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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5

[토용의 서경리뷰] 선양이냐 세습이냐 선양이냐 세습이냐 토용(문탁네트워크) 세습되는 권력 전근대사회에서 권력은 세습되어 왔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치열한 다툼 속에 태자로 세우기 위한 모략과 살인은 다반사였다. 대부분은 장자 계승이 원칙이었으나 왕의 아들이면 누구나 태자가 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자식을 태자로 세우기 위한 후궁들의 암투는 때로 역사를 핏빛으로 물들이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런 일은 춘추전국시대 흔하게 일어났다. 진(晉) 문공이 왕위에 올라 춘추오패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태자였던 자신의 형 신생이 죽음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세습이 꼭 자식에게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상(商)나라의 경우는 형제 계승이었다. 탕왕 이후 형제로 계승되었는데, 왕이 죽으면 왕위는 동생에게로 간다. 동생이 죽으면 왕.. 2025. 7. 7.
[지금, 이 노래] '어제여 다시 한번' ― 카펜터스(Carpenters) 'Yesterday once more' '어제여 다시 한번' ― 카펜터스(Carpenters) 'Yesterday once more'정군(문탁네트워크) 주민등록상 50년 생인 나의 어머니가 요즘 아프시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조금 길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앞에서 한 이야기를 잊어버리고 다시 묻거나, 어제 있었던 일을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로 착각하신다거나 하는 식이다. 아무래도 경도인지장애, 흔한 말로 치매 초기의 몇몇 징후들이 눈에 띈다. 진료도 받고 검사 날짜까지 받아놓은 어느 비오는 날, 급기야 은행에 다녀오시던 길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집 앞의 미끄러운 계단 앞에서 넘어지고 만 것이다. 엄마는 그렇게 세번째 척추압박골절 진단을 받았다. 하루 종일 엄마를 돌볼 수 있는 형편이 아닌지라 입원은 당연지사. 가만히 누워서 천장만을.. 2025. 7. 4.
[내가 만난 융] 뮤즈인가, 나락行 급행열차인가 ─ 아니마/아니무스 뮤즈인가, 나락行 급행열차인가 ─ 아니마/아니무스 서 윤 (사이재) 그림자와의 대면이 도제徒弟의 작품이라면, 아니마와의 대면은 장인匠人의 작품이다. 『원형과 무의식』, C.G.융, 솔, 139쪽.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다.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 곁에서 영감을 주는 존재가, 뮤즈라 불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일부 예술가들의 삶에서만 발생하는 특별한 사건이라 여겼던 것 같다. 그런데 또 곰곰이 생각해 보니, 뻔한 삶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시도를 하도록 고무하고, 그리하여 무언가를 낳도록 자극하는 존재가 바로 뮤즈 아니던가. 그렇다면 평범한 나도 영감을 주는 존재를 향한 갈망과 부득이한 사로잡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 된다. 현실과 망상을 오가며 엮이는 그런 관계들을 극화(劇化)하지 않았을 따름이다.. 2025. 7. 3.
[북-포토로그] 명예란 약속을 잘 지키는 것 명예란 약속을 잘 지키는 것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 되고, 받은 안내문에 이런 글귀가 크게 적혀 있었다."우리는 모두 진귀한 보석(미덕)으로 가득 찬 광산입니다."한 해 동안 아이들 안의 미덕들을 캐고 닦고 성장시키는 것이 2학년의 교육 방향인 듯했다. 그로부터 매주 자기 안의 미덕들을 찾아보고 생각해 보는 연습이 주어졌는데, 지난 주의 미덕은 '명예'였다. 사랑이나 우의, 배려, 인내 등은 비교적 설명하기도 만 7~8세 아이들이 알아듣기도 어렵지는 않은데, 몇 가지 미덕은 아이들의 경험에서 끌어내기가 어렵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명예'인데, 매주 받는 안내문에 명예는 이렇게 써 있었다. 사전적인 명예의 뜻은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 2025.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