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혈자리서당』 엮은이와 함께 '미리보기'

콕콕 찍어서

딱딱 짚어 주는

『혈자리서당』 엮은이 인터뷰





혈자리의, 혈자리를 위한, 혈자리에 의한

지난 여름을 보내신 『혈자리서당: 몸 안에 흐르는 오행의 지도, 오수혈 안내서』의 엮은이 류시성 선생님과 이영희 선생님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두 분 선생님들은 『혈자리서당』을 엮으며 혈자리와 함께 당신들의 허벅지도 많이 찌르셨을 것입니다. ‘어쩌자고 이 과업(?)에 뛰어들었단 말인가!’ 하면서요(농담입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진 끝난 것이 아니’기에 책 작업은 끝났어도 인터뷰는 했어야 했지요! 자, 함께 보셔요~



1. 이 책의 제목은 『혈자리서당 : 몸 안에 흐르는 오행의 지도, 오수혈 안내서』입니다. 혈자리, 오수혈과 같은 말들이 생소한데요. ‘경락마사지’의 경락과는 다른 것인지……,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먼저, 두 손을 쫙 벌리고 박수를 열 번 쳐 보세요. 손뼉이 마주치면서 손바닥에서 열기가 느껴지지 않나요? 한의학에서 왼손은 음(陰), 오른손은 양(陽)입니다. 박수를 치면 왼손의 음기와 오른손의 양기가 자연스럽게 만나 균형을 이루게 되면서 열기가 발생하죠. 우리 몸에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기운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 기운은 오장육부와 몸의 표면을 따라 온몸에 분포되어 있는데요. 그것을 경락(經絡)이라고 합니다. 경락은 외부의 기운과 소통하면서 몸속 장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외부의 기운과 호흡하면서 장부의 기운을 온몸에 유통시키는 통로의 역할을 하는 거죠. 이 책 『혈자리서당』은 오장육부와 연결된 12경락(맥)을 다루고 있는데요. 수태음폐경으로부터 시작해서 수양명대장경, 족양명위경, 족태음비경, 수소음심경, 수태양소장경, 족태양방광경, 족소음신경, 수궐음심포경, 수소양삼초경, 족소양담경, 족궐음간경에서 다시 수태음폐경으로 흘러갑니다. 경락의 흐름이 계속해서 순환하고 있는 거죠. 각 경락마다에는 기운의 흐름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 그것이 혈자리입니다. 혈이라는 한자가 ‘구멍 혈(穴)’이고 보면, 구멍에 경락의 기운이 깊게 작용하는 곳이기도 하고, 다른 식으로 설명하면 나쁜 기운이 깊이 고여 있는 자리이기도 하죠. 하여 병이 있어 혈자리를 자극한다는 것은 사기를 물리치고 기운을 소통시키려는 노력으로 볼 수도 있고, 그 경락의 기운을 북돋우려는 몸부림이기도 합니다. 이런 혈자리가 경락의 흐름에 따라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오행(五行)의 기운으로 작동하는 것이 오수혈입니다. 기운의 흐름을 좀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고 혈자리마다 자기 색깔을 부여한 것이죠. 이것은 기운의 배치를 음양오행의 관점에서 면밀하게 검토하여 적확한 기운의 운용으로 치료효과를 높이려는 의도로 구상된 것이라고 보입니다.



장부가 허약해지면 허약해진 경락에 있는 혈자리에 반응이 나타납니다. 또 경락의 흐름이 정체되면 장부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이때 한의학적 치료는 침을 놓거나 뜸을 뜨죠. 그렇게 하는 이유는 정체된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경락마사지도 몸을 마사지함으로써 기의 흐름을 돕죠. 둘 다 경락의 흐름을 소통시키려는 목적을 공유하고 있죠. 그 공유의 지반에 기의 통로 경락이 있습니다.



2. 이 책 『혈자리서당』에는 모두 60개의 혈자리가 나온다고 하셨는데요. 이 혈자리들을 모두 외워야 하나요? 그렇다면 조금 쉽게 외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또는 선생님들께서 공부하셨던 노하우를 소개해 주세요.


뭐든지 자기로부터 시작하면 쉽습니다. 혈자리도 내가 자주 아픈 곳에서 출발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자주 체하는 증상이 있으면 그것에 좋은 혈자리를 찾아보는 거죠. 체하는 것은 일단 비위에 문제가 있는 거니까, 족양명위경과 족태음비경의 혈자리를 찾아봅니다. 족양명위경과 족태음비경의 오수혈을 찾아서 매일 하나씩 시험해 보는 거예요. 그런 다음 다른 경락으로 범위를 넓혀 가는 거죠. 족양명위경과 족태음비경은 둘 다 발에 있는 경락이예요. 발에 있는 경락은 그 기운이 몸의 아래쪽으로 미치니까 음양의 균형을 맞추려면 몸의 위쪽으로 미치는 경락도 찾아보아야겠죠. 발에 대응하는 손에 있는 경락을 찾아보는 거죠. ‘손에 흐르는 경락 중 어떤 것이 좋을까?’ 생각해 보는 것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돼요. ‘비위의 경락이 습한 토 기운을 가졌으니 이것을 조절하는 건조한 금 기운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금 기운을 가진 경락은 어떤 것이 있지?’ 하고 찾아보는 거죠. 수태음폐경과 수양명대장경이 있네요. 폐와 대장은 금 기운이 가득한 장부이고, 손에 있는 경락이어서 족양명위경과 족태음비경의 혈자리와 같이 지압을 해주면 도움이 되겠지요. 그렇게 하나는 발에 있는 혈자리로, 다른 하나는 손에 있는 혈자리를 같이 시험해 보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오고, 내 몸에 꼭 맞는 혈자리도 생깁니다. 다른 경락의 혈자리로 넘어갈 때도 이 방법을 쓰면, 내 몸의 증상에서 출발하니까 어렵지 않고 실제 몸의 변화를 느끼면서 공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내 몸을 관찰하는 데서부터 내 몸을 알아가는 도구로 혈자리 공부가 도움이 됩니다. 어떤 혈자리가 있고, 그 혈자리는 어떤 증상에 좋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닌 거죠.


'그 증상엔 그 혈자리'를 보기보다 그 흐름을 따져보는 것이 더 재밌습니다!




3. 일반인들도 혈자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아프면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거나 뜸을 뜨면 되지 않을까요?


한마디로 말해, 혈자리 공부는 몸 공부예요. 혈자리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제 몸을 관찰하게 됐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오줌을 누고 머그컵에 뜨거운 물 반, 찬물 반을 붓고 단숨에 마시죠. 이렇게 물을 배합하는 걸 음양탕이라고 해요. 음양탕으로 하루의 시작을 오장육부에 알리는 거죠. 그러고 나면 이내 대장에서 신호가 옵니다. 다시 화장실로 가서 똥을 누죠. 예전에 똥을 누면 한시바삐 눈앞에서 사라지길 바랐어요. 그런데 혈자리 공부하면서 똥과 오줌을 꼼꼼하게 관찰합니다. 똥의 굵기와 색깔, 굳기 등을 관찰하고, 오줌도 색깔과 묽기, 불순물은 없는지 체크합니다. 이렇게 내 몸에서 나오는 것, 내 얼굴에 생긴 것, 내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주시하면서 혈자리와 연결시킵니다. 어깨가 아프면 ‘어깨로 어떤 경락이 지나가지? 음, 소장경이 지나가는 구나. 소장은 어떤 기능을 하지? 아하, 청기(淸氣)와 탁기(濁氣)를 분별하는구나, 수액대사에도 관여하고……. 아침에 오줌 누는 게 시원치가 않더니 소장에 문제가 있었구나. 소장에 좋은 혈자리는 어떤 게 있지? 소택, 전곡, 후계, 양곡, 소해가 있네. 이중에 어떤 혈자리가 좋을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기운은 오행상 어떤 걸까?’ 하고 고민하게 돼죠. 이렇게 하나의 혈자리를 찾는 과정은 내 몸에 길을 내는 것과 같아요. 나 스스로 내 몸의 기운 배치를 운용하는 거죠. 주어진 몸에 따라 사는 게 아니라 내가 능동적으로 몸을 조율하는 거죠. 또 혈자리 공부는 내 몸을 아는데서 그치지 않아요.


장자(莊子)는 “사람이 태어남은 곧 기의 모임이니, 기가 모이면 삶이요 흩어지면 죽음”(『장자』 「지북유」知北遊)이라고 했어요. 이러한 기의 이합집산은 세계를 살아 있게 만들고 생생불식하게 만드는 거대한 흐름이죠. 이것을 우리는 생명이라 부릅니다. 생명은 삶과 죽음이라는 순환 고리로 맞물려 흘러가요. 이것은 인간과 자연이 분리될 수 없는 것이며 같은 것이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혈자리가 보여 주는 기의 세계는 이러한 인식론적 배치 위에 있어요. 하여 혈자리 공부는 몸 공부인 동시에 몸과 연결된 세계에 대한 공부이죠. 그러나 지금 우리는 자연과 인간을 분리시켜 생각하는 근대 서구적 세계관의 지반 위에 있어요. 따라서 지금 우리가 혈자리를 공부한다는 것은 이러한 배치를 인식하는 것이며, 자연과 인간이 조응하는 원리를 터득하는 것이에요. 그것은 곧 생명 원리에 따라 삶을 바꾸려는 내 안의 혁명인 동시에 윤리적 실천 운동입니다.





4. 마지막으로, 선생님들께서 애용(?)하시는 혈자리가 있는지, 어떨 때 주로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영희] 저는 몸이 전체적으로 찹니다. 특히 겨울에 손발이 차고 무릎이 시릴 때가 많은데요. 기혈순환이 잘 안 되는 체질인가 봐요. 사주에 목 기운과 화 기운이 없고, 금 기운과 수 기운이 주류를 이루는데요. 발산하는 목화 기운을 쓰기보다는 수렴하는 금수 기운을 주로 쓰면서 생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운의 영향 탓인지, 활동적인 것보다 앉아서 책보고 조용하게 지내는 걸 좋아해요. 책을 봐도 장시간 앉아서 보고, 글을 쓸 때도 다 마칠 때까지 엉덩이를 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습관이 몸을 차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기운의 쏠림현상을 겪다 보니 나름대로 처방을 하게 되는데요. 이것이 어떤 면에서는 혈자리 공부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피곤하다 싶으면 눈에서부터 신호가 옵니다. 눈이 뻑뻑하고 책을 보기가 힘듭니다. 이럴 때는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고 잠을 잡니다. 휴식을 취하라는 신호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게 한숨 자고 나면 몸이 한결 가볍고 눈도 맑아집니다. 한의학적으로 눈은 오장육부의 정기가 모여 있는 곳이면서, 오감 중 가장 양적인 감각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또 눈의 양기를 간이 수용하기 때문에 간은 눈구멍과 연결됩니다. 눈이 간의 구멍인 셈이죠. 눈이 밝으려면 간에 혈(血)이 잘 저장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 작용은 잠을 잘 때 이루어져요. 그래서 잠을 자는 것은 낮의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에너지를 만드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잠을 잘 자는 것이 피로를 푸는 명약인 거죠.


잠으로 피곤을 풀었다고 하더라도 종종 무릎에서부터 발까지 피가 통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애용하는 혈자리가 있는데요. 체했을 때 가장 많이 지압해 주는 혈자리가 합곡이에요. 엄지와 검지 사이에 오목한 곳에 있어요. 합곡과 함께 지압하면 좋은 혈자리가 있는데요. 그곳은 바로 태충(太衝, 570쪽)입니다. 태충은 엄지와 둘째 발가락뼈가 갈라지는 지점에 있어요. 합곡과 태충은 사관혈(四關穴)입니다. 토사곽란이 일어났을 때 기를 재빨리 통하게 하기 위해 침을 놓는 곳이죠. 손과 발에 있는 네 개의 관문같은 혈이라서 사관혈이예요. 사관혈 중에 합곡을 잘 사용하면 일체의 위장질환을 다스릴 수 있고, 태충을 잘 사용하면 일체의 오장 질환을 다스릴 수 있다고 합니다. 합곡과 태충을 사용하게 되면 우리 몸 전체의 기혈순환이 원활하게 되면서 음양의 불균형이 조절됩니다. 저는 눈이 아프고 몸이 무겁고 쳐지는 증상이 있어서 사관혈을 한 달가량 꾸준히 지압해 주었는데요. 눈이 맑아지고 몸이 가뿐해지는 효과를 봤습니다. 


합곡과 함께 지압하면 좋은 태충!



혈자리로 효과를 봤다고 하더라도 기혈순환을 방해하는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겠지요. 일단 한번 시작하면 몰아서 하는 습관을 고치는 것이 저에겐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매일 조금씩 나눠서 하는 버릇을 들여야 했지요. 이런 버릇을 들이는 데 주효했던 생각은 내가 오늘 한 것에 대해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일이었습니다.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느끼는 것! 그것은 오늘 내가 산 시간에 대한 충분함이고 만족감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오늘 자기가 한 것에 대해 충분하신가요?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여러분, 그것으로 충분합니다”라구요.


[류시성] 저도 늘 책과 컴퓨터를 끼고 사는 덕분에 밤만 되면 눈이 시리고 아픈 증상들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이영희 선생님처럼 태충혈을 주로 이용합니다. 꼭 침을 맞지 않더라도 피곤하거나 눈이 아프면 태충을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줍니다. 그러면 정말 눈이 시리고 아픈 증상들이 조금씩 사라져요. 피로도 풀리고요. 그래서 바닥에 앉아 있을 때, 할 일이 없으면 태충을 누르고 있습니다. 하나의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이죠.


또 저는 몸이 엄청 뜨겁습니다. 겨울에도 땀이 삐질삐질 날 정도로 몸이 뜨거운데, 이게 다 몸에 물의 기운이 부족한 탓입니다. 그래서 신경(腎經)의 원혈이기도 한 태계혈(太谿穴, 360쪽)을 많이 사용합니다. 몸에 물 기운을 돌게 해서 열을 잡는 데 태계가 좋은 혈자리이기 때문이죠. 태계뿐만 아니라 신경(腎經)이 흘러가는 부위들을 꾹꾹 눌러 주기도 합니다. 발바닥에 용천혈(涌泉穴)부터 연곡혈(然谷穴), 태계혈 그리고 여기로부터 종아리를 타고 올라가는 부위를 자주 마사지합니다. 이 라인에 삼음교(三陰交)라는, 우리 책엔 없지만 다리로 흘러가는 세 개의 음경맥들이 모이는 혈자리가 있어요. 특히 여성들에게 특효인 혈자리로 분류되는데 거기도 자주 이용합니다. 몸에 음의 기운을 좀 길러 보려고요.^^


족삼리(足三里)도 많이 사용하는 혈자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책에도 나와 있지만 족삼리는 거의 만병통치에 가까운 혈자리인데, 위로 뜬 기운을 아래로 차분히 가라앉혀 주는 역할도 합니다. 그래서 과도하게(?) 머리를 쓴 다음엔 족삼리를 눌러주기도 합니다. 또 족삼리는 다리를 건강하게 하는 데 정말 좋은 혈자리예요.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다 보니 하체가 힘이 없는 편인데 족삼리가 큰 도움이 됩니다. 직장인이나 학생들도 알아두면 유용한 혈자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체에 힘을 주는 혈자리, 족삼리



혈자리 공부를 하면 내 몸의 맥락을 알 수 있다는 사실! 모두 아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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