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감기에 대처하는 두 가지 본초! - 마황탕과 계지탕

감기라고 다 같은 감기가 아니다?!  마황탕과 계지탕


해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매스컴에서는 지겨울 정도로 감기예방수칙에 대해 떠들어 댄다. 감기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해지려면 손을 깨끗이 씻어라, 백신을 맞아라,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마라 등등.. 하지만 희한하게도 이러한 예방수칙들을 잘 지키고, 감기 걸린 친구와는 함께 밥 먹는 것도 꺼리며 유난히 조심을 하는 사람일수록 감기에 걸려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하루 종일 같은 곳에서 밥을 먹고, 일을 해도 어떤 사람은 감기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별탈이 없다. 이런 것을 보면 예방 수칙의 효과에 의심이 생긴다. 감기 바이러스는 공기로 전염된다. 그러니까 같은 공간에서 같은 물건을 만지며 함께 일을 하면 당연히 감기도 함께 걸려야 할 것인데 왜 어떤 사람은 감기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괜찮을까? 현대의학에서는 이것을 개인 면역체계의 차이로 설명한다. 백신을 맞으면 몸에 그 시기 유행할 감기 항체가 미리 형성되어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즉시 제압할 수 있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동양의학에서는 이에 대한 설명이 조금 다르다. 감기는 감한(感寒)이라 하여 차가운 기운이나 바람 같은 사기(邪氣)에 몸이 감응한 것으로 본다. 그러니까 같은 상황에 있어도 몸이 외사(外邪)를 잘 조리해낼 수 있으면 괜찮지만 사기에 휘둘리면 감기에 걸리는 것이다. 양의사들은 일단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약이 없다고 본다. 그래서 감기약을 먹어도 일주일, 먹지 않으면 7일을 앓는다고 한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감기에 대처하는 약이 있다. 그런데 이 감기약의 역할은 사기와 싸워 이를 섬멸시키거나 고통스런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사기(邪氣)가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잘 구슬러서 몸 밖으로 무사히 내보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사기가 있는 위치에 따라, 또 몸의 상태에 따라 쓰는 약이 달라지는데 가장 대중적으로 쓰는 약은 계지탕과 마황탕이다. 이제부터 어떤 경우 계지탕과 마황탕을 쓰는지, 또 이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자.



청순가련형 아가씨의 감기약 계지탕


계지탕에 들어가는 약재는 계지(9g), 백작약(9g), 생강(9g), 대조 12매, 자감초(6g)이다. 이들 약재 중 계지와 생강은 약성이 따뜻하다. 특히 계지의 경우 따뜻할 뿐만 아니라 몸의 표층을 조화롭게 해주는데 『동의보감』에서는 계지의 효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표表가 허하여 저절로 나는 땀은 계지로 사기邪氣를 발산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위기衛氣가 고르게 되면 표表가 치밀해지므로 땀이 저절로 멎게 된다. 계지가 땀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동의보감』 탕액·침구편, 3046쪽, 여강출판사  


특별히 덥지도 않은데 잘 때 지나치게 땀이 많이 나는 것을 도한(盜汗), 특별한 이유도 없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저절로 땀이 나는 것을 자한(自汗)이라 한다. 그런데 이는 모두 몸이 허하기 때문에 생기는 병증이다. 즉 몸의 표층이 허하여 땀구멍을 제대로 여닫지 못하기 때문에 땀이 몸 밖으로 새나가는 것이다. 사실 우리 몸은 잘 때 무방비상태가 된다. 입도 벌어지고, 눈도 풀리는 등등... 이렇듯  무방비상태가 된 몸에는 사기가 침범하기 쉽다. 하지만 다행히도 건강한 사람의 경우엔 자는 동안 몸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위기(衛氣)’가 표층을 단단히 지키고 있어 사기의 침범을 막는다.


하지만 표층이 허한 경우, 혹은 이미 사기의 침범을 받은 경우엔 표층이 풀어져 위기가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여 사기가 자유롭게 드나들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계지는 표층에 있는 사기를 발산시키고 표층을 조화롭게 만들어 위기가 다시 몸을 단단히 지킬 수 있도록 한다. 정리하자면, 계지는 땀을 거두거나 몸을 식히는 것은 아니지만 표층을 치밀하게 만들어 사기가 자유롭게 침범하지 않도록 하고 땀이 새나가지 않도록 한다. 



클라라에게 어울리는 계지탕


계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지탕은 표층이 허해서 땀과 열이 함께나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약이다. 민간에서는 계지탕을 먹고 나서 반드시 따뜻한 죽을 한 그릇 먹고 따뜻한 이불속에 들어가 몸을 데워주라고 하는데 이는 허한 기력을 보충해주고 속을 데우기 위함이다. 계지탕은 이렇듯 기력과 표층이 허하여 식은땀이나 진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들, 야리야리하고 몸이 차고 기운 없어 보이는 청순가련형의 사람들, 그러니까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 나오는 병약한 클라라 같은 사람들에게 적당한 약이다.



힘 좋은 마초의 감기약 마황탕


하지만 계지탕은 힘이 넘치고 열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약이 아니다. 왜냐하면 계지탕은 몸에 열을 내고, 주리(땀구멍)를 단단히 조여 땀이 새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열 많은 사람들이 감기에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경우엔 마황탕이 제격이다. 마황탕에 들어가는 약재는 마황(6g), 계지(4g), 행인(9g), 자감초(3g)이다. 이중 마황탕에서 가장 중요한 약재 마황은 몸을 따뜻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지나친 열을 내보내주는데 『동의보감』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마황은 성질이 따뜻하고(평하다고도 한다) 맛은 쓰며(달다고도 한다) 독이 없다. 중풍이나 상한으로 머리가 아픈 것과 온학을 낫게 하며, 발표發表시켜 땀을 내며 사열邪熱을 없앤다. 한열寒熱과 오장의 사기도 없애고, 땀구멍을 통하게 하며, 온역을 낫게 한다.


─『동의보감』 탕액·침구편, 2991쪽, 여강출판사


마황탕은 마초남을 위한 약!

이렇듯 마황은 땀구멍을 열어 속에 잠입한 사기와 열을 땀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이것은 몸에 어느 정도 힘이 있고, 열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마황탕은 체력이 좋고 살집이 좋고, 근육과 피부가 탄탄해보이며, 피부에 땀이 없어 손발을 만져보면 뽀송뽀송할 경우에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하게 뛰노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나 힘 좋은 항우장사 같은 사람들의 감기약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마황탕에는 행인이 들어가는데 이것은 기침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땀이 없고, 열이 나며 기침을 동반한 감기에 쓰일 수 있다.





감기를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정리해보자면 계지탕은 기본적으로 몸이 냉하고 허하며, 위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도한증, 자한증이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반면 마황탕은 기본적으로 몸에 열이 많고, 체력과 살집이 있으며, 땀구멍이 막혀 땀이 없는 사람에게 적당하다. 물론 진단과 처방을 이렇게 단순하게 할 수는 없다. 몸이 습이 있는지, 건조한지, 임신 중인지, 맥이 어떠한지, 목이 뻣뻣한지, 등이 뻣뻣한지 등등 여러 가지 증상을 살펴봐야 한다. 그러지 않고 함부로 약을 썼다가는 오히려 증상이 심해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감기에 걸렸을 때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을 먹듯이 누구나 함부로 마황탕과 계지탕을 상용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기약으로서 마황탕과 계지탕을 소개한 이유는 한의학이 감기를 대하는 자세에서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감기는 감한(感寒)이라 하여 자신의 몸에 들어온 한기를 어떻게 소화해 낼까에 초점을 둔다. 그렇기 때문에 감기 걸린 사람 옆에 가는 것을 꺼릴 이유가 없다. 또 바이러스를 탓하고, 내게 감기를 옮긴 사람을 탓할 이유도 없다. 내 몸을 지켜주는 위기(衛氣)가 튼튼하지 못해 감한(感寒) 했다면 일단 들어온 한기가 내 몸의 어디에 있는가를 파악하고 내 체질에 따라 한기를 돌려보낼 수 있는 약을 먹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쉬면된다. 즉, 내 몸의 위기를 기르는데 힘쓰는 것이 바이러스를 삶에서 몰아내기 위해 애 쓰는 것 보다 더 쉽지 않을까? 



오선민(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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