요즘 텔레비전과 인터넷등에 나오는 요리 연구가다. 이사람이 만드는 요리는 방법이 간단하기도 하고 또 요즘 입맛에 맞기도 하다. 이분 요리의 특징은 단맛이다. 웬만한 요리엔 설탕이 들어간다. 설탕은 백선생 요리엔 필수 요소이기도 하고 만병통치약 같은 역할도 한다. 백선생의 요리가 인기 있는 것은 맛 뿐 아니라 입담이나 그 요리의 간단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리는 뭐니 뭐니 해도 맛이다. 맛이 없다면 아무리 간단하고 정감이 간다 해도 인기는 곧 사라질 것이다. 백선생 요리는 단맛으로 지금까지 몇 달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나도 연구실에서 이 사람의 요리를 따라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재료가 충분치 않아(고기가 없어서) 잘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사람의 요리 특징 중 하나가 양념장인데 대부분의 요리엔 양념이 맛을 좌우한다고 봐도 좋다. 그리고 그 양념장엔 많은 경우 설탕이 들어가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먹는 음식들의 양념은 대부분 달다. 백선생뿐 아니라 평소 우리가 하는 요리도 단 경우가 많다. 연구실에서 요리 할 때도 그렇다. 일단 맛이 나지 않으면 설탕을 뿌리거나 올리고당을 쏟아 부운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설탕"
✺ 상생상극의 원리
오행(목, 화, 토, 금, 수)에는 상생상극의 원리가 있다. 먼저 상생의 원리는 목은 화를 생하고 화는 토를 생하고 토는 금을 생하고 금은 수를 생하고 수는 목을 생한다는 원리다. 그래서 끊임없이 순환한다. 그리고 상극의 원리가 있다. 목은 토를 극하고 토는 수를 극하며 수는 화를 극하고 화는 금을 극하며 금은 목을 극하는 원리다. 이처럼 서로 돕기도 하고 극하기도 한다.
『황제내경 · 소문』, 「5장생성론편 제10, 제 1장」
심장의 합, 즉 심(心)의 기가 보이는 곳은 맥(脈)이다. 그 형, 즉 그 표징이 나타나는 곳은 안색이다. 그 주(主), 즉 심의 기를 제거하는 것은 신(腎)이다. 폐의 합은 피(皮), 그 형은 체모, 그 주는 심(心)이다. 간의 합은 근(筋), 그 형은 손톱, 그 주는 폐이다. 비(脾)의 합은 육(肉), 그 형은 진(唇), 그 주는 간이다. 신의 합은 골, 그 형은 발(發), 그 주는 비(脾)이다.
『黃帝內經•素問』 「五藏生成篇 第十, 第一章」
心之合脈也,其榮色也,其主腎也。
肺之合皮也,其榮毛也,其主心也。
肝之合筋也,其榮爪也,其主肺也。
脾之合肉也,其榮唇也,其主肝也。腎之合骨也,其榮發也,其主脾也。
이 글을 다시 풀어보면 심(心)은 안색을 통해 좋은지 좋지 않은 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심의 기운을 제어하는 것은 신(腎)이다. 폐(肺)는 몸에 나는 털을 통해서 알 수 있고, 간(肝)은 손톱, 비(卑)는 입술, 신(腎)은 머리카락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심장의 기가 많아지면 신으로 제어하고, 비의 기가 많아지면 간으로 제어한다.
✺ 과식하면 만나는 것들
오행에 따라 맛이 배정되는데 목은 산(酸, 시다) 화는 고(苦, 쓰다) 토는 감(甘, 달다) 금은 신(辛, 맵다) 수는 함(鹹, 짜다)한 맛이 배정된다. 그래서 요즘처럼 단맛을 많이 먹는다면 토기가 강해진다. 따라서 수기가 약해지게 된다.
『황제내경 · 소문』, 「5장생성론편 제10, 제 2장」
이러한 사실에서 고찰하건대, 함미(짠 것)의 것을 과식하면 혈이 점존하게 되어 맥행이 삽체되고, 안색이 광택을 잃게 된다. 고미(쓴 것)를 과식하면 피부가 까칠까칠해져서 체모가 빠진다. 감미(단 것)를 과식하면 골이 아프고, 모발이 빠진다. 신미(매운 것)를 과식하면 근육이 땅기고, 손톱이 시든다. 산미(신 것)를 과식하면 육이 위축되고, 입술이 말려든다. 이들은 음식물의 부절제가 원인이며, 육체를 손상하는 경우이다. 그러므로 심은 고미(쓴맛), 폐는 신미(매운맛), 간은 산미(신맛), 비는 감미(단맛), 신은 함미(짠맛)의 음식물에 의해 각각 영양된다. 이는 산, 고, 감, 신, 함의 5미의 각각이 특정한 장기에 대하여 친화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관계에서 음식물의 정미가 각기의 장기의 정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黃帝內經•素問』 「五藏生成篇 第十, 第二章」
是故多食咸,則脈凝泣而變色;多食苦,則皮槁而毛拔;多食辛,則筋急而爪枯;多食酸,則肉胝(月芻)而唇揭;多食甘,則骨痛而發落,此五味之所傷也。故心欲苦,肺欲辛,肝欲酸,脾欲甘,腎欲咸,此五味之所合也。
매운 맛을 많이 먹으면 근육이 땅기고 손톱이 시든다...
여기서 보면 감미를 과식하면 머리가 아프고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한다. 요즘 탈모가 많은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단맛에 길들여진 우리 입맛도 한 이유가 아닐까. 단맛은 수기운을 극한다. 그래서 머리가 아프다. 그렇다면 이렇게 단 것을 많이 먹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물론 단맛이든 뭐든 골고루 먹는 것이 좋지만 말이다.
일단 수기운이 필요하다. 단맛이 몸에 많아짐에 따라 이것을 극하는 짠맛도 많이 필요하게 된다. 그리고 산미로 토기운을 극해야 한다. 따라서 짠맛과 신맛을 먹어 보충해야 한다. 또한 요즘 많이 먹고 있는 음식 중 하나가 매운맛이다. 매운맛은 금기운이고 따라서 목기와 화기가 필요하다. 목은 신맛이고 화는 쓴맛이다.
이렇게 보면 모든 맛이 다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다만 한쪽으로 치우친 식습관은 건강에 좋지 않다. 내 몸에 토기운이 좋다고 단것만 많이 먹으면 이가 상하고 머리가 빠진다. 그래서 좋다고 해서 과하게 먹으라는 말은 아니다.
✺ 상생상극의 균형
하지만 어느 시대가 그렇듯 시대마다 유행하는 맛이 있다. 어느 시대에는 매운맛이 유행했을 것이고 어느 시대엔 짠맛이 유행했을 것이다. 또한 지역마다 주로 섭취하는 맛이 다를 것이고 모자란 것이 있기도 하고 넘치는 것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어느 시대 어느 곳에 살아도 일정부분 불균형인 상태로 산다.
이 상태로 살다보면 치명적인 결함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치명적 결함이란 특정한 기운에 의해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먼 곳까지 음식을 유통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길만 잘 닦여도 평균수명이 많이 오를 것이다. 왜냐면 나에게 필요한 기운을 쉽게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금 같은 경우 바닷가엔 많지만 내륙지방은 없다. 반드시 상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넘치는 것 즉, 잉여는 다른 지역으로 순환시키고 그렇게 해서 나에게 필요한 것을 얻는 것. 인체도 마찬가지다. 기운이 순환되느냐 마느냐가 건강을 결정한다.
상고시대때 성인이 아랫사람(백성들)을 가르칠 때 항상 그들에게 말하기를 “허사적풍(虛邪賊風)은 그것을 피하는데 때가 있으니 마음을 편히 가지고 욕심 부리지 않고 있으면 진기(眞氣)가 따라오니 정과 신이 안에서 지킬 것이니 병이 어디에서 오겠는가?”
夫上古聖人之敎下也 皆謂之虛邪賊風 避之有時 恬憺虛無 眞氣從之 精神內守 病安從來?
허사는 몸이 내적으로 약할 때 병이 난 것이고 적풍은 외부에서 사기가 들어온 것을 말한다. 병이 나는 패턴을 크게 보면 이 두 가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동의보감에선 이것을 피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바로 마음을 편히 갖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
핵심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다. 욕심을 부리는 것은 바로 단맛을 많이 먹는 것과 같다. 하나의 기운을 많이 먹는 것. 그것이 바로 욕심이다. 욕심은 몸에 불균형을 가져온다. 그리고 욕심을 부리지 않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면 진기가 따라온다. 진기는 천기와 곡기가 만나서 생기는 원기다. 원기가 있으면 몸을 지킬 수 있다.
✺ 내몸에 필요한 기운
최근 밥 당번 할 때 의식적으로 설탕이나 올리고당을 쓰지 않고 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나도 모르게 잘 안 쓰게 됐다. 사실 이렇게 만든 음식은 맛이 거의 없다. 설탕과 함께 마늘도 거의 넣지 않고 있다. 일단 양념을 그리 많이 하지 않는 쪽으로 음식을 하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생으로 음식을 먹을 생각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 특정한 맛에 길들여지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단맛이든 마늘 맛이든 이런 것들에 충분히 길들여져 있다. 일단 이것을 먹지 않으면 음식의 다른 면을 볼 수 있게 된다. 사실 음식의 기운은 양념이 아닌 재료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양념은 음식의 기운과 상호 보완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사실 어울리는 양념이 있긴 하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그리고 지역에 따라 그 차이는 있다. 그래서 절대적인 양념이란 없고, 절대적인 욕망이란 없다. 따라서 지금 단맛이 유행하지만 다음엔 다른 맛이 유행할 수 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욕망은 사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내 몸에 목기운이 필요하면 신맛이 땡기기도 하다. 그렇다고 평생 신맛만 먹진 않는다. 때에 따라 먹고 싶은 음식과 먹어야 할 음식은 다르다. 그래서 음식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음식을 내가 원하는지 잘 헤아려 보는 것이다. 과연 지금 내게 필요한 기운인지 아닌지.
글_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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