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단기속성! 달군과 함께하는 여름철 별자리 정복!

여름 별자리 연재를 시작합니다



계사년, 여름 밤하늘의 귀환


올 해는 유난히 꽃이 아름다운 해가 아닌가 한다. 봄이 간지도 한참이건만 연구실 뒤 남산에는 아직도 꽃이 한창이다. 이름 모를 꽃들이 연신 현란한 꽃망울을 터뜨려댄다. 연일 계속되는 꽃 잔치는 그칠 줄을 모른다. 언젠가 문득 깨달았다. 무슨 조화인지 올 해에는 꽃들이 하나 같이 크고 선명하다는 것을. 정성들여 기른 남산공원의 꽃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하수구 틈새에 핀 애기똥풀 마저도 탐스럽기 그지없다.^^ 여기저기서 배운 지식들로 이를 때려 맞춰 보자면^^; 아마도 이는 계사년의 화(火) 기운의 영향이 아닐까 한다. 식물의 일기(一期) 중에 꽃은 번성하는 화기에 해당한다지 않던가. 올 해 유난히도 꽃의 빛깔이 도드라지는 건, 분명 화의 영향일 터!



우선은 계사년의 사화(巳火)의 영향을 짐작할 수 있겠다. 푹푹 찌는 때 아닌 무더위가 이상타 했더니, 근래의 일진은 사년(巳年) 사월(巳月)의 불구덩이를 지나고 있다. 그런가하면 계사년은 계(癸)가 야기하는 화불급(不及)의 해이기도 하다. 화의 기운이 미치지 못하기에, 역으로 화의 망동(妄動)이 일어난다. 결핍을 느낀 자가 치열함으로 무장하듯이, 계사년을 살아가야 하는 만물은 불급한 화를 벌충해 내려 악을 쓰는 것이다. 


화 기운이 ‘부족한 듯 넘쳐나는’, 이상한 불균형의 해! ‘추운 듯 더운’ 날씨가 펼치는 이중의 부조화! 그래선지 때 아닌 5월 폭염이 대지를 휩쓸고, 살인진드기가 생명을 위협한다는 공포감이 넘쳐난다. 이에 연구실의 수많은 화족(火族)들은 벌써부터 고통스런 썸머 증후군^^을 호소하고 있다. 이 모든 정황을 두고 보건대, 어쨌거나 올해가 화 기운이 도드라지는 해라는 건 확실한 것 같다. 


화기 출중한 계사년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축복이 있다면, 온 세상을 만물이 번성하는 화려한 스텍터클의 향연장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꽃만 크고 훌륭한 게 아니다. 유독 크고 훌륭하며 화려한 물건들이 많이 만들어지는 게, 올해 계사년의 특징이다. 곰샘이 극찬에 극찬을 거듭하시는 가왕 조용필의 화려한 귀환을 보라! 아니면 요즘 출판 복 터진 북드라망의 책들^^ 여튼, 계사년은 크고 훌륭한 것들의 범람으로 우리 눈과 입이 즐거워지는 한 해 인 듯. (그러나 조심해야 한다. 올해의 화기는 허장성세(虛張聲勢)의 치기어린 불길이니.)


결국 내가 하려는 얘기는, 별을 보자는 것이다.(이게 이 글의 요지 되시겠다.^^) 유장한 은하수가 흐르는 여름 하늘이 드디어 찾아왔다. 가왕 조용필의 귀환 못지 않게 벅찬 감동을 선사하는 여름 하늘의 귀환! 천구를 한 바퀴 돌고 온 여름 별자리들이 펼치는 감동의 대서사시! 여기에 더해 계사년의 화기는, 하늘에 펼쳐지는 별들의 향연을 너무도 명징하게 전달해 준다. 꽃이 아름다운 것 이상으로, 노래가 흥겨운 것 이상으로, 찬란한 저 하늘의 별빛!  이따금 밤길을 걸을 일이 있다면 꼭 한번 하늘을 올려보길 권한다. 여느때 보다 선명하고 화려한 계사년의 밤하늘을 만끽해 보시길!



여름철의 삼각형을 찾아보자


오늘 포스팅은 ‘여름 밤하늘 일주일만 보면 달군만큼 본다’ 컨셉 되시겠다. 동쪽하늘에서 새로이 떠오르고 있는 여름 별자리를 탐사하기 위한 몸 풀기 과정! 함께 은하수가 펼쳐진 여름 하늘로 여행을 떠나보자.


해가 지고 나면 밤하늘 동쪽 지평선에는 여름 별자리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여름 하늘에서 길을 찾기 위한 첫 번째 길라잡이는 주극성인 북두칠성이다. 여름 하늘의 북서쪽을 올려다보면 어렵지 않게 북두칠성을 발견할 수 있다. 북두칠성을 찾았다면, 북두칠성의 자루를 따라 이어지는 ‘봄철의 대곡선(the great spring curve)’을 그려보라. 북두칠성의 휘어진 자루를 따라 남서쪽으로 길게 곡선을 그려, 화려하게 빛나는 ‘대각성’과 ‘스피카’를 이으면 된다.(이에 대해서는 「소생하는 대지를 비추는 봄의 별자리」편을 참조)


그렇다면 이번에는 방금 그린 곡선과 반대 방향으로 대칭이 되는 가상의 곡선을 그려보자. 그러면 놀랍도록 시린 빛깔로 반짝이는 별 하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별이 바로 직녀성 ‘베가(vega)’이다. 이 별은 기원전 1만 5천 년 경의 북극성이었다. 세차운동으로 지구 자전축이 이동하면서 이 별은 북동쪽 하늘로 밀려 나왔다. 이 별의 별칭은 ‘하늘의 아크등’이다. 아크등처럼 회백색으로 밝게 빛나기 때문이란다. 하늘에서 베가의 독특한 빛깔을 찾아본 사람은 금방 고개를 끄떡일 것이다. 북반구에서 두 번째로 밝게 빛난다는 이 별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여름 하늘의 두 번째 길라잡이다.



다음, 직녀성의 근처에 있는 또 다른 밝은 별을 찾아보자. 직녀성에서 가장 가까운 1등성은 백조자리의 으뜸별 ‘데네브(Deneb)’다. 데네브는 ‘새의 꼬리’라는 뜻, 백조자리의 꼬리 부분에 위치한 별이라는 데서 붙은 이름이다. 사실 이 백조는 바람기 많은 신 제우스가 변한 것이다. 백조의 탈을 쓴 제우스는 지금,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를 만나러 가는 중이란다.^^ 글을 쓰며 살펴보니 ‘데네브’라는 이름을 상표명으로 삼은 물건들이 꽤 있다. 그리고 주로 남성용품들이다. 데네브 낚시대, 데네브 신발, 데네브 바람막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저 데네브들을 선물했을까... 이제는 밝혀야 한다. 데네브란 이름 석자, 다름 아닌 외도의 심볼이라는 것을.



이번에는 직녀성의 남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연인과의 생이별에 서글퍼하는 직녀의 앞에 은하수의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고, 그 너머에는 알타이르(Altair)가 빛난다. 알타이르는 ‘나는 새’라는 뜻, 서양 별자리로 독수리자리에 해당하는 별이다. 한동안 이 별은 ‘견우성’으로 잘못 알려졌었다. 원래의 견우성은 북현무의 우수(牛宿). 견우가 비루한 소몰이꾼이듯, 견우 별 우수도 외진 곳에 어둡게 빛난다. 그런데 이를 마땅찮게 생각한 일본 학자들이 알타이르를 견우성으로 뒤바꿔버렸다고 한다. 별이 되어서도 무시당하는 비련의 주인공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견우에게 제 이름을 돌려줘야 한다. 알타이르는 은하수를 관장하는 별 ‘하고(河鼓)’일 뿐, 견우가 아니다.


어쨌거나 이 셋이 여름 하늘에서 가장 크고 밝은 주연급 별들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 세 별을 이어 삼각형을 만들어보자. 이것이 ‘여름철의 삼각형’으로 여름 하늘에서 길을 찾는 기준점이 된다. 가짜 견우(?)와 직녀와 제우스라는 유명인사(?)들이 총출동하는 이 세 별은 여름 밤하늘을 밝히는 등대 역할을 한다.


북현무는 어디에?


여름철의 삼각형을 찾았다면 이제 웬만한 여름 별자리들은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여름철의 삼각형 주변엔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여름철의 대표 별자리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베가가 속한 거문고 자리, 데네브가 속한 백조 자리, 알타이르가 속한 독수리 자리 등등. 자, 이제는 동양 별자리를 살펴볼 차례. 그렇다면 이 현란한 여름 별무리 속에 동양의 별자리는 어떤 조합으로 펼쳐져 있을까?


동양 별자리에서는 여름 하늘을 주관하는 별자리들로 ‘북방 현무’(北玄武) 일곱 별자리를 꼽았다. 현무는 뱀과 거북이 어우러진 상상의 동물로 북방의 수기(水氣)가 상징하는 바, 저장하고 감추는 기운을 주관한다. 문제는 여름은 오행으로 남방의 화(火)인데, 왜 북방의 신장이 여름 하늘의 수호신이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동양 천문학 특유의 관측법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다. 동양천문학의 적도 좌표계 방식은 서양의 황도 12궁과는 달리 별자리에 지상의 계절적인 시간과 동서남북의 방위론 관점까지 일치시키려는 체계이다. 28수의 별자리들은 애초에 지상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입장에서 매겨졌지만 지상의 시간 흐름이 천체의 운행 방향과는 반대이기 때문에, 이런식으로 거울 대칭과 같은 엇갈림이 발생한 것이다. 이 문제는 남방 주작 별자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 때 아닌 겨울에 남방주작의 별들이 하늘에 출현하는 결과가 빚어진다. 



그런데 보다 흥미로운 건, 여름철의 삼각형을 위시한 크고 밝은 별들이 북방 현무 7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두(斗), 우(牛), 여(女), 허(虛), 위(危), 실(室), 벽(壁)의 일곱 별들은 크고 훤한 하늘 가운데가 아니라 지평선에 면하는 외진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별 자체도 서양 별자리에 비하면 어둡고 특색 없는 것들 일색이다. 도대체, 왜? 옛 중국인들이 커다랗게 잘 보이는 별을 제쳐두고, 굳이 어둡고 외진 별들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중국의 천문학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천구의 영역을 할당한 ‘적도좌표계’ 방식을 택한데 기인한 것이다. 적도좌표계란 북극성이라는 우주의 중심을 가운데 놓고 별들의 자리를 할당한 방식이다.(적도좌표계 방식에 대해서는 「동양 별자리 28수 이야기」편을 참조) 바로 여기에서 동양 천문학의 중요한 특징 하나가 도출된다.  동양의 천문학은 철저히 관계 중심적인 체계라는 것. 이 바닥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별이 크고 밝으냐 하는지의 여부가 아니다. 별과 별들의 관계, 북극성과의 거리, 저 별들이 어떤 간격으로 어떤 조합을 만들어 내고 있느냐 하는지의 여부, 즉 ‘배치’였다. 우리 눈에는 외진 곳에 치우친 어둔 별들의 무리로 보일지 몰라도, 하늘의 ‘전체’를 고려해 본다면, 이들은 북극성이라는 천자를 호위하는 제후에 비견되는 것이었다. 


앞으로 펼쳐질 여름 별 이야기에서는, 서양 별자리에서 주목하지 않은 ‘낮은 곳의 별자리들’을 다룰 예정이다. 북방 현무의 별자리들은 어떻게 직조되었으며, 사람들은 거기서 어떤 지혜와 비전들을 끌어내었을까. 자, 함께 여름 하늘로 여행을 떠나보자.



달군(남산강학원Q&?)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