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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심톡톡] 출산 후 증상(1) - 뭉친 어혈을 깨고 기혈을 보충하라

by 북드라망 2015. 11. 12.

뭉친 어혈을 깨고 기혈을 보충하라

- 출산 여러 가지 증상들(1) -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여성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동의보감의 시선으로 보자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 자체가 우주적 생성 과정에 참여하는 일이다. 하지만 현대 의학에서는 그 권리에 대해 침묵할 할 뿐만 아니라 병증으로 간주하여 출산을 의료화해 버린다. 의료는 출산의 고통을 병으로 앞세우고 산모는 임신과 출산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탐구하기보다는 두려움으로 여겨 의료 기술에 의존하게 한다.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를 쓴 크리스티안 노스럽은 아이를 낳을 때 진통은 산모에게 충격을 가장 적게 주어 아이를 안전하게 분만하기 위한 몸의 정교한 전략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진통이 시작되면 피할 것이 아니라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출산은 그 자체로 몸의 변화 과정이다. 변화는 진통과 함께 온다. 출산만 그런 것은 아니다. 생명의 모든 것은 변화 과정을 거쳐 존재한다. 기존의 몸을 버리고 다른 시공간과 접속하기 위한 몸부림. 그것이 진통으로 드러난다. 진통이란 변화하는 시공간과 하나가 되기 위한 시도로 진통을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 내 안의 우주적인 힘과 만나는 시간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즉, 출산이란 고통이 아니라 내 안의 진정한 힘과 만나는 기회로 여겨야 한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여성의 진정한 힘과 대면하지 못하면 아이를 출산하고도 복원력이 생기지 않는다.



진통은 변화하는 시공간과 하나가 되기 위한 시도이자 내 안의 우주적인 힘과 만나는 시간이다.



동의보감의 시선으로 보자면 우리 몸에 보이지 않는 12개의 경맥은 10달 동안 총력전을 펼친 끝에 경이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이것은 자연의 원리이므로 대부분의 산모는 아이를 낳고 건강을 회복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발생하는데 여성의 진정한 힘을 믿지 못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복원력이 상실한 상태일 때 출산 후 드러나는 여러 가지 증상을 동의보감은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출산 후 여러 가지 증상에는 아침복통(兒枕腹痛), 혈훈(血暈), 혈붕(血崩), 뉵혈(衄血), 천수(喘嗽), 해역(咳逆), 산후불어(産後不語), 산후에 귀신을 보고 헛소리 하는 것(産後見鬼譫妄), 산후발열(産後發熱), 산후유현증(産後乳懸證), 산후음탈(産後陰脫 출산 후 자궁이 체외로 벗어나옴), 산후울모(産後鬱冒), 산후풍치(産後風痓), 산후두통(産後頭痛), 산후심복요협통(産後心腹腰脇痛), 산후구역(産後嘔逆), 산후에 소변이 찔끔찔끔 나오고 자기도 모르게 소변을 보는 것(産後淋瀝遺尿), 산후의 설사와 이질(産後泄痢) , 산후변비(産後秘結), 산부부종(産後浮腫) 등이 있다.


이중에서 오늘은 아침복통(兒枕痛), 혈훈(血暈), 혈붕(血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어혈과 기혈 부족이 산후 병증의 원인

산모의 경맥은 자신의 몸을 돌보는 것보다는 태아를 기르는 데 집중해왔다. 그러므로 산모의 경맥은 전체적으로 보자면 원활하지 못한 상태를 유지해 올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순환되지 못한 기운은 담음을 만들고 출산할 때 태아와 함께 배출된다. 하지만 아이가 나올 때 나와야 할 핏덩이가 나오지 않으면 몸속에 덩어리가 생겨 참을 수 없이 아프다. 양의학적으로는 산후통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자궁은 원래 길이와 무게가 5~8cm, 70g 정도인데 임신 10개월에는 평균 1,100g, 부피 5L 정도로 늘어난다고 한다. 출산을 하고 나면 자궁은 점차 수축하면서 원래의 크기로 되돌아오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하복부에 통증이 생기는데, 이를 산후통, 아침통(兒枕痛)이라는 것이다.


설명하는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동의보감은 나와야 할 핏덩이가 뭉쳐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어혈을 풀어주는 약들을 처방하고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 무조건 뭉치면 막히고 막히면 아프다는 원리를 적용한 것. 그중에 재밌는 처방이 있다. 게 1마리를 태워 가루를 내어 술 한 잔에 타서 먹으라는 것이다. 게가 처방된 이유는 집게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뭉친 어혈을 게의 집게 기운으로 꼭 집어서 풀어주자는 의도일 것이다. 이 밖에 큰 도끼를 벌겋게 달군 후 담갔던 술을 데워서 먹으라는 처방도 나온다. 이것도 큰 도끼로 어혈을 잘라내자는 의지로 유추해볼 수 있다. 미신으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동의보감의 세계는 기운의 세계이다. 약의 시공간성이 내 몸의 기운을 바꾸기에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우리도 얼마든지 응용해 볼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일상에서 주변의 것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 어떤 기운 장을 가지고 있는 지 꼼꼼히 살펴야 내 치우친 기운에 개입을 시킬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주변의 것들이 어떤 기운 장을 가지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내 치우친 기운에 개입을 시킬 수 있다.



다음은 혈훈 증상이다. 혈훈은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첫째 기와 혈이 허해서 생기는 것과 둘째 죽은 피가 나가지 못해 생기는 것이다. 첫째 기혈이 허해지면 혈이 기를 따라 올라가기 때문에 심신이 어지럽게 된다. 심신이 어지러우면 눈에서 꽃이 피는 안화가 생기고 어지럽다. 이것은 피가 부족하여 생긴 것이니 우선 피를 보하는 약을 먹어야 한다. 둘째 어혈이 배출되지 못하면 답답하며 기절하거나 입을 악물고 정신이 혼미해지고 숨결이 차가운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는 어혈을 깨트리는 약을 먹어야 한다. 이밖에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처방으로 식초 냄새를 맡게 하는 것이 있다. 식초는 혈을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기혈이 허해져서 정신이 혼미하면 생계란 3개를 삼키게 하거나 아이의 소변을 1되 마시라는 처방도 나온다. 일상의 모든 것이 약으로 동원되고 있다.


산후에 피가 멎지 않는 것을 혈붕이라고 한다. 위급한 상황이다. 이때 아랫배가 그득하고 아프면 간이 무너진 거라 치료하기가 어렵다. 또한 산후에 입과 코에 검은색이 돌거나 코피가 나는 것을 위절패패(胃絶肺敗)라고 하는데 이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할 수가 없게 된다. 이것은 산후 기혈이 여러 경맥으로 흩어져서 근원으로 돌아오지 못하기 때문에 입과 코에 검은색이 돌고 코피가 나는 것이다. 산후 코피는 매우 위험한 징후이다. 기가 흩어져서 더 이상 몸을 통하게 하지 못할 때 몸은 코피로 표현된다. 산후에 숨이 찬 것도 매우 위급한 상황이다. 숨을 급하게 헐떡이는 것은 오장육부를 돌리는 영혈이 갑자기 고갈되어 몸 밖을 흐르는 위기가 의지할 곳이 없어서 폐에 모이기 때문이다.



산후 병증의 원인은 어혈과 기혈 부족이 그 원인이다.



혈이 부족할 때 대표적인 처방은 궁귀탕이다. 천궁의 궁과 당귀의 귀가 합쳐진 이름으로 약재 구성이 천궁과 당귀로만 되어 있다. 천궁은 어혈을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효능이 있어 피를 맑게 한다. 또한 당귀는 돌아온다는 귀자를 썼듯이 당귀를 먹으면 기혈이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을 지닌 약재이다. 궁귀탕은 출산할 때 도움이 되고자 평상시에도 차로 많이 마셨다고 한다.


출산 후 증상을 보면 아이를 낳았다고 끝이 아님을 알게 된다. 아이가 쑥 빠져나간 내 몸은 또 다른 몸으로의 이행이다. 아이를 기르는 10달 동안 자신의 몸을 충분히 믿었다면 출산 후에도 몸은 스스로 복원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내 몸의 힘을 믿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산후에 발생하는 어떤 증상도 자기와 만나는 소중한 기회로 여길 수 있다면 위급한 징후 일지라도 해법은 있기 마련이다. 솔직히 해법은 간단하다. 뭉친 어혈을 깨고 기혈을 보충하는 것. 삶의 이치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혈은 순환을 방해한다. 하여 어혈은 불통의 표현이다. 기혈이 허한 것은 기혈이 흩어져서이다. 삶에서 집중력을 키워야 기혈도 순환의 길을 따라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집중력이란 무엇인가. 내 안의 집정한 힘과 만나는 일일 것이다. 몸의 소통과 집중력! 이것이야말로 내 몸의 복원력을 보증해주는 힘이 아닐까 싶다.



글_박장금(감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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