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산다”
“현대인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지만 실제로는 타인의 관점에서 볼 때 그가 원하는 게 마땅한 것만 원한다. 그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는 자신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가―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듯―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우쳐야 한다. 이는 인간이 해결해야 할 가장 까다로운 문제 중 하나이다. 완제품으로 제공된 목표를 우리의 것처럼 받아들임으로써 우리가 악착같이 회피하려는 바로 그 과제인 것이다.
현대인은 모두가 ‘자신의’ 목표라고 우기는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엄청난 모험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다. 하지만 위험과 책임을 감수하고 자기 자신의 목표를 정하는 데에는 심각한 공포를 느낀다.”
(에리히 프롬,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장혜경 옮김, 나무생각, 2018, 101쪽)
학부모가 되면서 실감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이 미래의 만족도는 좋은 대학 입학에 비례하는가’이다. 이에 대한 답은 당연히 ‘No’일 텐데, 너무 많은 부모들이 ‘그렇다’고 답하는 길로 간다. 별 생각이 없더라도, 그래도 뭐 하나라도 더 가진 게 더 낫겠지, 하는 마음 바닥에서 내 아이만 뒤처지면 어떻게 하나, 라는 불안의 조종을 받으며.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나은(편한, 우위에 있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생각은 한 발만 떨어져 봐도 이기적일 뿐 아니라, 모두가 그것을 바라면 가능하지도 않으며, 또한 현실적으로도 그것이 좋은 대학 입학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는데, 사회의 발달과 비례하여 커져 가는 불안은 그 한 발을 끝내 못 떼게 만든다.
대치동에만 있는 줄 알았던 ‘초등 의대반’이 전국으로 확산해 초등학교 5학년 때 고2 수학을 배운다는 기사는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아득하게 만든다. 우리는 아이들을 어디로 몰아가고 있는 건가. ‘자신의 목표’를 자신이 세우는 독립적 자아, 자존감 있는 개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직업을 가진 개인이 되길 바라는 부모로 가득한 사회가 결국 맞이하게 되는 미래는 무기력의 일상화가 아닐까. 혼란 속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길을 찾을, 그런 교육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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