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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다른 아빠의 탄생21

다시 아이와 나 - 공짜로 아빠가 되는 건 아니다 다시 아이와 나공짜로 아빠가 되는 건 아니다 “임신은 괴롭고 출산은 아프고(둘 다 해본 적이 없으니 상상이지만) 육아는 고역이다. 아이는 앵앵 울부짖고 똥오줌을 흘리고 쓰레기를 주워 먹고 욕조에 빠지고 도랑으로 곤두박질치고 고양이를 물어뜯고 툇마루에서 굴러 떨어진다.그런 존재에게 24시간 구속되는 것의 어디가 ‘승리’인가.육아는 분명히 말해 ‘끝없는 불쾌함’이다.육아를 ‘행복한 경험’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건 그 사람이 이 ‘끝없는 불쾌함’을 ‘끝없는 희열’로 바꿔 읽는 스스로에 대한 속임수에 성공했기 때문이지, 육아 행위 자체에 만인이 실감할 수 있는 ‘희열’이 존재해서가 아니다.”- 우치다 타츠루, 이지수 옮김, 『거리의 현대사상』, 서커스, 057쪽 어떻게 불쾌함을 다룰 것인가 맨 위의 인용문은 최.. 2019. 2. 15.
아내와 나 - 우리는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까? 잘 모르는 누군가가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을 부부라고 한다며 가정의 달 중 하루인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만들어 놓았다. 과연 부부의 날의 취지처럼 아내와 나는 하나일까? 아니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최근 2-3년 간 아내와 나의 일과를 대략적으로 정리해 보자. 나는 2월 중순부터 11월 말 까지 평일에는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출근한다. 퇴근은 빠르면 오후 5-6시 늦으면 밤 11시. 수업 준비와 진행, 학생 상담의 쳇바퀴를 돈다. 주말은 9-10시 경 일어나 아점을 먹고 청소, 장보기, 아이와 놀기, 멍때리기를 한다. 아내의 일과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는 것 같다.(겹치지 않는 일상이 많기 때문에 그녀의 동선을 정확히 모른다!) 먼저 인문학 세미나, 마을 공유지.. 2019. 2. 8.
아내와 나 - 단축번호 1번, 나누는 사람 아내와 나 - 단축번호 1번, 나누는 사람 결혼한 지 10년 정도 지나고 나니 새삼 첫 만남이 어떠했는지부터 쓰는 건 조금 쑥스럽고 어색하다. 당시 연애의 기억이 가물가물하거니와 같은 고등학교 동갑내기에 같은 대학이라 첫눈에 반했어요, 와는 거리가 멀어 다시 끄집어내는 게 쑥스럽다. 만일 아내도 나와 같은 건축과였다면 우린 ‘건축학개론’과 같은 영화를 찍었을까? 음, 우리는 이제훈과 수지가 아니다. 게다가 아직 두런두런 추억을 곱씹을 만큼 일상이 느리게 흘러가진 않기에 그 시간을 더듬거리는 것도 어색하다. 그래서 굳이 다락에 있는 사진첩을 들춰보진 않았다. 아내와의 이야기는 나의 ‘간증’으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인생에 큰 목표를 갖고 살아가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지금까지 아내는 나에게 여러 길을 ‘인도’.. 2019. 1. 25.
아내와 나 – 남편이 되고서야 보이는 것들 아내와 나 – 남편이 되고서야 보이는 것들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 "제가 아빠예요"라는 말은 마음에서나 입에서나 걸리는 것 없이 나간다. “나는 아빠다.” 역시, 전혀 어색함이 없다. 그러나 ‘제가 남편입니다’, 역시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마음에서나 입에서나 묘하게 걸리는 느낌이 있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았더니, ‘아빠’라는 정체성은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던 열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마음속에 다져넣었는데 반해, ‘남편’이라는 정체성은 그냥저냥, 그런가부다 하며 (마음속에) 들어오는지 나가는지 모르게 두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자, 우리 부부가 되기로 하자’ 하면서 부부가 되지 않았다. ‘아이가 생겼다’, ‘오! 그렇담 부부가 되면 되겠군!’ 하면서 부부가 되었다. 대개는 ‘부부가 되자.. 2019.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