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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다른 아빠의 탄생21

아빠의 일 - 천직 대신 천개의 직업으로 천직 대신 천개의 직업으로 직업 유전자 팔순을 앞둔 아버지는 백세까지 사는 세상에 새삼 놀라셨다. 그리고 사업을 정리한 지금, 다른 할 일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자신을 이따금 원망을 했다. 이리 오래 살 줄 낸들 알았나. 그러시면서 앞으로 인생은 ‘이모작’이라며 나에게도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으셨다. 괜찮아요. 제 직업은 정년이 없어서 능력이 된다면 늙어 죽을 때까지도 할 수 있어요. 꼬장꼬장했던 증조할아버지 밑에서 사과농사 짓다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일들을 하셨다. 동대문에서 옷장사도 하고 수학학원 선생도 하다가 몇 개의 자격증을 따서 어느 회사의 공장장까지 근무하셨다. 사과농사, 옷장사, 수학선생, 공장장. 전혀 관련도 없는 일들을 직업으로 삼으셨다. .. 2019. 3. 29.
아빠의 일 아빠의 일 나는 출판사에 다니며 아이를 본다 나는 출판사에 다닌다. 출판사에 다니고 있으니 ‘출판인’이기는 하지만, 딱히 내가 그렇게 느낀 적이 있었던가? 얼마간 그랬던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때조차도 그 느낌이 딱히 강력하지는 않았다. 그건 아무래도 내가 하는 ‘일’과 관련이 있는 듯한데, 출판사에 다니기는 했어도 내가 했던 일들의 대부분은 여느 IT회사에서나 할 법한 일들이었다. 블로그를 만들고, 운영하고, 나아가 홈페이지를 만들고, 더 나아가 웹 서비스를 만들기까지 했다.(정확하게는 그것들을 설계하는 일을 했다.) ‘출판인’이 할 법한 일들을 생각해 보았을 때 떠오를 법한 일들, 원고와 씨름하거나, 저자들과 미팅을 하거나, 표지 디자인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거나 하는 일들은 대개 내 일이 아니었다. 이.. 2019. 3. 22.
다시 아이와 나 - 누군가를 위한, 결국은 나를 위한 다시 아이와 나 - 누군가를 위한, 결국은 나를 위한 난 매우 이기적인 사람이다. 타인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것이 힘들다. 내 일신의 편안함과 이익이 무엇보다 먼저다. 이타적인 척 하면서 남을 도우려 하지만, 속마음에서는 찌질한 계산을 하고 있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 저 사람에게 이러저러한 보답이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니면 저 사람은 과거에 나를 많이 도와주었는데, 이에 상응하는 보답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를 고민한다. 술자리에서 호탕하게 ‘내가 쏜다!’고 이야기 하지만, 속으로는 돈 계산을 하는 ‘나’란 사람은 참 저급하면서도 없어 보이게 이기적이다.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하고 갑자기 아빠가 되었지만, 아이를 처음 품에 안았을 때의 벅차오르던 감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 2019. 3. 4.
다시 아이와 나, 그저 지구 주위를 맴도는 달 다시 아이와 나, 그저 지구 주위를 맴도는 달 이비에스 방송 프로그램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본 적이 있다. 남녀 실험자들이 어느 방에 들어가면 그곳엔 다른 이성의 얼굴 사진들이 크게 걸려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호감이 가는 사람을 고르고 그 이유를 인터뷰하는 실험이었다. 실험자들의 선택 이유는 다 달랐지만 결과는 흥미로웠다. 대부분 자신의 모습을 합성한 사진에 호감을 보였고 선호하는 이성으로 선택했었다. 즉, 우리는 자신과 닮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실험의 결과였다. 내가 나로부터 떨어져서 바라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는 다른 존재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 한다. 옛말에 부부가 같이 살면서 서로 닮는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 서로 닮은 사람들이 같이 부부로 사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부부는 그들이 낳은 .. 2019.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