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14 [호모쿵푸스, 만나러 갑니다] 상상, 다른 존재와 연결되기 상상, 다른 존재와 연결되기 강평옥 쌤은 수지에 살며 인문공간세종에서 인류학 공부를 하고 계신다. 우리는 수지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운동을 하고 오셨다는 선생님이 먼저 내게 안부를 여쭤보셨다. 요즘 만나고 있는 은둔고립청년 이야기를 조금 해드렸더니, 곧바로 은둔고립청년들에게 화가 많을 것 같다고 짚으셨다. 놀랍게 정확했다. 은둔고립청년에 관해 처음 듣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이 무기력하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노와 같은 격렬한 감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놓친다. 하지만 강평옥 쌤은 은둔고립청년들의 삶을 꽤 정확하게 그려내셨다.인터뷰하며 그가 상상을 자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덕분에 그는 지금 이 자리에서 시간을 뛰어넘기도 하고, 공간을 이동하기도 하고, 존재를 변형하기도 한다. 글을 쓸 때.. 2024. 11. 29. [나의 석기 시대] 고기로 태어나서 고기로 태어나서1. 채식주의자는 어디에 있는가?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 문학상을 탔다. 세계 문학의 시류를 타기 위해 『채식주의자』를 집어 들었다. 그림 형제가 수집한 유럽의 민담들, 그리고 우리의 옛이야기 등에서 보면 늘 먹고 먹히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풀을 먹는다’라는 테마에 관심이 갔다. 그런데 『채식주의자』는 먹고 먹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직 ‘먹는’ 문제밖에 나오지 않는다.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 불꽃」의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의 두 부분은 오직 ‘누가 먹을 것인가’를 두고 다툰다. 절대적 육식 거부에서 절대적 식사 거부로까지 나아가는 중심 인물의 행보가 산업 사회의 포악한 육식 문화를 비판하는 것 같지만, 실은 철저하게 ‘나는 나만 먹겠다!’를 고집.. 2024. 11. 28. [나의 석기 시대] 연필과 석기 연필과 석기 “가장 널리 퍼져 있는 편견의 하나는 문화가 진보한다고 단정하는 것이다. ‘문명의 진보’라는 표현은 너무 자주 들어서 진부하기조차 하다. 소박하고 원시적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진보적이지 않다’는 딱지를 붙인다. 여기에는 끊임없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는 암시가 들어 있다. 실제로, 진보라는 발상 자체는 흥미로운 문화적 현상이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인류의 대다수는 역사의 대부분을 통해 진보라는 발상에 물들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정적인 세계, 변화가 없는 인간은 당연한 것이었다. 설사 변경의 관념이 있었다 해도, 그것은 초기 황금시대로부터의 타락이라고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다.”(알프레드 Kroeber(1923), 프란스 드 발, 박성규 옮김,『원숭이와 초밥 요리사』.. 2024. 11. 7. [인류학을 나눌레오] 인류학을 알릴레오 인류학을 알릴레오 이기헌(인문공간 세종) 집을 보면 살고 있는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된다. 올해 인문세는 집을 지었다. 온라인 집, 홈페이지에 우리의 색깔을 담기 위해 같이 고민하며 뚝딱뚝딱 만들어갔다. 마음과 다르게 계획대로 안 되고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겪어야 했지만 일단 입주할 정도로 만들고 나니 뿌듯했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인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는 정체성을 집에 담기 위해 부족의 상징인 범고래를 대문에 달고, 메뉴를 바꾸어 가며 실내 인테리어를 해나갔다.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어디를 가고,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 살림살이 배치하듯이 메뉴, 게시판, 아이콘 등 항목들을 자리 배치하느라 고심했다. 지난 여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가 인디언으.. 2024. 11. 1.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