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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기탄동감

운명을 여는 힘, 호흡

by 북드라망 2016. 12. 8.

운명을 여는 힘, 호흡



어렸을 때 내 꿈은 ‘도사’였다. 지금도 내 별명은 ‘신도사’다.(^^) 사주가 어떻고 음양이 치우쳤고, 오행이 어쩌니 하는 소리를 하니까 얻은 별명이다. 도사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도사라는 별명이 싫지 않다. 어렸을 적부터 책이나 영화에 나오는 도사나 신선이 좋았다. 왜 도사가 좋았을까 생각해 보니 천년은 너끈히 살아온 것 같은 모습이지만 욕망이나 세속에 찌들지 않은 모습에 끌렸나보다. 아무 것에도 메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모습이 좋았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요즘 『동의보감』을 읽다보니 어렸을 때 좋아했던 도사나 신선 이야기가 나와 재미있게 읽고 있다. 도사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동의보감』을 읽어보시길. 



인간은 누구나 태어난 이상 자연의 이치에 따라 죽음을 맞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정해진 운명이니 어쩌겠어’라고 포기하고 산다. 자기 운명과 죽음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얼마나 기운 빠지는 일인가! 나도 그렇지만 뭐 별다른 방법이 있겠나 생각하며 살아왔었다. 그러다가 『동의보감』에서 무릎을 탁 치게 되는 부분을 읽게 되었다. 호흡을 통해 자기 수명을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해진 대로만 사는 게 아니라 능동적 개입이 가능하다니 정말 신나는 일 아닌가!


호흡에 관한 이야기는 『동의보감』, 「내경편」, <기>부분에 나온다.


<正理>曰 人受生之初 在胞胎之內 隨母呼吸及乎生 下剪去臍帶則一點 眞靈之氣聚于臍下. 凡人唯氣 最先莫先於呼吸 


정리 왈 ‘사람이 처음 생겨날 때 태(胎)중에 있을 때에는 어머니를 통해서 호흡하다가 태어나서 탯줄을 끊으면 한 점의 신령스러운 기운이 배꼽 밑에 모인다. 대개 사람에게는 오직 기(氣)가 제일 먼저이다. 기는 호흡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동의보감』, 「내경편」, <기>


기는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근본이 된다. 우리 몸과 마음의 형체를 유지하는 것에서부터 움직이는 모든 활동의 에너지가 곧 기인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기가 온전하면 오래 살게 된다고 한다. 오장육부의 활동은 자율조절계의 작용을 받아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작동한다. 오직 호흡만이 유일하게 의지대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호흡수련을 통해 나의 의지로 삶에 개입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呼則氣出 陽之闢也 吸則氣入 陰之闔也. 盖人身之陰陽 與天地陰陽相似


숨을 내쉴 때, 기가 나오는 것은 양이 열리는 작용이고 숨을 들이쉴 때, 기가 들어가는 것은 음이 닫히는 작용이다. 대개 사람 몸의 음양이 천지의 음양과 서로 통한다. 


-『동의보감』, 「내경편」, <기>


인간에게 호흡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능력이다. 호흡을 할 때 숨을 들이 마시면 하늘의 양기가 몸 안으로 들어오고, 내쉴 때는 몸 안의 음기가 밖으로 나가게 된다. 즉 호흡을 통해 천기와 내 몸이 소통하는 것이다. 『장자』에 나오는 진인은 들이마신 숨을 발꿈치까지 끌어내린다고 한다. 천지자연의 기운을 온몸 구석까지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내 몸의 기운을 천지로 다시 다 내보낸다. 이것이 천지와 내가 소통하고 교감하는 것이다. 소통이 원할 해야 건강한 기운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천지의 기운을 적게 받아들이거나 묵은 기운을 계속 가지고 있게 되면 건강한 기를 만들 수 없게 된다. 아이들은 배로 호흡을 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가슴으로, 어깨로, 목으로 호흡하게 된다. 호흡이 점점 빨라지고 위로 뜨게 된다. 그러면서 천지의 기운이 전체 몸과 소통하지 못하게 되면서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타자와의 관계에서도 호흡은 중요하다. 호흡이 잘 맞는 사람은 서로 소통이 잘 된다고 볼 수 있다. 천천히 그리고 충분히 천기를 몸으로 들이 마시듯이 타인의 이야기를 귀로 들어야 한다. 충분히 듣고 난 다음에 말해야 한다. 그것이 소통의 기본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아니, 고집이 세어질수록 듣는 음기는 줄어들고 말하는 양기만 쓰려고 한다. 충분히 들이마시지 않았으니 천천히 내뱉을 공기도 없는 것이다. 그러면 타인과의 관계가 불통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호흡 수련을 하면 욱하는 마음이 줄고 평정심을 얻게 된다. 호흡이 느려지면 심장의 활동이 느려지고 맥이 느려진다. 불가에서 수행을 할 때 호흡을 보라고 하는 것은 천천히 호흡하는 것을 통해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타인과의 소통이 원활해 질 것이다.

 

그럼 이제 천지와 제대로 호흡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호흡에서 중요한 통로가 되는 것은 바로 배꼽이다. 아이가 태어나 독립적인 첫 호흡을 할 때 신령스런 기운이 배꼽 밑에 모이게 된다고 한다. 선천의 기가 단전에 모이는 것이므로 단전은 호흡에서 중요한 곳이 된다. 호흡을 단전으로 하게 된다면 이 신령스런 기운을 모을 수가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호흡을 고르게 하는 방법인 ‘조식법(調息法)’과 태아의 호흡법인 ‘태식법(胎息法)’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식법은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는 것으로 숨을 내쉴 때 ‘기러기 털’이 움직이지 않을 만큼 천천히 그리고 길게 숨을 내쉬는 방법이다. 이렇게 수련을 하면 360살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그에 반해 태식법은 엄마 뱃속 태아처럼 호흡하는 방법이다. 어떻게 숨을 쉬어야 태아처럼 숨을 쉴 수 있는지 『동의보감』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태식법(太息法)은 아이가 태아일 때 입과 코로 숨을 쉬지 않는 것처럼 숨을 아주 약하게 천천히 쉬어서 숨을 쉬지 않는 것같이 숨을 쉬는 방법이다. 이렇게 수행해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그 횟수를 점차로 길게 늘려 가면, 늙은이가 젊어지고 연못에 들어가도 숨 쉬지 않고 열흘을 버틸 수 있게 된다고 한다.


故曰 胎息初閉氣一口 以臍呼吸數之至八十一或一白二十 乃以口吐氣出之 當令極細 以鴻毛着于口鼻之上 吐氣而鴻毛 不動爲度 漸習漸增數之 久可至千 則老者更少 日還一日矣. 


처음에는 숨을 한번 들이쉰 다음 숨을 쉬지 않고 배꼽으로써 호흡하되 수를 세어서 81에 이르거나 혹은 120에 이르렀을 때 입으로 숨을 내쉬어 공기가 나가게 하되 몹시 적게 하여 기러기 털을 입과 코 위에 붙여 놓고 숨을 내쉬어도 털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한다. 점차 연습하여 점점 수를 늘이고 1,000에 이르게 되면 늙은이가 다시 젊어지며 하루 지나면 그만큼 더 젊어진다. 갈선옹(葛仙翁)이 매해 혹심한 더위 때에 갑자기 깊은 물밑에 들어갔다가 10일 만에 나오곤 하였다.


-『동의보감』, 「내경편」, <기>


조식법이나 태식법 모두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쉬는 것을 점차로 길게 늘려간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점습점증(漸習漸增)’하면 타고난 수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수명을 자기가 만들어 가는 것이 된다.  


<돈키호테> 2권에 보면 돈키호테가 ‘하얀 달의 기사’와의 결투에서 지고 비통함에 빠져 고향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나온다. 산초가 돈키호테를 위로하기 위해 ‘운명의 여신이 변덕이 많고 술 취한 여자이고 더군다나 눈이 멀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때 돈키호테가 ‘내가 자네에게 말할 수 있는 건 세상에 운수나 운명이라는 것은 없다는 걸세. 사람은 누구나 자기 운명의 창조자라고, 내가 내 운명을 만든 사람이지’라고 산초에게 말한다. 



사주명리학을 알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기운을 조절해 나가서 운명을 만들어 가는 것처럼 호흡을 통해 자기 삶에 개입 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도사가 되지는 않더라도 돈키호테처럼 자기 운명의 창조자로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니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겠는가! 


신명화(기탄동감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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