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북드라망에서 출간된 책 중 한 권의 표지 이미지를 따라한 것입니다. 무슨 책일까요? ^^
얼마 전 조용필(님)의 신곡을 듣게 되었습니다. 뉴스를 뜨겁게 달구던 '가왕의 귀환'이었기에 궁금한 마음이 컸죠. 'Hello'라는 곡을 들었는데, 문득 한 권의 책이 떠올랐습니다. 노래의 가사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랄까, 사랑에 빠지기 직전이랄까, 그런 순간을 포착하는 시점에서 쓰였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시절인연이란 서로 다른 길을 가던 두 사람이 어떤 강한 촉발에 의해 공통의 리듬을 구성하게 된 특정한 시간대를 뜻한다. 일종의 매트릭스 같은 것이다. 사랑은 대상이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다. 어떤 대상을 만나느냐가 아니라, 내 안에 잠재하고 있던 욕망이 표면으로 솟구칠 때 사랑이라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런데, 이 욕망이 솟아오르려면 시절을 타야 한다. 시절을 타게 되면 아주 작은 촉발만으로도 사랑에 빠지게 된다. 봄이 오면 겨우내 잠자고 있던 씨앗들이 순식간에 땅을 뚫고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고미숙,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57~58쪽
니체는 이러한 일대 사건(!)을 "나를 멸망시킬 폭풍"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에게는 각자 고유의 생활 리듬, 습관이 있습니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 습관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지요. '사랑'은 이러한 습관을 벗어날 수 있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됩니다. 저는 예전에 시간 약속을 가끔 어기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만나던 친구는 저보다 더 심했죠;;; 한시간 가까이 그 친구를 기다리면서 속은 부글부글, 결국 크게 싸우고 집으로 홱 와버린 적이 있습니다. 싸움이 계기가 되어서 저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엄격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중에서야 이 책을 읽고 무릎을 탁! 쳤다지요. "그래! 연애를 늘 실패하는 원인이 바로 이거였어!"라며. 조금 더 빨리 읽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도 있었지요.(잠시만 방심해도 예전으로 돌아가버리니, 습관이란 참 무섭습니다. 흑;;)
샤갈, <마을 위에서>
사랑은 내 안에 잠자고 있던 태풍이 몰아쳐 나로 하여금 뭔가에 강렬하게 집중하도록 하는 일대 사건이다. 그때 일어나는 집중력은 실로 놀라운 수준이어서, 그 정도의 힘이라면 내 몸에 쌓인 낡은 흔적들을 일거에 몰아낼 수 있다. 만약, 그 정도가 아니라면, 그건 사랑이라고 할 수도 없다. 예컨데, 사랑을 하고 있는데, 자신의 몸과 일상에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단언컨대!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같은 책, 236쪽)
연애 없이는 못 견디는 '연애중독', 혹은 연애 그거 별거 없다고 말하는 '냉소'적인 입장. 어쩌면 이 두 개의 사이에서 왔다갔다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나 욕망의 흐름이 아니라 어떤 특이점을 발견하고 교감하는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폭풍을 만나고 있을까요? 또 어떤 폭풍을 만나게 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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