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73 아내와 삼초와 루크레티우스 - 세상에서 가장 '큰' 나의 아내 #아내2-삼초-루크레티우스 세상에서 가장 큰 것 아내와 나는 나이 차이가 없다. 남편과 아내보다는 글쎄, 그냥 친구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판단력과 실행력, 그리고 통찰력은 나보다 곱절은 강하다. 어느 누구보다 평온한 일상을 사랑하지만(아마 내가 크고 작은 사고를 쳐놔서 더욱 그럴 것이다), 아내는 작은 소동이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더 기운을 내고 눈을 반짝인다. 가족에게 돌발적인 사건이 발생하거나, 술꾼이던 남편에게 고민거리가 생기면 그전까지는 소파에 앉아 평온하게 커피를 마시던 아내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소대를 이끄는 대장이 된다. 그 순간만큼은 나는 눈만 끔벅거리는 산초다. 특히 내가 집을 돌보지 않고 술만 마시던 시절, 더욱 그런 힘은 강하게 드러냈을 것이다.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다가, .. 2014. 12. 10. 청소년 독자들과의 만남 ― 같이 읽고, 지성을 나누고자하는 우정 철학의 종착지 열흘 전에 어떤 학생에게서 문자가 왔다. 고등학교 2학년인데, 중남미(“중년남성을 위한 인문 의역학”이라는 감이당의 중년 공부프로그램)에서 공부하시는 선생님의 제자라고 하면서, 『자기배려의 인문학』으로 친구들과 독서토론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친구들과 함께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정중한 내용의 문자였다. 혹시나 해서 나는 책은 다들 읽었냐고 물었다. 같이 동아리를 하는 친구가 열 한명인데, 모두 읽었노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책에 대해 독후감도 썼다는 것이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내 주변에선 어렵다고 내 책을 전혀 읽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완독했다는 사람도 찾기 힘들다. 사실 어려워서 안 읽기도 했겠지만, 그것보다는 시간 내어 읽을 만큼 내 책이 중요하거나, 매력적으로 생각하지 않기.. 2014. 11. 12. 열자, '아내에게 돌아가다' #아내-열자-심(心) 아내에게 돌아가다 『열자』(列子)는 장자보다 앞서 살았던 열자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이 책에 나온 열자는 좀 덜 떨어진 사람이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정나라(열자는 정나라 사람이다)에 계함이라는 무당이 살았다. 이 무당은 어찌나 귀신같던지 사람이 죽는 날짜까지 알아맞혔다. 열자가 이를 보고 감탄을 그치지 않는다. 아뿔싸, 이 주변머리 없는 열자는 스승인 호구자에게 발칙하게도 그 무당이 스승님보다 더 지극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짓을 하고 만다. 이게 열자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줄이야. 호구자가 그 무당을 불렀다. 무당이 찾아와 호구자의 관상을 보고 나와서, 열자에게 이렇게 이른다. “아아, 당신 스승님은 죽을 것이오. 나는 물에 젖은 재를 보았소.” 열자가 기겁을 하.. 2014. 10. 29. 엄마가 이를 드러낼때 떨 수밖에 없는 것은... 엄마의 힘-아치(牙齒)-프랑수아 줄리앙 세(勢) : 용이 올라탄 구름 용이 나오는 그림책을 들고 아들 녀석이 한 시간째 뒹굴고 있다. 풀어야 할 수학 문제도 있고, 시간 맞춰 써야 할 일기도 있을 텐데, 아이는 전혀 할 마음이 없는 모양이다. 내가 이례적으로 나섰다. 얘야, 엄마가 뭐라 그러기 전에 알아서 움직여라. 아이는 소파에 여전히 틀어박힌 채, 아빠, 이 그림책 보고요,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뭐, 내가 아이에게 꾸짖으려 말을 건넨 게 아니라서 가만히 나뒀다. 그런데 어깨너머 그림책에 나오는 용 그림이 정말 역동적이다. 용이 그림책 양면을 모두 차지하고 하늘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림책을 뚫고 나갈 기세다. 저런 그림을 보고 있는데 공부하라는 내 말이 들리겠는가. 나마저 그 기운에 사로잡혀 소파에 같.. 2014. 10. 15.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