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53

껍데기는 가라! 배우지 않고 배운다! 배우지 않고 배운다 지난 달 아이들과 부여에 갔다. 나에게도 애들에게도 백제는 낯선 나라다. 신라나 고구려보다 왠지 왜소하다는 통념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간 정림사지 오층석탑은 예상보다 훨씬 웅장하다. 층마다 하늘로 향한 지붕 끝이 중력을 거스르려는 듯 경쾌하다. 부소산성(옛 사비성)의 숲길은 한 순간에 번잡한 세계를 바지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낙화암에서 올라 탄 금강 뱃길은 한없이 흘러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귀 기울이면 금동대향로 첩첩 산길에서 울렸음직한 거문고 소리도 들릴 것 같다. 부여의 모든 것이 그야말로 고대적이다. 신동엽 생가도 여기에 있었다. 시험공부 때문에 제목 정도나 암기했던 그 시인이다. “껍데기는 가라/사월도 알맹이만 남고/껍데기는 가라....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 2013. 6. 26.
내게 힘이 된 것들 -부모님과 책읽기, 일기 쓰기 내게 힘이 된 것들 어린 시절엔 누구나 그랬겠지만 나 역시 놀이를 참 좋아했다. 시골에서 중학교까지 다닐 동안엔 발길 닿는 곳이 모두 놀이터였다. 학원이 없던 복된(!) 시절, 학교가 파하면 운동장에서 해가 설핏 기울 때까지 놀았다. 초등학교 시절엔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땅따먹기, 오케바닥(돌차기?) 같은 건 물론이고 남학생들이 주로 하는 구슬치기나 딱지치기도 참 많이 했다. 몸집이 좀 커진 중학교 시절에는 십자가생, 사다리가생(‘가생’이 무슨 뜻인지는 그때도 몰랐고 지금도 모른다) 같은 여럿이서 함께 하는 역동적인^^ 놀이들을 하며 자랐다. 탁구도 즐겨 쳤는데 누우면 천장에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고 책을 펼치면 그 위로도 공이 왔다 갔다 할 정도로 좋아했다. 방학이면 오빠들이 축구나 농구를 하는 주변.. 2013. 6. 7.
일본 근대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다 -소세키의 『마음』 문학과 애니메이션의 만남! -푸른 문학 시리즈 푸른 문학 시리즈는 다자이 오사무, 나쓰메 소세키 등 일본 근대문학 대표 작가들의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총 12개의 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과 나츠메 소세키의 『마음』은 만화 『데스 노트』의 작가인 오바타 타케시의 작화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제가 본 시리즈는 편입니다. 은 여름과 겨울로 총 2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여름은 '선생으로 불리는 나'의 입장에서, 겨울은 친구인 K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여름과 겨울은 색의 대비가 뚜렷합니다. 여름은 "아가씨는 도라지꽃과 같았다"고 시작하며, 도라지 꽃을 상징하는 보라색이 주로 표현되지요. 겨울 편에서는 "아가씨가 해바라기와 같았다"는 언급이 되며,.. 2013. 5. 3.
사랑, 나를 멸망시킬 폭풍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얼마 전 조용필(님)의 신곡을 듣게 되었습니다. 뉴스를 뜨겁게 달구던 '가왕의 귀환'이었기에 궁금한 마음이 컸죠. 'Hello'라는 곡을 들었는데, 문득 한 권의 책이 떠올랐습니다. 노래의 가사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랄까, 사랑에 빠지기 직전이랄까, 그런 순간을 포착하는 시점에서 쓰였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시절인연이란 서로 다른 길을 가던 두 사람이 어떤 강한 촉발에 의해 공통의 리듬을 구성하게 된 특정한 시간대를 뜻한다. 일종의 매트릭스 같은 것이다. 사랑은 대상이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다. 어떤 대상을 만나느냐가 아니라, 내 안에 잠재하고 있던 욕망이 표면으로 솟구칠 때 사랑이라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런데, 이 욕망이 솟아오르려면 시절을 타야 한다. 시절을 타게 되면 아주 작은 촉발만으로도 사랑에.. 2013.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