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593 나만 할 수 있는 일은? 제이의 즐거운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 올 여름 제이의 수입은 쏠쏠했다. 복지 일자리 외에 아르바이트를 조금 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란, 박물관, 공연장, 은행, 체육관 등을 둘러보면서 그곳에 장애인 시설이 잘 되어 있나 잘 안 되어 있나를 조사하는 일이다. 원래 봄에 했던 아르바이트인데, 여름에 추가로 4건을 더 하게 되었다. 같이 일을 했던 사람들이 다 못 한 것을 제이가 받아서 더 하게 된 것이다. 이때 같이 일을 했던 사람들 중에 제이가 가장 일을 빨리, 그리고 많이 했다. 제이는 이 일을 너무나 즐겁게 신나하면서 했다. 무엇보다 돈이 되는 일이고, 서울 시내 여러 시설들을 둘러보는 게 제이에게는 ‘일’이라기보다 ‘소풍’이었기 때문이다. 일부러라도 놀러가고 싶은 미술관 박물관 같은 곳에 가서, 장애인이라면 당연히 느끼는 문.. 2012. 8. 14. 흔들리지 않는 거대한 산과 같은 무토 사람, 독고다이는 이제 그만~ 戊土 - 소멸의 경지 詩의 매력은 몇 가지 표현밖에는 알지 못하는 우리의 감각들 속에서 아주 낯선 무언가를 끄집어낸다는 것이다. 좋은 시를 읽고 나면 우리는 “아, 이 세계가 이렇게도 생겼었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틈새를 파고드는 시인의 시선을 받아들인다. 그런 맥락에서 시를 통해서 간지를 이해해보는 시도도 재미있다. 우리가 몇 가지 단어로밖에는 규정하지 못하는 천간·지지에 대한 느낌이 훨씬 더 풍성해지니, 시도 알고 공부도 깊어지고 꿩 먹고 알 먹고(^^). 이번에 무토에 대한 시로 조태일 시인의 「소멸」을 고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산은 언제나 거기 있다. 산을 생각하기만 해도 확 거대한 느낌부터 덮쳐온다. 우뚝 선 산. 폭풍이 덮쳐도 움직이거나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자태와 웅장함. 산 앞에 선.. 2012. 8. 11. 쫀득쫀득, 찰쌉을 주세요~! 찹쌀의 강한 결합력 풍미화(감이당 대중지성) 결혼 초, 시댁에 명절을 지내려고 갔다가 인절미 만드는 과정을 보게 되었다. 떡은 떡집에서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집에서 만든다는 생각은 못했다. 떡집이 없었던 시절에는 당연히 집에서 떡을 만들었을 것인데, 쌀은 쌀나무에서 자라는 것 아니냐고 묻는 어린 아이처럼 경험이 없으면 당연한 것도 신기하게 보이는 것이다. 인절미를 어떻게 만드느냐는 질문에 남편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찹쌀을 푹 쪄서 절구에 넣고 팔이 떨어지도록 내리치면 된다는 거다. 남편은 자신이 떡만들기에 참여하는 바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생하게 알고 있다. 요즘에는 떡메가 있다해도 마음 놓고 내려칠 마당을 구하기 어려우니, 작은 절구에 익힌 찹쌀밥을 넣고는 밥이 떡이 될 때까지 마구 친다. 그러.. 2012. 8. 9. 휠체어 탄 공주, 이태원에서 맨탈해방되다 내 친구 제이(J), 복지카드에는 ‘1급 중증 지체(뇌병변) 장애인’ 이라고 되어 있다. 나는 약 일 년째 이 친구의 활동 보조 일을 하고 있다. 제이는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은 가족들이 도와주고 있고, 나는 주로 외출 보조-복지 일자리 근무하러 갈 때, 친구 만나러 갈 때, 교회 갈 때, 물건 사러 갈 때 등등… 동행한다. 서른 살 꽃다운 아가씨 제이는 장애를 통해, 장애와 함께, 세상 어딘가 있을 자신의 운명적 짝을, 새로운 삶의 출구를 열심히 찾고 있는 중이다. 드레스의 꿈 정경미(감이당 대중지성) 그동안 제이의 외출은 행선지가 분명했다. 어디에 뭘 하러 가는지가 뚜렷했다. 그런데 여름이 되면서 공부 모임이 방학을 하는 바람에 제이는 갑자기 생긴 ‘자유 시간’을 어떻게.. 2012. 8. 7. 이전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