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건강에 신경쓰기에 나는 너무 늦은 나이인 걸까?


아직...늦지 않았다




5년 전쯤 한의원에서 진료받기를 기다리다가 72세, 75세라는 할머니 두 분이 서로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A : "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너무 기운이 없고 어지러워. 손발은 왜 이렇게 차갑기만 한지..."


B : "나두 요새 들어 힘드네. 허리랑 등도 아프고 다리까지 시큰거려 잠도 편히 못 자겠고. 귓속에서는 자꾸 파도소리 같은 게 들려."


듣고 있자니 두 분이 토로하는 증상이 나의 병증과 거의 일치한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분들도 얼마 전까지는 그러지 않으셨다는 게 더 충격적이었다. 당시 나는 고작 마흔 살이었는데 칠십 넘은 노인네와 같은 상태가 되어버렸다니. 내 몸이 어째서 그런 상태가 된 것인지를 묻자 한의사선생님은 “원기(元氣)가 크게 손상되어서 그렇다”고 말씀해 주셨다.


마흔에 칠십 먹은 몸 상태가 되어버렸다니!


그렇다면 대체 원기란 무엇인가. 『동의보감』에서 찾아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이란 만물 중에서 영험한 존재다. 타고난 수명은 본래 4만3천2백여 일(곧 120살)이고 원양진기(原陽眞氣)는 본래 무게가 384수(=약 250g)인데 안에서 건괘에 상응한다. 건(乾)이란 것은 순양의 괘(卦)이다. 사람이 밤낮으로 활동하고 기가 빠져나가서 원기(元氣)를 잃으면 천수를 누리지 못하는데, 육양(六陽)이 모두 다하고 음기(陰氣)만 남게 된 사람은 쉽게 죽는다.  

- 『동의보감』 「내경편」 「신형」 <學道無早晩(학도무조만)>


원기(元氣)는 원양진기를 줄여서 부르는 말인데 무게가 250g 정도 되는 물질인 신정(腎精)으로부터 화생되는 기운이다. 신장(腎臟)에는 사람이 잉태될 때 부모로부터 받게 되는 선천지정(先天之精)이 저장되는데, 이것은 호흡과 음식물로부터 얻게 되는 후천의 정기(後天之精)와 합쳐져서 생명활동에 사용된다.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사용되는 에너지는 바로 양기(陽氣)다. ‘원양진기가 안에서 순양(純陽)에 해당하는 건괘에 상응한다’는 건 ‘우리 몸 안에 저장되어 있는 정(精)으로부터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氣]가 만들어져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밤낮으로 활동하는 것은 결국 기(氣)와 정(精)을 계속해서 소모하는 것이니, 신정(腎精)이 완전히 고갈되어 버리면 더 이상 양기로 작동하는 원기(元氣)를 화생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음기(陰氣)로만 이루어진 몸이 남아, 있다하더라도 죽게 된다는 거다.




그러니까 노인이 되어서 원기가 부족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잘못된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도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게 되는 것처럼 계속해서 마구잡이로 정(精)을 소진해 버린다면 아무리 젊다고 해도 원기가 고갈되어 버릴 수도 있다. 결국  매일의 일상을 꾸려나가는 방식을 양생에 초점을 두고 조절해 나가지 않는다면 잠시 보충되었던 신정(腎精)은 금세 또 다시 소진되어 버릴 게 틀림없다.


요즘엔 난 꾸준히 약을 먹고 침 맞는 건 물론이고 있는 대로 기운을 쥐어짜가면서 무리하게 생활하던 습관이 발동될 때마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결 살만해지기는 했지만 아직 여기저기 아프고 기력이 딸리는 게 여전하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너무 늦은 건 아닌가 싶어 살짝 불안하기도 했었다. 이어지는 대목을 읽다보니 그 일말의 불안감은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여순양은 64세에 정양진인을 만났고, 갈선옹은 64세에 정진인을 만났으며, 마자연은 64세에 유해섬을 만났다. 이들은 모두 금단(金丹)의 도를 닦아 신선이 되었다. 이 세 신선은 모두 만년에 도를 닦아서 이루었다. 대개 이들은 모두 장년에(40이 넘었지만) 도를 사모하여 계율을 지키고 비법을 연마하다가 64세에 비로소 금단의 진정한 전함을 얻을 수 있었다. 

- 『동의보감』 「내경편」 「신형」 <學道無早晩(학도무조만)>


그러니까 위에 언급된 세 사람은 모두 64세에 스승을 만나 본격적으로 도를 닦기 시작하고 결국 ‘마르지 않는 생명력과 무한한 수명’을 가진 신선이 되었다. 금단(金丹)에는 본래 두 가지가 있다. 수은이나 납과 같은 약재를 달여 장생불사약을 만들어 복용하는 외금단과 자신을 단련시킬 때 만들어낸 진기(眞氣)로 정기(精氣)를 확충하는 내금단. 이들은 둘 중 어느 쪽을 얻었던 걸까?


이 이야기에 앞서 “원래 사람은 64세가 되면 8괘의 수가 끝나면 양기도 없어지고 음기도 허해진다. 하지만 사람이 늙었어도 진기(眞氣)를 가지고 (원기를) 보완하려고 한다면 늙은 상태를 돌이켜 젊어질 수도 있다.”는 대목이 나오는 걸 보면 이 사람들이 자신을 단련시키는 실천을 해나가다가 64세가 되어서 내금단을 얻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양생 하기 딱 좋은 나이인데~ ♪


이 <學道無早晩(학도무조만)> 조목 다음에 생명력을 기르는 방법은 물론이고 내단을 얻기 위한 실천을 담은 안마도인법, 환단내련법 등등이 이어진다. 그것들 중에서 최대한 추려서 실천한다고 해도 온종일 해야 할 일들이 어마어마하다. 그러니 신선, 그거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무궁한 수명을 누렸다는 점에서 이들이 보통 사람들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존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들을 두고 “彼何人哉(피하인재) : 저들은 어떤 사람인가?” 라고 말한다. 이 대목은 『맹자』에 나오는 “舜何人也 予何人也 有爲者 亦若是(순하인야 여하인야 유위자 역약시) : 순은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도를 행하는 사람은 또한 그와 같이 될 수 있다.”를 패러디한 것이다. ‘(모두 순(舜)을 특별한 존재라고 추앙하지만) 성인의 도를 행하기만 하면 모두 순과 같이 될 수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이다’라는 게 맹자의 뜻이었다. 세 사람이 행한 도를 실천하기만 하면 나도 그와 같이 될 수 있다고. 가만히 이치를 따져보니 살아가면서 소진되어 버리는 신정(腎精)을 수행을 통해 계속해서 채워나갈 수 있다면 그 어떤 사람이라도 원기가 다해서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彼何人哉(피하인재)”를 다시 해석해 보면 ‘평범하기 짝이 없고 이미 40이 넘었지만 나에게 맞는 도를 실천한다면 원기를 보충할 수 있다’는 의미인 거다.
 

내가 어떤 상태인가 생각해보면 아직은 죽는다는 게 두렵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궁한 생명을 감당해 나갈 자신도 없다. 그러니까 양생의 지침을 빠짐없이 지키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은 거다. 이렇게 마음을 편안하게 먹은 다음 얼음을 씹어 먹는 대신에 음양탕을 마셔서 균형을 잡고, 공복 시간을 충분히 유지해서 위장을 쉬게 하고, 수면시간을 적절하게 확보해서 기운을 아끼는 걸 기본으로 해서 앞으로 실천하고 싶은 걸 하나씩 해나갈 생각이다. 정(精)을 아끼며 살아보겠다고 결심하고 보니 나는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 딱 좋을 때다.  


글_고은주(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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