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석기 시대9 [나의 석기 시대] 고기로 태어나서 고기로 태어나서1. 채식주의자는 어디에 있는가?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 문학상을 탔다. 세계 문학의 시류를 타기 위해 『채식주의자』를 집어 들었다. 그림 형제가 수집한 유럽의 민담들, 그리고 우리의 옛이야기 등에서 보면 늘 먹고 먹히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풀을 먹는다’라는 테마에 관심이 갔다. 그런데 『채식주의자』는 먹고 먹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직 ‘먹는’ 문제밖에 나오지 않는다.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 불꽃」의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의 두 부분은 오직 ‘누가 먹을 것인가’를 두고 다툰다. 절대적 육식 거부에서 절대적 식사 거부로까지 나아가는 중심 인물의 행보가 산업 사회의 포악한 육식 문화를 비판하는 것 같지만, 실은 철저하게 ‘나는 나만 먹겠다!’를 고집.. 2024. 11. 28. [나의 석기 시대] 손, 연결의 도구 손, 연결의 도구 1. 한결같은 돌도끼 한여름 공주 금강변은 매우 뜨거웠다. 선사의 금강인들이처럼 나도 어떻게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나는 〈석장리 박물관〉의 전시실을 들어갔다 나갔다 하면서 점점 더워지는 지구를 느끼며 도끼를 든 인류의 난감한 미래를 희망을 갖고 상상해보았다. 기술 철학자이자 공생의 인류학자인 E.F. 슈마허는 우리가 마주하는 세계는 우리 형이상학의 산물이라고 했다. 슈마허는 지금 이 세계가 근대 형이상학의 수족인 과학과 기술의 자식이라고 보면서, 특히 지금의 기술관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기술의 목표를 한계를 모르는 생산력에서 잡는 근대적 사고방식은 반생명적이므로 인간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생명이다. 존재하는 .. 2024. 11. 14. [나의 석기 시대] 연필과 석기 연필과 석기 “가장 널리 퍼져 있는 편견의 하나는 문화가 진보한다고 단정하는 것이다. ‘문명의 진보’라는 표현은 너무 자주 들어서 진부하기조차 하다. 소박하고 원시적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진보적이지 않다’는 딱지를 붙인다. 여기에는 끊임없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는 암시가 들어 있다. 실제로, 진보라는 발상 자체는 흥미로운 문화적 현상이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인류의 대다수는 역사의 대부분을 통해 진보라는 발상에 물들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정적인 세계, 변화가 없는 인간은 당연한 것이었다. 설사 변경의 관념이 있었다 해도, 그것은 초기 황금시대로부터의 타락이라고 치부되는 경우가 많았다.”(알프레드 Kroeber(1923), 프란스 드 발, 박성규 옮김,『원숭이와 초밥 요리사』.. 2024. 11. 7. [나의 석기 시대] 보이는 것 너머를 향한 여행 보이는 것 너머를 향한 여행눈(目)의 여왕 안데르센의 동화 중에 추운 나라 마녀가 총명한 소년을 납치하는 이야기가 있다. 「눈의 여왕」이다. 덴마크어로야 눈(雪)이 눈(目)일 리 없지만, 우리말로는 이 살벌한 겨울 마녀 이야기가 본다는 것의 문제를 제기하는 동화로 읽힌다. 이야기는 이렇다. 어느 날 악마가 이상한 거울을 하나 만들었다. 아무리 멋지고 아름다운 것이라도 그 거울에 비치기만 하면 구차하고 비루하게 보이는 거울이었다. “황홀하게 아름다운 경치는 푹 삶은 시금치처럼 보였고, 사람들은 몸체 없이 머리로 서 있는 것처럼 소름끼치고 흉측하게 보였다. 거울에 비친 사람들의 얼굴은 완전히 뒤틀려서 도무지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으며, 주근깨라도 하나 있으면 얼굴이 온통 주근깨 투성이인 것처럼 보였다... 2024. 10. 31.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