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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이 나의 저항이다!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 『글쓰기와 반시대성, 이옥을 읽는다』 출간! 연암과 다산이라는 큰 별에 비하면 이옥은 작고 초라한 별이다. 연암-정조-다산을 중심으로 한 18세기의 찬란한 성좌 언저리 어딘가에서 겨우 희미한 빛을 낼 뿐, 이 작은 별이 18세기의 시공간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하지만 이 미미한 별을 빼놓고 문체반정이라는 사건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옥이야말로 전통적 글쓰기 담론에 심각한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리는 하나의 징후요, 낡은 글쓰기의 영토를 가로지르는 하나의 도주선이기 때문이다. 도주선, 극미하지만 빠르게 영토를 횡단하는 그 사건이야말로 지층의 평형상태를 교란시키는 힘이다. … 나는 이옥의 미미한 존재감을 커다랗게 과장함으로써 그를 '위대한 문인 리스트'에 기입하려는 게 아니다. 이 글은 18세.. 2013. 5. 20.
초여름 밤하늘에 불어닥치는 바람의 별, 기수(箕宿)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기수 이야기 바람의 별 기수 오랜만에 시골집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시골집 뒤에는 비탈밭들이 얼기설기 얽혀있는 너른 언덕이 있다. 뒷산 공동묘지로 향하는 상여가 지나던, 나뭇단을 짊어 메고 내려오는 나무꾼들이 지게를 내려놓고 한 숨 돌리던 언덕이었다. 그 언덕을 사람들은 “강신터”라 불렀다. 그 이름이 ‘신이 강림하는 곳’이란 뜻의 ‘강신(降神)’인지 알 길은 없으나, 그곳엔 늘 신의 숨소리 같은 높고도 가느다란 바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소백산맥을 타고 넘나드는 바람이 대지를 휘감아 돌며 내는 소리였다. 강신의 언덕을 지키는 바람소리는 회한과 미련으로 뒤쳐지는 상여의 뒤를 떠밀어 주고, 나무꾼의 지겟단에 실린 삶의 무게를 거들어주곤 했다. 그 바람의 언덕에 작은 땅 한 뙤기를.. 2013. 5. 16.
공부는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가? -니체에게 묻다 비극의 공부, 몰락의 공부 세상에 공부라 불리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아이들이 아침저녁으로 씨름할 뿐 아니라, 엄마들도 그 와중에 골머리만 썩어가는 수능‘공부’. 밥벌이 때문에 밤늦도록 도서관을 떠나지 못하는 서른 실업청년의 애처로운 취직‘공부’. 갓 입사한 청년이 어깨 너머로 힘들게 배우는 업무‘공부’. 물론 이런 것도 있다. 어른들이 들려주는 좌절과 성공이야기에서 전해지는 저 장엄한 인생‘공부’. 사실 이렇게 공부라 불리는 것을 펼쳐 놓으면, 세상에 공부 아닌 게 무엇이 있을까? 하다못해, 인터넷 서핑을 하며 세상살이 요모조모를 알게 되면, 바로 그것도 공부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인터넷 세상‘공부’.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온통 공부의 연속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 2013. 5. 15.
조선시대에도 숙취는 칡으로? 200년 전의 일상을 만나다! 이옥 함께 읽기 인어와 청포도, 산나물과 칡과 완전한 식물에 관하여 「백운필」은 이옥이 경험한 이야기들, 전해들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특히 새와 물고기, 벌레, 짐승, 곡식, 과일 등등이 각 항목별로 나뉘어 있어서 이옥 버전의 백과사전을 보는 것 같아 재미있습니다. 오늘은 우리도 알고 있지만,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해 특히 웃음이 터지는 부분들을 뽑아보았습니다. 함께 보실까요? +_+ 인어 세상 사람들은 물고기 중에 사람같이 생긴 것을 교인(鮫人)이라 한다. … 내가 서호에 살고 있을 때 남옹이라는 이가 있었는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일찍이 배를 타고 거야(김제)의 큰 물로 내려가던 중에 물 위에 서 있는 어떤 물체를 보았다. 배를 등지고 십여 보쯤 떨어진 곳에 서 있는데, 머리카락은 .. 2013.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