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스스로를 '학교'로 삼는다면?
그렇다. 조르바라는 학교의 가장 중요한 교과서는 다름 아닌 '조르바' 자신이다. 그가 들려주는 인생역정에는 모든 과목이 다 들어 있다. 문·사·철(文史哲)을 비롯하여 여성학과 인류학, 그리고 요리까지. 더구나 그는 이 모든 과목을 살아 숨쉬는 언어로 풀어낸다. 그의 질펀한 '썰'들에는 고매한 이치와 통속적 감각이 제멋대로 교차한다.
- 고미숙,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264쪽
출중한 능력을 갖춘 사람만이 자기 자신에게 교육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우리 자신에게 '학교'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수행'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우리는 무수하게 많은 실수들을 할 것이다. '실수'라면 그다마 다행이다.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줄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여지없이 그렇게 한다. 그리고 또 후회를 하고 만다. 그런데 그런 못난 점들이, 그런 '못난 점'을 알고 있다는 사실 그 하나 만으로도 우리는 기운을 내야 한다. '못난 점'을 알고 있으니 노력할 수 있고, 노력할 수 있으니 언젠가는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지와 시간이다.
일단 나의 '못난 점'들을 아는 것 부터 시작하자
'못난 짓'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의지인 것 같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의지가 있다. 바로 그 '못난 점'을 가감없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의지다. 이게 먼저 있지 않으면 어떤 수행도 불가능하다. 그리고 자신의 못난 점을 지켜보는 것이 못난 짓을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나의 못난 점을 마주할 때 우리는 어떤 기분일까? 대부분은 '못난 점'을 과장되게 부풀려서 끝도 없는 지하세계로 자신을 몰아넣거나, 그런 건 나의 일부가 아니라는 식으로 부정하고 만다. 두가지 모두 '가감없이' 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가감없이' 보는 연습, 못난 점을 보고서 이리 저리 동요하지 않는 연습, 그런 못난 점을 감추지 않는 연습까지 이 모든 연습은 어디에서 하는 것이다? 바로 자기 자신 안에서이다.
법륜스님 즉문즉설에서 들은 것이 생각난다. '습관'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그만큼의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고쳐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또 어느 다이어트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보았다. '당신 몸이 그렇게 된 시간만큼 운동하지 않으면 살은 빠지지 않는다.' 그렇다. 마음이든 몸이든 오랜 세월 쌓이고 쌓인 감정들과 음식들이 결정체처럼 굳어진 것이다. 이 신체와 마음이 바뀌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동안에 쌓은 것과는 다른 것을 쌓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만들어 놓고, 서둘러서 고치려고 한다. 원하는대로 빨리 고쳐지지 않으면 그대로 포기하고 만다. 제도권 교육도 아닌데 자기 스스로 만든 학교에서 스스로 자퇴하는 셈이다.
'자퇴'할 생각 말고 졸업할 생각을 해보자!
이 모든 말들의 핵심은 하나다. 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사라져 가는 '성찰'의 능력을 복원하자는 것이다. '공부'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정보를 찾고,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고 하는 것들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 이 마음이 좋은 마음인지, 내 못난 마음을 어떻게 바꿔갈지 등 '내적 공부'도 공부다. 불행하게도 후자의 공부는 지금 거의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다시 한번, 스스로를 '학교'로 삼아 살아가보자. 우리 모두 '조르바'처럼 유쾌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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