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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본초서당

겨울철, 폐와 기관지에 좋은 본초 도라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2. 27.

                            인후통에 감길탕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우리가 약재로 사용하는 식물들 중 주제가(?)를 가지고 있는 본초는 얼마나 될까? 잘 알려져 있기야 당귀, 천궁, 감초, 생강 등 언제라도 입에 올릴 수 있는 약초들이 즐비하지만 자신의 주제곡을 가진 것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어떤 약재가 자신의 노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 독특함에 많은 이들이 마음을 주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대표적인 약초가 도라지다. 



도라지하면 누구라도 도라지~도라지~백도라지~라는 민요가 흥얼거려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맛과 모양과 꽃이 자연스레 떠오를 것이다. 이 도라지가 우리가 약재로 쓰는 길경이라는 것이다. 다른 약재와는 다르게 길경은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밥상에서는 각종 무침과 나물로, 명절날에는 빠질 수 없는 삼색나물 중 백색 나물로 진작부터 친해진 것이 도라지다. 그 쓴맛과 아린 맛 때문에 썩 좋아하지 이들도 있지만 오히려 그 쓴맛과 아린 맛이 도라지의 약효를 나타낸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길경은 성질이 약간 따뜻하며(平하다고도 한다.) 맛이 매우면서 쓰고(辛苦), 독이 약간 있다. 폐기로 숨이 찬 것을 치료하고, 모든 기(氣)를 내리며 목구멍이 아픈 것과 가슴, 옆구리가 아픈 것을 낫게 하고 고독(蠱毒)을 없앤다. 어느 지방에나 다 있는데 산에 있다. 음력 2월과 8월에 뿌리를 캐어 햇빛에 말린다. 


─『동의보감』, 허준, 여강출판사, 2,704쪽 


지금까지 약재의 성미에 따른 작용들은 본초서당의 많은 글을 통해 이야기했다. 오색 중 흰색은 폐에 배속된다. 그러므로 흰색인 길경 또한 그 기운이 폐로 들어가고, 그 쓴맛은 폐기를 내리고, 매운맛은 풍한사(風寒邪)를 발산시켜 담을 제거한다. 즉 폐의 기 순환을 활발하게 하여 풍(風), 습(濕), 담(痰)을 없애 주는 것이다. 또한 성질이 조(燥)하지 않고, 평(平)하여 기침을 하고 가래가 많을 때에 한(寒), 열(熱)에 관계없이 모두 쓸 수 있다. 그러므로 가래, 기침이 그치지 않아 고생하는 경우 도라지를 끓여 먹어보면 그 효과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원래 산속의 청정한 기운에 뿌리를 깊숙이 내린 약재라 그 기운으로 폐와 기관지를 청정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예전에는 야생 도라지만을 사용하던 시기여서 길경은 산에서 만날 수 있는 약재였지만 지금은 재배기술의 발달로 밭이나 집 뒤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사는 곳이 읍이라 출퇴근하는 길에도 자주 만난다. 여름이면 보라색 꽃과 흰색 꽃이 얼마나 선명한지 손으로 확인하고 싶은 충동에 한 번씩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 그 강렬한 선명도만큼이나 길경은 효력도 강하게 작용한다.



길경과 감초가 만나면?


열감기에는 도라지!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당황하게 되는 것이 열감기이다. 특히 아이들의 감기는 급하게 진행되는지라 콧물이 나오나 싶으면 바로 기침하고 목이 붓고 열이 오른다. 병원에 가면 곧바로 항생제를 투여하지만 기침, 가래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엄마들이 만나는 것이 도라지다. 배의 속을 파고 도라지와 무, 생강 등을 넣고 중탕한 후 그 물을 먹이는 민간요법을 쓰는 것이다. 이것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그 효과를 알게 될 것이다. 기침과 가래가 훨씬 수월해지는 것을.


뿐만 아니라 길경은 염증을 삭이는 작용과 농을 제거하는 작용이 있는데, 이것은 길경이 가지고 있는 사포닌에 의해 이루어지는 작용이다. 우리가 인삼이나 도라지를 끓이면 거품이 이는 것을 보게 된다. 이 거품이 사포닌이라는 성분인데 이것이 체내에서 약효를 나타낸다. 그런데 인후의 염증이 심할 때 길경만으로 감당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길경에 감초를 넣어 함께 다려보자. 이렇게 감초와 길경을 함께 다리는 처방을 감길탕(또는 길경탕)이라고 부른다. 감길탕에 대한 동의보감의 기록을 살펴보자.


소음경(少陰經)에 한사가 침입해서 생긴 인후통을 치료한다. 그 밖에 폐열로 인해 해수, 객담, 인후통, 폐괴저로 인한 폐농양(폐 염증으로 폐 조직이 괴사하여 화농성 객담이 생기는 병), 인후염, 기도염, 인후의 종통등으로 통증이 심할 때 쓴다. 


─『동의보감』, 허준,  법인문화사, 


둘의 궁합은 짙은 가래를 뱉어내는 기침과 심한 화농성염증의 기관지 염증에 효과가 좋다. 감초의 조화제약(調和諸藥)하는 성질은 길경의 자극성을 경감시키고, 소염, 해독작용으로 염증을 가라앉게 한다. 감초는 그 맛이 달고 성질이 평(平)하며, 비위(脾胃)와 폐경(肺經)으로 들어가 통증을 경감시키고, 폐를 촉촉하게 하여 기침을 멎게 하는 작용(윤폐지해 : 潤肺止咳)을 한다. 이렇게 길경이 약 중의 약인 감초를 만나면 길경 하나로 할 수 없었던 작용이 시작된다. 뿐만 아니라 감초의 단맛과 길경의 쓴맛이 만나 그 맛이 훨씬 순해지니 먹기에도 좋다.



흔들어도 소리가 나지 않는 용각산


“제가 담배를 많이 피워서 가래가 많아요 용각산 좀 주세요.” 용각산은 담배 많이 피는 사람들의 단골메뉴다.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기침, 가래하면 자동으로 떠오른 것이 용각산이다.  ‘용각산은 흔들어도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소리가 나는 것은 용각산이 아닙니다.’라는 선전문구로 잘 알려진 용각산이 바로 감길탕을 주요 구성으로 한 처방이다.


용각산은 감초와 길경 외에도 세네가와 행인이라는 약재를 미량 추가하고 있는 상품이다. 행인은 살구나무 씨를 이르는 것으로 기침과 가래에 많이 사용되는 약재다. 세네가 또한 주로 캐나다나 북미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가래를 없애는 약으로 많이 사용된다. 이들이 모여 감길탕의 약효를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


겨울철 기침과 가래를 동반하는 감기 조심 하세요~~


기침, 가래 때문에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가 도저히 안 되면 사람들은 용각산을 찾는다. 그만큼 기침, 가래에는 감초와 길경이 효과적이다. 요즘은 워낙 항생제를 많이 쓰는지라 염증이 심해져서 짙은 갈색의 농 같은 가래가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항생제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기관지 염증이 심할 경우, 한 가지 항생제로 세균을 제거하지 못하면 항생제 복합요법을 쓰기도 한다. 이런 탓에 과다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슈퍼박테리아 출현을 걱정된다. 요즘 여기저기서 기침하는 소리가 들린다. 날씨가 매서워지면서 겨울 독감이 유행하는 것이다. 감기라고 해서 무조건 병원에가서 항생제와 약을 먹기보다는 도라지차 한 잔 마시고 따듯한 아랫목에 누워서 감기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보는 건 어떨까. 


강미정(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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