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 계획은
지금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에서야 겨울다운 추위를 맛보고 있다. 대한이가 소한이 집에 놀러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옛말을 실감한다고나 할까. 평균에 비하면 이번 겨울은 따뜻하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나도록 들어도, 겨울이 덜 추워지는 건 아니다. 추운 건 그냥 추운 거다. 심지어 요즘 같으면 “여름이 좋아? 겨울이 좋아?”라는 물음에 왠지 “여름”이라고 대답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열도 많고 땀도 많이 흘려서 태어나서 여름이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냉방이야 켜면 되고 어차피 이불 밖은 겨울이고 여름이고 위험하다. 무엇보다 여름에는 감기에 안 걸려도 된다! ... 사실은 연말 내내 감기로 고생한 휴일이 억울해서 한 말일 뿐이다. 추워도 역시 겨울이 좋다. 그리고 겨울은 역시 추워야 제 맛이다, 암.
추위를 타시는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농담은 그만두고, 이제 2016년이 된 지 열흘 가까이 지났다. 이제 슬슬 이번 해가 망할지 망하지 않을지 대충 견적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성격 급한 사람이라면 작심삼일을 세 번이나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금연, 금주, 다이어트, 운동, 자기계발 등 늘 한 해 계획을 세울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목표들을 나 역시 세웠다면 더욱 더 이번 해는 빨리 망했을지도 모르겠다. 밤 10시의 치킨, 치킨과 함께 하는 맥주라면 금주와 다이어트, 벌써 두 개의 목표가 어그러진 셈이다. 사정이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번 주말은 너무 추웠고 늦잠자다 일어나서 티브이 좀 보다보니 그 시간이었을 뿐이고, 평일 동안 오후 6시 이후로는 아무것도 안 먹었더니 내내 배가 고팠던 게 억울하기도 하고, TV를 보다보니 너무 맛있게들 먹는 것 같아서 나도 뭐라도 먹고 싶었을 수도 있다. (나만의 경험담이 아니길:D – 이번 해에도 다이어트가 슬쩍 목록에 끼어있는 1인)
그런 분들을 위해 ‘위로’를 준비해보았다. 그것은 바로~ (두구두구두구) 아직 병신년은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력은 2016년일지라도 아직 을미년이다. 병신년이 되려면 입춘,즉 2016년 2월 4일이 되어야 한다. 북드라망 독자님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 별로 놀라울 것이 아니겠지만, 그래도 왠지 희망적이지 않은가? 다시 한번 말하자면 병신년 새해를 맞이하기까지 아직 우리에게는 20여일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벌써 몇 개는) 망친 2016년 목표를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한 달이나 있다는 말이다.
계동의 달에 천자는 곧 공경 및 대부들과 함께 국가의 법령들이 조율되도록 다듬고, 사행해야 할 시령들을 논의하여, 내년을 올바르게 통치할 일들을 대비한다.
『역주 예기집설대전 월령』, 779쪽
(김동철․송혜경 지음, 『절기서당』, 북드라망, 263쪽에서 재인용)
시즌별, 분기별로 마디가 생길 때마다 꺼내어 보는 북드라망의 베스트셀러 『절기서당』에 따르면, 천자도 계동(季冬), 음력 12월에 한해 계획을 세운다고 한다. 하물며 일반 백성인 우리라면 당연히 천자의 뜻에 따라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양력 1월은 뭔가 새로 시작하기에는 애매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새해라 새 달력을 꺼내긴 했지만, 아직 지난 크리스마스와 신정 연휴의 여흥이 남아 있는 데다가, 신년회 스케줄도 몇 개 남아 있다. 당장 다음 달에는 설날 연휴까지 기다리고 있으니, 출발~! 이라는 느낌보다는 스텐바이-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새해라서 마음은 들뜨지만 삶에 변화를 주기에는 애매한 시간, 이럴 때 신년 계획을 세우는 게 맞지 않을까. 굳이 말하자면 재정비라고 할까. 지난해에 들뜬 마음으로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어서 마음을 정했을테지만, 열흘 지나고 나니 내가 이걸 할 수 있는지 없는지 견적도 적당히 나왔겠다, 병신년은 시작도 되지 않았겠다, 이번에야말로 심기일전! 새해 계획을 다시 세우는 거다!
네네, 포기하지 말아보자구요!
절기력의 핵심은 무엇을 수확할지 정하는 것이다. 만약 절기에 관해서 공부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면, 가을쯤에는 각 절기의 흐름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겨울에는 누군가에게 풍성한 언어로 절기를 이야기하게 되는 것을 목표로 둬도 좋을 것 같다. 이 목표는 한 해 삶을 만들게 한다. 이제부터 구체적인 여정을 만들기 시작한다. 무엇을 할 것인지 묻고, 공부할 책을 추려 보고, 같이 공할 사람들도 모아 본다. 그리고 각 계절과 절기의 질감을 고려하면서 스케줄을 만들어 간다. 봄은 목기운이 주도하니까 좀 ‘빡세게’ 시작하다가, 망종에 이르면 갑자기 더워지니 좀 느긋하게 진행하고, 대서 때는 너무 더우니 방학도 좀 갖고, 한로에는 공부한 걸 정리해보고, 입동쯤에는 배운 것으로 축제를 벌이며 배움을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소설, 대설 동안에 다시 공부할 마음을 잘 간직했다가 소한과 대한에 촘촘한 계획을 세워 내년을 준비한다.
「소한, 추위가 여는 길」, 『절기서당』 264쪽
소한에 춥다고 이불 속에만 있다보면 노곤상에 걸리기 딱 좋다. 이럴때일 수록 머리를 써야 한다! 겨울은 수기(水氣)에 속하고, 우리 몸으로 치면 신장의 기운이다. 신장의 기운이 겨울 기운과 감응하면 지성과 지혜가 깨어난다고 한다. 겨울을 상징하는 것은 추위 뿐 아니라 지성과 지혜의 시기이기도 한 것이다. 깨어난 지성과 지혜를 바탕으로, 망친 열흘을 만회하는 심정으로 계획을 세운다면 왠지 이번에는 성공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이번에는 절기를 바탕으로, 수확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보자. 의지박약의 영혼들에게는 작게라도 성취의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므로^^
위 절기 공부 스케줄을 바탕으로 세운 계획을 하나 공개해보려고 한다. 계획을 세우시는 데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하고, 이렇게 대대적으로(^^;;) 이야기해둬야 무서워서라도 더 잘하지 않을까 싶어서. 혹시라도 가계부 쓰기 베테랑이 계시다면 지혜를 나눠주셔도 좋겠다. (네, 원합니다. 원해요)
자자, 가계부, 가계부!!
이번 해 (다이어트보다 중요한^^) 일등 목표는 ‘가계부 쓰기’이다. 결과물은? 매일매일 쓴 가계부? 아니다. 저금이다. 나는 매일매일 하는 일에 약하다. 자발적으로 해야 하는 일에는 더더욱 약하다. 카드를 쓰면 기록이 남고, 현금이야 많지도 않고, 영수증을 받으면 되니 차일피일 미루다가 몰리며 또 안 쓰게 된다. ‘이번 주는, 이번 달은, 이번 해는 글렀어’라면서... 그래서 과정은 최대한 심플하게 한다. 어플이나 엑셀 같은 건 꿈도 꾸지 말자. 어차피 안한다. 가계부는 월간계획표가 있는 일기장을 구해서 월간 계획표에 아주 간단하게 쓴다. 가계부는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자기 전에 정리한다. 덤으로 시간이 남으면 일기도 쓰고. (^^;;;) 매주 토요일에 주간 정리를 하고, 매달 첫 주 토요일에 다시 월간 정리를 한다.(이게 제일 어려운 부분일 듯) 정리는 내가 돈을 얼마나 어떻게 쓰는지 알려고 하는 거니까 항목은 최대한 간단하게. 식비, 의복, 책, 공과금, 기타로 나눈다. 그 외는 유의미한 것만 체크한다. 입춘 전후로 꾸준히 기록을 하고, 쌓인 신용카드 지불금들을 정리한다. 경칩 전까지 내 예산을 다시 정리하고 내 씀씀이에 맞게 적금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적금. 그 다음은 현상 유지. 나는 충동적이고 호흡이 긴 편이 아니니 보상도 잘 배치하고(!!), 입동 전에 작더라도 결과를 볼 수 있게 한다.(경칩에서 동지까지는 약 9개월이다) 일단은 세워 놓은 계획은 이 정도다. 아직 이번 해에 있을 지출이 클 경조사 체크와, 계절별로 발생할 지출 건을 체크해두지 않았다. 남은 대한까지 어떻게 더 쉽게 쓸지 가계부를 쓰면서 디테일을 세울 예정이다.
계획을 글로 써 놓으니 참 별거 아닌 걸 거창하게도 써 놓았다 싶다. 한편으로는 ‘별거 아니니 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라고 마음을 고쳐 먹어야지 싶다. 그럼, 이 계획이 성공하길 바라며, 독자님들도 1월 동안 다시 새해 계획을 세우신다는 가정하에, 모두 화이팅!
넵! 이번에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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