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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북드라망은 지금

운석이 떨어져 인류가 멸망해도, 자연의 리듬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by 북드라망 2013. 12. 20.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에 만화책을 추천하려고 합니다. ^^

오늘 제가 소개하고 싶은 만화는 『7seeds』입니다. 현재 23권까지 출간되었고 앞으로도 이야기가 더 진행될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잠에서 깨어보니 바다 위의 보트 안에 있던 여고생 나츠! (그녀의 이름은 '여름'이라는 뜻입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멘탈붕괴가 오지만, 급박한 상황인지라 옆에서 시키는 대로 하다보니 얼떨결에 육지에 도착하게 됩니다. 도착한 후 전혀 낯선 사람들과 한 배를 탔다는 걸 알게 되지요. 한번도 만난 적도 없고, 자신이 배를 탄 기억도 없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혼란스러울 뿐이었죠. 이때 한 사람이 나서서 여기는 미래의 지구라고 설명해줍니다.


나츠가 살았던 시대의 지구인들은 곧 지구에 운석이 떨어질 것이고, 공룡들이 멸종한 것처럼 인류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합니다. 그대로 인류가 사라지는 것을 막고자 기술력을 총 동원해 미래에 씨앗을 심기로 결정하죠. 그 비밀프로젝트의 이름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7seeds’입니다. 각 씨앗들은 건강상태, 부모들의 유전경력 등을 모두 참조하고 한 가지의 특기가 있는 나름 우수한 인재들로 채워집니다. 그렇게 뽑힌 봄 팀, 여름 팀, 가을 팀, 겨울 팀에는 각각 7명씩이 배치됩니다. 나츠는 여름 팀 7명 중 한명이었죠. 


나츠는 하루 전, 그러니까 과거의 마지막 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날따라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잔뜩 차려주었던 엄마가 생각이 났고, 부모님의 얼굴이 약간 쓸쓸해보였다는 것도 떠올랐습니다. 세븐 시즈로 선발되지 않은 사람들은 이미 이 세상에 없습니다. 세븐 시즈로 선발된 이들은 모두 냉동장치에 잠든 상태로 보관이 되었고, 그 이후 지구에 운석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잠든 후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이들은 알지 못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기억하던 그 지구와 자신들이 보고 있는 지구의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실감합니다. 동물, 식물, 지형 등이 모두 완전히 바뀐 상태였죠. 당연히 전기, 가스, 철도 같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도구들을 쓸 수가 없습니다. <정글의 법칙>에 나올 법한 생활을 하게 되지요. 이제 학교에 갈 필요도 없습니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이곳에서 살아남을 것! 그뿐입니다.


『세븐 시즈』는 각 팀별 멤버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함께 보여줍니다. 그리고 '세븐 시즈'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했던 인물에 대해서도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합니다. 각 팀이 서로 마주치고, 이들은 서로 적이 되거나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계속 길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고, 정착해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지만, 최근에 문득 느낀 점이 이 책의 목차가 24절기와 관계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경칩, 춘분 같은 봄의 절기들 외에도 72절후에 속하는 제목들이 함께 구성되어 있더라구요. 72절후는 한 절기를 초후, 중후, 말후로 3등분 한 것입니다. 각각의 절후에는 명칭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입춘 초후는 동풍해동(東風解東)입니다. 말그대로 동쪽에서 바람이 불어와 언 땅을 녹인다는 의미이지요. 중후는 칩충시진(蟄虫始振)으로 동면하던 벌레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의미이고, 말후는 어섭부빙(魚涉負氷)입 니다. 물고기들이 얼음 밑을 헤엄쳐 다닌다는 의미이죠. 72절후의 주인공들은 초목, 물고기, 벌레, 새들입니다. 아마도 예전 사람들이 기후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이들의 움직임을 어떤 신호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만화에서 절기, 그리고 절후가 목차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들의 생활이 자연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람의 방향과 온도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먹어도 되는 식물, 맛이 좋은 식물, 독이 있는 열매 등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고 발자국이나 기후 등의 변화를 통해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도 예측해야 합니다. 이제까지의 재난 영화(혹은 만화)에서 볼 수 없었던 점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낯선 미래의 지구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태양의 걸음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는 것!


이제 이들은 자신의 감각과 경험을 총동원해 살아남는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새로운 인류의 기원이 되리라는 거대한 목표보다는, 단지 닥친 오늘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말입니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기에, 서로의 개성과 특기가 부딪치고 어울리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작가가 유독 애정을 쏟는 캐릭터가 누구인지, 책을 읽다보면 등장 횟수만으로도 눈치를 채게 됩니다. ^^) 이들은 앞으로 몇 번의 봄을, 여름을, 가을을, 겨울을 살아가게 될까요?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도 너무 기대됩니다.


여기엔 지금과 완벽히 다른 낯선 전제에 대한 궁금증, 시공간과 존재 사이에 틈새 없는 세계에 대한 의문, 새로운 매트릭스에 뛰어들어 보겠다는 즐거운 호기심이 필요하다. 마치 기존 세계를 박차고 나오는 성난 황소처럼, 먹이를 노리는 굶주린 '호랑이'[寅]처럼 그리고 다른 세계가 궁금해 삐죽이 솟아오른 새싹처럼. 이 세계에서는 봄은 기다린다고 해서 오지 않는다. '움직이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함께 '봄을 세워야' 비로소 봄을 맞을 수 있다. (『절기서당』, 20쪽)






7SEEDS 세븐시즈 23 - 10점
타무라 유미 지음/서울문화사(만화)
절기서당 - 10점
김동철.송혜경 지음/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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