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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눈에 띈 책들 7월에 눈에 띈 책들* 표지 이미지를 클릭하면 책 소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박완서의 말』, 박완서, 은행나무 소설가 박완서의 부드럽고 곧은 심지를 엿볼 수 있는 인터뷰집으로 마음산책 ‘말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이다. 소설가 박완서의 이력이 절정에 다다라 있던 1990년부터 1998년까지 모두 일곱 편의 대담을 담았다. 이 대담들이 단행본으로 엮인 건 처음이다. 이 대담들에서 그는 마흔 살에 소설가의 인생을 열어준 『나목』이며 그 뒤 출간한 작품들에 관해 속 깊은 문답을 주고받고, 작가이자 개인으로서 자신을 성숙하게 만든 경험들을 털어놓는다. 가족, 교육, 어머니에게서 받은 지대한 영향, 학창 시절, 도시와 시골, 가난과 계층, 그리고 남성의 삶과 여성의 삶. 그는 지금도 유효한 이런 주제들 앞에서 오랫.. 2018. 7. 30.
아빠가 딸에게서 배운 것 아빠의 배움, 자유의 능력 모든 ‘배우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성실함’이다. 재능은 그 뒤를 따른다. 아빠에겐 타고난 재능 몇가지가 있다. 눈치도 빠르고, 손재주도 좀 되는 편이라 어떤 일이는 후다닥 배우고, 금방 평균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니까 무언가 주어진 일을 후딱 해치우는 데 특화된 재능인데, 그래서인지 성실함하고는 꽤 거리가 멀다. 그 재능 덕분에 취미도 꽤 많았다. 음반도 모으고, 기타도 치고, 만년필도 모으고, 글씨도 쓰고 등등. 다른 말로 하면 이것 집적, 저것 집적, 이것저것 집적거리며 살아왔다는 이야기다. 재미난 무언가를 발견하면 확 덤벼 들어서 질릴 때까지 해버리곤 다른 재미난 것들을 찾아온 셈이다. 원래 있던 재능을 그저 발견하는 수준에서 거의 모든 일이 끝나버리곤 .. 2018. 7. 27.
심복과 기혈로 움직이는 나라 - 下 심복과 기혈로 움직이는 나라 - 下​​​민약이 이루어짐에 땅[地]이 변하여 나라[邦]가 되고 인(人)이 변하여 민(民)이 된다.민이란 중의(衆意)가 서로 결합되어 몸을 이루는 것[成體]이다.이 몸은 의원(議院)을 심복(心腹)으로 삼고 율례(律例)를 기혈(氣血)로 삼아그 의사를 펼치는 것이다.─나카에 조민(中江兆民), 『나카에조민전집(中江兆民全集)』1권, 92쪽 ​루소의 주권자(Souverain)와 조민의 군(君)​그렇다면 조민이 루소를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었던 것일까? heart와 blood가 심복과 기혈로 번역되면서 루소와는 조금 다른 집합적 신체가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다른 부분도 살펴보자. 조민은 군(君)에 대해서 다루는 부분에서도 신체 유비를 사용하는데, 이때는 나라를 신복(身腹).. 2018. 7. 26.
보르코시건 시리즈에 바치는 애끓는 참회기 꺼진 SF도 다시 보기 보르코시건 시리즈에 바치는 애끓는 참회기 참회의 여정이 시작된 건 어느 오후의 한담에서였다. 친구가 여상히 던진 질문에 ‘몰라’라고 눙쳐버리지 못한 게 화근이라면 화근이었달까. “아아, 보르코시건 시리즈?”질문을 들은 나는 나는 잠깐 침묵을 지켰다가, 시차를 두고 천천히 뜸을 들이며 되물었다. 단 세 개의 단어를 말했을 뿐인데 벌써 후회되기 시작했다. 안다는 투로 두 번째 음소를 높여 길게 끄는, ‘아아’ 같은 추임새는 넣지 말걸. 그냥 통째로 모르는 척 할걸. 어조에 시큰둥함을 묻히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것도 잘 안 됐네. 그나저나 이 단어가 맞나? 보르‘코시’건? 보르‘시코’건 아니고? 헷갈려라. 사실 구태의연한 되물음 자체가, 할 말을 짜낼 시간을 벌기 위한 연막이었다. 이러쿵.. 2018.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