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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34

새로운 생활양식이 '다른' 세상을 가능하게 한다 독서-막스 베버-구설(口舌)새로운 생활양식이 세상을 바꾼다 아이들에게 고전을 읽으라고들 권한다. 그러나 실제 실행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입시에 맞춰진 스케줄을 피해 독서 시간을 만들어내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어찌어찌 귀한 시간을 만들어도 아이에게 고전을 읽는 동기를 부여하는 게 영 만만치는 않다. 딱히 시험에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고, 이걸 읽었다고 논술교재의 요령 좋은 기술을 따라잡을지도 의문이다. 설사 도움이 된다손 치더라도 그런 목적으로 고전을 읽히는 건 끔직한 일이다. 효과도 입증되지 않은 또 다른 억압을 행한 셈이 된다. 그럼 스스로 읽을 마음이 들 때 책을 집어 들라면 될까? 그러나 그 순간 아이는 홀가분하게(?) 책으로부터 멀어지기 마련이다. 물론 책을 읽게 되면 독서의 즐.. 2014. 10. 1.
존 스튜어트 밀, 귀를 열어야 진리가 된다 #기안문서-존 스튜어트 밀-귀(耳) 관료제에 싹튼 새로운 신체 정기 감사 때가 되면 매번 옛 기안문서들을 보게 된다. 보는 문서마다 당시 실무자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잘못 처리했다가는 모가지 댕강 날릴지 모를 문서에 사람들의 마음이 출렁거린다. 단어 쓰임새, 짧은 지시 단문들, 심지어 구두점까지 권리와 책임을 둘러싼 내밀한 다툼으로 웅성거린다. 회사의 의사결정구조는 복잡하다. 기안 하나가 시행되려면 전결권자들이 칸칸이 사인해야 한다. 좀 큰 주제라면 수직적인 결정뿐 아니라 합의 같이 수평적인 결정도 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안들이 거절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슈가 되어 낭패를 보는 때도 생긴다. 그래서 실무자들은 가능하면 간단한 경로를 찾아 해결하려고 무진 애를 쓴다. 문서에 얹힌 .. 2014. 9. 17.
함께 『주체의 해석학』을 완독한 날, 지금의 우리는 다른 사람이다. 최근에 아주 감동적인 현장이 있었다.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20주가 넘는 기간 동안 매주 같은 시간에 모여서 미셸 푸코의 『주체의 해석학』을 완독한 것이다. 그 중에는 직장인, 회사를 운영하시는 분, 약사이신 분, 학교 선생님, 주부이신 분들이 섞여 계시다. 나이는 40대에서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철학서를 읽어 본 것은 처음이다. 학인들은 감이당의 (중년남성을 위한 인문의역학) 프로그램에 등록한 후에 강독자가 읽어 주는 것을 띄엄띄엄 따라 읽었다. 처음엔 정말 한 줄도 그 의미가 다가오지 않았다. 그래서 읽어 주는 대로만 눈으로 봤을 뿐이다. 강독자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나 의아해했다. 역시 철학은 너무 공허하고, 쓸모없는 소리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1주가.. 2014. 8. 6.
풀 수 없는 문제? 우리는 이미 풀고 있다! 그럭저럭 돌파! 이제 바야흐로 김소월이 읊었던 대로, 봄날이 오리라 생각하면서 ‘쓸쓸히 지나 보내야 하는 긴긴 겨울’(김소월, ‘오는 봄’)이 찾아왔다. 어떤 이는 겨울에 첫사랑이 생각난다지만, 나는 본래 남쪽 사람이어선지 겨울만 찾아오면 그놈의 추위 때문에 더럭 겁부터 난다. 서울 올라와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천정부지 전세값도 아니고, 이웃들의 야박함도 아닌 눈바람 매섭게 부는 겨울을 첫째로 들것이다. 정말이지 처음엔 추위만 찾아오면 아무런 대책이 서지 않았다. 따뜻한 남쪽나라에선 도무지 ‘추위대처법’ 같은 걸 배워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서울의 매서운 추위 앞에서 무능력 그 자체였다. 어떤 해 어떤 겨울에는 늦은 귀가로 눈발 속 밤길을 서너 시간 헤맨 적이 있었.. 2012.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