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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북드라망의 책들

우리들의 몸을 얻은 만남, 삶이 바뀐 만남! -『활보 활보』출간

by 북드라망 2013. 4. 12.

초보 장애인활동보조의 좌충우돌 분투기 활보 활보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가끔 ‘기술은 좋은데 감정이 실려 있지 않다’는 심사위원들의 평을 듣게 됩니다. 감정…으로 노래를 부른다는 건 뭘까, 그런 생각을 했었지요. 뭔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고~ 좀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활보 활보』를 읽으며 확 들어온 이 문장!


이때 나는 알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달변의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다하는 ‘진정성’이라는 것! 제이는 이 전화 한 통을 위해 며칠 동안 고민을 했고, 마치 연극배우가 대사를 외듯 자신이 할 말을 종이에 써서 외웠다. 그리고 내 앞에서 몇 번이나 리허설까지 했다. 그런데 나한테 그 전화는 크게 힘쓸 것도 없는 ‘남의 일’이었다. 그러니 대충 습관적으로 말을 한 것이다. 그때 나는 내 몸의 세포를 몇 개나 움직인 것일까. 제이는 ‘아’라는 한마디 말을 하기 위해 온몸의 힘을 다 끌어냈다. 몸부림을 치면서 ‘내 말을 꼭 들어 주세요’라는 절박한 마음을 전했다. 그게 전화기 저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정경미, 『활보 활보』, 「머리말」 중


그저 ‘대충 습관적으로’ ‘크게 힘쓰지 않고’ 부분을 읽으며 가슴이 어찌나 따끔따끔하던지;;; 마음을 담는다, 마음을 전한다는 말에 실린 무게를 조금은 느끼게 된 부분이었습니다. 말로만 ‘좋아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을 써서, 세포 하나하나에도 힘을 실어야한다는 것. 아마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이 말하는 ‘감정’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요? 물론 여전히 마음을 담아 이야기한다는 것이 저에게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 것인지 주저하게 되고, 망설이게 되거든요. (이건 반대로 마음이 덜 찼다는 의미도 될 것 같네요;;)


책 소개를 쓰느라 낑낑대며 "어렵네요, 흑~"이라고 징징거리니 옆에 있던 편집자 k가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어요"라고 대답해줍니다. 맞습니다. 뭐든지 쉽게 가려고 하는 마음이 이런 어려운 상황을 만든 것이겠지요.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는 것이 아니라, 빨리빨리 대충 끝내려고 하는 마음이 컸던 탓입니다. 그래서 저에게 큰 무게로 다가오는 이 문장, 여러분도 이런 문장들을 하나씩 발견해 내시면 좋겠습니다. 어떤 책에서 만나도 좋지만, 『활보 활보』라면 더욱 기쁠 것 같습니다!


활보 활보 - 10점
정경미 지음/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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