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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공간세종32

[나의 석기 시대] 고래 잡이의 마음 고래 잡이의 마음1. 암각화로 본 인류의 상상력 울산 태화강 하류 대곡천, 반구대에 그려진 암각화에는 다양한 종류의 고래들이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암각화는 선사의 인류, 그리고 여전히 야생의 사고를 활발하게 쓰는 무문자 사회의 부족들이 돌에 우주와의 소통을 염원하면서 남기는 무늬라고 할 수 있다. 암각화는 지역과 시대를 막론하고 다양한 장소에서 발견되면서도 그 패턴에 있어서는 비슷한 것이 많이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기하학 무늬를 들 수 있다. 예술의 진화란 ‘사실주의에서 추상주의로’라고들 한다. 그러나 인류사 전체를 놓고 보면 추상 기호가 사실 기호보다 먼저 출현했다. 선사의 인류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재현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있는 그대로의 세계, 있어야만 하는 세계, 그런 당위의 세계보.. 2025. 2. 6.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리뷰] 누구의 무엇이 될 것인가? 누구의 무엇이 될 것인가? 강평옥(인문공간 세종)디테일의 미학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를 모두 봤다고, 여러 차례 봤다고, 그의 영화를 좋아한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런 그라도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을 읽는다면 아마도 그런 장면이 있었나, 그런 의미가 있었냐며 영화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물론 오선민 작가가 미야자키 감독의 영화를 훨씬 많이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요 이유는 횟수가 아니라 ‘시선’에 있다. 그 시선은 몇 번이나 반복 재생해도 웬만해서는 보이지 않는 사소한 디테일을 향하고 있다. 그 디테일은 나, 인간, 주인공, 목적 중심의 시선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과의 연결 고리이다.나는 이 책을 읽고 내가 놓쳤던 영화 장면을 재생해 본다. 몇 가지만 예를 들면 자.. 2024. 12. 23.
[나의 석기 시대] 바다는 사람과 공동체를 기르네 바다는 사람과 공동체를 기르네  1. 주는 대로 먹는다 인류는 잡식이다. 기원부터 따져보자면 쉬이 잡기 어려운 육식보다는 다양한 자연 먹거리의 채집이 식재료 준비의 일차적 모델이었을 법하다. 인류사적 맥락에서 농경의 역사는,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재배 경작을 기준으로 최소 기원전 만년까지 올라간다고 하니(제레드 다이아몬드,『총·균·쇠』) 그 이전까지의 인류는 주로 주워 먹었다는 이야기다. 물론 농경이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그 모습이 또한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었을 테니 채집을 인류의 기본 생계 모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할 듯하다. 인류는 줄곧 주는 대로 먹어왔다는 이야기다. 주워 먹는다, 주는 대로 먹는다. 언뜻 들으면 궁핍한 생활이 떠오른다. 그런데 또 곰곰이 음미해보면 뭔가 울컥해지는 포인트가 있.. 2024. 12. 19.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북토크 후기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북토크 후기오월연두(인문공간세종) 오선민 작가의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북토크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처음 마주친 건 아기 토토루와 가오나시였다. 하야오 감독님이 친히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을 보내셨나 했는데 알고보니 기헌 샘의 손 작품이란다. 두 친구 덕분에 북토크가 한층 활기찬 느낌이었다. 북토크 강의실 뒤에는 작가님이 책을 집필하면서 참고했던 지브리 스튜디오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 관련된 책들도 같이 전시되어 있었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탈 것, 먹는 것 등을 비롯해 작품에 삽입되지 않는 수많은 스케치들을 모은 책도 있었다. 한 권의 책이 나오고 하나의 영화 작품이 나오는데 보이지 않는 수많은 시도와 참고 문헌이 필요함에 새삼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다. 북토.. 2024.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